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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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눈에 띄었다는 건, 서점가에서 어느 정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사실 읽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나는 "어린이"들과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고 아들은 없지만 딸은 11년 터울로 둘이나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 어린이라면 너무나 익숙한 사람이다. 그러니 내겐 필요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언젠가 둘째와 서점가를 거닐고 있을 때, 베스트셀러 목록이 있는 곳에서 9살이었던 둘째가 주장했다. "엄만, 이 책을 좀 읽을 필요가 있어. 어린이들에게 너~무 공감 능력이 떨어져." 충격이었다. 발끈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난 어린이들과 아주 잘~ 지내고 있고, 어린이들이 나를 참 좋아한다고 반박했으나 둘째는 그럴 때도 있지만 아주 중요한 한끝, 그 세심한 하나를 모르고 지나치는 때가 있다고 한다. 음~ 사실 나도 안다. 왜? 난 극 T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잘 공감해주고 함께 웃고 위로해줄 수 있지만 뭔가 아주 미묘한 감정 하나는 뒤늦게 생각날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내 딸들일 경우에 더 심하다. 그래서 구매!

읽으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우선, 김소영 작가와 나는 같은 일을 한다.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하는 것이다. 너무나도 감성적인데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잘 챙길 줄 아는 사람이 바로 김소영 작가이다. 그러니 하루하루 있었던 일 속에서 아주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소중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니 "어린이"들의 감정 하나, 행동 하나에 감동하고 공감해준다.

그렇다고 좌절감에 휩싸이진 않았다. 난 나만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나는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의 장단점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다. 그래서 때로 냉철해 보이지만 듣기 싫은 말, 옳지 못한 행동 등에 대해서도 올바르게 알려준다. 그리고 자고 나면 잊는다. 아이들은 그런 내가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큰 기복없이 자신들을 받아들여준다는 사실을 알기에 미묘한 감정 싸움이나 조금 큰 잘못을 했어도 한번 이야기하고 나면 다음에 올 땐 밝은 얼굴로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반성은 됐지만 내가 고쳐나갈 점을 생각하며(성격이 그런다고 바뀌나 싶긴 하지만) 즐겁게 읽었다. 무엇보다 어린이는 사랑스럽고 때로는 감탄하게 하며 열심히 배워나가는 존재라는 데에 무한 공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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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자신의 의지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의 구성원으로서 똑같은 자격을 갖는다고 배웠다. 기사에 달린 댓글에는 어린이가 ‘피어 보지도 못했다‘는 표현이 있었다. 글을쓴 분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는 들린 비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삶은 그런 게 아니다. 삶의 순간순간은 새싹이 나고 봉우리가 맺히고 꽃이 피고 시드는 식으로진행되지 않는다. 지나고 보면 그런 단계를 가졌을지 몰라도, 살아 있는 한 모든 순간은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 내 말은다섯 살 어린이도 나와 같은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이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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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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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전에 <나를 보내지 마!>를 읽고 무척 충격적이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10년도 더 전이라 충격만 받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후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클라라와 태양>은 그 이후 출간되었다. 출간된 이후 꾸준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작품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도서관에서 데려 온 책은 겉표지가 홀라당 벗겨져서...ㅠㅠ 작가 소개도 반 밖에 안 붙어있다. 띠지까지 보관하는 사람으로서 뭔가 잔뜩 아쉬움~.

소설도 정독하는 사람이라 450여 페이지를 읽는 데 2주 넘게 걸리는데, <클라라와 태양>은 3일만에 읽어버렸다. 도중에 너무 슬퍼서(뒷 내용이 상상되어~), 혹은 감정이 감당이 안 돼서 중간중간 놓기도 했지만 결국 너무 궁금해서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다.

<클라라와 태양>은 미래의 어느 지점에 살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에 관한 이야기다. 에이에프라고 불리는 이 인공지능 로봇은 아이들의 외로움과 성장을 위한 도움을 받기 위해 팔리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그 중 신형은 아니지만 무척 관찰력이 뛰어나고 호기심이 많아 아주 세세한 것까지 알아차리고 배워나가는 클라라가 있다. 클라라는 에이에프 매장에서 창 밖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임무인 자신의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렇게 클라라는 조시를 만나게 된다.

읽는 내내 작가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는데 소설 속 등장인물들 특히 클라라에 대한 묘사가 아주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 어느 하나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서 클라라의 생각을 따라 읽다 보면 클라라가 어떤 아이인지 모든 것을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책이 중반을 넘어가며 흐릿했던 세계관이 비로소 정립되는데 그에 따라 생각거리도 생겨난다. 우리 곁에 인공지능이 함께 하게 된다면 어떻게 다루는 것이 옳은지, 이들에게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지, 그 외에도 윤리적인 문제들(스포가 될까 자세히 적을 수가 없다)까지... 하지만 결국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가장 마지막에 남겨둔 것이 아닐까 싶다.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320 p

클라라라는 인물이 너무나 정교해서 분명 사람과 같지 않은 간극이 있음에도 사람보다 더 정이 가다 보니 마지막에 이르면 정말 너무 슬프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그들의 어떤 선택에도 그들을 믿고 따르려 했던 클라라는 가족인가, 아닌가. 어떻게 클라라에게 "마음"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아주 진하게 여운이 남는 책이다.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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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다른 것도 좀 물어보자. 이런걸 묻고싶어. 너는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만약에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조시를 제대로 배우려면 조시의 습관이나 특징만 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어?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아?"
"네, 그럼요."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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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2 사계절 만화가 열전 21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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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감성 사이로 고고히 흐르는 지적 인문주의의 대향연"

크으~ 얼마나 멋진 말인가! ㅋㅋㅋ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1편을 킬킬거리며 읽고 2편은 안 나오나~ 하고 있을 때,

2편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런.데.... 16800원이라니~!

1편도 중고로 구입했는데 나 이거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잊어버림..^^;;;

나의 독서 찾아 삼만리 중에 "플라이북"이라는 도서 대여 앱을 발견!

결국 자다 깨서 새벽에(적어도 나는 이 시간에 이성적 생각을 배제하고 나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는 시간)

무제한 대여를 구독해 버림..ㅋㅋㅋ


하여간 그렇게 첫 대여로 2편이 내게로 왔다.

기존의 독서 클럽에 빠진 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엄청 내향형인 도서관 사서의 등장이 무척 흥미로웠고

저~ 앞의 설명처럼

책을 잘 알고 읽었어야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아서

1편처럼 킬킬거리며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새로운 등장인물 다크 섹시에게서 내적 친밀감이~ㅋㅋㅋ

언제 읽어도 즐거운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3편은 안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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