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왕 - 트랙의 왕, 러닝슈즈의 왕
이케이도 준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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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해 전에 우연히 일본 드라마 <육왕>을 재미있게 봤어. 그때 제목 보고 ‘육왕’이 뭔가 했어. 드라마 보면서 육상왕인가 했지. 달리기 하는 사람이 나왔거든. 이 책 《육왕》은 드라마 원작 소설로 일본에서 2016년에 나왔어. 그래서 내가 몇해 전에 드라마를 본 거야. 이케이도 준 소설은 드라마로 많이 만들어졌어. 다 본 건 아니지만. 은행과 동네 공장 그리고 큰 기업하고 하는 싸움, 그런 이야기가 많군. 하나 더 있어. 꿈과 도전이야. 그런 거 생각하기는 쉬워도 이루기는 어려워. 돈과 시간이 드니. 시간보다 돈을 더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한국도 한복을 입고 버선을 신는 사람 많이 줄었어. 한복은 빌려 입거나 버선 안 신을지도. 일본도 일본 전통옷이나 다비라는 일본 버선 신는 사람 그리 많지 않겠지. 일본 버선을 만드는 회사 고하제야는 거의 백년이나 된 오래된 곳이야. 사장 미야자와는 집안 일을 이어 고하제야를 했는데, 갈수록 매출이 줄어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쉽지 않았어. 그때 거래 은행원 사카모토가 앞으로를 생각하고 새로운 일을 해 보지 않겠느냐고 해. 미야자와도 앞으로를 생각하고 뭔가 새로운 걸 해야겠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어. 미야자와는 백화점에서 딸이 사다달라는 브랜드 운동화를 사면서 거기 진열된 러닝슈즈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기 회사에서 만드는 지카타비를 떠올렸군. 버선과 신발은 많이 다를 것 같은데, 러닝슈즈는 달리는 사람 발에 편하고 무게도 가벼워야 좋지. 마라톤은 오랜 시간 달릴 테니 땀도 잘 흡수해야겠어.


 미야자와는 고하제야를 생각하고 러닝슈즈를 만들려고 했어. 예전에 미야자와 아버지도 그 일을 했지만, 잘 안 됐던가 봐. 그때 만든 운동화 이름이 육왕이었어. 그때와 지금은 기술이 다르기도 하지. 잘 생각하면 좋은 러닝슈즈 만들지도 모르지. 미야자와는 이번에 만드는 러닝슈즈 이름을 육왕이라 해. 내가 미야자와 처지였다면 새로운 거 왜 해 그냥 돈 조금 벌지 했을 거야. 그러다 안 되면 문 닫는 거지. 나 같은 사람은 사업하면 안 되겠지. 할 마음도 없어. 여기에는 이케이도 준이 자주 쓰는 게 거의 나와. 그렇다고 재미없지는 않아. 은행원 사람 라이벌 스포츠 용품 회사에 마라톤 선수 이야기도 나와. 쉽지 않아 보이는 걸 해 나가는 모습 소설에서 보면 즐겁지. 하지만 일이 늘 잘 되지는 않아. 당연한가. 어떤 일이든 장애물이 자꾸 나타나고 그걸 하나하나 넘어가야지.


 스포츠 용품을 만드는 회사는 성적이 좋은 선수하고만 계약하려 하는군. 모기 히로토가 마라톤에서 다치고 경기에 나가지 못하게 되자 신발을 후원해주는 아틀란티스가 계약을 끊어. 그 일은 고하제야에 좋은 기회로 돌아오는군. 고하제야에서 만든 러닝슈즈 육왕을 마라톤 선수 모기한테 후원하게 돼. 그것도 처음부터 잘 된 건 아니었군. 육왕을 운동 선수가 신기에 좋게 완성한 게 아니어서. 밑창 소재와 그걸 만들 사람을 찾고 함께 일하게 돼.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어. 고하제야는 장애물을 여럿이나 넘었군. 사람은 진심으로 대하면 마음이 움직이는 것 같아. 이케이도 준은 돈보다 사람 사이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 여겨. 그런 게 소설에 나타나기도 해.


