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 절망의 심연에서 불러낸 환희의 선율 클래식 클라우드 17
최은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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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바바바밤, 빠바바바밤’ 으로 시작하는 <운명 교향곡>, 아시지요. 지금 머릿속에 그 음악 떠올렸지요. 앞부분은 기억하는데 다음은 어떤지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저세상에서 베토벤이 ‘앞부분밖에 기억하지 못한단 말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베토벤, 미안합니다. 또 앞부분 아는 거 있어요. <엘리제를 위하여>. 이건 피아노 배울 때 앞부분만 쳐봤네요. 이렇게 말하고 보니 베토벤 곡은 시작 부분이 인상 깊군요. 처음에 듣는 사람을 집중하게 하려는 걸까요.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엘리제를 위하여’는 본래 ‘테레제를 위하여’래요. 베토벤이 쓴 글자를 옮겨 쓴 사람이 잘못 썼답니다. 줄곧 엘리제를 위하여라 알아선지 이 제목이 더 좋네요. 베토벤이 쓴 곡을 악보로 내기까지 시간도 걸렸답니다. 그래도 베토벤이 쓴 악보를 잘 옮겨쓴 필사가가 있었습니다. 슐레머랍니다. 여기에서 이름만 봤군요. 베토벤은 필사가를 여러 번 바꿨답니다. 한동안이라도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나서 다행이네요.

 

 베토벤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귀가 들리지 않게 되고도 곡을 썼다는 거예요. 음악하는 사람한테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귀인데. 잘 들어야 연주하고 곡도 쓰잖아요. 귀가 잘 들리지 않게 됐을 때 베토벤 무척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걸 잃은 듯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지. 베토벤이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고 연주여행을 하고 발진티푸스를 앓고 귀가 들리지 않게 됐다고 하는데, 정말 발진티푸스 후유증으로 귀가 들리지 않게 됐을지. 여기저기로 연주하러 다니지 않았다면 괜찮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벌써 일어난 일을 그러지 않았다면 했네요. 베토벤이 여기저기에서 연주해서 베토벤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음악활동을 하게 됐답니다. 오스트리아 귀족이 베토벤 음악을 듣고 베토벤을 후원하게 됐어요. 그 후원 때문에 베토벤은 자유롭게 곡을 썼어요. 귀족이 베토벤을 후원해줬다는 거 처음 안 것 같아요. 저는 그저 베토벤이 궁정음악가가 되지 못해 대중이 들을 곡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베토벤 음악은 꽤 남달랐답니다.

 

 고전파음악은 하이든에서 모차르트 그리고 베토벤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베토벤 아버지는 알코올 의존증이었더군요. 그런 것 때문에 베토벤이 더 힘들었겠습니다. 아버지는 베토벤이 모차르트처럼 되기를 바랐다고 하지요. 어머니도 아버지 때문에 힘들었나 봐요. 베토벤이 모차르트한테 음악을 배우려 했을 때 어머니가 아파서 바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래도 베토벤은 모차르트 앞에서 즉흥연주를 했어요.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다른 식으로 피아노를 연주했더군요. 잠깐만 만난 게 다행인 듯합니다. 지금 사람은 두 사람이 만난 일을 엄청나게 여기지만, 그때는 별일 아니다 생각했겠지요. 모차르트가 베토벤 피아노를 듣고 좋은 말 해줬다는데 그 말 진짜일지. 저는 조금 믿지 못하는 것 같군요. 하이든은 오랫동안 궁정악사를 하다가 영주가 바뀌고는 쉬게 됐다고 합니다. 그때 하이든은 독일 본에 가고 베토벤을 만났어요. 나중에 베토벤은 프란츠 선제후와 귀족 후원을 받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서 하이든한테 음악을 배웁니다. 베토벤은 본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답니다.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다른 데서 세상을 떠난 사람 많군요. 카프카는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고 싶어했지만 쉽게 그러지 못하고 떠났다가 죽어서 다시 프라하로 돌아갔다고 하더군요. 카프카가 벗어나고 싶어한 건 아버지일지도.

