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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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알기 전에 줄리아 로버츠의 영화를 먼저 알았다. 언젠가 이 책을 꼭 읽어 보겠다고 결심한 순간은 바로 그 예고편에서였다. "줄리엣 투 레터스"라는 영화를 통해 이미 이탈리아 소도시에 흠뻑 빠져있었던 터라 이 영화의 예고편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이탈리아의 한 도시 골목을 느긋이 걸어다니는 장면 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언제나 책이 먼저, 영화가 나중이라는 내 신념에 따라 바로 보지도 못하고 벌써 몇 년이나 흘러버렸다. 이후 한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통해 자신을 찾아나갔다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이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해질 수밖에.

겨우 도서를 준비하고 막상 읽어나가보니 그저 머릿속으로 그리던 내용과는 조금 다른다. 그럼에도 작가의 필력 때문인지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은 3부분으로 나뉜다. 이탈리아를 거쳐 인도로, 이후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하며 쉬고 수련하고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도대체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이 긴 여정을 떠나게 했을까. 책의 꼭지는 모두 108개의 이야기이다. 마치 108개의 염주알을 의미하듯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 숫자로 비유한 것이다.

책이 시작되면 리즈의 고통으로부터 시작된다. 첫 이탈리아로 떠나게 된 이유. 그건 남들같은 일반적인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해왔던 "가정"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부터이다. 이 가정이 아이와 함께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는 남편과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그러니 이제 이 가정은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그 과정은 지난하고 무척이나 괴로웠고 때문에 엘리자베스는 더이상 견딜 수 없기 전에 자신을 돌보고 자신의 삶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온전한 쾌락과 즐거움, 쉼으로의 나라가 바로 "이탈리아"이다. 자신의 몸을 돌보고 편안한 상태로 마음을 진정시킨 리즈는 이제 자신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인도의 아쉬람으로 떠난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자기 자신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자신의 균형을 맞춰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그리 쉽사리 연결되지 않고 각 여정마다 (특히 인도에서) 또다른 어려움을 만나고 난처해지지만 리즈는 그 자신조차 가만히 들여다보고 맞선다. 그러니 이 책은 한 여성의 성장 에세이이다. 책은 둘로 읽힌다. 우선은 쉬기 위해서든 자신을 되찾기 위해서든 이렇게 훌훌 떠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그걸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상황 자체의 부러움이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또한 작가 본연의 성정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 그렇게 읽으면 작가와 나 사이에는 무한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고 싶어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에 집중하면 그것이 꼭 여행을 통해서건 독서를 통해서건, 신에게 가까이 가든 아니든 나 자신을 들여다 보는 과정 자체에선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이제 영화가 남았다. 영화도 책만큼 혹은 그 이상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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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묻힌 곳 일본문학 컬렉션 3
에도가와 란포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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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대부분 작가를 믿고 선택하는 편이지만 몇 권의 책을 접하며 시리즈 혹은 출판사의 편집 능력에 감탄하며 무조건 믿고 선택하게 되는 책도 생긴다. "작가와비평" 출판사의 일본문학 컬렉션이 그렇다. 짧은 생을 살다 간 여섯 명의 일본 천재 작가의 단편선에 이어 앞선 시각으로 일본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일곱 명의 여성작가의 단편선, 그리고 이번엔 미스터리 문학에 접근하는 다섯 작가의 단편선이 그것이다. 한 작가의 단편을 모아 한번에 읽는 것도 좋지만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이 한데 담기는 것도 불가능할 터, 그렇다면 이렇게 주제별로 묶어 소개해주는 소설을 읽는 맛도 쏠쏠하다. 우선은 각 작가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에 같은 주제에 대해 각각의 개성이 돋보인다. 또한 한 주제의 내용을 이어 읽다 보니 여러가지 면으로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


일본문학 컬렉션의 3번째 이야기 <비밀이 묻힌 곳>은 탐정 소설과 미스터리 소설을 쓴 다섯 작가의 작품을 담고 있다. 이 분야에 이름을 널리 알린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에서부터 이 작가가 이런 작품도 썼나? 싶은 다니자키 준이치로, 다자이 오사무, 사카구치 안고와 나쓰메 소세키의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사실 이전에 꽤 많은 권수의 일본 탐정,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나선 한동안 그 분야의 독서를 끊은 터였다. 계속해서 읽다 보니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일본 문화를 비롯해 선을 넘는 듯한 표현들이 난무한 작품들도 있어서 내겐 좀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컬렉션 속 작품들은 그렇게 다양하고 많은 탐정, 미스터리 소설들이 탄생하게 된 밑바탕이 된 작품들이라 할 수 있기에 더욱 의미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비밀"과 나쓰메 소세키의 "불길한 소리"가 가장 인상깊었다. 우선 "비밀"은 감정과 세부 묘사가 무척 뛰어났다. 때문에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 그가 분한 모습, 그가 지나간 거리가 마치 눈에 보이는 듯했다. 어떻게 이렇게 섬세할 수 있는지 그저 감탄스럽기만 하다. 그런 묘사들은 줄거리상으로는 전혀 미스터리하지 않은 것들을 미스터리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불길한 소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공포를 전혀 느끼지 않는 한 남자가 불길한 소리들을 연이어 들은 후 느끼는 공포감을 너무나 공감가게 조금씩 몰아간다. 그 공포의 대상은 끝까지 밝히지 않은 채 그저 분위기만으로 읽는 독자마저 무언가 있을 것이라 믿게 되는 것이다.