 이 소설에 나온 것 같은 육왕이 진짜 있다면 달리기 하는 사람한테 좋겠다 생각했는데 어떨지. 선수가 신는 러닝슈즈는 보통 사람이 신는 것과 조금 다를 것 같기도 해. 선수가 아니어도 달리기가 취미인 사람도 러닝슈즈 신겠어. 운동선수가 어떤 회사 신발이나 옷을 입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 옷이나 신발도 광고가 되겠군. 그것도 이해 관계로만 하면 안 되지. 실제 여기에 나온 아틀란티스와 비슷한 곳 있을지도. 운동 선수를 그저 자기 물건 팔려는 사람으로 여기는 일. 난 선수를 생각하는 고하제야 같은 곳이 더 많기를 바라. 육왕을 신고 모기 선수가 역전 마라톤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고하제야에는 또 시련이 찾아와. 그런 일은 자꾸만 나타나는군. 난 사장 미야자와가 회사를 파는 거 아닌가 했는데 다행하게도 그러지 않았어.


 오래되고 낡았다고 해서 다 없애야 하는 건 아니지. 일본 버선을 백년 동안 만든 회사 고하제야도 마찬가지야. 앞으로 버선이 덜 팔릴지 몰라도 회사가 아주 없어지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이런 거 현실을 생각하지 못하는 건지도. 일본은 전통을 지키고 새로운 것도 하려는 것 같아. 그런 거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오래 이어온 것에서도 배울 건 많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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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여름 2023 소설 보다
공현진.김기태.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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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소설 보다 봄 2023’은 두꺼웠다. 늘 그러려나 했는데, 그렇지는 않구나. 단편소설이 실릴 테니. 《소설 보다 여름 2023》에는 여전히 단편소설 세 편이 실렸다. 세 작가 다 처음 봤다고 생각했는데, 책 보면서 이번 소설이 두번째인 작가가 있다는 거 알았다. 소설 제목 <전조등>(김기태)은 생각나지만 작가 이름은 잊어버렸다. 소설 제목은 생각나도 어떤 이야기였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예전에 읽고 쓴 걸 보니 평범한 ‘나’라는 말이 보였다. 단편소설 기억할 때도 있지만 읽고 잊어버리기도 한다.


 이번 ‘소설 보다 여름 2023’ 두번째에 실린 김기태 소설 <롤링 선더 러브>는 시간이 흐르고 떠올릴까. 처음부터 이런 말하면 미안하지만, 이 소설 나중에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 조맹희 서른일곱살 여성이 나오고 사랑이 하고 싶다면서 텔레비전 방송에 나가게 된다. 연애 예능 방송인가. 텔레비전 방송에는 별 게 다 있구나. 그런 방송에서 만나고 사귄 사람 끝까지 갈까. 방송이 아닌 데서 만나도 헤어지는구나. 사람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겠다. 오랜 시간 함께 할 사람을 만나는 건 쉽지 않겠다. 그런 거 생각하고 사람을 만나지는 않겠다. 첫눈에 마음에 들어 아주 빠르게 결혼까지 가는 사람도 있겠다.


 첫번째는 공현진 소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다. 제목 보고 세상이 멸망하는 이야기가 나올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단순하구나. 그런 게 나오지 않는다고 세상이 괜찮을까. 실제 지금도 세상은 멸망해가고 있을지도. 인류는 언제까지 살려나. 대멸종이 찾아왔을 때 살아남는 사람이 있을지. 난 수영 못해서 세상이 물에 잠기면 죽겠다. 곽주호와 문희주는 수영을 배운다. 꿀벌이 사라졌다는 기사를 보고 언젠가 세상이 물에 잠길 때를 대비한 걸지도. 곽주호와 문희주는 수영반에서 꼴찌였다. 취미로 배우는 곳에서도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을 나누는구나. 그건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던가.