 

 지금 생각하니 그림 그리는 사람도 오래전에는 왕궁이나 교회에서 그림을 그리라고 했네요. 음악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궁정음악가가 되면 생활은 안정되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이든은 거기에 적응하고 슬기롭게 지냈지만, 모차르트는 궁정음악가가 맞지 않아 자유음악가가 됐지만 힘들게 살았어요. 베토벤은 궁정음악가가 되려 했지만 잘 안 되고 귀족 후원을 받고 음악을 했습니다. 베토벤한테는 그게 더 맞지 않았을까 싶어요. 베토벤은 피아노 연주를 참 힘있게 했답니다. 베토벤 음악에는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건 얼마 없지만. 앞에서 귀가 잘 안 들리게 됐다고 하고는 다음 말 안 했군요. 베토벤은 귀가 잘 안 들리게 되고 쉬려고 하일리겐슈타트에 가요. 거기에서 더 우울함에 빠져 동생한테 유서와 같은 편지를 써요. 그때 베토벤은 죽으려고 한 것 같은데 그걸 쓰다가 음악을 다시 생각합니다. 베토벤이 그때 죽었다면 좋은 음악 남기지 못했겠습니다.

 

 책 맨 앞 그림 보면 베토벤 음악 <합창>이 떠오르는데, 클림트가 그 음악을 생각하고 그린 거더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예전에 베토벤은 소설이나 시에 영향받고 곡을 쓰기도 했는데, 베토벤 음악을 듣고 그림이나 소설 쓴 사람도 있겠습니다.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을 때 자신이 만든 곡 못 들었겠습니다. 그런 말 보니 영화에서 그 장면 본 게 생각났어요. 그 영화 제목은 뭐였는지. 베토벤이 음악은 잘했지만 조카한테는 잘 못했더군요. 조카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모습은 베토벤 아버지 같았습니다. 아들은 아버지가 가진 안 좋은 걸 닮는 것인지. 아쉽네요. 사람이 다 잘 하기는 어렵겠습니다. 베토벤 장례식에는 아주 많은 사람이 왔답니다. 베토벤이 죽고 여러 음악가가 돈을 모아 독일 본에 베토벤 동상을 세웠대요. 베토벤은 본으로 돌아가지 못했지만 동상이 본을 지키겠습니다. 사람은 가도 예술은 영원하네요.

 

 

 

*더하는 말

 

 지난 12월 17일이 베토벤이 태어나고 250년 된 날이었더군요. 그때 이걸 올렸다면 더 좋았을 텐데. 라디오 방송에서 베토벤 이야기 듣다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베토벤 이야기를 보려고 한 건 베토벤이 태어나고 250년이 되어서는 아니고, 다른 소설 보기 전에 베토벤을 조금 알아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돌발성난청이 있는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가 나오는 소설이에요. 그 소설에서는 미사키가 사법연수 받는 모습이 나오지만. 베토벤 음악 때문에 다시 피아니스트가 되려 해요. 그건 언젠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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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12-29 18: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사키 요스케? 들어 본 것도 같은데...
그 소설 이름이 뭔가요?
클래식 FM 최은규 저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들으시는가 봅니다.
올해 베토벤 특집을 두번인가 세번 진행하고 이번 주
마지막 진행하고 있죠. 그거 들으시는가 봅니다.
베토벤 이야기라면 전 <장 크리스토프> 밖에 모르는데.
그건 베토벤 이야기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섞었다죠.
올해 읽어보려고 했는데 1권 중간 어디쯤 읽다 접었슴다.
언제고 다시 붙들어야 할 텐데...ㅠ

희선 2020-12-30 00:34   좋아요 2 | URL
나카야마 시치리가 쓴 피아니스트 탐정 시리즈로 《안녕, 드뷔시》 《잘 자요, 라흐마니노프》 《언제까지나 쇼팽》 《어디선가 베토벤》 첫번째와 조금 다르지만 미사키 요스케도 나오는 듯한 《안녕, 드뷔시 전주곡》이 나왔어요 이건 안 봐서 이렇게 말했군요 다음 이야기를 저는 《한번 더 베토벤》이라 하고 싶은데 어떤 제목으로 나올지 모르겠네요 ‘다시 한번 베토벤’으로 나올지도... 제가 보려고 한 건 이 거예요 이거 다음 이야기는 《합창》으로 나카야마 시치리 책에 나온 사람이 여럿 나오는 듯합니다(다른 책에도 다른 데 나온 사람이 잠깐 나오기도 합니다) 그건 2021년에 문고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카야마 시치리가 쓴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문고는 단행본 나오고 한해 뒤쯤 나오더군요

