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정화가 된다 ㅋ

"꼭 사람 같다." 샘이 말했다. "꼭 사람 같아. 용기를 내야 하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미룬 거야. 머지않아 용기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개도 뭣도 아니란 걸 줄곧 알고 있었던 거다. 결국 그렇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미리 알았던 거야." - P19

그것은 열망하지만 나서지 못하는 느낌, 의심이나 공포는 없지만, 시간을 초월한 숲을 보며 스스로 얼마나 약하고 무력한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느껴지는 비참함이었다. - P21

그들이 매년 11월만 되면 사냥을 나가면서도 실제로 곰을 죽이겠다는 의도 따위가 전혀 없었던 것은, 그 곰이 죽지 않는 존재라서가 아니라 지금껏 곰을 정말 죽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아서였음을 처음으로 깨달은 것이다. - P21

"무서워하는 건 괜찮아. 그건 어쩔 수 없어. 하지만 두려워하면 안 돼. 숲속 동물이 너 해치는 경우는 네가 그놈을 몰아붙일 때, 그리고 그놈이 네 두려움을 냄새 맡을 때 말고는 없어. 무서워하는 건 곰도 사슴도 겁쟁이 무서워할 수 있어. 용감한 사람이 겁쟁이 무서워하는 것과 똑같아." - P29

그때 소년은 곰을 보았다. 어디선가 나타나거나 숨어 있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그냥 거기 꼼짝도 하지 않고, 바람 한 점 없는 정오의 뜨거운 햇살이 얼룩무늬를 그리며 내리꽂히는 풀밭에 서 있었다. 곰은 소년이 꿈에서 본 것만큼은 아니어도 기대했던 것만큼 컸다. - P31

숲속으로 걸어들어간 것이 아니라 차츰 희미해지다가 사라졌다. 언젠가 거대한 농어가 지느러미 한 번 까딱하지 않은 채 연못의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들듯 사라지는 모습을 봤을 때처럼 곰도 그렇게 아무런 움직임 없이 황야로 빨려들듯 사라졌다. - P32

"길들이고 싶지 않아요." 샘이 말했다. 또 한번 소년은 그의 콧구멍의 떨림과 맹렬한 눈에 감도는 희부연 빛을 보았다. "나는, 저 개, 나나 다른 사람이나 다른 무엇 두려워하는 것보다 길들여지는 게 차라리 낫지만, 둘 다 아닐 거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거요." - P45

"우린 그 개를 길들이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저 그 개가 제 본모습 그대로이기를 바라는 거죠. 우린 그냥 그 개가 알게 되기를 바라는 것 뿐이에요. 저장고에서 나오려면, 나와서 또다시 갇히지 않으려면 샘이나 다른 사람의 말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요. 그놈이 앞으로 올드벤을 추적해 몰아붙일 바로 그 개예요. 우리가 벌써 이름도 지어줬어요. 라이언이라고." - P48

요즘 내가 늙어가는 조짐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는데 말이지. 내 명령이 무시당하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 명령을 내리는 순간 이미 무시당할 거라는 사실을 감지하게 되더라도 확인은 싫다는 말이지. - P51

그때 분이 달려나갔다. 소년은 분의 손에서 번뜩이는 칼날을 보았다. 분은 사냥개들 사이를 뚫고 발에 치이는 놈들을 옆으로 차내면서 달려나가더니 아까 노새에 올라탈 때처럼 곰의 등으로 몸을 날려 배 부근에 다리를 감았고 왼팔은 라이언이 매달려 있는 곰의 목 아래쪽으로 뻗었다. 칼날이 번쩍 하고 위로 솟았다가 내려왔다. - P79

