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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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이 난 책은 다 이유가 있다. 감상과 평가는 각자의 몫이긴 하지만 그만큼 보편적으로 인정을 받았기에 소문이 난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베스트셀러를 따라 읽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좀 알려진 책들을 따라 읽는 건 확실히 효과가 있다. 뒷북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어도.

앤드루 포터의 <사라진 것들>은 순전히 입소문으로 알게 된 책이고 조금 시간이 지나도 좋다는 사람들이 많아 따라 산 책이다. 작가의 이전 책,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도 익히 들어왔지만 기회가 잘 닿지 않았는데 <사라진 것들>은 스르륵 내 품에 들어왔으니, 읽어야지.(이렇게 책과 연이 닿는 게 느껴질 때마다 참 신기하다)

유명세 말고는 아무 배경지식 없이 읽기 시작한 터라, 한 챕터를 놀람 속에 읽고 나선 두 번째 챕터에 들어갈 땐 미세하게 분위기가 바뀌어 살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단편집이다. 그러니까 보통의 단편집과는 또 다르다.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모두 40대의 남성이라는 점. 무언가 이루어 놓아 안정세에 접어들었을 것 같은 나이지만 책 속의 주인공들은 얻은 것과 동시에 잃은 것을 생각하며 안정과 동시에 불안하다. 그들의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비슷하다. 젊은 시절에 누리던 것을 추억하며 그리워하거나 현재의 불안감을 민감하게 캐치하고 어쩔 줄을 모른다. 그건 가정을 얻거나 말았거나 아이가 있거나 말았거나 모두 마찬가지다. 앤드루 포터는 이런 주인공들의 심리를 그저 보여준다. 해결책 따윈 없다. 그래서 읽다 보면 왠지 아련하고 가슴이 저릿하다.

어릴 땐 30대가 넘으면 그저 안정적으로 미래만 바라보며 살 줄 알았다. 살아보니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내 발목을 잡는 것 같고, 돈은 끝도 없이 들어가고 미래는 불안정하고... 남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또 조금 다를 것이다. 앤드루 포터는 그 심리를 참 잘 잡아내는 것 같다. 이전 작품이 더 좋다는 평이 많아서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도 꼭 읽어봐야겠다.

좋은 책들이 많아서.... 정말 큰일이다. 이제 곧 노안이 올 텐데.... 그럼 책 읽고 싶어도 마음껏 못 읽을 텐데... 나이를 먹는다는 건 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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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하우스
메이브 빈치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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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브 빈치의 책을 다 읽어간다. 그래서 너무 슬프다. 아주 옛날 책을 제외하고 모두 구비해 두었는데, 첫 책 이후 너무 재밌어서 조금 힐링이 필요할 때마다 읽다 보니 벌써 한 권밖에 남지 않았다. 아쉽다, 아쉬워~!!

<풀하우스>는 120여 페이지밖에 안 되는 짧은 책이다. "세계 책의 날 기념 퀵 리드 시리즈" 중 한 권인 듯. 그래서 짧고 빨리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정말로 금방 읽었다. 심지어 광분하며(이 집의 자식들이 얼마나 짜증나던지~! "폭삭 속았수다"를 본 지 얼마 안되어 읽으려니 더 열통이 터진다) 하지만 아까워서 조금씩 정독하며... 그래도 끝나버렸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내가 정말 자식들을 바르게 키우고 있는 건지, 어디까지 해주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 더 좋은 일인지 가족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뭔지~. 이상하게 메이브 빈치의 책을 읽고 있으면 세상 사람 모두 사는 게 다 비슷하구나 싶다. 그래서 좋다. 작가는 이 세상에 이제 없는데, 더 씌여질 책이 없는데 더 읽고 싶으니 정말 큰일이다. 혹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한 작품이 있다면 좀만 더 출간해주시면 안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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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에토 지음, 이구름 옮김 / 모모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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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집안에 한 사람만 병을 앓고 있어도, 그 돌보던 이가 하늘나라에 가면 한동안 슬픔에서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사람이란 망각의 동물이라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 슬프고 아팠던 기억보다는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추억하며 조금씩 잊고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때론, 어떤 이들은 이와는 다르게 더 아파하고 더 슬퍼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저 시간이 약이라고 하는 말은 위로가 될까?

