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의 살인사건, 실로 무서운 것은
우타노 쇼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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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D의 살인사건 다음에 나오는 말 ‘실로 무서운 것’이 무얼까 했다. 우타노 쇼고가 처음에 쓴 글을 보고 여기 담긴 소설이 에도가와 란포 소설을 지금 시대에 맞게 썼다는 걸 알았다. 우타노 쇼고는 어릴 때부터 에도가와 란포 소설을 봤다고 한다. 에도가와 란포가 추리소설을 썼을 때 다른 소설가도 있었겠지만. 난 에도가와 란포와 같은 때 추리소설을 쓴 사람을 거의 모른다. 에도가와 란포가 요코미조 세이시한테 추리소설을 써 보라 말했다는 건 안다. 두 사람이 친하게 지냈을 거다. 에도가와 란포 소설보다 요코미조 세이시 소설을 조금 더 많이 본 것 같다. 에도가와 란포는 거의 이름만 알고 2019년에 단편 중편이 담긴 걸 만났다. 거기에서 본 건 여기에는 없다. <천장 위 산책자> 이야기는 <음울한 짐승의 환희>에 나오는구나.

 

 내가 에도가와 란포 소설은 별로 못 만났지만, 에도가와 란포한테 영향 받은 소설가 책은 많이 만나지 않았을까 싶다(추리, 미스터리 많이 본 사람보다 여전히 적지만). 많은 일본 소설가가 에도가와 란포한테 영향 받았겠지. 그리고 마쓰모토 세이초도. 란포와 세이초 비슷한 점 있지 않을까. 어딘가에 다니기 좋아하는 거. 란포는 글이 잘 쓰이지 않으면 여기저기 다녔다고 한다. 에도가와 란포를 많이 생각나게 하는 건 오래된 만화 <명탐정 코난>이다. 에도가와 코난은 에도가와 란포와 코난 도일 이름을 합친 거다. 코난인 쿠도 신이치는 홈즈를 더 좋아하던가. 란포 소설도 읽었겠지. 코난은 이것저것 아는 거 많다. 란포가 코난을 알았다면 참 기뻐했을 것 같다. 코난 이야기는 전에도 했던가.

 

 예전에 다른 책에서 <인간 의자>와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오시에 : 꽃, 새, 인물 모양 판지를 여러 빛깔 헝겊으로 감싸 솜으로 높낮이 효과를 주어 판자에 붙이는 전통 공예품) 이야기는 조금 봤다. 우타노 쇼고는 <인간? 의자!>와 <스마트폰과 여행하는 남자>로 썼다. 사람이 의자에 들어가는 건 <검은 도마뱀>에도 나오기는 한다. ‘인간 의자’에 나오는 건 다른 의자구나. 사람이 의자(1인용 소파)에 들어가게 의자를 개조해서 그 안에 들어가는 건데, 인간? 의자!에도 그런 게 나올까 하면서 봤다. 여기에서는 말뿐이었지만 이상한 일이 일어나서 그 말을 들은 사람은 그걸 믿고 큰일을 저지르고 만다. 책을 보면서 내가 생각한 말이 나와서 조금 신기했다. 그건 뭐라 해야 할까. 누구나 책을 보면서 그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복수하려고 오랜 시간을 들이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이야기 <스마트폰과 여행하는 이야기>는 조금 상상이 되지 않나. 그렇기는 해도 지금은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여기에서는 그걸 어떻게 나타냈을까. 어떤 복제 인공지능이 스마트폰 화면에 보였다. 인공지능 자체가 스마트폰 안에 든 건 아닌 듯했다. 첨단과학이 나오면서 환상도 나온다. 이걸 보면서 나도 스마트폰과 다니는 사람 이야기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밖에 못했다. 그때 바로 썼다면 좋았을지. 이걸 보다보니 <나츠메 우인장>에서 본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건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에 영향 받았을까. 나츠메 우인장에서는 요괴가 그림을 가지고 여기저기 다닌다. 그 요괴는 자신이 만났던 사람이 그림속에 들어갔다 여겼다. 그 사람이 정말 그림속에 들어갔는지 그저 그 사람을 그린 그림일 뿐인지 그건 모른다. 난 이런 쪽이 더 좋은데. 스마트폰에도 누군가의 영혼이 들어갔으려나 했다. 우타노 쇼고는 인공지능을 썼구나.

