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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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온라인 서점의 이웃님 피드를 통해 알게 된 책

책에 대한 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지은맘이라 중고책 장바구니에 담아놨다가 구입했다.

일이 바빠서 한동안 내 책을 읽을 여유 없이 보내다 스리슬쩍 다시 집어 든 책은

역시나 가볍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는 기준 아래 선택했고

예상대로 대박!^^

아일랜드의 한 섬에는 서점이 딱 하나가 있다. 그리고 그 서점 주인은 얼마 전 아내를 잃고 혼자 산다.

성격도 까칠, 책 취향도 까칠해서 섬 사람들은 이 서점에 가끔은 들르지만 어디까지나 필요한 책을 사기 위해서이고 이곳에 책을 팔아야 하는 출판사 직원 또한 가능한 자주 방문하지 않도록 시간을 조정할 정도다.

그런 그에게 변화를 꾀하는 사건이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한다.

사실 기본 구조는 특별할 게 없다. 오히려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까~ 하는 흐름 그대로이지만

등장인물들의 개성에 하나하나 공감하게 되고

중간 중간 주인공 피크리가 딸을 위해 써 넣는 간단 서평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감동"이 있기에 푹~ 빠져 읽게 된다.

굉장히 사랑스러운 책이다.

서점에 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반복되는 생각.

나도 서점 하나 하고 싶다...ㅋㅋㅋ

나도 피크리처럼 내가 좋아하는 작가, 내가 좋아하는 책들로 가득 채우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

언젠간 이룰 수 있을런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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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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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을 통해 문제 의식을 상징성 있게 잘 전달하는 작가구나~ 생각했다. 분명 소설은 미스테리 추리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주제는 전혀 가볍지 않고 사회적 문제를 잘 드러내고 있어 <고백>을 무척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었었다. 이 작가의 신작이라면 충분히, 또 꼭 한번은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미나토 가나에의 이번 신작은 <모성>이다. <고백>은 그 주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 제목이지만 <모성>은 그렇지 않다. 제목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아마도 주제이지 않을까, 쉽게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제인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또한 그저 모녀의 애증 관계를 그리고 있나 보다고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역시나 미나토 가나에다.

소설의 첫 시작을 열면 "모성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한 사건이 보도된다. 곧이어 "어머니의 고백"을 통해 이 어머니 입장에서 바라 본 딸에 대한 생각과 자신 어머니와의 관계, 결혼, 임신, 육아를 거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고백한다. 독자는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앞에 소개된 사건과 이 어머니의 고백 사이에서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추론해 간다. 그리고 "딸의 독백"이 이어진다. 어머니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너무나 다르다. 그렇게 독자들은 조금씩 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다.

하지만, 이 어머니라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과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아이를 낳은 여자가 전부 여자가 되는 건 아니다. 모성이란 게, 여자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것도 아니다.'(...본문 중) 여서가 아니라 이 어머니의 어머니와의 관계과 일반적이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보통의 아이는 사춘기를 지나며 엄마와의 관계가 조금은 멀어진다.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다음에야 엄마와의 관계가 회복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어머니는 본인 어머니와의 관계가 너무나 가까워서 오히려 어머니에 대한 집착이나 목족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자라며 부모로부터 분리, 독립하는데 이 여성은 그렇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딸이라는 존재도 어머니에게 칭찬받기 위한 존재로 생각했던 것은 아닐지.

역시나 마지막 부분은 충격적일 정도로 반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전이라고 적는 것만으로도 스포일러가 될까 조심스럽지만 앞에서 깨닫지 못한 부분을 뒤에서 깨닫게 되고 비로소 이해가 되니 역시 반전이라고 해야겠다. 작가의 필력 하나만큼은 인정!

"모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내 가족이고 내가 돌봐야 할 존재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사랑해야 할 존재가 아닐까.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대화도 나누지 않는다면 모성이라는 것이 생길 수강 없을 것이다. 단지 어머니라는 이유만으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역시나 문제의식을 잘 드러낸 소설이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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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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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책은 언제나 도전 목록이다. 지금껏 여러 번 도전했으나 제대로 읽은 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이번 <블루 & 그린>이라는 단편집은 "단편집"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역시나 도전이었다. 장편소설보다 단편이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있었다고 하고 싶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적 특징이 단편이기에 잘 드러났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미완성된, 그녀의 글 조각들을 읽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책은 두고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을 예정이다.