 곽주호는 눈치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회사에서 사람이 사고로 죽었을 때 그대로 일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 회사 사람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겠지. 회사는 사고가 나면 벌금을 내고 다시 기계를 돌린다. 다른 사람도 먹고 살려면 일해야 한다. 주호는 그런 게 잘못됐다 여기고 기계를 멈추어서 일을 쉬어야 했다. 회사는 여전히 안전을 생각하고 켜두어야 하는 센서를 꺼두고 기계를 돌릴 거다. 주희는 지구를 생각하고 물건을 덜 사려고 하는데, 새로운 걸 배울 때 물건을 많이 산다. 날마다 물건을 버리려고 한다. 그런 거 보니 나도 버려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멀리즘은 아니고 되기 어렵지만. 왜 희주가 일을 그만둬야 했는지 자세한 건 나오지 않았지만, 주호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도 바로 잊으면 안 된다 했을 것 같다. 잊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 주호와 희주가 이상한 게 아닌데.


 마지막 소설 <재와 그들의 밤>(하가람)에서 ‘나’가 말한 추자 씨는 그저 아는 사람인가 했다. 추자 씨는 ‘나’의 엄마였다. 엄마가 아닌 이름으로 말할 수도 있겠지. ‘나’는 뜻대로 되지 않는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쉬려고 집인 울산에 돌아온 것 같다. 그날 산불이 나고 ‘나’와 추자 씨가 함께 살던 아파트가 불에 탈지도 몰랐다. 이 소설 보니 언젠가 동해에 산불 났을 때가 떠오르기도 했다. ‘나’는 아파트가 타 버리기를 바랐을까. 그건 아닐 거다. 아니다 생각하고 싶은 건지.


 이 소설은 ‘나’보다 추자 씨와 덕미 씨 이야기가 더 보이기도 한다. ‘나’가 보는 두 사람인가. 추자 씨는 한해 사이에 달라졌다. 그동안은 그런 일이 없었지만, 덕미 씨를 만나고 달라진 거 아닐까 싶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어떻게든 살아가겠지. 지금은 힘든 거 안 해도 되지. 앞으로 다른 힘든 일을 해야 할지도.




희선





☆―


 곽주호와 문희주는 성인 기초 수영반 꼴찌였다. 선수도 아니고 수영을 배우려는 강습반에 꼴찌라는 게 있을 수 있다고 곽주호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자기가 그 반에서 꼴찌로 여겨진다는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 애초에 못한다는 게 뭔지 몰랐다. 못하는 것이 꼴찌로 여겨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수영을 못하니까 배우는 게 아닌가. 곽주호가 등록한 수영 강습반 전단지에는 ‘왕 기초반’이라고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에서, 공현진,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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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군 : 향기의 소리를 듣는 자 下 - 머나먼 길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임희선 옮김 / 사유와공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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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왕국 오고다에 오요마가 생겨서 오아레 벼를 모두 태워야 했다. 우마르 제국뿐 아니라 번왕국도 거의 오아레 벼를 재배해서 오아레 벼가 병충해를 입으면 먹을 게 없다. 오고다에는 바다가 있기도 해서 오아레 벼를 재배하지 못했다. 오고다 사람은 그런 걸 견딜 수 있을까. 바닷가에서는 오아레 벼를 기르지 못하는 걸. 아이샤와 여러 사람은 오고다 산골 마을 사람한테 다른 작물 기르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다 향사 올람이 오고다 반항 세력 오고다의 새벽한테 잡혀간다. 아이샤는 올람을 구하려고 단서를 찾다가 잡히고 만다. 아이샤와 올람은 오고다에 있는 길람섬에 끌려간다. 거기에서 밀리아 대비를 만난다. 비밀 조직 오고다의 새벽은 밀리아 대비가 만든 거였다. 길람섬에서 아이샤는 바닷가에서 자라는 오아레 벼를 보게 된다.


 지금 사람도 병충해에 세고 기르는 데 어렵지 않은 게 있다면 너도 나도 그 작물을 기르겠지. 농작물은 여러 가지여야 할 텐데. 과일이나 그밖에 것도. 요새는 기후위기로 한국에서 기르는 과일 좀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언젠가 사과는 없어질지도). 너도 나도 많이 하다 값이 떨어져서 수확하지 못하고 밭을 갈아엎은 거 있지 않던가. 그런 말 언젠가 본 것 같은데. 그것보다 병충해로 모두 없애야 했던가. 조류독감 생각나는구나. 그것뿐 아니라 다른 것도 있겠다. 오고다에서 재배한 오아레 벼는 비료 양을 더 줄이고 비료 성분에서 염분이 들어간 풀도 뺐다. 그 벼는 야생에 가까운 거였다. 오요마가 생겨도 죽지 않는 벼도 있었다. 아이샤는 그 오아레 벼가 내는 냄새 소리를 듣고 두려웠다. 오아레 벼는 무언가를 불렀다.


