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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개정증보판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한겨레출판에서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숨 쉬러 나가다" 3종을 리커버 세트로 출간했다. 그 중 <나는 왜 쓰는가>이다.
한국 방송이나 문단에서 긴 수명을 유지하는 유명인들의 행동 지침이 있다면 1번은 정치색을 띄지 않을 것일테다. 그런 지식인들만을 미디어에서 자주 접하다가 가끔 조지 오웰을 글에서 만날 때면 나는 이 작가에 대해 ‘치열하게’, ‘정치를 이야기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직설적인’등의 편견의 형용사를 머릿속에 떠올렸음을 고백한다. <나는 왜 쓰는가>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기도 하고 익히 들어왔던 터라 이미 읽은 것 같은 책이었다. 이제서야 이 책을 읽으며 조지 오웰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비로소 내가 가졌던 고정관념을 탈탈 털어버릴 수 있었다.
“나는 작가다. 모든 작가는 ‘정치에 거리를 두려는’ 충동을 느낀다. 평화롭게 책을 쓸 수 있도록 내버려 두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이상은 기업형 슈퍼마켓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구멍가게 주인들의 꿈보다도 실현 불가능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 지난 몇 해 동안 나는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책들을 쓰면서도 자본가계급으로 하여금 매주 몇 파운드의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생활을 어찌어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다. (...) 나는 그런 상황에 맞서 싸워야 한다. (...) 그리고 길게 볼 때 언론의 자유를 감히 허용할 체제는 사회주의 체제밖에 없다. 파시즘이 승리한다면 나는 작가로서는 끝이다. 즉, 내가 가진 유일하게 쓸 만한 능력이 끝이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사회주의 정당에 가입할 이유는 충분할 것이다.”(pp.65-66)
-‘나는 왜 독립 노동당에 가입했는가’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도 그 시스템에 의해 생긴 돈으로 근근히 살아온 저자는,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는 사회주의 체제가 낫겠지만 이마저 파시즘으로 향할 수 있는 구멍들을 본다. 그래서 그가 가진 유일한 능력인 글쓰기를 계속하기 위한 삶을 위해 비판해왔다. 그래서 그렇게 치열하게 자신이 보고 경험한 노동자계급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쓰면서 비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노동자들을 대변하여 썼기에 있는 솔직한 글쓰기로 이어졌음을 이 책을 읽으며 배운다.
우리나라에는 왜 조지 오웰같은 작가가 없을까, 생각해본다.(물론 우리는 한강 작가 보유국이지만) 그대신 우리에게는 조지 오웰이 우려하던 파시즘, 독재를 극복해낸 풀뿌리 민중들이 있다. 바람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진 풀뿌리, 누울지언정 뿌리 뽑히지 않는 풀뿌리민중.
이번에 이 세권을 새로 읽으며 오늘날의 우리나라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 사회를 반으로 가른 각 당의 정치인들이 서로를 비판하고 비방하는 이야기들이 시끄럽게 들려온다. 이를 듣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귀를 닫기는 너무 쉽다. 하지만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듣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세상에서 살 수 없다.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자로서 남길 원했지만 양쪽을 다 들었고, 다 비판했다. 글쓰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 멈추지 않고 썼다. 당장 ‘정치적이지 않은 글쓰기는 없다’라는 말의 조지 오웰처럼 쓸 수 없는 풀뿌리 같은 나는 귀를 닫지 않고 계속해서 들을 것을, 멈추지 않고 읽을 것을 다짐한다. 이 두 가지가 나의 뿌리를 뽑히지 않게 해줄 것이며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잡아줄 것임을 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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