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독약 창비세계문학 28
엔도 슈사쿠 지음, 박유미 옮김 / 창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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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71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포로에 대해 큐슈대학의 생체실험을 소재로 한 작품. 전쟁이라는 비극 안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침묵>에 비견할만한 명작. 엔도 슈사쿠 책도 다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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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19 16: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저도 관심이 갑니다. 생체실험 하면 항상 윤동주 생각이 납니다 ㅠㅠ

새파랑 2022-05-19 17:37   좋아요 2 | URL
이 책 정말 흥미있고 좋습니다~! 엔도 슈사쿠 대단한거 같아요 ^^ 생체실험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상상하게 되서 좀 슬펐습니다 ㅜㅜ

미미 2022-05-19 17: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무라이>작가군여? 그 책도 그저 사두었는데;;고통스러웠는데 명작이라하시니 저도 일단 찜합니다^^*

새파랑 2022-05-19 17:38   좋아요 2 | URL
<침묵>은 더 강추입니다~! 이 작품은 좀 서늘합니다 ㅜㅜ <사무라이> 열심히 검색중인데 중고로 안나오더라구요 ㅋ
 
애쓰지 않아도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영 지음, 김세희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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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70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곳에 서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 기다리는 사람처럼.˝


왜인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국내문학에 손이 잘 안가는데, 아마 너무 주변에 있는 이야기 같아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애장하는 작가님이 몇 분 있는데 그 중 한분이 최은영 작가님이다. 지금까지 최은영 작가님의 작품은 전부 읽어봤는데 다 좋았다.


이번에 나온 최은영 작가님의 단편집 <애쓰지 않아도> 역시 너무너무 좋았다. 마치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마음속 이야기를 작가님이 대신 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최은영 작가님도 ENFJ인 걸까?


모든 단편들이 다 좋았지만 몇편에 대한 감상평을 써보자면, (너무 짧아서 줄거리는 생략)



1. <애쓰지 않아도>

표제작이기도 한 이 작품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해봐서 그런걸까? 주인공인 ‘나‘의 감정이 낯설지가 않았다. 나도 그런적이 몇번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친하고 좋아했었는데 어느순간 멀어져 버린 사람들. 어떻게든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노력하였지만 그럴수록 거리감만 커졌던 순간들.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그때의 내 마음을 돌아봤다. 나는 유나의 공감을 바라서 그 말을 한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유나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었고 유나가 나를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라서 그런 말을 했다.] P.23



잊기 위해 원망도 하고 미워하려고도 했지만 그럴수록 더 아쉬움만이 남았다.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어느정도 괜찮아 질 수 있었지만, 또 어떤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이런건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잊혀지는걸까? ‘애쓰지 않아도‘ 언젠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떠올릴수 있다는걸 알았다면 조금 더 편했을까?

[나는 이제 애쓰지 않아도 유나를 별다른 감정 없이 기억 할 수 있다. 아마 영원히 그 애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알고 싶다. 유나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 애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P.32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그 사람들은 그때 어떤 마음이었고, 지금은 또 어떤 마음인지...



2. <꿈결>

예전에 알던 사람들이 가끔 꿈에 나올때가 있다. 어쩌다 생각이 나서 추억을 떠올리다보면 그날 밤 꿈에서 보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 꿈을 기억하고 싶어도 금방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린다. 사람의 뇌가 원래 그런걸까, 아님 내 무의식이 지워야 한다고 강박해서 그런걸까?

[우리는 네 꿈에서 자주 만났어. 알잖아, 꿈을 기억할지 말지는 너의 선택이었다는 거. 넌 깨어나기 전에 선택할 수 있었어. 그리고 매번 기억하지 않는 걸 선택했고.] P.67



차라리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을 안하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하곤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언젠가는 시들해지고 그래서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면, 차라리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오랫동안 함께 하는 것이 좋은것일지도 모르겠다. 뭐 결과론적인 이야기겠지만.

[나는 너를 사랑했어.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모든 게 수월했을 텐데. 내가 너를 조금만 덜 사랑했더라도 우리는 이런 모습이 되지 않았을 거야.] P.62




3. <무급휴가>

다른 작가의 작품 리뷰에서도 비슷하게 썼었는데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지 겉으로 봐서는 모른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그 사람에게는 당연한게 아닐 수도 있다. 말하지 않는다면 절대 알수없는 보이지 않는 사실들.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오해하기도 하고, 말을 해주더라도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공감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다가감을 멈추어야 할까?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다가가서 조금이라도 이해하는게 필요하다. 그게 바로 사랑이니까.