 냄새 소리를 듣는 거 여전히 신기하구나. 실제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어떨지. 거짓말 하는 사람은 바로 알아 낼 것 같다. 《향군》 하권에서는 오고다에서 우마르 제국 몰래 재배한 오아레 벼를 ‘구원의 벼’다 하고 제국과 모든 번왕국에서 재배하게 한다. 그게 더 많이 나온다고 다 바꾸다니. 시간이 흐르고 모든 곳이 ‘구원의 벼’를 길렀다. 구원의 벼는 다른 걸 불러들였다. 엄청난 메뚜기떼였다. 그 메뚜기떼는 처음엔 오요마를 먹고 알을 낳고 며칠 뒤에 부화하고 오아레 벼뿐 아니라 풀이나 나무를 먹고 떼로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그런 모습 보면 오싹할 것 같다. 하권 그림에 보이지 않나. 떼를 지어 하늘을 나는 것. 메뚜기라고 해야 할지. 전에는 오요마를 두려워했는데 이제는 그것보다 더한 메뚜기떼가 나타났다. 그런 걸 대체 어떻게 다 없애나. 오래전에 나타난 굶주림의 구름은 지금 나타난 메뚜기떼가 아닐까 싶다.


 아이샤는 구원의 벼를 모두 태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걸 사람들이 받아들일까. 제국뿐 아니라 번왕국도 굶어죽는다고 못한다고 하겠지. 제국엔 아무르 제국뿐 아니라 번왕국을 모두 먹일 만한 식량이 있었다. 그러면 지금 구원의 벼를 모두 태우고 메뚜기떼를 없애는 게 낫겠지. 잠시 힘들다 해도 그때가 지나면 앞으로 괜찮을 테니. 사람은 힘든 일을 겪고 그걸 잊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시간이 가면 잊는다. 지금은 구원의 벼가 위험하다는 걸 알고 모두 태워도 언제 또 오아레 벼 수확량을 늘리려고 할지 모른다. 그런 일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할 텐데. 오아레 벼 수확량은 지금만으로도 괜찮다. 사람은 더 많기를 욕심을 가지는구나. 돈을 얻으려고.


 제국 사람과 번왕국을 다스리려고 살아 있는 향군을 만들었다. 올리애는 그게 위험하다 여기고 향군을 사람으로 여기게 하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 올리애가 독 때문에 몸이 안 좋아지고 아이샤가 모두가 모인 곳에서 자신도 향군이다 말한다. 그렇게 아이샤도 향군이 된다. 다행하게도 아이샤는 지금까지 향군과는 다르게 향군궁에 갇혀 지내지 않았다. 아이샤는 자신처럼 냄새 소리를 듣지 못해도 사람들이 자기 생각으로 살기를 바랐다. 이 책 《향군》을 보면서 사람이 신을 만들어낸 건 신한테 모든 걸 맡기고 그게 잘 안 됐을 때 신을 탓하려고가 아닌가 했다. 오요마가 많이 생기고 오아레 벼를 태울 때 사람들은 지금까지 향군한테 인사하러 다녔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했다.


 이 소설은 판타지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 이야기기도 하다. 누군가한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해도 자기 자신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 한사람 말은 위험하기도 하지만, 한사람이 많은 사람을 따르게도 해야 한다. 이건 오아레 벼 하나에만 의지하지 않는 것과도 비슷하구나. 오아레 벼 하나만 재배하지 않고 다른 작물도 길러야 한다. 오아레 벼가 위험하지만 함께 살아야 하는 거기도 하다. 지구에 사는 생물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산다. 모두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지.




