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즈 데케루 펭귄클래식 106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조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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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77

˝진정한 내가 된다고요? 진정한 자신이 되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스스로 만드는 거예요.˝


첫 시작이 잘못되면 계속 잘못될 수 밖에 없다. 다시 몇걸음 뒤로 돌아가더라도 잘못은 반복될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겠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프랑수아 모리아크의 <테레즈 데케루>는 잘못된 결혼으로 모든걸 잃어버린 ˝테레즈˝라는 여성이 처음으로 돌아가기 위해 저지르는 사건 내용과 왜 그녀가 그런 사건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심리적 갈등을 그리고 있다.




<테레즈 데케루>는 지방법원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약사로부터 고소를 당한 ˝테레즈˝, 그녀는 남편이 먹고 있던 약의 처방전을 위조하여 남편을 독살하려는 협의로 피소되었다.(다행히 남편은 죽지 않고 입원해있다.) 하지만 당시 상류층이었던 ˝테레즈˝의 아버지와 남편 ˝베르나르˝는 집안의 명예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소송을 기각시키기 위해 손을 쓴다. 도대체 어떤 이유 때문에 그녀는 남편을 죽이려고 했던걸까?

[‘나는 내 죄가 뭔지 몰라, 사람들이 내게 씌우려던 범죄는 내가 원치 않았던 거야. 내가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 내 안에서, 그리고 내 밖에서 맹렬히 치밀던 이 힘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난 전혀 몰랐었어. 그 힘이 나아가면서 파괴한 것을 보며 스스로도 공포를 느꼈었어‘] P.39



사실 ˝테레즈˝와 ˝베르나르˝와의 결혼은 집안끼리의 결합을 위해 필요한 것이기도 했지만, ˝테레즈˝ 자신이 원한 결혼이기도 했다. 재산이 늘어나는 것도 풍족하게 사는 것도 그녀의 바램이었고, 결혼을 통한 신분 유지 역시 그녀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게 그녀의 성장배경에 의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길이라면?

[테레즈, 많은 사람들이 너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 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너를 염탐하고, 네가 가는 길목에서 너를 붙잡고, 너의 가면을 벗기던 나는 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P.23



그녀는 그와 결혼을 하고 나서 깨닫는다. 이 결혼은 잘못되었다고.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고, 그와 맞지 않다는걸 신혼여행을 가지마자 알게 된다. 결혼과 동시에 찾아온 권태. 그녀는 그의 손길, 그의 숨결마져 거부한다. 하지만 참아야 하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모든 감정을 숨기고 살아간다. 그런데 얼미동안이나 아무렇지도 않게 살 수 있을까?

[베르나르, 황량한 시선의 이 남자는 그림의 번호가 베데커 여행안내서와 다르다고 걱정하고, 최단시간에 봐야 할 것은 전부 봤다는 데 만족하는 그런 남자였다. 그가 이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었다니! ] P.61



권태에 빠진 ˝테레즈˝에게 어떤 계기가 찾아온다. ˝베르나르˝의 여동생이자 ˝테레즈˝의 친구인 ˝안˝에게 ˝장˝ 이라는 애인이 생기는데, ˝베르나르˝의 집안은 가난하고 병악한 ˝장˝을 결코 반기질 않는다. 시어머니는 ˝테레즈˝에게 ˝안˝을 설득해서 ˝장˝과 헤어지게 도와라고 한다. 그녀 역시 큰 생각 없이 이를 받아들이고, 친구의 이별을 위해 ˝장˝과 만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장˝을 만난 ˝테레즈˝는 그의 영향을 받아 자유로운 삶을 꿈꾸게 되고, 남편인 ˝베르나르˝에게서 느껴보지 못한 마음의 안정을 얻게 된다.