라디오 방송은 EBS에서 하는 북카페 들었어요 클래식하고 상관없기는 하지만, 베토벤이 태어난 지 250년 됐으니 그날 말했겠지요 그 방송에서 가끔 클래식 나오기도 해요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베토벤 이야기 그 책 알기는 해요 그 소설 언젠가 보시기를 바랍니다 보려고 마음 먹으면 끝까지 보기도 할 거예요


희선
 
명리심리학 -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양창순 지음 / 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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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 전에 우연히 이 책 제목을 봤는데, 나중에 이렇게 보게 됐다. 이것도 우연이 아니고 운명일까. 운명이란 말을 하다니. 사람은 누군가 쓴 이야기대로 살아간다는 말도 있다. 그건 우주일까, 신일까. 그런 거 별로 믿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좋은 걸 바라지도 않는다. 난 그저 조용히 살고 싶다(여러 번 말하는구나). 이런 생각 언제부터 했던가. 지금까지 산 거 아주 힘들었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괜찮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사람은 다 괜찮은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다. 그건 나도 안다. 그래도 이런 말하기도 한다. 복이 있다는 말. 부모 복 자식 복 같은. 부모 복 없다 여기는 자식 부모는 자식 복 없다 여길지도. 이 책을 보니 부모 복이나 자식 복 있는 사주도 있을 것 같다. 그런 게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엄마가 아이를 줄곧 거부하는 건 사주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처음 되고 잘 몰라서 아이를 멀리 할 때도 있겠지만, 그런 건 시간이 가면 조금씩 나아진다. 부모는 아이를 낳는다고 다 되지 않고 아이가 자라는 것과 함께 부모가 된다.

 

 살다보면 자신과 마음이 잘 안 맞고 껄끄러운 사람이 있기도 하다. 난 다 그런 것 같은데. 그건 내가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하고 만나지 않아설지도. 괜찮았던 적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은 사주에 그런 게 들어있어서란다. 그러면 그런 사람과는 멀리해야 할까. 꼭 알아야 하지 않아도 된다면 억지로 사귀지 않아도 괜찮겠다. 그런 게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없을까. 어쩐지 난 있을 것 같다. 본래 그렇다는 걸 인정하면 조금 나을까. 아니면 사주에 맞지 않는 게 있으니 어떻게 하면 나아질지 생각하는 게 좋을까. 이것도 자유롭게 하는 게 낫겠다. 내가 이렇구나. 난 안 맞는 거 억지로 맞추는 거 싫다. 사주 같은 걸 알고 이런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난 사주하고 상관없이 싫어하는 걸지도. 아니다 어쩌면 시간이 흐르면서 안 좋은 기가 생겼을지도. 기 흐름이 안 좋다고 해야 할까.

 

 명리학이 어떤 건지 나도 잘 모른다. 이 책 봐도 사주풀이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자기 생년월일시로 사주풀이 하는 건 나오지 않았다. 그건 자신이 공부해서 알아야 하는 걸지도. 다른 사람 사주를 보기로 들어서 말한다. 그것도 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나만 있으면 안 좋지만 그것과 반대되는 것이 있으면 괜찮단다. 사주도 기의 균형과 조화가 있어야 하는구나. 음양오행이라는 말도 있다. 이게 늘 그대로는 아니란다. 누구나 갖고 태어나는 건 있다고 해도 살면서 바뀌기도 한단다. 이건 당연한 거겠다. 사람은 다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환경에 따라 성격이 바뀐다. 그래도 자신이 가진 게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바뀐다면서 달라지지 않는다 말하다니. 앞뒤가 안 맞구나. 운이 움직인다고 한다. 운이 좋을 때가 있고 안 좋을 때 있지 않은가. 운이 좋든 안 좋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겠다.

 

 이 책을 쓴 양창순은 정신과 의사로 명리학과 주역을 공부했다. 정신의학에서도 성격 검사로 그 사람을 안단다. 명리학은 동양 성격학이란다.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고 한다. 이걸 보다보니 운명은 바꾸지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운명을 거스르지 못한 옛날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그건 아니겠지. 무슨 일이든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보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운이 바뀔 거다. 안 좋은 게 확 바뀌지 않아도 아주 조금은 바뀔 거다. 그렇게 믿고 싶다. 좋은 사주를 타고 나도 애쓰지 않으면 그것대로 살지 못한다고도 한다. 천재도 그렇지 않나. 자기 재능만 믿고 게으름 피우면 애쓰는 사람한테 따라잡힐 거다. 하지만 천재가 애쓰면 평범한 사람은 따라가기 힘들다. 그래도 자기 속도대로 하는 게 좋다. 꼭 명리학이 아니어도 어떻게 살면 좋을지 생각해봐도 괜찮겠다.