희선





☆―


 “내가 보는 것도 그런 세계입니다. 인간의 이익만을 추구하려 하면 어딘가에 일그러짐이 나타나고, 그것이 돌고 돌아 인간한테 해를 불러들이는 그런 세계지요.”  (《향군》 下권에서, 3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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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군 : 향기의 소리를 듣는 자 上 - 서편에서 온 소녀
우에하시 나호코 지음, 임희선 옮김 / 사유와공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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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 두권인데 두권 다 보고 쓸까 하다가 따로따로 쓰기로 했다. 책 제목은 《향군香君》이고, 上권이다. 작가인 우에하시 나호코는 문화인류학자기도 하다. 우에하시 나호코는 SF와 판타지를 쓴단다. 난 판타지만 쓰는지 알았는데, 책은 《짐승 연주자》만 보았다. 그건 만화영화 먼저 봤다. 수호자 시리즈에서 첫번째인 《정령의 수호자》는 책은 못 보고 만화영화만 봤다. 이 책 ‘향군 上’을 보다보니 ‘짐승 연주자’나 ‘정령의 수호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무언가 힘이 있는 건 ‘짐승 연주자’구나. 거기에는 아무도 길들이지 못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여자아이가 나온다. 그런 걸 이용하려는 사람도. 향군은 냄새 소리를 듣는 사람이란다. 아니 살아 있는 신으로 여기던가. 냄새를 잘 맡는 것뿐 아니라 무슨 뜻인지도 안다. 보통 사람은 냄새만 조금 맡을 텐데, 냄새 소리를 들으면 시끄럽기도 하겠다.


 서칸탈 번왕은 우마르 제국에서 나눠주는 오아레 벼 기르기를 반대하고 백성들한테 쫓겨났다. 아이샤 켈루안은 서칸탈 번왕 손녀로 지금 서칸탈 왕한테 동생과 함께 잡혀간다. 왕 손자 손녀니 앞으로 일이 걱정된 지금 서칸탈 왕이 둘을 죽이려 했다. 우마르 제국 번왕국 시찰관인 마슈가 둘을 구한다. 둘을 구한 건 여러 가지 일 때문인데, 마슈는 우마르 제국에서 재배하고 번왕국을 지배하는 오아레 벼에 문제가 생길걸 생각했다. 아이샤는 냄새를 아주 잘 맡았다. 여기에는 살아 있는 신 향군 이야기가 있다. 우마르 제국을 만든 사람이 신의 나라에서 데리고 온 향군이 오아레 벼를 가지고 오고 재배하니 굶어죽는 사람이 없었다. 오아레 벼는 축복받은 작물로 어디서든 잘 자랐다. 하지만 오아레 벼를 심은 땅에서는 다른 작물은 자라지 못했다.


 우마르 제국은 살아 있는 신 향군이라는 걸 두었다. 실제로는 신이 아니고 환생하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신으로 믿게 했다. 그러면서 힘은 황제가 쥐었다. 처음 사람은 오아레 벼를 심고 잘 자라서 사람이 굶어죽지 않는 것만 생각했을 텐데. 오아레 벼를 해치는 벌레는 단 하나였는데 그게 나타나서 오아레 벼를 모두 태워야 했다. 처음 사람은 둘로 나뉘고 한쪽은 산속에서 마키시로 다른 작물을 기르고, 다른 한쪽은 넓은 땅으로 가고 오아레 벼를 기르고 땅을 넓히고 우마르 제국이 되었다. 우마르 제국은 이웃 나라를 번왕국으로 다스렸겠지. 싹이 나는 오아레 볍씨는 우마르 제국에서 나눠 주었다. 다른 데서 기른 오아레 벼를 심어도 싹이 나지 않았다. 작물로 다른 곳을 지배하기도 하는구나. 서칸탈 왕은 일찌기 오아레 벼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여기고 재배를 거부하고 우마르 제국에도 복종하지 않으려 했는데, 굶주리는 사람은 그런 거 생각할 틈이 없겠지.