[그런데 왜 저희가 한곳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입니까? 매 순간은 즐거워야 합니다. 이전의 즐거움과는 다른 즐거움을 경험해야 하는 거지요.] P.99



처음부터 ˝안˝과의 결혼에 관심이 없던 ˝장˝은 모두의 바램대로 그곳을 떠난다. 하지만 그가 떠남과 동시에 ˝테레즈˝의 마음은 공허감으로 가득 찬다. 더이상 그를 만날 수 없게된 ˝테레즈˝는 점점 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

[내가 장 아제베도를 자주 보았던가? 그는 10월 말에 아르즐루즈를 떠났지. 아마 우리는 대여섯 번 산책을 같이 했을 거야. 안에게 전할 편지를 같이 썼던 산책만 따로 생각나는구나. 그 순진한 청년은 안에게 위안이 될 문구들만 생각해 냈어. 그에게 아무 말 안했지만 난 그 문구들이 아주 끔찍했는데. 하지만 우리의 마지막 산책들은 전부 뒤섞여 하나의 기억같이 느껴져.] P.105



이후 그녀는 출산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딸에게 애정을 느끼지 못하고, 그녀보다는 자식에 더 관심을 보이는 가족들에게 서운함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딸이 자신을 닮지 않기를 바라기 까지 한다. 무엇때문에 그녀는 이렇게 삶의 의욕을 잃고 권태에 빠진걸까? 남편에 대한 적개심은 커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조금씩 조금씩 남편이 먹는 약의 처방량을 늘리게 된다. 그리고 남편은 결국 쓰러지고, 그녀는 피소된다. 아무리 싫더라도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할까? 아니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범죄자로 만들었던 걸까?

[오로지 베르나르만이 끔찍한 현실, 그 자체였다. 그의 육중한 몸집, 콧소리, 단호한 어조와 그 만족스러운 태도, 이 세계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런데 어떻게? 어디로 가야 하나? 첫 더위가 그녀를 짓눌렀다. 그녀가 죄를 범하려는 찰나에는 그 어떤 경고도 없었다.] P.121



그녀의 죄는 기각되었지만 그녀는 더이상 이전과 같이 지낼수는 없었다. 집안의 체면을 중요시하는 ˝테레즈˝의 아버지와 ˝베르나르˝는 과다 처방을 단순한 실수로 덮었고, 모두에게 쉬쉬한다. 그리고 겉으로는 행복한 가정을 연기하고 그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이 살아간다. 음식에 독을 탈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테레즈˝의 식당 출입은 금지되고, 감금되다시피 하게 된다. 그런데 누구도 ˝테레즈˝의 마음의 병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과연 ˝테레즈˝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내가 원했던 것이라고요? 뭐, 내가 원하지 않았던 것을 말하는 게 더 편하겠네요. 나는 어떤 인물인 듯 연극하고, 행동하고, 상투적인 말을 하고, 매 순간 진정한 ‘테레즈‘ 를 부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에요, 베르나르, 보세요. 나는 솔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요. 내가 당신에게 하는 이야기는 왜 다 거짓처럼 들리는 걸까요?˝] P.184



약물을 과다투여한 그녀의 행위는 분명 잘못된게 맞다. 처벌받아야 함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복기해 볼 필요는 있다. 그녀의 권태와 고독은 어디서부터 온건지 말이다. 자신이 선택했기에 자신이 책임져야한다고 말하기에는 그녀의 선택지가 너무 제한적이지는 않았던 걸까? 누구의 부인이 아닌, 누구의 엄마가 아닌 ˝테레즈˝ 본인으로 살고 싶었던 그녀의 미래에는 새로운 삶이 있기를 바래본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은 돌로 만들어진 도시가 아니야. 강연도, 박물관도 아니야.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그것은 도시 속에서 동요하고 어떤 폭풍우보다도 더 강한 열정이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숲이야. 어둠 속에서 아르즐루즈의 소나무 숲이 내는 신음 소리 역시 인간적이기에 감동적이었던 거야.‘] P.190




Ps.