 

 책 제목이기도 한 <D의 살인, 실로 무서운 것은>에는 무서운 초등학생이 나온다. 무섭다고 하다니. 그만큼 그 아이가 상처받아서 친구라 여긴 사람(어른)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했겠지. 그 사람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러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밖에 말하지 않다니. 어쩐지 요즘 어린이는 똑똑하고 무섭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 아이만 있지 않겠지. 그래야 할 텐데. <‘오세이 등장’을 읽는 남자>는 이상 소설 <날개>가 생각나게 했다. 아니 이건 에도가와 란포 소설 <오세이 등장>이 그랬다. 폐병 걸린 남편과 다른 사람을 만나는 아내라는 게. 우타노 쇼고가 쓴 소설에서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남편과 아내가 나오고, 남편은 치매를 앓는 아내 아버지를 돌봤다. 그렇다고 좋은 남편이냐 하면 아니다. 남편인 타로는 장인이 죽기를 바라는 생각을 하고 자신이 먼저 의류함에 들어간다. 그렇게 들어가고 뚜껑을 닫으려 할 때, 난 마음속으로 타로가 저기에 들어가면 갇히겠구나 했다. 실제 그렇게 된다. 그래도 한번 살 기회가 있었는데 놓치고 만다.

 

 소설이 시작하기 전에 짧게 에도가와 란포 소설을 소개한다. 그것과 비슷한 것도 있고 조금 달라 보이는 것도 있다. <붉은 방은 어떻게 바뀌었는가?>는 연극으로 많은 사람을 속이는데 비극으로 끝난다. 본래는 아무도 죽지 않았는데. <음울한 짐승의 환희>는 망상을 즐기던 사람이 그걸 깨어버려셔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 <비인간스런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암호풀이구나. 그걸 하는 사람은 즐거웠겠지만 그건 듣는 사람은 그저 그래 보였다. 아니 그래도 잠시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구나. 우타노 쇼고가 쓴 소설을 보니 에도가와 란포 소설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그 소설을 만날지.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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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메러디스 메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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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에는 사람뿐 아니라 여러 동, 식물이 산다. 동물 안에 곤충이 들어갈까. 곤충은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데 아주아주 옛날에는 컸다고 한다. 크기가 작아져서 오래 살지 못하게 된 건 아닐까. 오래 살지 못하는 만큼 아주 많은 알을 낳는 거겠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이어왔겠지. 벌은 어떨까. 사실 난 벌을 잘 모른다. 아는 건 그저 벌이 사라지면 사람도 살기 어렵다는 것 정도다. 이제는 이 말이 어울릴 듯하다. ‘그 많던 벌은 모두 어디에 갔을까’다. 곤충에는 무리지어 사는 게 있는데 개미와 벌이 그렇지 않나 싶다. 그밖에도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게 있던가. 잘 모르겠다. 벌과 개미는 많이 닮았구나. 일벌이 암컷인 것처럼 일개미도 암컷이겠다. 벌과 개미는 모계사회구나. 여왕벌이나 여왕개미는 그리 좋지 않을 듯하다. 거의 알만 낳을 테니 말이다. 이건 내가 사람이어서 그런 걸지도. 벌 수컷도 그리 좋지 않다. 결혼 비행을 하고 나면 죽고 겨울에는 벌집에서 쫓겨난다. 그건 벌과 개미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사람이 간섭하면 안 되겠구나. 벌만 말해야 하는데 개미도 말하다니.

