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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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만 읽으면, 영락없이 추리 소설이다. 하지만 첫 장을 펼치고 마사 헤일을 따라 사건이 일어난 집으로 향하면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여느 추리 소설과는 좀 다른 것 같다고. 그리고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모인 남성들과 범인으로 유추되는 여인의 옷가지를 챙기러 온 여인들의 대화를 읽다 보면 조금씩 알게 된다.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을 전면에 내세운, 전혀 다른 뜻이 담긴 소설이구나~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없다. 그저 피터스 부인과 헤일 부인의 행동과 대사, 눈빛을 통해 우리는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어째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알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내가 바로 "여성"이자 "부인"이기에 피터스 부인과 헤일 부인이 느끼는 그 "마음의 연대"를 함께 느끼게 되는 것이다.


"실망이 거듭되면 상심하게 돼요. 말 그대로, 마음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마는 거예요."...83p

"시선이 마주쳤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반짝이며 터져 나왔다. 어떠한 연대감이 둘 사이에 생겨난 것이다."...89p


이 책은 참으로 오래 전에 나온 작품임에도, 이 책을 읽으며 이해하게 되는 순간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떠오를 수밖에 없고 이렇게 세월이 흘렀음에도 어째서 이렇게 진전은 하나도 없는지 한탄스럽다. 작가 수잔 글래스펠은 신문 기자였다는 사실과 이 작품의 시작에는 어떤 한 사건이 있었음을, 또한 작가가 그 사건을 얼마나 열심히 다루었는지를 책의 뒷부분을 통해 확인하고 나면 이 소설이 더욱 애틋하고 마음 아파진다.


여성으로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리라 생각한다. 연대감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읽고 같은 연대감을 남성들과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쪽저쪽 편가르기는 그만하고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을까.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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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 이야기
마크 트웨인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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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 출판사의 책은 이제 무조건 믿고 읽게 된다. 특히 이번에 만나게 된 두 권의 책이 훨씬 더 믿음이 가게 했다. 책의 선정에서부터 구성까지 단편이지만 한권을 통해 꼭꼭 씹어먹게 한다. 그러니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충격에 빠지고 마음이 쿵! 가라앉는다.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작품을 만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 계속해서 출판사의 작품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어느 개 이야기>는 마크 트웨인의 단편이다. 마크 트웨인은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통해 익히 잘 아는 작가이지만 이렇게 단편을 통해서도 당시 현실을 비판하고 이렇게 놀라운 작품을 썼는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소설은 개의 시점에서 서술된다. 어린 강아지로서 언어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훌륭한 엄마를 둔 이야기, 그런 엄마에게서 배운 가르침, 너무나 그리운 엄마와 헤어져 만난 주인들과 그곳에서 보냈던 ...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 ...그리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까지.


이 어느 개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동안 처음에는 싱긋 미소짓다가 나중에는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이게 말이나 되나....싶었는데 책의 뒷장에 구성된 실화 이야기를 읽은 뒤에야 작가가 왜 이런 작품을 구상하게 됐는지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만약 이 책의 뒷부분에 자리잡은 다양한 이야기들까지 읽지 못했다면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불어 관련된 두 가지 사건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니 역시나 좋은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여 읽히고 잃히는 것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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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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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좋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어떨 땐 세상에~ 나랑 같아~ 하다가도

또 어떨 땐 엥~ 싶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나랑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한 일이므로

어쩌면 이 작가의 책들에 대한 반응은 당연한 건데도

공감하는 부분을 발견할수록 자꾸 더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실망도

그럼에도 계속 찾아 읽는 이유는,

결국은 그의 책에서 위로를 받고 편안해지기 때문일 것.

그래서 또 다른 작품을 찾아가는 나!


#마스다미리 #이봄 #만화에세이 #이제아픈구두는신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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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 정말~ㅜㅜ






한동안 피터스 부인은 몸이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미동 없이 서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몸을 움직였을 때, 총알 처럼 튀어나가 바구니 안의 퀼트 조각들을 들추고 상자를 꺼내 자신의손가방에 쑤셔 넣었다. 가방이 너무 작았다. 피터스 부인은 필사적으로 상자를 얼었고 열렬한 손짓으로 새를 잡아채려고 했지만, 멈췄다.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피터스 부인의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져내렸다. 차마 그 새를 잡을 수가 없어서, 바보가된 기분으로 하릴없이 멈춰 서버렸다.
그때, 문의 반대편에서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마사 헤일은 순간적으로 피터스 부인의 손에서 상자를 낚아채자신의 풍덩한 코트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 P138

당시의 여성들은 자신의 비극이 개인적인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삶이 드러나자 같은 비극을 견디며살아가던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습니다. 결국, 개인적인 문제가아니라 공론화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드러내고 연대하여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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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친절했고 온화했다. 누군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원한을 품지 않았고, 머릿속에서 빠르게 지우고 쉽게 잊어버렸다. 엄마는 그런 삶의 방식을 우리에게도 가르쳤다. 우리는 위험이 닥친 순간에 용기를 내라고 배웠고, 친구뿐만 아니라 모르는 이가 위협을 받고 있어도 함께 맞서 싸우라고 배웠다.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는 계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그리고 위험에 닥친 이들을 도와주라고, 대담하게 달려들엄마는 가르쳤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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