새벽이 되자 사람들은 모두 올드벤을 보러 마당으로 나갔다. 부릅뜬 눈, 으르렁거리듯 젖혀진 입술 밑으로 보이는 닳은 이빨, 발가락이 잘려나간 발, 지금까지 박힌 총알(산탄, 소총 탄알, 원형 탄알을 포함해 무려 52개였다)이 피부 여기저기 딱딱하게 응어리져 있었고, 분의 칼날이 마침내 놈의 숨통을 끊어 놓은 자국이 왼쪽 어깨 아래 거의 안 보일 정도로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 P87

조그마한 마당은 곧 사람으로 가득 찼다. 따뜻하고 나른한 햇살 아래 어떤 이는 앉고 어떤 이 는 선 채로 백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조용한 목소리로 사냥에 대해, 사냥감과 그 사냥감을 쫓던 개들에 대해, 이제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는 사냥개들과 곰과 사슴과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거대하고 푸르스름한 개 라이언은 가끔씩 눈을 뜨고 잠시 동안 숲 쪽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숲을 기억에 담아두기 위해, 아니면 숲이 아직도 거기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눈을 떴다가 다시 감는 것 같았다. 해가 질 무렵, 라이언은 죽었다. - P89

"그렇습니다. 제가 거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요. 애초에 제 것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거부합니까? 애초에 아버지의 것도, 버디 삼촌의 것도 아니었고, 따라서 제게 물려주실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제가 거부할 수도 없지요. 게다가 이 땅은 할아버지의 것도 아니었고따라서 아버지와 삼촌에게, 그리고 제게 상속될수 없으니 또한 거부할 수도 없지요."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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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com글쓰기 2022-06-02 1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었어요!! 깊은 잔잔함이 있었어요ㅜ

새파랑 2022-06-02 13:0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포크너 읽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좋은거 같아요~!!
 

나에게는 난감한 책이었다.


나의 꿈은 아버지 꿈의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나의 해방 속에 아버지의 해방이 있었으니까요. 무지로부터, 착취로부터, 무명으로부터의 해방. 지금까지도 내 상상 속에서는 우리의 운명이 여전히 뒤섞여 있어요. - P17

선생님, 담장을 넘어가 홈런이 된다고요. 아, 정말이지 폼나게 천천히 2루를 도는 기쁨에 비길 만한 게 인생에서 뭐가 있을까요. 하나도 없습니다.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까, 방금 친 공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날아가버렸으니까 천천히 돌아도 돼요. - P104

내가 보기에 중국인은 세상에서 유대인이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들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첫째, 그 사람들의 영어에 비하면 아버지의 영어는 체스터필드 경의 영어처럼 들릴 정도이기 때문이죠. 둘째, 어차피 그 사람들 머릿속은 볶음밥으로 채워져 있으니까요. 셋째, 그들에게 우리는 유대인이 아니라 백인이니까요. - P133

나한테는 이만하면 됐다라는 게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나 자신이 제의를 거치듯 불평불만에 탐닉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로 이런 것 때문에, 정신분석을 받는 환자들이 일반 대중에게 악명을 얻게 된 거지만요. - P136

나는 일 년짜리도, 일년 반짜리도, 또 몇 달짜리 사랑도 해 보았어요. 부드러우면서도 관능적인 사랑이었죠. 하지만 결국에는 죽음처럼 불가피한 일이에요-시간이 지나면 욕정이 시들해져요. 결국에는 도저히 결혼으로 발을 내디딜 수 없더란 겁니다. 그런데 왜 결혼을 해야 하는 겁니까? - P152

사랑을 위해? 사랑이 뭔데요? 우리가 아는 저 모든 남녀, 굳이 자신이 구속되는 것을 허용하려 드는 그 사람들을 함께 얽매어놓는 게 사랑입니까? 사랑보다는 오히려 허약함에 가깝지 않을까요? - P154

