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에 대하여 묻는 아이에게 가장 아름다운 대답은 침묵이다

시간에 대하여도 그렇다

.......

 

당신은, 당신은 수수께끼 당신에 대하여 묻는 내게 가장 아름다운 대답인 당신을 침묵과 함께 놓아두고 죽은 시간

.......

 

 

안현미의 <시간들>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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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야 할까

 

철학과 윤리를

들추지 마라, 그냥

생명은 홀로 성립할 수 없어서다

 

혼자 살려고 기 쓰는 자들이

세상 지배해 온 자취가 역사란 진

이 아침 깨우는

모노드라마

 

배우는 울고

객은 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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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이후의 모든 이름 있는 날은, 아마도

단 하나의 질문으로

온 영혼이 퉁퉁 부어오를 것입니다.

 

 

"과연 그러한가?" 

 

 

누군가에게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온 세월이

서른하고도 다섯 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오늘 스승의 날, 비록

나를 스승이라 찾는 이가 거의 없지만

문득 돌아봅니다.

 

 

"내 뒤태는 과연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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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 아닌 아이들 생각으로

잠에서 깬

어버이날 아침

 

 

세월호 안에서

아이들이 "움직이지 못 한" 지

스무사흘 째인 날 아침

 

 

오늘 이후

내 생에 남은 모든

어버이날 아침은

 

 

아이들 생각으로 이리 아뜩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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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서 자다 깨어보니

 

 김기택


배 위에서 잠이 들었다.
바람소리에도 흔들렸고 물소리에도 흔들렸다.
망망대해 나 혼자였지만
물소리 바람소리 사방에서 소란스러웠다.
오래 전부터 들어온 소리처럼 편안하였다.
바다처럼 커다란 아가미로 숨쉬었다.
출렁거리는 들숨 날숨마다
무수한 햇빛 방울이 다닥다닥 달려 있었다.

갑자기 파도가 커지고 높아지더니
배가 한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중심을 잃고 물에 빠지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전동차 안이었다.
빽빽한 사람들 사이에 낀 채 서 있었다.
나는 선 채로 허우적거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거친 파도소리를 내며
급제동으로 쓰러진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       *       *

 

악무한, 의 

악몽

부디, 잠에서

깨,

.......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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