맨 앞부분을 차지하는 "블루&그린"은 책 제목을 대표하고 있는 만큼 버지니아 울프의 사진 찍듯 묘사하는 특징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는 단편이다. 줄거리나 상황 설명 없이 그저 초록초록한, 또한 푸릇푸릇한 장면들을 묘사한다. 블루는 나에게 익숙한 색은 아니어서 블루보다는 봄의 그 초록초록한 묘사가 훨씬 와 닿았다. 이 또한 40 중반을 넘어가며 깨닫게 된 것이지만. 이후 이어지는 몇몇 단편들은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분명 대사도 있고 묘사도 있고 한데, 도대체가 "그래서 뭐..."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거다. (사실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읽으며 이런 말을 하면 안된다. 그저 받아들여야 할 뿐.) 도대체가 익숙해지지 않는 이 사실적으로 들여다 보는 듯한 한 장면, 한 장면의 단편들은 따라서 계속해서 나에게 "고스란히 받아들여!"라는 도전 단편들이 될 것 같다.


하지만 "프라임 양"부터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불가사의한 V양 사건"은 현대 사회의 익명성과 간섭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라 특히 더욱 공감했던 것 같다. 그저 잘 살고 있을 거라고, 다들 다 그렇게 살지 않느냐고 적당히 무관심하게 사는 것이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그런가 하면 "존재의 순간들"은 <올랜도>를 슬쩍 생각나게도 하는 조금은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무척 다양한 느낌의 단편을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 그리고 언제나 도전이 된다는 점도. 버지니아 울프의 책들을 읽을 땐 버지니아의 삶이 항상 먼저 생각나서 언제나 우울 모드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둘을 떼어놓고 글만으로 읽어야지, 하다가도 또다시 글 속에서 작가를 찾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더 오랫동안 그녀의 책들은 내게 숙제와 도전이 될 것 같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버지니아울프 #블루&그린 #더퀘스트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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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여성, 나혜석과 후미코
나혜석.하야시 후미코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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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우왓"을 외쳤다. 뛰어난 편집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표지 안쪽 옮긴이 소개를 읽다가 알았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작가 시리즈'를 엮었다는 사실을. 그럼 믿고 읽는다. '작가 시리즈'부터 좋은 주제로 잘 알려지지 않은 글들을 묶어 펴 낸 것에 무척 감동이었다. 그런 그가 엮은 책이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식민지 조선의 부귀한 나혜석과 일본의 가난한 작가 후미코의 비슷한 여행기를 함께 읽는 책이다.


나혜석에 대해선 여기저기서 귀동냥으로 주워들어 대강은 알고 있었다. 또한 여성의 인권에 대해 쓴 글에 대해서도 한 편 정도는 읽어본 적이 있었다. 나혜석이라는 여성의 삶을 알고 읽은 그 글은 무척 처절하고 아렸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의 <구미여행기>는 그녀의 불행이 막 시작되기 전 혹은 그 불행의 씨앗이 되는 글이다. 때문에 왠지 이 글이 곧 일어날 불행에 앞선 전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나혜석의 여행기는 무척이나 무미건조하다. 마치 여행기라기보다는 간단한 메모를 모아놓은 것 같다. 자세한 묘사나 설명, 자신의 느낌이나 감상 같은 것보다는 어디를 갔고 누구를 만났으며 무엇이 있다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후미코의 <삼등여행기>는 사뭇 다르다. 작가의 글솜씨 그대로 마치 요즘의 여행 에세이를 읽는 듯 그곳 장소나 주변 거리 등의 설명, 묘사보다는 그곳에서 겪은 일 위주로 서술되고 있다. 어쩌면 이건 식민지 여성과 다스리는 나라의 여성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록 나혜석은 1등칸을 타고 최고로 유명한 곳에 지체 높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어지지만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위치이고 후미코는 3등칸을 타고 언제나 돈에 쪼들리지만 그 무엇에도 거리낌없는 마음가짐이기 때문이라는 것 말이다. 그런 점들을 비교해서 읽고 있자면 비록 이 두 편의 글은 모두 여행기이지만 우리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고 때문에 가슴 한 켠이 아파온다.


여행은 현실을 벗어나 쉬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기 위해 떠난다. 실제로 좋은 여행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자양분이 되기도 하는데 두 여성의 여행이 각자의 역사와 사회 상황에 따라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이어 생각하면 안타깝기만 하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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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언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십니까?"
그가 숨죽이고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대화하듯 말을 건넸다.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기분이드는 날도 있을 겁니다. 올해의 제가 바로 그랬죠. 저는 이번 꿈을 완성하기 위해 천번만번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꿔야 했습니다. 하지만 절벽 아래를 보지 않고, 절벽을 딛고 날아오르겠다고 마음먹은 그 순간, 독수리가 되어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완성할 수 있었죠. 저는 여러분의 인생에도 이런 순간이 찾아오길기원합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꿈이, 그런 여러분에게 영감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겁니다. 큰 상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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