"네가 네 인생을 못마땅해하는 거 말이야! 왜 그러는데? 너처럼 자기 인생을 못마땅해하는 건 다 쓸데없는 짓이야. 너는 너 자신을 네 독특한 유머 감각의 표적으로 삼으면서 뭔가 특별한 쾌락,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아. 난 네가 진짜로 네 인생을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가 말하는 건 죄다 어떤 식으로든 비틀려 있고,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우습게 되어버려. 하루종일 똑같아. 이런저런 소소한 방식으로 모든 게 아이러니거나 자기평가절하지. 자기평가절하 맞나?" -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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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5-20 1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

책이 나온지 오래돼서 그런진
몰라도 왠지 요즘과는 좀 동
떨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새파랑 2022-05-20 20:10   좋아요 2 | URL
이제 10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좀 엽기적이네요 ㅋ 뭐야이거? 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

scott 2022-05-22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오늘 날씨 화창 뜨겁습니다

이토록 좋은 날씨
선선한 바람
인생 살 가치가 있는 것 같죠 ㅎㅎㅎ

주말 쒼나게~*

새파랑 2022-05-22 13:25   좋아요 1 | URL
날씨도 좋아서 책은 잠시 넣어두었습니다 ㅋ 스콧님도 좋은 일요일 보내세요 ^^
 
카사노바의 귀향.꿈의 노벨레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7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모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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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72

"행운과 여자는 억지로는 안되는 법이죠."

언제나 첫 만남은 설렌다. 어제 읽은 <카사노바의 귀향, 꿈의 노벨레> 작가인 아르투어 슈니츨러는 처음 들어본 작가였다. 게다가 흔하지 않은 오스트리아 작가인데다 츠바이크의 친구라고 한다. 그래서 잘 모르는 작가의 작품이지만 호기심 차원에서 이 책을 선택해서 읽었다. 결론은 대단히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에는 <카사노바의 귀향>, <꿈의 노벨레> 두 작품이 실려있는데, 간단히 리뷰해 보자면,



1. <카사노바의 귀향>

카사소바, 카사노바 말은 들어봤는데 누군지 정확히 몰라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자코모 카사노바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성직자, 모험가, 시인, 소설가를 자칭한 인물이다. 프랑스어식 이름인 자크 카자노바 드생갈(Jacques Casanova de Seingalt)로도 알려져있다.
일반적으로 잘난 바람둥이의 대표격이자 난봉꾼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는 인물로 20세기 중후반에 잠깐 재평가가 시도된 적이 있었으나, 난봉꾼 정도를 넘어 불법 매춘과 강간, 사기 행각이라는 범죄 행위가 밝혀져 재평가가 취소되었다.]



이렇게 설명되어 있었다. <카사노바의 귀향>은 베네치아에서 탈옥하여 추방된 50대의 노인 카사노바가 고향으로 복귀하기 전에 경험한 몇일간의 이야기를 작가가 재구성한 작품이다.


자유롭고 방탕한 생활을 끝내고 이제 고향인 베네치아로 돌아가고 싶었던 노년의 카사노바는 의회에 자신의 사면을 요청했고, 만토바라는 지역에서 그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고향에 돌아가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운명이 그에게 요구하는 희생중 가장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다. 보잘것없이 퇴락한 세상에서, 사랑하는 도시를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확신도 없이 더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P.66



그러던 중 거리에서 옛 친구인 올리보를 만나고, 카사노바는 내키지 않았으나 올리보의 간절한 부탁에 의해 마지못해 올리보의 집에 간다. 올리보가 이렇게 간청한 이유는 카사노바의 경제적 도움 때문에 아말리아라는 여성과 결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사노바의 경제적인 도움은 그냥 선의에서 나온 행동은 아니었다. 카사노바는 올리보가 아말리아와 결혼하기 이전에 먼저 그녀를 차지했었고, 경제적인 도움은 그 댓가일 뿐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세 딸의 엄마이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카사노바를 잊지 못했던 아말리아는 그를 보자마자 뜨거운 욕정에 쌓인다. 하지만 카사노바는 더이상 아말리아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대신 그는 올리보의 집에 잠시 머물러있던 올리보의 조카딸 마르콜리나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고 젊은 시절의 성욕을 다시한번 느끼면서 그녀에게 추근댄다.