<런> 속 다마키는 청소년기에 가족을 모두 잃었다. 하필이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싫다고 외치고 혼자 참여하지 않았던 나들이에서. 이 사건으로 다마키는 오랜 시간 가슴 아파하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이후 이모와의 삶을 살며 조금씩 적응하는가 싶었는데 그렇게 자신을 지탱해주던 이모도 병으로 떠난다. 다마키는 세상이 원망스럽다. 아무와도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싶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아우라가 비슷한 자전거 점포의 곤노를 만나며 조금씩 마음을 연다. 하지만 그 곤노와의 접점이었던 고양이도 죽고 곤노도 고향으로 가버린 후, 다마키에게는 곤노에게서 받은 자전거 한 대뿐이다.

기구한 운명~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나이가 들며 조금씩 더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세상 편하게 별 걱정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누군가는 너무나 힘들게 하나하나 스스로 극복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 속에 놓인 이들도 있다. 왜 어릴 적 전래동화처럼 권선징악대로 되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는 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듯,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다마키는 곤노가 전해준(자신의 아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들었던) 자전거를 타고 우연히 하계를 넘어 명계로 넘어간다. 그곳에서 만난 하늘나라의 가족은 더이상 자신의 기억에 남아있는 가족이 아니다. 마치 시간이 흘러 잊힌 사람들처럼 아픔과 고통은 없고 즐거웠던 추억만 기억하는 가족들이다. 다마키는 그런 가족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최근 열심히 봤던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 속 대사... "살민 살아져"라는 말이 가슴을 후벼판다. 어떻게든 산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에 가능하다. 나 자신을 위해서든, 내가 사랑하는 다른 이를 위해서든 조금씩 이 땅에 발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산책을 나가고 책을 읽고.... 미안해서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걱정할 그들을 위해서라도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한다. 그런 다마키와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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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학교
허남훈 지음 / 북레시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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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밤 12시가 되면 학교 앞 연못의 동상이 움직인대~"라는 학교 괴담은 어느 학교나 몇 개씩 전해지곤 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엔 그런 게 없나 했더니 그렇지도 않다. 연못도 없고, 동상도 없지만 지하실 괴담이라거나 시계 괴담 같은 건 아직도 존재하나 보다. 처음 <밤의 학교>라는 제목을 들었을 땐 바로 그 괴담이 생각났다. 한밤 중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니~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지환은 고등학생으로 시를 짓는 걸 좋아하고 친구 기웅이와 실체 엽서 모으는 걸 취미로 삼고 있다. 어느 날 얻게 된 한 실체 엽서에서부터 기묘한 일이 자꾸 생긴다. 일어났으나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보았지만 나만 본 일들이다. 잘못 봤겠지~ 하던 중 친구의 꾐으로 학교에서 자게 된 어느 날, 지환은 학교에서 자신도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그 일에 휘말리게 된 사실을 깨닫는다. 과연, 이 밤의 학교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소설의 초반에는 실체 엽서가 등장하고 갑자기 희곡이 나오고 해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조금 헷갈렸다. 하지만 조금의 상상력만 있다면 그 희곡이 지환이 쓴 희곡이고 아이들이 공연하게 될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구성이 굉장히 독특하다. 지환이 겪는 여러가지 일들과 희곡이 번갈아가면서 서로를 보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읽는다면 과연 몇이나 이해할까 싶어 조금 아쉽기는 했다)

밤의 학교에서는 권기옥에서부터 시작해 윤동주와 안중근, 김구까지 일제강점기를 거쳐 독립운동에 헌실한 여러 의인들이 동시에 등장한다. 여러 시대를 거쳐 일어난 일들이 마치 한 무대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그 과정을 통해 지환과 친구들은 자신들이 잘 몰랐던 여러 역사적 사실들을 알게 되고 많은 것을 깨닫는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 또한 마찬가지다.