 

 한국 사람은 사주팔자가 그렇다 하면 그걸 받아들일까. 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도 안 되는 건 있다. 난 그런 거 잘 안 하는구나. 아니 처음부터 안 하는 건 아니다. 그건 일보다 사람 사귀기다. 사람 사귀는 것도 일이라 하면 되겠다. 내가 사람 사귀는 건 인터넷에서지만. 실제 만나는 것도 아닌데 난 쉽게 지친다. 그래서 많은 사람 못 사귄다. 이건 주역에 나오는 어떤 살과 상관있을 텐데. 난 그런 살이 없구나. 사람을 끌어들이는. 오히려 난 다른 사람이 멀리 가게 할지도. 그런 것도 있으려나. 좋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 책 한권만 보고 명리학 알기 어렵겠다. 명리학에서는 사람을 자연 한부분으로 여기고 우주의 기로 자신을 안단다. 사람은 자신을 알려고 사는 걸까. 자신을 알아야 남도 조금 알겠다. 명리학이 아니어도 자신이 어떤지 들여다보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사는 거 조금 편하겠지. 자신한테 없는 것보다 있는 걸 찾는 것도 좋겠다.

 

 

 

희선

 

 

 

 

☆―

 

 내 마음이 건강하면 바깥에서 비바람이 몰아쳐도 웬만큼 견딜 수 있다. 삶의 고비마다 찾아오는 어려움에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런 생각과 자세를 갖는 것이야말로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곧, 심상(心像)을 갈고닦고자 애쓸 때 운명도 내 편이 된다.  (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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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28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성격유형검사 16가지로 분류해 놓은거 12분 내외짜리 검사로 인간 유형 평가하는게 꽤 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랬어요 ^0^

희선 2020-12-29 00:47   좋아요 1 | URL
사람 성격이 열여섯가지만은 아닐 텐데, 그건 그저 참고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검사 같은 거 한 걸 보면 맞는 것도 있지만 자신과 다른 것도 있을 텐데... 정신과의사는 그렇게 생각하겠지요


희선
 
품위 있는 삶
정소현 지음 / 창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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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100세 시대라 하지만, 진짜 백살까지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고 백살이 됐을 때 자신을 잊지 않을 사람은 얼마나 될지. 일흔 여든도 참 먼 느낌인데 백살은 더 멀다. 난 백살까지 살기 어려울 것 같다.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든다. 별일 없어도 우울하기도 한데. 큰 걱정도 없으면서 우울하다 하면 안 되겠지.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나도 모르는 바람이 마음속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 게 없어지면 마음이 편해지고 덜 우울하려나. 나이를 먹으면 여러 가지를 덜 생각한다고 하던데, 내게도 그런 때가 찾아올지. 그때는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아서 다른 마음은 생기지 않을지도.

 

 난 나중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 산다. 아니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니고 준비하지 않았다고 해야겠구나.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돈이 없으면 살기 어렵다. 그런 준비 말이다. 맨 처음에 나오는 소설은 <품위 있는 삶, 110세 보험>이다. 이 소설은 지금이 아니고 앞날이구나. 2055년, 2058년. 그래서 110세였다. 지금은 100세 보험일지도. 나윤승이 든 보험은 집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고 집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거다. 윤승은 마흔까지는 노후를 생각하지 않았는데, 쉰이 되고 생각하게 됐다. 자식도 남편도 없고 믿을 건 돈밖에 없다고. 하지만 처음부터 윤승이 그랬던 건 아니다. 아버지가 알츠하이머에 걸리고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자 나윤승과 어머니는 아버지를 안락사시켰다(지금은 안락사 안 된다. 여기 나온 때는 지금보다 나중이다). 그 뒤 어머니는 우울증에 걸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윤승은 결혼하고 아이가 생겼는데 아이한테 사고가 나고 뇌사 상태가 되었다. 그때는 남편과 아들 호흡기 떼는 데 동의한다. 의사인 남편은 오지로 의료 봉사활동하러 가고 윤승은 일만 한다. 그러다 ‘품위 있는 사람-110세 보험’을 알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윤승이 만 일흔살이 되자 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 집으로 음식을 해주러 사람이 오고 청소하는 사람도 온다. 윤승은 문화생활을 하고 즐겁게 산다. 하지만 여든이 되고 조금 이상해진다. 치매가 나타났다고 해야겠구나. 여든 넷에는 더 심해진다. 그렇다 해도 윤승은 즐겁게 산다. 보험회사에 앞으로도 보험을 한다는 동영상을 찍어 보낸다. 하지만 이 보험에는 치매증상이 나타나고 검사받고 치매 판정을 받으면 치매 안락사라는 특약이 된다. 윤승은 다른 것보다 그게 있어서 많은 돈을 내고 보험에 든 거다. 아버지와 자식을 죽게 한 자신은 즐거우면 안 된다면서. 보험을 들 때는 그랬지만, 여든넷이 된 윤승은 나아 보였다. 지난 일을 잊어서 그랬지만, 무엇이 좋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치매라 해도 그때를 즐긴다면 더 살아도 나쁠 건 없지 않나 싶은데. 보험료도 냈으니 보험회사에서 돌보면 되는 거 아닌가. 소설 보고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내가 그렇게 된다면 살기 싫을지도. 아직 오지 않은 걸 벌써부터 걱정하는구나. 지금을 즐겁게 살아야 할 텐데.