 

 이 책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는 소설이 아니다. 처음에는 소설인지 알았는데, 작가인 메러디스 메이가 쓴 산문이다(산문 소설). 어린 시절을 썼다고 해야겠구나. 지금 메러디스는 저널리스트면서 벌치기도 한다. 이야기는 메러디스가 다섯살인 1975년부터 시작한다. 들어가는 글은 1980년이지만. 메러디스가 다섯살일 때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고 엄마와 메러디스 그리고 동생 매슈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집에 살게 된다. 메러디스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사는 건 잠시일 거다 여겼다. 아빠가 와서 자신들을 데리고 가리라 믿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가 메러디스와 동생을 돌봐야 했는데, 엄마는 방에만 있었다. 어쩌다 한번 나와서는 메러디스와 매슈를 힘들게 했다. 아이를 낳는다고 다 부모가 되는 건 아니다.

 

 엄마는 아빠와 헤어지고 자기 삶은 실패했다고 여긴 걸까. 어릴 적 상처 때문에 다시 일어서지 못한 건지. 메러디스는 대학에 가게 됐을 때 엄마가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 맞은 일을 알게 된다. 함께 사는 할아버지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다. 메러디스는 할아버지가 한 사람 더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좀 혼란스러워했다. 그때 할아버지는 여왕벌이 새끼를 돌보지 않고 유모벌이 대리 부모라는 걸 알려준다. 유치원도 부모가 가서 말하기도 하는가 보다. 메러디스가 유치원에 다닐 때 아빠와 함께 하는 공부 시간이 있었다. 그때 할아버지가 함께 가겠다고 한다. 메러디스는 할아버지를 좋아하고 아빠 대신 온다고 해서 기뻤지만 조금 걱정했다. 할아버지는 유치원에 가는 날 수염도 깎고 잘 차려 입었다. 할아버지가 말할 차례가 왔을 때는 멋지게 말하고 벌 이야기도 했다. 메러디스한테는 할아버지와 벌이 부모나 마찬가지였다. 피붙이는 아니었지만 할아버지는 메러디스와 매슈를 자기 손자처럼 여겼다.

 

 할머니도 나름대로 메러디스와 매슈한테 마음 썼지만, 딸인 엄마를 더 생각했다. 어쩌면 그건 엄마가 어렸을 때 할머니가 엄마를 제대로 도와주지 못해설지도 모르겠다. 할머니도 예전 남편한테 맞았다. 헤어져서 다행이구나. 할머니가 다시 결혼한 사람은 배관공에 벌치는 사람이었다. 할아버지는 결혼할 마음이 없었는데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살지 않았다면 메러디스와 매슈가 더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건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메러디스가 처음부터 벌을 좋아한 건 아니다. 메러디스는 벌이 사람을 쏜다고 여기고 죽이려 했다. 그때 할아버지는 메러디스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하고, 사람이 벌을 건드리지 않으면 괜찮다고 했다. 그때부터 메러디스는 벌한테 관심을 가지고 할아버지와 벌통을 보러 가거나 벌떼가 나타났다는 전화가 오면 할아버지를 따라갔다.

 

 벌이 늘어나거나 살던 곳이 안 좋으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데 그때 모두가 함께 결정한다고 한다. 집은 따듯한 봄에 옮겼다. 벌은 일을 나누어서 한다. 이런 건 다들 조금 알지도 모르겠다. 벌이 사는 사회야말로 공동체구나. 어릴 때 메러디스는 엄마가 자신과 동생을 돌아보리라 여겼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엄마가 알코올 의존증이나 약물 중독이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가. 할머니 할아버지 옆집에 살게 됐을 때는 엄마가 메러디스를 심하게 대했다. 그때 메러디스는 중학생으로 사춘기였다. 사춘기 때 겪는 일도 누가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1980년대 미국도 성교육을 제대로 안 했나 보다. 할아버지는 메러디스가 앞날을 생각하게 이끌어 주었다. 메러디스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가려 했다. 아빠는 여름마다 만났다. 멀리 있어서 그렇게 많은 도움은 되지 않았겠지만 멀리에라도 있어서 괜찮았겠지.