[미리는 현주를 만나고 나서야 사랑은 엄연히 드러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랑은 애써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심연 깊은 곳으로 내려가 네발로 기면서 어둠 속에서 두려워하는 일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어렵게 받을 수 있는 보상도 아니었다. 사랑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것이었다.] P.220




쓰다보니 리뷰가 아니라 감성 에세이(?) 비슷하게 되어 버렸다. 하여튼 이 책은 많은걸 생각하게 해줘서 좋았고, 선물로 받은 책이어서 그런지 더욱 좋았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가 필요한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ps. 2022년 오늘 기준으로 70권을 읽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독서 목표인 150권이 가능할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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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5-19 09: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써주신 감상과 최은영 작가님의 글들이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예요^^* 작가님도 ENFJ맞을듯ㅋㅋㅋ

새파랑 2022-05-19 07:31   좋아요 3 | URL
마침 리뷰를 쓰려고 하는데 책이 옆에 없어어 막 썼어요 😅 이 책 너무 좋았습니다 ^^

bookholic 2022-05-18 18: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기세라면 150권 이미 초과달성~~^^
목표 상향 조정 요망^^

새파랑 2022-05-19 07:32   좋아요 3 | URL
아닙니다 ㅋ 후반기에는 좀 두껍고 어려운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페넬로페 2022-05-19 16: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한국 소설이 좋은 이유는 뭔가 제목만 들어도 그 느낌이 느껴지는걸요.
특히 최은영작가의 소설이라 더 그런것 같아요~~~
벌써 70권이라니!
정말 초과달성 하실거예요^^

새파랑 2022-05-19 17:40   좋아요 5 | URL
일단 이번달 15권 채우는걸 목표로 달려보겠습니다~!! 최은영 작가님 너무 좋습니다 ^^

mini74 2022-05-19 17: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문학소년 ㅎㅎ 넘 좋은데요. 150권!!! 새파랑님 대단 👍

새파랑 2022-05-19 17:40   좋아요 4 | URL
이제 더이상 소년이 될 수 없다는 ㅜㅜ 미니님은 저보다 더 많이 읽으셨을거 같아요~!!

희선 2022-05-20 0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애쓰지 않아도 되면 좋을 텐데, 애써도 잘 안 되는 게 많기도 하네요 사람 마음은 더 그런 듯해요 애써도 마음이 맞아야 그걸 알지 마음이 안 맞으면 잘 모르겠습니다 안 맞으면 그런가 보다 해야 할 텐데...

새파랑 님 벌써 책 일흔권이나 보셨군요 2022년에 백오십권 다 보시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2-05-20 07:13   좋아요 3 | URL
전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ㅋ 희선님도 시집까지 하시면 70권 읽으셨을거 같은데~! 한번 세어보세요 ^^

그레이스 2022-05-20 1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야합니다

새파랑 2022-05-20 11:17   좋아요 3 | URL
읽고 리뷰남겨주세요. 그레이스님은 아주 좋아하실거 같아요 ^^

책읽기.com글쓰기 2022-06-03 0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까지 상반기 읽은 책 결산해봐야 겠네요ㅎㅎ 저도 소설은 잘 안 읽는데
이책은 오늘 바로 결제해보겠습니다!!!!

새파랑 2022-06-03 06:53   좋아요 0 | URL
전 읽는 책의 90퍼센트가 소설입니다 ㅋ 나머지 10퍼센트는 시집이랑 에세이? 😅 짧아서 금방 읽으실꺼에요. 혹시 최은영 작가님 책을 아직 안보셨다면 <내게 무해한 사람> 을 추천합니다 ^^

책읽기.com글쓰기 2022-06-03 0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감사해요~~!!!!!
 

책을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보통 나처럼 일년이나 기흉 주사를 맞아온 사람에게는 마취를 하지 않는다. 그의 손가락 끝의 싸늘한 감촉과 진찰복에 묻은 붉은 핏자국에 공포를 느껴 얼떨결에 내뱉었으나, 뱉고 나니 그 말이 생체해부를 하던 날 미군 포로가 수술대에서 애원하며 했던 말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 P31

‘모두 죽어나가는 세상 아이가. 병원에서 죽지 않더라도 매일밤 공습으로 죽어가는 거야.‘ 스구로는 토다가 오늘 오후 화난 듯이 중얼거린 말을 떠올렸다. 회진이 끝난 뒤 공동입원실에서는 한바탕 헛기침이 울려퍼지고 환자들이 박쥐처럼 침대를 기어서 오르내리고 있었다. 스구로는 만일 인간의 죽음에 냄새가 있다면 그건 분명이 어두운 방의 악취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 P46

"당연한 거 아이가. 공습으로 죽으면 기껏해야 나까가와 강에 뼛가루나 뿌려지겠지만 수술받다 죽으면 진짜 의학발전에 공헌하는거니까. 아지매도 머잖아 같은 병을 앓는 많은 환자를 구하는 길이 열린다 카면 죽어도 좋다 안카겠나?" - P55

그것이 이 아름다운 부인의 남편에 대한 질투인지, 아니면 본디 자신은 얻을 수 없을 것 같은 행복에 대한 질투인지, 그것도 아니면 어두운 공동입원실에 누워 있는 환자를 대신한 단순한 의분인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 - P62