["그렇다면 아말리아, 내가 그녀를 얻도록 주선해주오. 그게 당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오. 그녀에게 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주오. 내가 당신네를 협박했다고 말해요. 내가 당신 집 지붕에 불을 지를 사람이라고 말해줘요. 내가 바보라고,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위험한 바보지만, 처녀의 포옹이 나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그녀에게 말해주오. 그렇소, 그녀에게 그렇게 말해요."] P.37



하지만 더 이상 젊은 시절의 매력이 사라져 버리고 노인이 된 카사노바는 마르콜리나를 유혹할 수 없었고, 오히려 마르콜리나의 냉대를 받는다. 예전에는 자신의 유혹에 모든 여자들이 무너졌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이상 카사노바는 자신이 생각하던 카사노바가 아니었던 것이다. 노인이 된 카사노바는 이제는 열정을 버리고 현명함을 갖춰야 하지만 자신의 신화를 버리지 못한다.

["사람들이 철학과 종교라고 부르는 게 그저 말장난에 불과한 것처럼 보여요. 다른 모든 것보다 물론 고상하기는 하지만 또한 더 무의미하기도 한 말장난요. 우리는 무한과 영원을 붙잡지 못할 거예요. 우리의 길은 출생에서 죽음으로 이어져요. 우리 각자의 가슴에 아로새겨진 법칙에 따라 살거나, 법칙에 거슬러 사는 것 외에 달리 뭐가 남아 있을까요? 순종과 반항은 똑같이 하느님에게서 나오니까요."] P.83



마르콜리나는 남성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 그녀는 젊은 로렌치 소위와 비밀 연예를 즐기고 있었고, 로렌치 소위는 카사노바의 젊은 시절과 닮아있는 난봉꾼이었다. 카사노바는 두 사람의 비밀 연애를 목격하게 되고, 게다가 도박판에서 큰 빚을 진 로렌치 소위에게 큰 돈을 준다는 제안을 한다. 제안에 대한 카사노바의 요구사항은 다름 아닌 마르콜리나와 잠자리를 주선해 달라는 것이었다. 젊은 시절의 자신감은 사라지고 이제 늙고 추한 욕망만이 남아있는 카사노바. 과연 그의 추락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나는 그 당시처럼 욕망의 온갖 격정과 청춘의 모든 활력이 혈관을 통해 흐르는 것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지금의 나는 그 당시와 같은 카사노바가 아닌가? 그리고 바로 내가 카사노바인데, 그 보잘것없는 늙음의 법칙이 왜 내게도 적용돼야 하는가. 남들이 그 법칙에 종속되어 있다고 해서?] P.122




2. <꿈의 노벨레>

위의 작품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꿈의 노벨레>가 더 인상적이었다. 영화 <아이즈 와이즈 셧> 의 원작인 이 작품은 읽는 내내 꿈속을 걷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인건지 모호한 경계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어둡지만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의사인 프리돌린과 아내 알베르티네는 가면 무도회를 다녀오게되고, 무도회의 야릇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두 부부는 자신들이 그동안 감추어둔 성적 욕망을 털어놓게 된다. 그런데 알베르티네와는 다르게 프리돌린은 아내가 감춰두었던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진다.

["묻지 마세요." 남겨진 여자가 프리돌린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무엇에도 놀라지 마세요. 제가 그들을 속여볼게요. 하지만 당장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랫동안 그럴 수는 없다는 점이에요. 너무 늦기 전에 도망쳐요. 지금도 도망치기에는 늦었는지 몰라요. 그리고 당신의 흔적을 추적당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그 누구도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서는 안 돼요. 걸리면 당신의 평온함, 당신 삶의 평화는 영원히 끝날 거예요. 가세요!"] P.203



두 사람은 다른 방식으로 각자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려고 한다. 프리돌린은 현실에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여자를 찾아 나서지만 꿈과 같은 현실 세계에서 결정적인 기회가 올때마다 주저하게 되고, 반면 알베르티네는 현실과 같은 꿈속에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서로의 체험과 꿈을 또한번 털어놓는다.