 

 이제는 벌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는 그걸 1980년대에 알았구나. 그때도 세상은 빨리 바뀌었겠지. 벌에 부저병이 생겼을 때 메러디스는 꿀을 얻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할아버지는 메러디스한테 벌이 꿀만 만들지 않고 과일이 열매 맺게도 한다고 알려준다. 맞다 벌은 사람이 먹는 많은 채소 과일을 맺게 한다. 벌이 사라지면 사람은 먹을 게 없어질 거다. 벌이 줄어드는 까닭은 잘 모른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생기는 기후변화 영향이 크지 않을까. 화학약품이 들어간 살충제, 그게 지구를 안 좋게 만들겠지. 벌은 번식력이 커서 조금만 도와주면 개체수가 늘어나지 않을까. 메러디스는 자신이 일하는 곳 옥상에 벌통을 놓았다고 한다. 사람은 지구에 사는 생물과도 힘을 합쳐서 살아야 한다. 사람은 지구 주인이 아니다. 할아버지는 돈을 벌 생각으로 벌을 친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벌과 살려고 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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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4 18: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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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5 0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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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달빛 식당 - 제7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이분희 지음, 윤태규 그림 / 비룡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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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좋은 기억은 괜찮게 여겨도 안 좋은 기억은 잊고 싶어한다. 안 좋은 기억에는 어떤 게 있을까. 슬프고 괴롭고 부끄러운 기억. 안 좋은 기억이라고 다 안 좋기만 할까. 안 좋은 기억을 잊어버리면 다른 기억도 사라질 것 같은데.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은 그리 다르지 않다. 누군가를 만나서 좋았는데 헤어지면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걸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이 누군가와 헤어지고 슬픈 건 다시는 말하지 못해서겠지. 만나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건 누군가 죽었을 때구나. 다시는 만나지 못하고 말하지 못해서 슬퍼도 가끔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괜찮을 텐데.

 

 언덕 꼭대기에는 밤이면 한밤중 달빛 식당이 나타났다. 거기에서는 여우 두 마리가 손님을 맞는다. 늦은 밤 연우는 우연히 언덕 꼭대기에 가고 한밤중 달빛 식당에 간다. 첫날 연우는 낮에 친구 자리에 떨어진 돈을 주운 기억을 음식값으로 냈다. 한밤중 달빛 식당에서 음식값으로 받는 건 나쁜 기억이다. 첫날에는 하나지만 갈수록 둘 셋으로 늘어난다. 좋은 기억이 아닌 나쁜 기억이라 하면 쉽게 그런 거 없어도 되지 할 것 같다. 연우도 그랬다. 다음날 연우는 가방속에 새 실내화가 있는 걸 보고 뭐지 한다. 그건 친구 돈을 주워서 산 거였다. 그걸 본 친구는 연우를 수상하게 여겼다.

 

 학교가 끝나도 연우는 학원에 가지 않아서 할 게 없었다. 연우는 어제 간 한밤중 달빛 식당을 찾아갔지만 없었다. 집에 갔다가 혹시나 하고 다시 밤에 가 보니 좋은 냄새와 따스한 불빛이 연우를 맞아주었다. 그날은 다른 아저씨 손님도 왔다. 아저씨는 자신이 가진 나쁜 기억을 모두 낼 테니 죽은 아내가 끓여준 청국장을 해달라고 한다. 음식값을 낸 아저씨 모습이 처음과 달라졌다. 이튿날 연우는 학교에 가다가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아저씨를 보게 된다. 지난밤 한밤중 달빛 식당에서 아저씨는 아내가 죽고 슬퍼서 아내와 있었던 기억을 모두 음식값으로 냈는지도 모르겠다. 연우도 이상했다. 엄마가 없는데 엄마를 찾았다.

