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시작의 날 - 계절 앤솔러지 : 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5
박에스더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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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일, 시작의 날>

*“신비롭고 다정한 문학의 세계를 보여 주는 작가들의 청소년과 어른의 마음을 함께 감싸안을 다섯 가지 이야기”라는 다홍빛의 띠지를 두른, 박에스더, 범유진, 설재인, 이선주, 한정영 작가님의 앤솔러지 책이다. 제목처럼 3월 2일, 시작이라는 봄을 담은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제목에서도 뭔가 고심의 흔적이 느껴졌다. ‘3월’이라고 할 법도 한데, 굳이 ‘2일’을 붙였다는 점과 또 ‘3월 1일’ 해버리면 역사라는 장르로 가버리니 이 얼마나 편집자의 노고가 붙은 제목인가!!

*우연찮게 며칠 전에 읽은 <오후에는 출근합니다>에서 범유진 작가님의 이야기를 이미 만난 터라 반가웠다. 이 책에서는 <3월에 벚꽃색 입히기>로 첫 시작을 연다. 엄마의 소원대로 선생님이 된 영우는 학교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상처받은 영혼을 감싸안을 때 이들은 서로 상생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남긴 단편이다.

*이선주 작가님의 <여러분은 분명 실패할 겁니다>가 나에게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누군가가 원하던 대학을 입학했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은 슬아, 자기처럼 오고 싶었던 대학에 청강 온 보람이를 만나는 주인공 ‘나’는 20살의 아가씨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저 고3의 연장선처럼 보였다. 이런 부분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묘사한다.
“대학교 정문에 가까워지자 패딩을 껴입고 머플러까지 한 채로 서 있는 슬아가 보였다. 신입생의 차림새는 아니었다. 나를 살폈다. 슬아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3월 2일, 봄이라고는 하나 겨울의 끝자락과 더 닮았다. 몸도 마음도 추워서 무엇으로라도 덮고 싶었다.”(p.48) 봄이라는 단어는 참 예쁘고 따뜻하지만 사실은 아직 추운, 그런 3월 2일을 정확하게 표현했다. 그런 그녀들이 “여러분은 분명 실패할 겁니다”라는, 저주같은 말을 노교수로부터 듣는다. 이 상황이 현실이라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질문하러 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중 한 명은 심각한 마음의 병을 안고 있고, 나머지 둘은 이 학교를 목표로 했으나 떨어진 학생들이라 더더욱 질문하러 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교수에게 질문을 하러 간 그녀들의 용기와 패기가 만들어낸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노교수를 찾아가는 능동적인 모습의 삶의 태도가 그녀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앞으로 지켜보라는 작가의 의도로 읽혔다. 사실 이런 주제는 굳이 이런 노교수를 만나지 않더라도 책을 읽다보면 많은 책들이 실패하라고 권해오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서는 역사의 주인공처럼 승리하고 극복해낸 사람들이 아니라 찌질하고 실패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장르이니 말이다. 하지만 부러웠다. 슬아와 하람이라는 원군을 둔 ‘나’가. 그리고 아직 20살에 불과한 그녀들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는 다섯 개의 단편들은 앞으로의 삶이 더욱 기대되는 주인공들의 시작부분에 대한 내용이다. 이들은 이제 막 서문을 열었을 뿐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계속되어 벽돌 소설이 되면 좋겠다. 한국문학에서는 단편이 주 장르이고, 가물어버린 장편이지 않은가, 이 책이 아주 두꺼운 장편이 되어 단비같은 소설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여름의 중간에는 소나기 편도 나오고 겨울에는 눈이 펑펑오는 그런 엔솔러지도 나오길 상상해본다.
p.s 곧 더워질 것이다. 계절 앤솔러지 여름의 책도 응원한다. 그리고 이분들의 장편소설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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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쇼크, 이미 시작된 미래 - 반도체 최악의 위기에 대응하는 7가지 시나리오
최윤식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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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쇼크 이미 시작된 미래>
-반도체 최악의 위기에 대응하는 7가지 시나리오