["운명에 감사해야 할 것 같은데요. 우리가 온갖 모험에서 무사히 빠져나왔으니. 현실에서의 모험과 꿈속에서의 모험에서 말이에요."] P.260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욕망(프리돌린)과 꿈에서 이룬 욕망(알베르티네)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꿈과 현실의 경계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그리고 누가 더 배신감을 크게 느낄까? 부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감춰두었던 욕망을 서로가 알아버렸기 때문에 아마 이전과 같은 생활을 할 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꿈도." 그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완전히 꿈은 아니야."] P.263


꿈이라는게 현실의 욕망이 투사된 것이라고 한다면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건 어쩌면 의미가 없는건지도 모르겠다.


Ps. 주말에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을 찾아봐야 겠다. 가면무도회를 어떻게 표현했을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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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5-20 1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꿈의 노벨레는 영화 원작이라는 것으로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이라고 많이 소개 나오면서 영화에 나온 음악이나 원작 소설에 대해서 들었거든요. 생각해보니 영화가 나온지도 이제 시간이 조금 지났네요.
새파랑님,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새파랑 2022-05-20 20:03   좋아요 2 | URL
저는 전혀 모르고 저 영화도 제목만 들어봤지 본 영화는 아니더라구요 😅

레삭매냐 2022-05-20 19: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아코모 카사노바의 레전
더리한 삶은 돈 후앙의 그것
과 더불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아니 돈 후앙은 가공의 인물
이었나요.

오래 전에 본 자니 뎁 주연의
<돈 후앙> 생각이 나네요.

새파랑 2022-05-20 20:04   좋아요 2 | URL
스페인은 돈후앙, 이탈리아는 카사노바~! 둘다 실존 인물이라고 본거 같아요 ㅋ

미미 2022-05-20 20: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아이즈 와이드 셧>살짝 맛보기만 했는데 원작이라니 먼저 읽어보고싶네요!! ^^*

새파랑 2022-05-20 20:12   좋아요 2 | URL
전 영화를 안봐서 그런지 엄청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냥 계속 읽 다가 밑줄도 못긋고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두시간? 정도면 읽으실 수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2-05-20 2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사노바의 진가는 나이 들어서도 퇴색되지 않아야하는 것 아닌가요 ㅎㅎ
저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 입니다.
아이즈 와이드 셧, 영화가 은근히 관능적인데 원작으로 읽는 것도 좋을 듯 해요^^

새파랑 2022-05-20 20:25   좋아요 3 | URL
이 책 재미있게 읽긴 읽었는데 리뷰 쓰기가 상당히 힘들더라구요 😅 관능적(?)이라고 해야 하니 꼭 봐야겠습니다~!!

파이버 2022-05-20 2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즈 와이드 셧> 배우들 외모와 연기가 화려했던 기억이ㅎㅎ 배경만 조금다르고 내용은 거의 똑같았던걸로 기억합니다.

새파랑 2022-05-20 23:08   좋아요 2 | URL
인터넷 검새해보니까 그렇더라구요 ㅋ 오히려 책을 먼저 보는게 좋다고 하는 이야기가 많아서 안심하고 있습니다^^

mini74 2022-05-20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아이즈 와이드 샷의 원작이군요. 생각보다 애매하게 야한데? 하면서 봤던 ㅎㅎ 전 뭘 기대한걸까요. 저도 첨 들어보는 작가에요. 욕망만 남은 카사노바라. 바람빠진 풍선같군요 ㅠㅠ 새파랑님 별 다섯개라 ㅠㅠ 읽을 책이 쌓였는데 이놈의 욕심에 살포시 담아봅니다 ㅎㅎ