사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얼마전에 인상깊게 읽었던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에 이 책이 계속 등장했고, 엔도 슈사쿠가 이 책을 아주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엔도 슈사쿠가 극찬을 했지?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생각해보니까 나는 어떤 책을 읽고 나면 그 책에서 언급된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최근에 <밑줄 긋는 남자>를 읽고나서 에밀 아자르의 <솔로몬왕의 고뇌>를 읽었었고, <콜미바이유어네임>을 읽고나서 스탕달의 <아르망스>를 너무 읽고 싶었지만 절판되어서 도저히 구할 수 없었다.(중고책 엄청 비쌈...)


책을 읽고 나니 왜 엔도 슈사쿠가 이 작품을 좋아했는지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다. 작품의 배경과 성별은 다르지만 ˝테레즈˝의 공허함과 엔도 슈사쿠의 작품에 담겨있는 그 쓸쓸함이 닮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원을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감정 역시 왠지 닮아보였다. 어찌되었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는게 쉽지는 않지만 자신밖에는 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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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31 17: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녀도 치사량의 권태에 중독된건가요.~ 요즘 소설이 읽고싶었는데 새파랑님이 딱 !!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 *^^*

새파랑 2022-05-31 17:37   좋아요 3 | URL
엔도 슈사쿠의 팬인 미니님은 꼭 읽으셔야 합니다 ^^ 권태 치사랑 맞습니다 ㅋ 이 책 영화로도 있더라구요~!!

거리의화가 2022-05-31 17: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엔도 슈사쿠가 언급한 책이군요ㅎㅎ 새파랑님 덕분에 엔도 슈사쿠 침묵 보관함에 일단 담아두긴 했는데 이 작품도 따라 읽고 싶어질수 있겠습니다^^

새파랑 2022-05-31 18:09   좋아요 3 | URL
요 책은 <깊은 강>에서 메인 테마로 다뤄지더라구요 ㅋ 노벨상 수상작이라고 합니다~!!
침묵 완전 좋아요. 거리의 화가님 취향일듯 합니다 ^^

coolcat329 2022-05-31 18: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깊은 강 읽을 때 이 책 자주 나와서 읽고 싶었어요. 집에 있는 거 같은데 잊고 있었네요. 별5는 늘 설레입니당~^^

새파랑 2022-05-31 18:49   좋아요 3 | URL
해설을 보면서 이런 의미였나? 하면서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전 그냥 스토리만 따라 읽었는데 😅 쿨캣님 서재는 보물창고 일거 같아요 ^^

미미 2022-05-31 19: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 소설 궁금하네요!! 저도 읽은 책에 나온 소설은 죄다 끌리더라구요.
어떤 책에선가 발견하고 바로 스탕달의<아르망스> 중고를 구해놓은 저는 왠지 새파랑님께 미안하고 뿌듯합니다ㅎㅎ

새파랑 2022-05-31 19:25   좋아요 2 | URL
<깊은 강> 읽으신 다음에 읽어보시면 좋을거 같아요~!! <깊은 강>도 미미님 취향이시길거 같아요. 이 책은 <보바리 부인> 읽는 느낌도 들더라구요~!!
역시 알라딘 거물 미미님입니다~!!

그레이스 2022-05-31 19: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이제 페이스 찾고 계시는군요.
모리아크!