지난주, 대만의 화롄시 지진으로 TSMC가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삼성이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뉴스가 보이는 요즘이다. 심지어 오늘 뉴스에는 삼성전자의 주식이 3년만에 장중 최고가였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오름세에 대만의 지진의 여파가 없을 수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미중 전쟁이라는 큰 바둑판은 4차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인 반도체 싸움이고, 반도체를 제조하는 대만과 우리나라는 그 판에서 빠질 수 없는 돌이다. 바둑의 프로기사들이 보통 100수를 내다본다고 하는데, 그 중 이 책은 7가지의 수를 내다본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프롤로그’에서 최윤식 저자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사실 내가 삼성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삼성 주식을 가지고 있는 개미도 아니라고 한다면 반도체와 나의 삶과 무슨 상관이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반도체는 수출 주력 상품으로 전체 수출액의 약 20퍼센트를 차지하며, 경상수지 흑자에 절대적 기여를 하고 있다.”(p.7)라고 설명한다. 그렇다. 사람을 인적자본 취급하는 우리나라는 작아 자원이 없어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을 수출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라고 국민학교때부터 우리는 배우지 않았던가. 요새 삼성 주식이 10만, 11만을 바라보며 오르고 있다 한들, 엔비디아 주식만큼은 아니다. 심지어 우리의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에 불과하기에 오히려 대만의 TSMC가 만드는 반도체처럼 ChatGPT에 필수적인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삼성의 기술을 빠르게 따라오는 중국이나 다시 전자제품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하는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는 국뽕에 취해 있을 수 만도 없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잠재적 위기 역시 보이지 않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반도체 최악의 위기에 대응하는 일곱 가지 시나리오를 찾아야”(p.7)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아리송해서 여러번 읽었던 프롤로그의 제목으로 ‘완벽한 예측은 없고, 불가능한 미래도 없다’라고 지은 이유일 것이다. 이 책의 목차다. 1장 영원한 아군은 없다-첫 번째 시나리오: 트럼프의 한국 반도체 공격2장 미래는 징후를 보이며 다가온다-두 번째 시나리오: 중국-대만 전쟁의 발발3장 한반도 최악의 위기, 코리아 디스카운트-세 번째 시나리오: 백두산 화산 폭발4장 미국의 달러 패권이 흔들린다-네 번째 시나리오: 달러 붕괴와 미국 정부 디폴트 선언5장 새로운 동맹이 시작된다-다섯 번째 시나리오: 차이메리카 어게인6장 반도체 시장의 중심이 바뀐다-여섯 번째 시나리오: 새로운 기술의 등장7장 인공지능이 반도체 산업을 이끈다-일곱 번째 시나리오: 허물어진 기술 진입 장벽사실 백두산 폭발에 대한 3장이나 미중이 손을 잡는 5장을 읽을 즈음에는 살짝 저자가 멀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7가지 시나리오 중 7장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이 담겨있다. 이에 대한 내용은 시나리오라는 픽션이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받아들여야할 팩트라고 생각한다. 1장에서부터 6장을 읽으며 6가지 시나리오에 대해선 캄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시나리오 하나 우리에게 녹록하지 않은 것이 없다. 결국은 7장의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보유만이 우리나라가 살 길이다. 이번주 수요일 선거를 앞두고 지금의 국제정세에서 우리나라의 길을 밝혀줄 사람들이 당선되길 바라며 이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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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출근합니다 소원라이트나우 7
김선희 외 지음 / 소원나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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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알바에 대한 에세이인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각각 색다르며, 전혀 예상이 되지 않는 스타일과 내용이 담긴, 아찔하며 흥미진진한 단편소설이다. 다 읽고 난 지금, 이 다섯꼭지를 묶어 ‘오후에는 출근합니다’로 묶인 제목에게 조차 박수를 보낸다. 표지에도 잘 드러나듯이 오후에 출근하는 청소년 다섯명의 아르바이트를 소재로 한 이야기다.