 

 다음 소설 <어제의 일들>은 예전에 본 적 있다. 세번째 소설인 <지옥의 형태>와 이어진 소설이기도 하다. ‘어제의 일들’에서 상현은 고등학생 때 아이들의 괴롭힘과 괴로운 일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머리를 다치고 기억을 잘 못하게 됐다. 상현은 자신을 돌봐준 간병인을 어머니라 하고 함께 살다가 어머니가 하는 주차장 일을 한다. 거기가 잘 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데 주차장이 생겨서 손님이 거의 오지 않았다. 그래도 상현한테는 그곳이 가장 좋았다. 어느 날 오랜만에 손님이 오는데 그 사람은 상현을 알아보고 자신은 중학생 때 친하게 지낸 율희라 한다. 율희는 상현한테 자꾸 무언가를 주었다. 그리고 중학생 때 있었던 일도 말했다. 상현은 잊어버린 일을. 지금은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일들을. 상현은 처음에는 율희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걸 공책에 적었지만 곧 하지 않게 된다. 율희가 주는 물건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상현이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한 건 율희가 한 말 때문이었다. 난 율희가 상현한테 미안해서 이런저런 거 주는 건가 했는데, <지옥의 형태>를 보니 그게 아닌 듯했다. 율희는 상현한테 물건을 주고 자신한테 붙잡아두려한 건 아니었을까 싶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죽은 사람은 율희 같다. 율희는 자신이 딸이어서 부모한테 인정받지 못했다고 여겼다. 늘 마음이 바깥으로 갔다. 난 상현보다 율희와 비슷할지도. 나도 상현 같은 사람 부럽다. 뭐가 부럽냐면 혼자만의 세계에서도 잘 사는 게. 율희는 사람들이 다 자신을 떠난다 여긴다. 남편과 딸도. <지옥의 형태>에서 ‘나’는 죽어서도 그 기억을 되풀이한다. ‘나’한테는 그게 지옥이다.

 

 청계천에 정말 개미촌이 있었구나. 그러면 <그 밑, 바로 옆>은 예전 이야길까. 꼭 그렇지는 않다. 청계천 복원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니. 견이는 할머니가 죽고 땅속에 홀로 남았다. 할머니는 죽었는데 견이한테 삼촌한테 돈을 달라고 하라거나 어딘가에 찾아가라는 말을 한다. 할머니 말대로 했더니 견이는 진짜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와 동생도 만났다. 견이는 좋은 아파트에 살게 되지만 그곳은 추웠다. 견이는 다시 할머니한테 돌아온다. 그 뒤 견이는 어떻게 됐을지. 식구라 해도 오래 떨어져 살면 남이나 마찬가지다. 견이는 가난해도 할머니와 살 때가 더 따듯했겠지. <엔터 샌드맨>은 같은 사고를 겪고 살아 남은 두 사람 지수와 지훈의 이야기다. 지수는 친구 은하와 함께 있었는데 혼자 살아 남아 죄책감을 가졌다. 사고가 나고 살아 남은 사람은 죄책감을 느끼겠지. 그런 두 사람이 오래 잘 지낼까. 처음에는 괜찮아도 시간이 흐르면 달라질 것 같다. 그래도 친구로라도 지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마지막 소설은 거의 끝날 때쯤 반전이 기다린다. 삼촌과 철완(<꾸꾸루 삼촌>). 이 말만 쓸 거였다면 한번만 봐도 괜찮았을 걸 그랬다. 두번 봐도 잘 못 쓰는구나. 한국 단편소설은 늘 그렇다.