저도 새파랑님처럼 그렇게 사놓은 책이 몇개의 탑을 이루죠^^;;

새파랑 2022-05-31 19:36   좋아요 3 | URL
요즘 시간이 안나서 책을 많이 못읽었어요 ㅋ 그래도 항상 책은 많이 가지고 다닙니다 😅 책은 사고 사도 계속 사고싶은게 있는거 같아요 ^^

잠자냥 2022-05-31 22: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속편인 <밤의 종말>도 있습니다. 내친김에 그것도… ㅎㅎ 그나저나 <아르망스>가 그렇게 비싸게 거래되고 있나요? 전 새 책 사서 읽고 냉큼 중고로 팔았는데… 왠지 갖고 있을 걸 그랬나 싶어지네요. ㅋㅋㅋ

새파랑 2022-06-01 08:34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의 명절 기념 페이퍼에서 이 책을 봤던거 같아요 ㅋ <밤의 종말>도 찾아봐야 겠습니다~!
<아르망스>는 저처럼 찾는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중고가가 비싸더라구요~ 역시 책은 함부로 팔면 안되나봐요 😅

파이버 2022-05-31 2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테레즈는 너무 어리고 아무것도 모를 때 결혼했나 봅니다. 나이만 어린 것이 아니라 경험이 부족할 때 결혼해서 사춘기가 늦게 온 느낌도 드네요.... 그녀에게 찾아온 구원이라는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새파랑님의 끊임없는 독서는 이유가 있었군요!

새파랑 2022-06-01 08:37   좋아요 2 | URL
약간 열린 결말로 끝났어요~!! 늦은 사춘기가 딱 맞는 설명 같아요. 테레즈는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데 헛똑똑이였습니다 ㅋ
제 독서는 끊임이 많아요. 가끔 쉬는날도 있습니다 😅

페넬로페 2022-06-01 0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첫 단추가 잘못 끼어져 계속해서 어긋나는 삶이 계속되네요. 그래서 뭔가 억지와 과잉도 개입되고 또 뒤틀리고 ㅠㅠ
꼬리를 무는 독서를 저도 선호하지만 읽을 책이 많아 그것도 쉽지 않네요.
역시 새파랑님은 대단하십니다^^

새파랑 2022-06-01 08:40   좋아요 2 | URL
사실 꼬리를 무는 독서를 하고 싶은데 그렇게 많이는 못한거 같아요. 순간순간 즉흥적으로만 책 구매 하는거 같아요 ㅎㅎ

첫단추를 잘못끼우면 답이 없는거 같아요~!!
 
감정의 혼란 - 지성 세계를 향한 열망, 제어되지 않는 사랑의 감정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서정일 옮김 / 녹색광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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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감정의 혼란>이 츠바이크의 최고의 작품이다. 그리고 녹색광선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 중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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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5-31 08: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표지 색감 끝내줍니다

새파랑 2022-05-31 09:55   좋아요 3 | URL
감정의 혼란을 주는 색감입니다 ^^

han22598 2022-05-31 15: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츠바이크.
츠츠...읽어야 하는데 ㅋㅋ
왜케 읽어야 하는 건 계속 쌓여가나요 ㅎㅎㅎ

새파랑 2022-05-31 16:57   좋아요 2 | URL
감성적이신 han님은 이 책 완전 좋아하실거 같아요~!! 나름 반전이 있습니다 ㅋ

바람돌이 2022-05-31 17: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동의 동의!!! 감정의 혼란 너무 좋아요. ^^

새파랑 2022-05-31 17:06   좋아요 2 | URL
ㅋ 저도 너무너무 좋아요 ^^

mini74 2022-05-31 17: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색과 너무나 어울리는 이야기 ㅎㅎ 새파랑님 예전 리뷰도 좋고 지금의 짧은 감상 깊은 인상 !!! 도 좋아요 ~~

새파랑 2022-05-31 18:07   좋아요 2 | URL
22주 미션하려고 간단하게 남겼어요 ㅋ 예전 리뷰 너무 허접하게 썼어서 못찾아보겠어요 😅
 
용의자의 야간열차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8
다와다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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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76

˝안 좋은 열차란 어떤 열차일까.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열차, 아무리 기다려도 출발하지 않는 열차. 당신은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본다. 아무리 기다려도 목적지에 닿지 않는 열차는 안 좋은 열차일까.˝