첫 번째 단편 <인형 탈을 쓰면>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나’가 주인공이다. 일상에서 엄마에게 느끼는 서운함과 가족들의 고충은 “어차피 인간은 언젠가 헤어질 텐데 인간관계를 맺으면 뭐 하나, 나중에 헤어질 때 괴로울 뿐이지,”(p.37)로 이어져 세상에서 ‘나’만이 알고 있는 우물을 파게 한다. 하지만 절친, 단아가 하던 인형탈 아르바이트를 대신하게 된 주인공 ‘나’는 여러 인형탈을 써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의한 편견에 대해 생각한다. 이 객관화는 “세상을 보는 시선이 뭐랄까, 더 넓어지고 깊어졌달까. 예전에는 평면으로 보이던 것들이 이제 입체적으로 보이게 됐어. 세상을 더 많이 알고 싶어.”(p.37)로 이어진다. “아무튼 탈을 쓰고 있으니까 없던 용기도 막 생기네. 아니지. 없던 용기가 생길 리는 없지. 원래 용기는 있었는데 내가 꺼내지 못했던 거잖아. 용기 말고 또 어떤 것들이 내 안에 숨어 있을까? 앞으로는 꺼내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보고 싶어.”(p.37)라고 소심하게, 하지만 주인공의 성격상으로는 매우 대범한 고백으로 이어진다. 사실 나는 이 소설에서 주인공의 친구, 단아가 요새 아이들처럼 매우 쿨했다는 것과 친구인 이단아, 최주우도 이름이 있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동생도 은우라는 이름이 있는데 주인공 ‘나’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는게 인상적이었다. 여러 인형탈을 쓰듯 우리도 인생에서 여러 이름이 필요하다는 의미도 될 것이고, 이 책을 읽는 독자 모두의 이름을 대입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마법소녀 계약주의보>는 알바할때는 계약서를 자세히 읽으라는 메시지를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핑키에게 속는 주인공들을 본다. 사실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이들은 주로 자영업 종사자들이다. 비싼 임대료 때문이라는 핑계에 청소년들의 임금을 파묻는 주인들 말이다. 청소년들이 직접 보기에 사장님들이 나빠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겉모습에 속아 임금이 체불되는 등의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들을 생각해볼 때, 작가의 핑크색 쥐, 핑키는 정말 잘 만든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청소년 알바라는 소재에 판타지 장르를 녹아낸 작가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 소설이기도 했다.

요새 독서동아리 분들이 정해연 작가님의 <홍학의 자리>에 열광 중이다. 세 번째 이야기, <그 아이>를 읽으며 같은 작가님이구나 싶어 놀랬다. 그리고 들은 바와 너무 달라 또 한번 놀랬다. <그 아이>는 픽션인 데 논픽션인 듯 느껴져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그 정도로 홍구와 민준이는 내 주변에도 있는 아이 같기도 했고, 그런데 그렇게 신고까지 해서 챙겨줄 아이가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이런점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져서 문학적으로 다가온 신기한 소설이었다. 따뜻함은 덤.

<역방향으로 원 스텝!>은 AI의 상담자 역할을 하는 청소년이 주인공이다. AI가 인간 지적능력을 보조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미래일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근미래를 담은 SF소설이다. “우리를 아르바이트로 소모한다는 말, 그리고 보완재의 보완 아르바이트라는 말, 우리가 일종의 도구라는 표현까지, 하지만 난 동의할 수 없다. 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뿐이지, 존재 자체가 아르바이트일 수 없으므로. 말 그대로 임시로 일을 하는거지 임시로 살고자 하는 게 절대 아니니까 말이다. 임시로 하는 일이 나의 정체성의 근간을 흔든다면 관둬야 한다. 난 도구로서 삶을 살 수도 없고 부정한 도구로 쓰이는 일을 해서도 안 된다.(pp.187~188)
아르바이트라는 도구에 불과한 쓰임이라 해도 결코 나의 주체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작가의 목소리가, 청소년들을 향한 좋은 어른의 글이 아이들에게 닿기를 응원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호 탐정의 조수가 되고 싶어> 미다스의 딸이 대체 누구인지를 알아내는 추리소설이다. 이 작품의 전개 역시 흥미진진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분이 우리 아파트에 사셨던 분이실까, 내 이웃이었을까 추리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난 다행히도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보다는 벌레를 잘 잡는 편이라..