새파랑 2022-05-20 23:09   좋아요 1 | URL
애매하게 야한건 뭘지 궁금하군요 ^^ 읽다보면 시간가는지 모르겠더라구요 ㅋ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건수하 2022-05-20 21: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즈 와이드 셧 실제 부부가 연기하고 나중에 이혼해서 더 화제가 된 것 같아요. 영화를 볼 때 뒤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전 관능적이라기보단 적나라하다고 느꼈어요 :)

새파랑 2022-05-20 23:11   좋아요 1 | URL
앗 ㅋ 그런가요? 완전 더 궁금합니다. 책을 읽을때는 야하다는 생각은 안들었거든요 ㅋ 뭔가 몽환적? 😅

건수하 2022-05-21 06:42   좋아요 2 | URL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고 (안개도 끼어 있었던듯) 난교파티 장면이 적나라해요 :)

새파랑 2022-05-21 08:43   좋아요 1 | URL
검색들어갑니다 ^^

햇살과함께 2022-05-20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즈 와이드 셧이 원작이 있었군요~
탐 크루즈 나온 이 영화랑 바닐라 스카이랑 비슷한 시기에 나온 것 같은데, 내용이 잘 기억안나네요?
둘다 몽환적인 분위기 였던 것 같은데..

새파랑 2022-05-21 08:44   좋아요 2 | URL
제가 처음에 착각한게 <바닐라 스카이> 보고 이 영화를 봤다고 생각한거 였어요 ㅋ 책도 한번 읽어보세요. 흥미진진합니다~!!

햇살과함께 2022-05-21 14:00   좋아요 2 | URL
그쵸 저도 항상 이 두 영화가 헷갈려요 ㅎ 책도 찾아봐야겠네요

꼬마요정 2022-05-21 0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꿈의 노벨레를 더 재미있게 읽었어요. 카사노바는 마지막에 반항적이고 영웅적인 면모를 잃었네요. 아이즈 와이드 셧도 재밌게 보긴 했어요, 하지만 소설이 더 좋았어요^^

새파랑 2022-05-21 08:46   좋아요 2 | URL
꼬마요정님도 꿈의 노벨레가 더 좋으셨다니 반갑네요 ^^ 벌써 한번 더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하나의책장 2022-05-21 23: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담아놓기만 해놓고 아직 데려오진 않았었는데 새파랑님 리뷰보니 얼른 데려와서 읽어봐야겠어요🤭

새파랑 2022-05-22 12:42   좋아요 1 | URL
아직 안읽으셨군요. 잘 읽히고 재미있더라구요. 하나님 책장에 이 책이 들어오길 기대하겠습니다 ^^

희선 2022-05-22 02: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카사노바 스스로 말한 게 많네요 성직자에 모험가 시인 소설가라니... 나중에 안 좋은 게 드러났군요 소설속 카사노바는 나이를 먹어도 철 들지 못한 사람 같기도 합니다 꼭 철 들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은 거의 그렇기는 하네요 마음은 예전과 다르지 않지만 몸은 나이를 먹으니...


희선

새파랑 2022-05-22 12:44   좋아요 1 | URL
혼자 다 해먹는 카사노바입니다 ㅋ 나이를 먹을수록 현명해지고 겸손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카사노바는 언제나 청춘으로만 생각한거 같아요~ 하긴 젊은시절 그렇게 화려했으니 놓기가 쉽지는 않겠지만요 ^^
 

꿈의 노벨레는 대박이었다.