 

 

 

희선

 

 

 

 

☆―

 

 처음에 불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훗날 행운으로 바뀐 것이 꽤 있는 걸 보면, 살아 있는 게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일들>에서, 63쪽)

 


 “모든 게 화무십일홍인 거라. 후회하고 원망하고 애끊으면 뭐 해. 좋은 날도 더러운 날도 다 지나가. 어차피 관 뚜껑 덮고 들어가면 다 똑같아. 그게 얼마나 다행이야.”  (<어제의 일들>에서,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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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0-12-25 0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있을지 모를 미래군요. 희선님 쓴 글을 보니 소설이 궁금해집니다. 검색 돌입^^ 근데요, 희선님 글에선 목소리도 들리고 표정이나 몸짓이 전해져요. 신기하죠^^;;

희선 2020-12-26 00:19   좋아요 0 | URL
언젠가 이런 세상이 올 것 같기도 합니다 그전에 인류가 살아 남을지... 지금 기후변화가 심해서... 이런 생각하면 안 되겠지요 지금부터라도 더 나빠지지 않게 해야죠 글에서 말하는 것 같은 걸 느끼시다니 그건 좋은 거겠지요


희선

서니데이 2020-12-25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메리크리스마스.
성탄의 기쁨을 나누며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휴 보내세요.^^

희선 2020-12-26 00:21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 님 성탄절 잘 지내셨어요 그날이 지나고 말았네요 저는 게으르게 지냈습니다 요새 늘 그러네요 서니데이 님 주말입니다 주말 편안하게 지내세요


희선
 
우리는 자살을 모른다 - 문학으로 읽는 죽음을 선택하는 마음
임민경 지음 / 들녘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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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어떤 일을 거치면 스스로 죽고 싶어할까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힘든 일이고, 다음에는 우울증이나 알코올 의존증이에요. 이런저런 일을 겪어도 다시 시작해야지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두가 그렇게 긍정스런 생각만 하지 않아요. 이 책을 보니 저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적은 없지만 그전까지 간 적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9년에는 더욱 그러기는 했는데, 그때 있었던 일이나 그때가 지나서 이제는 좀 낫습니다. 하지만 다시 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안나 카레니나처럼 모든 사람한테 안 좋은 눈길을 받은 적은 없지만 오바 요조처럼 어딘가에 소속감 느끼지 못하고 차라리 내가 없으면 낫겠다 하는 생각을 한 일은 있어요. 가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도 빠집니다. 저도 베르테르처럼 덫에 빠져 죽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생각하기도 했어요. 죽으면 편하고 모든 것에서 자유롭겠구나. 그런 생각했는데도 아직 살아 있네요. 사실은 내가 왜 누군가 때문에 죽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어서예요. 누구 좋으라고 같은. 이런 마음은 뭘지.

 

 소설을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나오기도 하죠. 안나 카레니나는 불륜을 저지르고 남편과 헤어지고 브론스키와 살았더군요. 잠깐은 좋았지만 그 시대가 불륜이나 이혼을 그리 좋게 여기지 않은 듯합니다. 그건 여자만 해당하겠군요. 안나는 아들과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나중에 아이를 낳고 죽을 고비를 넘겼지요. 언제가 라디오 방송에서 그 부분 들으면서 안나 괜찮을까 했어요. 안나는 앞날에 희망을 갖지 못하고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져 죽는데. 그때는 그걸 몰랐던 건지. 안나가 처음부터 죽음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텐데. 많은 게 안나가 죽게 만든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다자이 오사무 소설 《인간 실격》에 나오는 오바 요조는 여러 번이나 죽으려다 나중에는 약물에 중독되고 정신병원에 끌려가고 시골에서 요양하는 걸로 끝나는군요. 예전에 한번 봤는데, 요조와 그 소설을 쓴 다자이 오사무를 함께 생각해서 요조도 죽었던가 했군요. 다자이 오사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잖아요. 다자이 오사무가 쓴 소설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이 여러 번 나온 듯해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사람은 그걸 되풀이하고 죽기도 합니다. 죽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을지도.