"잊지 마. 학교야말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다 함께 모여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것을."...156p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이라 하더라도 아이들은 우리 역사를 그저 공부라고만 치부해버린다. 과거를 알아야 미래도 대비할 수 있다는 말 쯤은 아이들에게 그저 말도 안되는 꼰대들의 잔소리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역사를 제대로 모르고서야 어찌 세계에서 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바로 우리의 정체성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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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 - 폭식하는 알바트로스와 히치하이커 애벌레
제럴드 더럴 지음, 김석희 옮김 / 우리학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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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시간보다 책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 유튜브, 각종 블로그 등을 살피는 시간이 더 많다 보니 읽고 싶은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간다. 더불어 필요한 참고서나 책을 살 때마다 조금씩 끼워서 집에 쌓아놓는 편. ㅋㅋㅋ 나와 수업하는 친구들은 과연 저 선생님 뒤에 장식된 책들이 어떤 순서로 언제쯤 결국 읽힐 것인가를 두고 토론도 한다. 처음엔 분명 기억하고 있었지만 구비했다고 바로 읽는 편이 아니기에ㅠㅠ 결국 시간은 흐르고 내 기억은 저 멀리~~~!

<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은 아마도 TV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송은이 MC의 "북유럽"을 통해서였던 것 같은데 다시 대강 찾아보니 못 찾겠다.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중고로 구입해서 처음부터 책등이 바랜 책이었지만 그래도 "동물"이라는 글씨가 언제나 흐믓하게 해서 결국 이번에는 완독! 읽는 내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저자 제럴드 더럴은 동물학자이다. 동물원을 설립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동물원에서 양육한 뒤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야생동물 보호 방법을 개척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동물은 키우고 싶고(보호하고 싶고) 돈은 들고~ 해서 소설가가 된 형의 조언에 따라 옛 기억을 되살린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책으로 내게 되고 그것이 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어 자신의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바로 그 책이 <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이다. 저자가 어린 시절 항상 비가 오고 싸늘한 날씨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가족이 그리스의 코르푸 섬으로 떠나 지낸 5년 간의 이야기로, 각자의 개성이 너무나 뚜렷한 네 남매와 강인하지만 낭만적인 어머니만으로도 즐거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런데 그 중심에 있는 제럴드, 즉 제리의 남다른 동물 사랑이 더해져 자연 속에서 매일을 쏘다니던 제리의 다양한 관찰과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견딜 수 없어 집으로 데려와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폭소대작전이다.

예민하다 못해 시니컬한 첫째 형 래리의 구박이 있어도, 자신을 지지해 주는 어머니가 있었기에 제리는 거북이, 애벌레, 거미와 까치, 전갈, 검은등 갈매기 등 정말로 다양한 동물들을 키우기에 이른다. 가족들은 결국 방 하나를 동물원처럼 꾸밀 수 있도록 내주기도 하면서 그들과의 동거에 들어간다. 그리스라는 낭만적이고 푸근한 시골 마을에서 이 개성 강한 가족이 지내는 이야기는 정말로 꿈 속의 동화같다. 이런 시절을 보낸다면 동물원장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껏 탐색하고 마음껏 관찰하며 지낸 이 꿈같은 5년은 제리의 단단한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읽는 내내 부러워하며 읽었다. 그저 다른 나라에서 여유만만 보내는 이들의 상황이 아니라 그럴 수 있는 마음 속 여유가 부러웠다. 다른 책도 낸 것 같은데 국내에는 아쉽게도 이 한 권의 책밖에 없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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