타베 부인은 백치처럼 커다랗게 벌린 입 사이로 빨간 혀를 보이며 쑥 들어간 눈을 부릅뜬 채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체가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은 수술 중에 고통스러워했다는 증거였다. 그녀의 복부와 손 그리고 얼굴에까지 온통 피가 튀어 있었다. - P69

자신이 어째서 아주머니에게만 그토록 오랫동안 집착했을까 하고 스구로는 생각했다. 그는 이제야 비로소 알 것 같았다. 토다가 말한 대로 모두가 죽어가는 세상에서 단 한사람이나마 살려보고자 했던 것이다. 나의 첫 환자, 그녀가 나무상자에 담겨 빗속에서 옮겨지고 있다. 스구로는 이제 오늘부터 전쟁도 일본도 자신도 모두가 될 대로 되라고 생각했다. - P79

"어차피 얼마 안 있어 죽을 환자예요. 안락사 쪽이 환자 본인을 위해서도 훨씬 도움이 되잖아요."

"죽게 되어 있더라도 죽일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어요. 하느님이 무섭지 않나요? 당신은 하느님의 벌을 믿지 않나요?" - P109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여러분도 역시 나처럼 한꺼풀을 벗기면 타인의 죽음이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한가. 약간의 나쁜 짓이라면 사회로부터 벌받지 않는 이상 별다른 가책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면서 오늘까지 살아왔는가. 그리고 어느날 그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진 적이 있는가 - P136

그러나 공동입원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어둠속에 희붐하게 늘어서 있는 세줄의 침대 위에서 환자들이 일제히 자신을 바라보자 스구로는 다리에 힘이 풀려 후들거렸다. 그는 눈을 내리깐 채 곧바로 침대와 침대 사이를 지나 빠져나갔다. 나는 이제 이 환자들을 똑바로 볼 수가 없어. 그는 마음속으로 신음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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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도 역시 좋다. 최은영 작가님 사..아니 존경합니다 ^^


"넌 좀 어른스러워. 항상 웃는데, 그게 가끔은 슬퍼 보이더라." - P18

나는 어른이 되어서야 그때의 내 마음을 돌아봤다. 나는 유나의 공감을 바라서 그 말을 한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유나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었고 유나가 나를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주기를 바라서 그런 말을 했다. - P23

유나에게 느꼈던 선망은 내 오래된 열등감의 다른 말이었다. 나는 유나를 증오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 P30

유나가 무슨 마음으로 내 비밀을 퍼뜨렸는지 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유나가 겉과 속이 달라서, 교활해서, 내게 상처를 주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고 단정짓고 싶지는 않다. 설령 그랬다고 하더라도, 유나가 내게 악감정을 지녔었다고 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때 우리는 사랑과 증오를, 선망과 열등감을, 순간과 영원을 얼마든지 뒤바꿔 느끼곤 했으니까. 심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상처 주고 싶다는 마음이 모순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 P31

나는 이제 애쓰지 않아도 유나를 별다른 감정 없이 기억 할 수 있다. 아마 영원히 그 애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알고 싶다. 유나는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 애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 P32

윤이는 우리의 삶이 학교라면 한 학년이 15년이라고 말하곤했다. 태어나서 열다섯까지가 1학년, 열여섯부터 서른까지가 2학년, 서른부터 마흔다섯까지가 3학년…….명이 길어 아흔까지 산다면 6학년을 졸업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 P59

나는 너를 사랑했어.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모든 게 수월했을 텐데. 내가 너를 조금만 덜 사랑했더라도 우리는 이런 모습이 되지 않았을 거야. - P62

요즘 잠은 잘 자?

윤이가 묻는다.

9년 만에 보는데 꼭 최근에도 만났던 사람처럼 물어본다. 그렇게 답하고 나자 정민은 윤이와 떨어져 있던 시간이 실감 나지 않는다. - P64

우리는 네 꿈에서 자주 만났어. 알잖아, 꿈을 기억할지 말지는 너의 선택이었다는 거. 넌 깨어나기 전에 선택할 수 있었어. 그리고 매번 기억하지 않는 걸 선택했고. - P67

자기 마음을 배울 수 없고, 그렇기에 제대로 알 수도 없는 채로 살아간다. - P95

좋은 마음이 언제나 좋은 결과가 될 수 없는지 연희는 초조한 슬픔을 느꼈다. - P134

문동의 모습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연희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곳에 서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 기다리는 사람처럼. - P134

하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흐른다면, 더 많은 시간이 흘러 우리가 서로를 기억한다면, 그때는 슬픔보다도 그리움이 더 큰 감정으로 우리에게 남아 있겠지요. 그때 우연히라도 만나게 되면 저를 알아봐주세요. 저도 그때는 당신을 알아볼게요. - P164

미리는 현주를 만나고 나서야 사랑은 엄연히 드러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사랑은 애써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심연 깊은 곳으로 내려가 네발로 기면서 어둠 속에서 두려워하는 일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어렵게 받을 수 있는 보상도 아니었다. 사랑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것이었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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