 

 어릴 때 엄마가 죽으면 무척 슬플 것 같다. 그렇다 해도 엄마가 죽었다는 걸 잊어버리면 안 될 것 같은데. 다행히 연우도 그렇게 생각했다. 연우는 한밤중 달빛 식당에 가서 자기 기억을 돌려달라고 한다. 기억 돌려주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돌려주었다. 나쁜 기억을 돌려받으면 다시 한밤중 달빛 식당에는 가지 못한다. 한밤중 달빛 식당은 괜찮은 곳이구나. 사람이 잊고 싶어하는 기억일지라도 소중하다는 걸 알게 해주니 말이다. 하지만 한밤중 달빛 식당에 간 모든 사람이 연우처럼 나쁜 기억을 돌려받았는지 그건 모른다. 돌려받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 그건 자신이 결정한 일이니 받아들여야겠구나.

 

 사람한테는 좋은 기억뿐 아니라 나쁜 기억도 중요하다. 앞에서도 말했듯 기억은 모두 이어졌다. 하나나 둘이 빠지면 이상할 거다. 이상하다 해도 나쁜 기억 잊고 싶어하는 사람 있을 것 같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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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9 16: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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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0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웃집 공룡 볼리바르
숀 루빈 지음, 황세림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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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지구에는 아주아주 커다란 공룡이 살기도 했어. 공룡이라도 다 컸던 건 아니겠지만, 작은 공룡은 얼마 없었을 거야. 6천5백만년 전 지구를 지배한 공룡은 모두 사라졌어.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쳤대. 그 일이 일어났을 때 공룡들은 어땠을까. 죽어도 편하게 죽지 못했을 것 같아. 불에 타 죽었을까.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치고 지구 기후는 아주 이상해졌겠지. 무척 덥거나 무척 추웠을 것 같은데. 이건 다 상상일 뿐이군. 그때를 살아보지 않아서 나도 잘 몰라. 그래도 지금은 많은 걸 가상현실로 만들어서 볼 수 있어. 그러니 공룡이 살던 때도 재현해 봤을 거야. 난 그런 거 못 봤지만.

 

 지금 사람이 오래전 지구에 공룡이 살았다는 걸 아는 건 화석 때문이야. 화석은 아주 뜨거워야 만들어질까. 어디선가 그런 말 본 것 같기도 해. 어쩌면 공룡은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무섭지 않았기를. 공룡은 자신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으려나. 아무것도 모르는 건 그것대로 안 좋을 것 같아. 사람도 갑자기 죽을 수 있는데. 사람은 죽지 않을 것처럼 살기도 해. 예전에는 세상이 조금 천천히 흘렀는데 지금은 아주 빨리 흘러. 시간이 예전보다 빨리 가는 것도 아닐 텐데. 마차, 기차, 자동차, 비행기가 생겨서 그렇군. 인터넷은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과 바로 만나게 해주기도 해.

 

 한국에서 가장 빠른 도시는 서울이 아닐지. 그러면 미국에서는. 생각났지. 거기는 바로 뉴욕이지. 뉴욕 사람은 모두 바빠서 자기 곁을 지나가는 공룡 볼리바르를 못 봤어. 그건 다행한 일일지도 모르겠어. 만약 뉴욕 사람이 볼리바르를 알아봤다면 볼리바르가 지금처럼 조용하게 살았을까. 볼리바르는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이야. 혼자여서 쓸쓸하지 않았을까. 그런 모습 보이지 않기는 하지만. 볼리바르는 음악을 좋아하고 헌책방도 좋아해. 신문도 읽어. 볼리바르는 겉모습은 공룡이지만 거의 사람처럼 살아. 아무도 볼리바르가 공룡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는데 볼리바르 옆집에 사는 여자아이 시빌은 볼리바르가 공룡이라는 걸 알아챘어.