몇 년 전 들었던 김누리 교수님의 강연 중 ”우리나라 교육은 아이들 모두 대기업의 관리자가 될 것을 가정하는 수업들로 이루어져있다“라는 내용이 생각났다. 수업을 듣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노동자가 될텐데 어째서 관리자 수업만을 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단순히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를 하지 않고 아르바이트에 도전한다. 그 아르바이트가 프리즘이 되어 아이들에게 다양한 삶의 색을 보여준다. 이 다섯 가지 단편에 나오는 청소년들은 자라서 관리자가 될지 노동자가 될지는 알 수 없다. 하나는 확실하다. 자기 삶의 당당한 주인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응원한다. 이 책 주인공들 뿐 아니라 이 책을 읽을 청소년들을. 미래에 당당한 노동자 혹은 삶의 주인이 되어 있을 아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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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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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토끼>로 내게 눈도장 쾅 찍은 래빗홀에서 신간이 나왔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영원한 저녁이 있을 수가 있던가,
호기심이 저녁노을처럼 스며드는 제목이다.
사실 ‘저녁의 연인들’까지는 황학주 시인의 시 제목이다.
그의 시 중 이런 부분이 있다.

“이제 찾아오는 모든 저녁의 애인들이
인적 드문 길을 한동안 잡아들 수 있도록
당신이 나를 수습할 수 있도록
올리브나무 세 그루만 마당에 심었으면”

여기에 ‘영원한’이란 수식어를 붙였다.

사람의 장기를 임플란트처럼 대체할 수 있는 미래다.
하지만 비용이 꽤 되기 때문에 장기렌탈할 금액을 낼 수 없는 이들은 죽음을 선택한다.
그런 죽음을 계획하는 사람들의 연인, 유온이 주인공이다.

따지고 보면 서윤빈 작가님이 저녁의 연인들이라는 시 제목에 ‘영원한’이라는 임플란트 수식어구를 장기렌탈했구나 싶다. 댓가는 무엇으로 지불하려나.

이 소설의 장르를 따지자면 SF Romance 정도 될 것이다. 인상적인 부분은 디테일이다.

“버디의 등장으로 우리 시대의 인간은 장기를 하나씩 임플란트로 갈아 끼우며 영원히 살 수 있게 되었고,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버디, 모드라는 신기술이 등장한다. 이름도 가볍게 참 잘 지었다)

“버디를 달지 않은 옛날 사람들은 막연한 불안에 시달렸다고 하는데, 이 시대에는 불안이 당신에게 직접 말을 건다.”(버디는 3세 경 뇌에 문신하듯 새기는 기술이다. 이제 현대인의 불안이 해결될 날이 머지 않았음을 이 근미래 소설에서 느껴본다. 만세!)
“발전하는 기술은 휴대전화를 바꾸는 걸로 따라잡을 수 있으니 기술 발전에 밀려 버디가 낙후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더 이상 내가 노인이 되었을 때 기술을 못 따라가서 낙후 될 걱정또한 필요없다. 모듈화가 잘 되어 있어 걍 돈으로 휴대전화만 사면 된다)
“기본적으로 운동은 건강에 좋지만, 신체에 불필요한 손상이 쌓여서는 본말 전도다.”(노화에 대한 많은 이론들이 있는데 많이 쓰면 그만큼 많이 닳는다는 게 진리인 세계인 것이다. 지난 주에 궤도님이 티비에 나와서 비만은 10년 내로 해결될 것이라는 이야기 급으로 쇼킹했다)
“근육은 임플란트도 없어.”(아니 장기보다 근육이 훨씬 만들기 쉬울 것 같은데 대체 왜 근육이 없단 말이냐!)
SF 장르는 작가의 상상력을 구경하는 재미가 큰데 이 소설은 120% 만족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유온이 서하와의 데이트로 급하게 나가는 와중에 옷을 잘 차려입는 부분이 있다. 그때 이런 문장이 써 있다. “작은 성의가 큰 차이로 이어지는 법이다. 신이 디테일 안에 산다면 사랑의 신도 아마 그 안에 있을테니.” 그렇다. 이 작가님의 SF 신도 이 디테일에 살고 있는 듯하다.