 

 오래전에 괴테는 자기 경험과 친구 경험을 섞은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습니다. 괴테는 그걸 쓰고 다시 보지 않았답니다. 그럴 수가. 괴테 대신 베르테르가 죽어서 괴테는 오래 살았을까요. 그런 게 없지 않을지도. 그 소설 때문에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많았다고 하더군요. 그 책 읽게 하면 안 된다는 말도 나왔답니다. 자살 전염을 베르테르 효과라 하는군요. 그건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걸 따르듯 죽는 것이기도 하더군요. 많은 사람한테 이름이 잘 알려진 사람은 힘든 일이 생기면 거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르겠어요. 그 사람을 보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죽기도 한답니다. 죽을 힘으로 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살 힘은 오래 가져야 하지만 죽을 힘은 한번이면 되기는 해요. 이런 말을 하다니. 살아서 하고 싶은 걸 생각하는 걸 보면 죽기보다 살고 싶은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예술가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많군요. 아니 약물중독이나 알코올 의존증으로 죽었다고 해야 할까요. 작가도 있지요. 여기서는 문학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 마음을 보고 작가를 말합니다. 실비아 플라스는 공부 잘하고 시인이 되기도 했는데, 자신을 아주 작게 느낀 적도 있더군요. 그 충격이 꽤 컸나 봅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 《벨자》라 합니다. 실비아 플라스는 한번 죽을 뻔하다 살아나고 그 뒤에는 죽음에서 벗어난 듯했는데, 결혼하고 아이 낳고는 다시 우울증에 빠진 것 같아요. 남편 영향도 있었겠지요. 그러고 보니 이 말 여기에는 나오지 않았군요. 실비아 플라스는 아주 죽으려 한 건 아니었던가 봐요. 죽으려다 살아나는 걸 또 겪으려 하다니. 늘 죽으려던 사람이 다시 살아야겠다 생각하고 사고로 죽는 이야기 생각나는군요. 실비아 플라스가 좀 더 나중에 태어나고 심리치료를 받았다면 나았을지. 그건 모르겠군요.

 

 버지니아 울프는 오랫동안 양극성 장애를 겪었답니다. 이것도 정확한 건 아닐지도 모른답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쓴 글을 보고 그렇게 생각한 듯합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을 때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 병이 다시 나타나고 낫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어요. 자신이 자신을 잘 붙들고 살기 어려운 듯합니다. 둘레 사람이 도와주면 좀 나을지. 하지만 자꾸 안 좋은 모습을 보다보면 마음이 떠날지도 모르겠군요. 양극성 장애는 아주 낫지 않는가 봅니다. 그래도 좋아진답니다. 우울증도 다르지 않군요. 지금 사람은 거의 우울증 조금은 있지 않을까요. 그런 자신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약이나 술로 그때를 벗어나려 하기보다 다른 걸 찾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술 안 좋아하고 약도 안 좋아해요. 그래서 우울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지 않는 걸지도. 저한테 약은 책밖에 없습니다. 걷기도 좋지요. 몸 움직이기. 세로토닌이 모자라도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답니다. 예전에 날마다 죽고 싶다 생각한 건 세로토닌이 모자라서였던 걸지도. 버지니아 울프는 휴식치료라고 오랫동안 누워 지내야 했답니다. 그런 걸 생각한 적도 있다니. 지금은 정신이나 심리치료 많이 좋아졌습니다. 자신이 어쩌지 못할 때는 치료 받아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사람뿐 아니라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습니다. 우주 법칙이 그렇지요. 누구한테나 죽음은 찾아옵니다. 자신이 그날을 앞당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도 존중해야 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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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드릴게요 - 정세랑 소설집
정세랑 지음 / 아작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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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밑에 걸 샀다, 이건 동네 책방에서만 살 수 있단다

 

 

 

 앞날을 그린 만화영화를 보면 인류는 우주로 나갔다. 지구는 인류가 살 수 없는 별이 되어 지구를 버리고 다른 별을 지구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그런 건 만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겠지. 아직 인류는 우주로 가지 못한다. 우주에 도시를 만든다니 그런 거 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있어야 할 거다. 그전에 인류가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인류가 지구를 망친 걸 생각하니 앞날이 그리 밝지 않다. 지구온난화로 지구 온도는 올라가고 빙하는 녹고 자연재해가 일어나니. 이건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다.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다. 2020년에는 더했다. 코로나19부터 시작해 긴 장마 센 태풍. 무언가를 망치는 데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지만, 좋게 만드는 데는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릴 거다. 되돌아갈 수 있을까. 이러다 정말 대멸종이 일어나는 거 아닐까. 걱정이구나.