 

 시빌은 ‘이웃 사람’이라는 글에 볼리바르 이야기를 써. 옆집에 공룡이 산다고. 선생님이나 반 친구들은 지금 세상에 공룡이 어딨느냐고 하면서 웃어. 시빌은 볼리바르 사진을 찍어서 진짜 공룡이 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해. 볼리바르는 집세도 밀리지 않고 냈다는데 돈을 어떻게 벌었을까 하는 생각 잠깐 했어. 그런 건 그런가 보다 해야 할까. 그러고 보니 볼리바르는 신문도 사고 지하철도 타. 볼리바르는 그림 보는 것도 좋아해. 시빌은 미술관에서 볼리바르 사진을 찍으려고 하지만 잘 못 찍어. 자꾸 엄마가 시빌을 부르기도 해. 엄마도 시빌 말을 믿지 않았어. 자연박물관에서 시빌은 시장이 된 볼리바르를 보고 선생님과 경비한테 볼리바르를 잘 보라고 해. 그때서야 선생님과 경비 그리고 사람들은 볼리바르가 공룡이라는 걸 알아봐. 어떻게 그렇게 늦게 알아채지.

 

 공룡은 몸집이 아주 크니 무서울 수밖에 없겠어. 초식공룡도 있겠지만 육식공룡이 더 많을지도. 많은 사람은 볼리바르를 알아보고 달아나. 볼리바르는 놀라서 함께 달아나는데 사람들은 볼리바르가 쫓아오는 걸로 여겼어. 곧 볼리바르는 사람들이 자기 때문에 달아났다는 걸 알게 돼. 시빌은 사람들이 볼리바르를 보고 달아나리라는 걸 몰랐어. 볼리바르가 무서워서 달아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볼리바르를 잡으려는 사람도 있었어. 시빌은 볼리바르가 자연사박물관에서 빠져나가게 도와줘. 볼리바르가 사람한테 잡히면 어떡하지. 볼리바르는 괜찮았어. 앞으로 볼리바르가 어떻게 살지 걱정했는데 뉴욕 사람은 바쁘잖아. 한순간 볼리바르를 알아봤다 해도 금세 잊고 자기 갈 길을 가겠지.

 

 바쁜 뉴욕 사람은 볼리바르를 그냥 지나쳐도 시빌은 볼리바르와 친구가 됐어. 엄마는 볼리바르가 사람을 잡아먹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볼리바르가 통조림 소고기를 넣은 호밀빵 샌드위치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마음 놓아. 다행이지.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 볼리바르는 앞으로도 조용하게 살겠지. 볼리바르는 사람도 좋아해. 시빌한테 공룡 친구가 있다니, 조금 부럽군.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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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니가 보고 싶어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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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랑 소설에서 《지구에서 한아뿐》과 《덧니가 보고 싶어》에서 무엇이 먼저 나왔을까. 《지구에서 한아뿐》이 먼저 다시 나와서 그게 먼저 쓴 건가 했는데, 작가 말을 보니 이게(《덧니가 보고 싶어》) 먼저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여기에는 재화와 용기 이야기뿐 아니라 재화가 쓴 소설도 나와. 그걸 보면서는 책속 이야기를 먼저 쓰고 다른 걸 썼을지 반대였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정세랑 소설은 《이만큼, 가까이》로 처음 만났어. 그건 고등학생 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세상을 떠난 이야기였는데. 다음에 만난 《재인, 재욱, 재훈》은 SF 같은 느낌이 들었어. 《보건교사 안은영》은 판타지. 《피프티 피플》은 우리 둘레에 있을 것 같은 사람 이야기로 거의 이어져 있었어. 《옥상에서 만나요》에는 현실 환상이 골고루 섞였어. 정세랑 소설 많이 만났지. 《지구에서 한아뿐》도 만났군. 이 소설은 제목에서 느낌이 오지.