 아이샤는 마슈 친척으로 리아 농원에서 일하게 된다. 거기에서 아이샤는 향군인 올리애를 만나고, 아이샤가 리아 농원에 있는 게 힘들어서 산장에서 지내게 된다. 아이샤가 산장에서 지내고 며칠 지나고 마슈가 온다. 마슈와 올리애는 아이샤와 함께 했으면 하는 일을 말한다. 그 일은 우마르 제국을 뒤흔드는 걸로 들키면 목숨이 위험했다. 그걸 알고도 아이샤는 올리애와 마슈 일을 돕기로 한다. 그건 많은 사람한테 도움되는 일이구나. 오아레 벼는 어디에서나 자라고 생산량이 많아도 바닷가에서는 자라지 못했다. 우마르 제국은 번왕국에 볍씨뿐 아니라 몇 사람만 조합을 아는 비료도 주었다. 그 비료도 우마르 제국 독점이다. 그게 첫번째 향군이 만들라고 한대로 이어졌다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예전과 달라졌다. 마슈 아버지는 언젠가 오아레 벼를 먹어치우는 해충 오요마가 생기고 모두 굶어죽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제국이든 번왕국이든 오아레 벼만 재배했으니 오아레 벼를 못 먹게 되면 먹을 게 없겠다.


 오아레 벼는 좋은 걸까, 안 좋은 걸까. 아이샤가 향군은 아니지만 처음 향군만큼 냄새로 많은 걸 알았다. 뚜렷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이샤 엄마는 처음 향군이 살았던 곳 사람일지도 몰랐다. 마슈 어머니도. 아이샤는 냄새로 오아레 벼와 다른 작물을 함께 기를 비료 만드는 일을 돕는다. 시간이 흐르고 오고다 번왕국에는 오아레 벼 해충인 오요마가 많이 나타나고 오아레 벼를 모두 태워야했다. 굶어죽는 사람도 나왔다. 오요마가 우마르 제국뿐 아니라 다른 번왕국으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 일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이 굶어죽고 지옥 같은 세상이 될지도. 아이샤와 마슈 그리고 올리애와 여러 사람은 그걸 막을 수 있을까.


 앞에서 여러 사람이다 말한 건 그래서다. 겨우 세 사람이 이런저런 일을 할 수 있으려나. 뭔가로 다른 나라나 사람을 지배하면 좋을까. 한가지만 먹는 것도 그리 좋은 건 아닐 텐데. 어디서든 잘 자라고 많이 난다고 그것만 기르다니. 오아레 벼는 외래종이 그곳 식물이나 동물을 밀어내는 것과 같구나. 생물이든 식물이든 여러 가지여야 한다고 하지 않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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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3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4-05 0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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すみれ屋敷の罪人
降田天 / 寶島社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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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저택의 죄인

후루타 덴






 후루타 덴은 한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쓰는 이름이다. 후루타 덴은 남자 이름 같은데 두 사람은 여성이다(지난번에도 썼구나). 엘러리 퀸은 두 사람이었구나. 그런 식으로 소설 쓰는 사람이 더 있으려나. CLAMP는 네 사람이 함께 하는 만화가다(며칠 전에도 쓴 거구나, 똑같은 걸 생각하다니). 엘러리 퀸 소설은 한권인가 봤다. 두 사람이 함께 소설 쓰는 건 어떤 걸까. 마음이 맞으면 괜찮아도 마음이 안 맞으면 오래 같이 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 만난 《제비꽃 저택의 죄인 すみれ屋敷の罪人》을 보니 이것보다 먼저 본 소설 두 편과 조금 다른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니 아주 다르지 않은데 내가 잘 느끼지 못한 건지도. 처음 생각한 게 나중에 바뀌는 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X 현 유즈리 마을에 있는 서양식 집 제비꽃 저택 땅에서 백골 시체 두구가 나왔다. 이걸 알게 된 누군가 니시모리한테 오래전에 거기에서 일한 사람을 만나 보라는 의뢰를 한다. 의뢰하는 사람은 나중에 누군지 나오는데 처음부터 중요한 건 숨겼구나. 제비꽃 저택은 지역 명문가인 시호 집안 옛집이었다. 그건 전쟁 전 이야기로 집주인 시호 다이치로와 딸 셋 아오이 사쿠라 아카네는 도쿄 공습 때 죽었다. 제비꽃 저택 땅에서 나온 백골 시체는 대체 누굴까. 한구가 더 나왔다. 백골 시체가 누군지는 경찰이 조사하고 발표해야 할 것 같은데, 백골 시체가 오래된 거고 전쟁 때 죽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여기고 사건으로 여기지 않겠다. 그것보다 그 집과 상관있는 사람은 예전에 거기에서 있었던 일이 드러나지 않기를 바랐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제비꽃 저택에서 일하던 사람이나 그 집에 신세진 대학생 소식은 다 알지 못했다. 니시모리는 쿠리타 노부코와 오카바야시 마코토 그리고 야마기시 부부 딸인 야마기시 사츠키를 만나고 예전 이야기를 듣는다.