유명 작가들의 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경험이었다. 익히 알던 스타일의 글만이 아닌, 전혀 다른 타입의 글도 이렇게 유려하게 쓸 수 있구나, 하고. 이제 가을이 왔구나...싶다가 다시 기온이 올라가는 요즘, 아주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비밀이묻힌곳 #일본문학컬렉션 #작가와비평 #다니자키준이치로 #다자이오사무 #에도가와란포 #사카구치안고 #나쓰메소세키 #추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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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 절망을 이기는 용기를 가르쳐 준 감동과 기적의 글쓰기 수업
에린 그루웰 지음, 김태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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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며칠간 푹~ 빠져버린 책이다.


부제가 "절망을 이기는 용기를 가르쳐준 감동과 기적의 글쓰기 수업"인데 너무 뻔한 광고 문구처럼 들리지만 글쓰기에 어떤 힘이 있는지 잘 알고 있기에 궁금해졌다. 거기엔 겉표지 속 한 선생님과 아이들의 사진이 한 몫 했다. 아무도 맡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만 모인 반, 그 반을 맡은 에린 그루웰 선생님은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아이들을 변화시켰는지 말이다.


만약 이 책이 에린 그루웰 선생님의 입장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변화시켰는지를 서술한 에세이였다면 다소 작위적이면서 거짓으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다. 에린 그루웰 선생님이 맡아 1학년부터 4학년, 졸업할 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며 아이들 스스로 변화시켰던 글쓰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의 목소리로 어떻게 수업이 이루어지고 어떤 활동을 했으며 그런 수업이 아이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직접 들을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은 거짓없이 4여년의 과정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책을 읽지도, 당연히 글을 쓰지도, 수업에 참여하지도 않고 스스로의 삶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던 아이들은 끈질기고 정열적이며 절대로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 선생님을 만나 처음엔 당황하고 반항하다가 호기심이 생기고 책을 읽어내고 급기야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그들은 그냥 친구로서가 아닌, 이 세상을 함께 해나갈 가족같은 사이로 발전하고 자신의 삶을 바라보며 꿈을 꾸기 시작한다.


이렇게 써 놓으니 너무 뻔한 이야기같다. 하지만 각각의 익명이 보장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 정말로 현실 속 이야기일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삶은 절망적이다. 언젠가 보았던 에미넴의 <8마일> 영화처럼 그런 동네, 그런 가족, 그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책"을 만나 자신들을 돌아보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꾸고 목표를 이룰 수 있음을, 한 발 한 발 노력하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떻게 이런 선생님이 있을까 싶었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매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한다. 그렇기에 에린 그루웰 선생님의 이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교육법에 더욱 감동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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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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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마 미리의 몇 번째 책인지 세는 것을 그만 둠. ㅋㅋ

수필은 만화보다 별로였다고 하면서 발견하는 족족 계속 읽는 나는 뭐라냐~, 대체.

알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겠지~

또한 아무때나 잠깐 짬 내서 읽을 수 있는 간단하면서 쉬어가는 책이라서!


이번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은 마스마 미리의 무척 솔직한 환상을 엿볼 수 있다.

그 환상은 대부분 학창시절 꿈꾸던 것들이다.

가사 시간 만든 빵 등을 남자친구에게 전해주는 것,

하교 후 패스트푸드점에서 남자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보는 것,

연약한 척 쓰러지거나 그럴 때 공주님 안기를 당해보거나~ 뭐 그런 거.

와~ 진짜 일본스럽다 싶었는데

음~ 나도 학창시절 나름 환상을 키우던 사람이었음에도 어쩜 그렇게 하나도 공감이 안되는지...ㅋㅋㅋ

그럼에도 어쩜 이렇게까지 솔직한가~ 싶어서 재미있었고

그런 환상을 하나도 이루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과

지금 자신의 상황에 맞게 "여전히 두근거리는 것"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나름 흐뭇해서 역시나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다.

뭐, 또 그렇게 읽었다~! 하고 남기는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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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예요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고종석 옮김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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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라는 작가는

내게 있어 추억의 작가이다.

막 대학에 입학하고 친구들과 우리도 야한 영화 좀 보자며

샤론 스톤 주연의 "원초적 본능"과 양가휘의 "연인"을 선택하여 둘둘씩 비디오방에서 봤다.

내가 선택한 건 마르그리트 뒤라스 원작의 "연인"이었다.

처음 보는 야한 영화의 충격으로

사실 영화 자체의 의미 같은 건 잘 모르고 봤던 것 같다.

그럼에도 아주 오랫동안 낯선 이국의 배경과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 먼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 등이 기억에 남았다.

그 뒤 알게 된 작가의 작품들은 "사랑"이 테마이다.

<이게 다예요>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출판사의 훌륭한 설명 덕분이다.

85세의 노작가가 죽기 1년 전부터 남긴,

그녀의 35살 연하 연인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담긴 책이다.

분류가 "에세이"이지만.....

ㅠㅠ 단편적인 문장들에 가깝다.

(사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

아무래도 수양이 부족한 듯.

그녀의 소설을 몇 편 더 읽고

그녀에 대한 영화도 보고

그 후 다시 시도해봐야지~

*덧.

<연인>에는 잔느 모로가 나레이터로 등장하는데

<마그리트 뒤라스의 사랑>에선 주연인 작가역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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