해가 저무는 시간이다. 중랑천에 가득한 벚꽃 사이로 손을 맞잡은 연인들이 보인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이라 불러본다. 나는 황학주 시인님처럼 올리브 나무 가지 말고 벚꽃 가지로 꽂혀있고 싶다. 일 년에 며칠뿐이지만 이런 꽃길을 만들어내는 저 벚나무는 내년에도 필 것 같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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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베프가 되고 싶어 초등 읽기대장
김지원 지음, 김도아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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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베프가 되고 싶어>

*2학년때 단짝이었던 민정이로부터 곰돌이가 그려진 물병을 작별선물로 받으며 이사 온 소은이가 주인공이다. 전학생인 소은이는 이곳에서 목소리가 큰 동찬이, 그런 동찬이에게 시끄럽다고 귀를 막는 지연이를 만난다. 지연이는 수상한 단짝클럽을 운영하는 아이다. 그 클럽에 끼지 못하는 단아도 만난다.
*나는 이 책의 줄거리보다 줄곧 파란 물빛으로 그려진 이 책이 참 수상했다. 표지에서 2/3을 차지하는 파란 바탕부터 물병을 선물하는 민정이, 파란 원피스와 파란 리본을 달고 있는 지연이, 물빛요정 루루 스티커, 푸른 공작새, 소은이의 눈물, 글에는 써있진 않지만 동물원에서의 친구들과 소은이가 비를 맞고 있는 장면, 지연이가 잃어버린 하늘색 가방, 동찬이의 파란 야구모자 등, 이 책은 푸르른 은유가 가득한 책이었다. 이 물빛의 은유를 수수께끼 삼아 유추하는 즐거움이 있던 책이다.
*생각해보면 2학년때 민정이와 진정한 우정을 경험해본 소은이로서는 지연이의 행동이 요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곳에서 친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급했을 것이고. 물병을 선물해주며 작별인사를 하는 민정이를 따라 물빛의 루루를 선물하지만 지연이는 등급으로 친구를 나누는 아이였고, 소은이처럼 기다려주지 않는 친구였다. 물병을 잃어버린 사건 이후 블랙 루루, 화이트 루루를 요구하는 지연이에게 “네 부탁 못들어주겠어. 먼저 갈게.”(p.80)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소은이가 된다. 민정이가 선물해준 물병은 물을 담는 용도로 우정은 친구를 소중하게 대하는 태도라는 것을 소은이는 알게 된 것이다. 파란 치마를 입고 있던 지연이는 물빛과 닮아 소중하게 담아보려 했지만 오히려 소은이의 눈에 눈물만 쏟는 경험을 한 후 진정한 우정을 알아보고 동찬이에게 소세지를 건넨다. 사실 지연이의 행동은 어른과 다를바 없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나에게 필요한 친구, 필요하지 않은 친구를 나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친구들은 정작 지연이가 가방을 잃어버렸을 때 진위가 가려진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읽으며 첨에 소름이 돋았다. 이 책에 그려진 소은이는 영락없는 슬이였다. 머리길이만 빼면 부스스하고 취향없는 엄마가 골라준 아무 옷이나 걸쳐입고 밖에서 뛰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신경써주지 못하는(사실 나는 비쥬얼 쪽으로는 나도 애아빠도 문외한이라...) 아이의 겉모습은 호감형은 아닐 것이다. 내 아이가 사귀고 싶어하는 친구가 생각하는 등급에서 밑이라면 슬이보다 내가 더 슬펐을 것이다. 지연이는 왜 그랬을까? 지연이의 엄마가 그랬을까? 저 모습은 암만봐도 가까운 누군가의 모습을 따라하는 걸테니 말이다. 난 사실 선생님동화공모전에서 선생님이 쓴 작품이라는 게 충격이기도 했다. 선생님 눈에는 요새 지연이같은 친구들이 많다는 이야기일테니 말이다.

*베프란 무엇일까, 하늘이 파란 날 만나서 재미있게 뛰노는 친구, 비 오는 날이면 그런대로, 함께 맞으며 즐거운 친구. 목마를 때, 꼭 진짜 목마른 거 말고 감정적으로 그럴 때 함께 하면 갈증이 해소되는 친구. 슬플 때 변하지 않는 친구. 우정은 물빛이다. 이 책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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