 세 사람은 다 나이가 많았다. 노부코는 자신이 제비꽃 저택 일을 그만둔 게 어머니가 아파서였다고 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오카바야시 마코토도 뭔가 숨기는 게 있어 보였다. 세번째 사람인 야마기시 사츠키는 자신이 어렸을 때 제비꽃 저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하기도 했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시호 집안 첫째딸 아오이 약혼자가 전사했다. 아오이가 그 일에 충격을 받고 죽으려고 자기 방에 불을 질렀는데 두 동생이 그 사고에 말려들어 화상을 크게 입었다고 했다. 시호 집안 세 딸은 그 뒤 밖에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때 그 집에서 일하던 사람인 히나 행방을 모르게 됐는데, 시모츠키 사츠키는 히나가 아오이와 사쿠라 성대 모사한 걸 들었다는 말을 했다(사츠키는 결혼하고 성이 시모츠키가 됐다). 니시모리는 제비꽃 저택에서 일하던 사람이 시호 집안 세 딸 아오이 사쿠라 아카네를 죽이고 눈이 먼 다이치로를 히나가 성대모사로 속였다고 여겼다. 시호 집안에 신세진 이치카와 도키오가 시호 집안 일을 알아보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앞부분을 보면 제비꽃 저택의 죄인은 거기에서 일하던 사람 같다. 2부 증언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다. 그건 말하기 어렵구나. 언젠가 이 책이 한국말로 나올지도 모르니. 여러 사람은 왜 다르게 생각한 걸까.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그걸 숨기지 않고 경찰에 알리는 게 나았을 것 같은데, 일어난 일만 보고 짐작하고 숨기려 했다. 경찰이 현장을 봤다 해도 거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이것저것 알아볼 것 같은데. 아니 분명하게 드러난 게 아니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을지도. 경찰이 맡은 사건은 많으니. 니시무라가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때 일을 알게 되기도 했다. 다른 사람은 몰랐던 거.


 예전에 일어난 일을 알게 되니 어쩐지 슬프기도 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싶기도 하고. 그건 어쩔 수 없었으려나. 하나를 숨기지 않으면 두 집안이 안 좋아졌을 테니. 제비꽃 저택에서 일한 사람은 본래 속이려고 한 사람이 아닌, 속아야 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을 속인다. 그 일은 끝까지 드러나지 않았을까. 그건 영원히 모르겠다. 그 사람은 이 세상에 없으니 말이다. 여기에서 일어난 일은 전쟁 탓만은 아니 듯하다. 전쟁 때문에 거짓말한 것도 있기는 했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도 있을 것 같은데. 아니 모르겠다. 여러 가지 일이 겹쳐서 옛날에 이런저런 일이 일어났겠지. 알기 어려운 말을 했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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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4-01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도서는 번역이 된 책이 많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원서를 읽을 수 있으면 더 좋은 점이 많을 것 같아요. 희선님처럼 외국어 잘 하면 좋을 것 같네요. 부럽습니다.
어제는 부활절인데 잘 보내셨나요. 오늘부터 4월입니다.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희선 2024-04-03 01:59   좋아요 0 | URL
이것저것 다 보면 좋을 텐데, 여전히 그러지 못하네요 몰랐는데 지난 삼월 마지막 날이 부활절이었더군요 사월이 오고는 많이 따듯해졌습니다 사월도 다른 달과 같겠지만, 어쩐지 길 것 같기도 하네요 서니데이 님 사월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