 

 재화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소설을 써. 소설을 쓰게 된 건 용기와 헤어지고 나서고 소설에서 용기를 죽게 해.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면 그런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도 할까. 그러고 보니 윤이형 소설에 나온 소설가도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진 다음에 소설을 썼군. 그것도 소설에 나온 이야기지만. 재화가 여기저기에 발표한 소설을 책으로 묶기로 해서 재화는 소설을 고치려 해. 고친 부분이 있을지. 재화가 소설을 한편 읽을 때마다 용기 몸에는 글이 새겨져. 그건 누군가 죽는 모습이 담긴 글이었어. 누군가라 했지만 거의 용기인가 봐. 재화는 자신이 소설을 볼 때마다 용기 몸에 글이 새겨진다는 건 꿈에도 몰랐어. 용기도 처음에는 그게 대체 뭔가 해. 여러 병원에 가도 이렇다 할 대답은 듣지 못해. 그건 병이 아니니 그럴 수밖에. 재화와 용기가 헤어졌지만 아직 이어졌다는 거 아니겠어.

 

 용기와 재화는 좀 달라. 서로 비슷하고 마음이 딱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서로 달라서 끌리는 사람도 있겠지. 용기는 분명한 걸 좋아하지만 재화는 그렇지 않았어. 가까이 있어도 어딘가 먼 곳에 있는 듯했어. 재화가 쓴 이야기는 그저 이야기면서 용기와 자신을 나타내는 듯도 해. 그런 걸 그렇게 여러 편이나 쓰다니. 왜 용기하고 헤어졌을까. 재화가 용기 마음을 아주 모르지 않은 것 같기는 한데. 재화는 말로 하기 어려웠겠지. 가볍게 말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 서로 다르다는 걸 알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을 텐데, 그게 잘 안 될 때 있지 않을까 싶어.

 

 여기에서 덧니는 재화한테 난 거야. 그거 때문에 재화는 죽을 뻔해. 용기한테는 몸 여기저기에 글이 나타나고, 재화한테도 이상한 일이 일어난 건가 했는데. 그건 사람이 일으킨 일이었어. 재화가 위험할 때 용기가 나타나 돕지만 용기는 크게 다쳐. 뒷부분은 스릴러가 되다니. 재화가 쓴 이야기는 판타지와 SF야. 그건 정세랑이 쓰는 것과 같지. 재화와 정세랑이 비슷하다 생각해도 될까. 다른 이야기는 상상이라 하고. 헤어졌던 용기와 재화가 다시 만났어.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 건 재화가 쓴 소설 때문이기도 하군. 용기는 자신보다 많이 어린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용기 몸에 나타난 글 때문에 헤어졌어. 용기한테 재화가 쓴 소설을 알려준 건 여자친구였어.

 

 여러 가지 나온 다른 이야기도 나름대로 괜찮아. 재화는 이제 용기를 죽이는 소설 쓰지 않기로 해. 그런데 편집장이 그게 더 낫다고 말해. 그런 말 들어도 재화 마음은 바뀌지 않겠지. 용기를 다시 만나고 자기 목숨도 구해줬으니. 이야기에서 누군가를 죽게 하는 것보다 살게 하는 게 더 낫겠지(이 책을 보고는 이런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누군가 죽는 이야기 쓰고 싶어. 하지만 왜 죽는지 말하지 못해서 쓸 수 없어. 소심해서 날마다 꿈속에서 죽는 걸로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만 했어. 그러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하나 쓰기는 했어. 그건 언젠가 나중에 볼 수 있을 거야. 평범하고 놀랍지도 않은 이야기야. 내가 쓰는 건 늘 그렇지).

 

 

 

희선

 

 

 

 

☆―

 

 잘 알지 못하는 세계를 함부로 판단해선 안 되겠다고, 용기는 뒤늦게 생각했다. 영원히 알 수 없을 세계라면 더욱.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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