 

 이 소설집에는 대멸종이 일어나고 200년이 지난 지구가 나오기도 한다. <7교시>. 겨우 200년 뒤에 인류가 다시 살아갈까. 시간 더 걸리지 않을까. 인류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본 소설에 아주아주 나중이 나왔는데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에 사람이 살았다. 난 그걸 보고 의문을 가졌다. 앞날이면 과학이 발달해서 기계가 많을 것 같았는데 그 반대였으니. 자동화 기계가 있는 앞날, 자연으로 둘러싸인 앞날. 어느 쪽이든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앞날 사람은 20세기, 21세기 사람을 보고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할지도. <리셋>에서는 앞날 사람이 커다란 지렁이를 보내 지구를 아주 바꾸려 한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것도 모르고 죽은 사람도 많을 거 아닌가. 커다라 지렁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구나. 지렁이가 흙을 좋게 해도.

 

 사람 몸 한부분만이 시간 여행할 수 있을까.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걸 찾으러 간다. <미싱 핑거와 점핑 걸의 대모험>이다. 몸 한부분이 멋대로 시간 여행하는 사람이 한사람이 아니었나 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연고를 만들었으니. 점핑 걸은 미싱 핑거와 손가락 찾으러 가는 걸 즐거워했지만. 이 소설은 <시간 여행자의 아내>가 생각나는 이야기다. <11분의 1>은 평범해 보였는데 평범하지 않은 일이 나왔다. 몸이 아픈 사람을 얼렸다가 다시 살리는 거다. 사람은 몸이 없어도 정신(마음)이 그대로면 괜찮을까. 그렇게 되는 건 아니지만 몸이 예전과 달라진다. 그래도 열한번째 오빠인 기준은 유경을 만나서 기뻐했다. 기준을 치료하는 데 든 돈을 목성 위성에 가서 일해서 갚아야 했다. 지구 어딘가가 아니고 목성 위성 에우로파라니. 언제가 사람은 몸을 버리기도 할까. 그런 이야기가 처음은 아니구나.

 

 지구를 바라보는 누군가는 지구와 비슷한 걸 만들기도 할지. <모조 지구 혁명기>에서 디자이너가 그랬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만든 건 지구와 많이 달랐다. 그런 거 보니 돈 많은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걸로 집을 꾸미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걸 만드는 게 생각나기도 했다. 정세랑은 이 이야기를 독재자를 물리치는 거다 했다. 그렇구나. 여기에는 천사도 나오고 고양이 인간 나팔꽃 언니도 나온다. 이런 상상을 하다니. <리틀 베이비 블루 필>은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만든 약이 여러 가지에 쓰이는 이야기다. 부작용이 없다고 했지만, 그걸 쓰고 80여 년이 지나고 아이들한테 인지장애가 나타났다. 지금도 알츠하이머병은 어떻게 하면 나을지 연구하겠지. 이 소설에 나온 것처럼 수험생이나 애인이 좋은 날을 기억하려 하고 범죄 증인이 되거나 고문에 쓰이지 않아야 할 텐데. 약을 먹고 세시간 동안 일을 다 기억한다면 약 먹는 사람 있을지도. 그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소설집 제목과 같은 <목소리를 드릴게요>에는 어떤 힘을 가진 사람이 나온다. 그걸 초능력이라 할 수도 있겠구나. 초능력 하면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는 힘일 듯한데. 목소리가 살인자가 되게 하고 머리카락이 사람을 선동하고, 자신은 괜찮지만 남한테 바이러스를 옮기는 사람이 있었다. 시체를 먹는 구울도. 그런 사람을 정부에서 관리했다. 여기에는 몇 사람만 나왔지만 그런 사람이 더 있었겠다. 연선은 여러 사람이 무언가에 중독되게 해서 수용소에 들어왔는데 몸이 아팠다. 어떤 힘이 있는 사람끼리는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 수용소 사람은 연선은 괴물이 아니다 하면서 연선이 거기에서 빠져나가게 한다. 연선은 정말 아니었을까. 아니면 승윤 생각처럼 모두를 중독에 빠지게 했을지. 얼굴이 기억에 남지 않는 연선, 수수께끼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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