개인적으로 기차 안에서 책 읽는걸 대단히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열차˝라는 단어를 보면 왠지 기분이 좋다. ‘다와다 요코‘의 <용의자의 야간열차> 역시 책 제목에 ‘열차‘가 들어가서 구매를 했다. 그리고 왠지 올해 초에 읽었던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래, 이미 시작한 얘기에서 물러설 순 없어. 지옥에 가도 친구는 생긴다. 이렇게 된 이상 갈 데까지 가보자. 독을 마실 바엔 그릇까지 핥아야지, 범죄자의 촌극을 끝까지 지켜봐주자 등등 마음에도 없는 생각이 당신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P.35



일단 책 구성 자체가 대단히 낯설다. 주인공이 일관적이지 않고(아직도 같은 인물인지 아닌지 모르겠음), 장별 내용이 이어지지 않으며, 시점이 특이하게 2인칭이다. ‘당신은...‘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문장들은 마치 체면을 걸듯이 독자를 책의 내용으로 빠져들게 한다.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어쩌면 하고픈 말은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아직 언어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했다. 말이 되기 이전의 ‘뭘 찾고 있는가‘의 내용은 어떤 것일까. 야간열차의 선로 소리 같은 걸까.] P.45



침대칸이 있는 야간 열차를 타본적이 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야간 열차를 한번 타고 국경을 넘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술도 한잔 하면서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야간열차를 타고 도달하는 다양한 도시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잊힌 이별이 가장 쓰라린 법. 당신 마음은 헤어진다는 상상만으로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정말로 헤어져버리는 대신 여행을 떠나 잊으려고 한 거죠? 그래서 열차를 탔죠?] P.136



Ps 1. 우리나라 열차는...너무 빠르고 조용하다...
Ps 2. 해설이 잘 쓰여있어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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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5-29 23: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러시아에서 열차타보신줄 알았어요^^
열차에서는 흔들림이 거의 없어 독서하기 최적인것 같아요. 이책
재밌겠네요👍

새파랑 2022-05-29 23:31   좋아요 5 | URL
제가 탄 가장 긴 노선은 서울ㅡ부산 이라는 😅 읽을때는 몰랐는데 평도 좋고 해설도 좋더라구요 ㅋ 좀 난해했는데 좋았습니다~!! 뭔가 스타일리쉬한 작품이었어요 ^^

희선 2022-05-30 01: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침대칸이 있는 야간열차 언젠가 타 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은 밤을 새우지 않고 갈 수 있는 거리네요 통일이 되면 더 멀리까지 기차 타고 갈 텐데, 그런 날 올지...


희선

새파랑 2022-05-30 07:13   좋아요 4 | URL
통일되서 시베리아 횡단열차 한번 타보고 싶습니다 ^^ 언젠가 그런 날이 오겠죠~!!

거리의화가 2022-05-30 10: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침대칸이라면 역시 저는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연상되네요. 정말 타보고 싶은 열차인데 옆지기가 위험하다고 허락을 안해주네요^^; 우리나라 기차 소음도 적고 해서 책 읽기 정말 좋죠~ 그러고 보니 기차 여행 해본지 오래 되었습니다. 떠나고 싶네요!ㅎㅎ

새파랑 2022-05-30 14:30   좋아요 2 | URL
저도 횡단열차 타면 정말 재미있을거 같아서 타고 싶네요 ㅋ 우리나라 기차는 너무 조용해서 가끔 타다가 졸게 되더라구요 😅 전 장거리 이동은 무조건 기차로 갑니다 ㅋ

그레이스 2022-05-30 10: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침대칸 타봤어요
시안에서 난주 가는 열차.
너무 고단해서 옆침대에서 딸내미가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잤다는,,, ^^ 중국 아줌마들이 깨워서 막 뭐라고 하는데.
대충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였겠죠 ㅋ
아이 다시 침대로 올리고, 기차가 철로를 지나는 소리가 엄청 시끄러운데도 다시 골아떨어졌지요.
낭만 1도 없었던 기차여행! 이죠?
제가 환상을 깼나요?^^