"그렇다면 아말리아, 내가 그녀를 얻도록 주선해주오. 그게 당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오. 그녀에게 당신이 원하는 걸 말해주오. 내가 당신네를 협박했다고 말해요. 내가 당신 집 지붕에 불을 지를 사람이라고 말해줘요. 내가 바보라고,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위험한 바보지만, 처녀의 포옹이 나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그녀에게 말해주오. 그렇소, 그녀에게 그렇게 말해요." - P37

올리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카사노바는 한없이 커지는 욕망을 느꼈다. 그리고 이 욕망이 어리석고도 가망없다는 통찰은 그를 거의 절망케 했다. - P46

고향에 돌아가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운명이 그에게 요구하는 희생중 가장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다. 보잘것없이 퇴락한 세상에서, 사랑하는 도시를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확신도 없이 더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 P66

"때때로, 특히 오늘 같은 날에는"-사정을 아는 카사노바는 이 말에서, 깨어난 여심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떨리는 기도 소리를 동시에 들었다―"사람들이 철학과 종교라고 부르는 게 그저 말장난에 불과한 것처럼 보여요. 다른 모든 것보다 물론 고상하기는 하지만 또한 더 무의미하기도 한 말장난요. 우리는 무한과 영원을 붙잡지 못할 거예요. 우리의 길은 출생에서 죽음으로 이어져요. 우리 각자의 가슴에 아로새겨진 법칙에 따라 살거나, 법칙에 거슬러 사는 것 외에 달리 뭐가 남아 있을까요? 순종과 반항은 똑같이 하느님에게서 나오니까요." - P83

나는 그 당시처럼 욕망의 온갖 격정과 청춘의 모든 활력이 혈관을 통해 흐르는 것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지금의 나는 그 당시와 같은 카사노바가 아닌가? 그리고 바로 내가 카사노바인데, 그 보잘것없는 늙음의 법칙이 왜 내게도 적용돼야 하는가. 남들이 그 법칙에 종속되어 있다고 해서? - P122

"나는 이곳을 떠나지 않겠어요. 당신이 다시는 오지 않는다 해도, 이제 당신을 더는 보지 못한다 해도. 당신 가까이에서 살겠어요." - P168

"묻지 마세요." 남겨진 여자가 프리돌린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무엇에도 놀라지 마세요. 제가 그들을 속여볼게요. 하지만 당장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랫동안 그럴 수는 없다는 점이에요. 너무 늦기 전에 도망쳐요. 지금도 도망치기에는 늦었는지 몰라요. 그리고 당신의 흔적을 추적당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그 누구도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서는 안 돼요. 걸리면 당신의 평온함, 당신 삶의 평화는 영원히 끝날 거예요. 가세요!" - P203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명예 회복이 아니라,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던 빨간색 기사 복장의 남자가 말했다. "속죄요." - P208

수년 전부터 아내 말고는 정말 친한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내와 상의할 수 없었다. 이번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왜냐하면 사람은 상상하고 싶은 대로 상상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어젯밤 꿈에서 그를 십자가에 못 박히게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 P248

다른 허망한 그림자들 속에 있는 하나의 그림자였다. 그 그림자는 다른 그림자들처럼 어둡고 의미도 비밀도 없었다. 그것이 그에게 의미하는 것은, 돌이킬 수 없이 썩어 없어지도록 정해진 지난밤의 창백한 시체였다. 그것 외에 다른 어떤것도 의미할 수 없었다. - P260

"운명에 감사해야 할 것 같은데요. 우리가 온갖 모험에서 무사히 빠져나왔으니. 현실에서의 모험과 꿈속에서의 모험에서 말이에요." - P263

"그리고 어떤 꿈도." 그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완전히 꿈은 아니야."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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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5-20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박이었다니... 저는 새파랑님의 감성을 따라갈 수가 없나봅니다 ^^
(다시 시도해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2-05-20 15:27   좋아요 1 | URL
꿈의 노벨레는 너무 재미있게 읽다보니 밑줄도 못그었어요 ㅜㅜ

건수하 2022-05-20 15:32   좋아요 1 | URL
그 정도였나요? ^^

새파랑 2022-05-20 15:35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신비한 이야기 읽는걸 좋아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