새파랑 2022-05-30 14:31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은 역시 타보셨군요~!! 능력자십니다~!!
실제로 타보면 그렇게 낭만이 없군요 ㅋ 유럽에서 타봐야 하나 봅니다 ^^

scott 2022-05-30 11: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목적지는
알라딘 광활점 ㅎㅎ

침대칸 열차

두번은 타고 싶지 않능!ㅎㅎ

어둠 속 덜컹 거리는 열차는 두통의 원인 ^^

새파랑 2022-05-30 14:33   좋아요 4 | URL
우주점에 지하철타서 졸면서 가면 그것도 침대열차 일까요? ㅋ 전 그래도 한번은 타보고 싶네요 ^^

coolcat329 2022-05-30 1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쾌적한(필수)열차 안, 비행기 안(근데 요건 생각만큼 편하진 않더군요... )에서 책읽는거 참 좋아합니다. 이 책은 열차안에서 읽어야 하나요? ㅋ

새파랑 2022-05-30 14:34   좋아요 2 | URL
열차안에서 읽으면 왠지 책 분위기가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대신 밤늦은 새마을호를 타면 더 좋을거 같아요 ^^

페넬로페 2022-05-30 18: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안 좋은 열차는 무엇일까요?
고르기 힘드네요 ㅎㅎ
저도 새파랑님처럼 기차타고 국경도 넘고 술도 한 잔하고 싶어요
낭만적일것 같아요.
저는 우리나라 열차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너무 빨라 역에서 사람이 계속 내리고 타서 산만해요 ㅠㅠ

새파랑 2022-05-30 21:35   좋아요 4 | URL
기차보다 술이 더 좋으신거 아닌가요? ^^ KTX 너무 빨라요 ㅋ 전 그래서 가끔 새마을(ITX)를 탈때도 있습니다~!!

물감 2022-05-30 21: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하철을 질리도록 타고 다니는 경기도인으로써, 기차는 지긋지긋합니다ㅋㅋㅋ

새파랑 2022-05-30 21:37   좋아요 3 | URL
그래도 지하철과 기차는 약간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내 자리가 있는 느낌? 😅 지하철도 앉아서 책보고 가면 나름 괘안터라구요 ㅋ

mini74 2022-05-31 1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차타고 일하러 다닐때 책을 제일 열심히 읽었던 거 같아요 ㅎㅎ 예전에 러시아열차타고 가는 예능? 을 언뜻 본적이 있는데 젊아야 가능하겠단 생각을 했어요 ㅎㅎ

새파랑 2022-05-31 13:51   좋아요 2 | URL
역시 독서광 미니님도 기차에서 책을 읽으시는군요 ㅋ 저 또 기차타고 출장가는데 밀린 리뷰를 써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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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5-30 15: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허영과 오만에 관한 글은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서 본 것 같아요. 꽤 길게 상세히 나와 있어서 정독했었던 것 같아요.
허영은 귀엽게 봐 줄 수 있는데 저는 오만한 사람과는 친구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저만 그럴까요?
오만한 사람은 화를 잘 내지 않나요? 감히 내 앞에서 네가? 뭐 이럴 것 같거든요. 저만의 생각일까요?
특히 재벌가의 오만한 사람들이 생각나네요. 갑질도 오만해서 나오는 거라고 봐요. 제 말이 맞는지 모르겠네요.ㅋㅋ덕분에 좋은 글 봅니다.

새파랑 2022-05-30 15:20   좋아요 1 | URL
저도 오만한 사람이 싫습니다~!! 겸손한 사람이 좋아요 ㅋ 전 가진게 없어서 그런지 심하게 겸손합니다 ㅋ 저 일력에 좋은 문구가 많이 나오더라구요. 내년에도 나올텐데 꼭 사은품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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