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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2 - 중남아메리카.알래스카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7년 10월
평점 :
한비야의 여행 에세이는 아무래도 미리 전 4권을 다 사놓기를 잘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한 권 사고 다음 권이 배송될 때까지 기다리자니, 눈도 오고 해서 책이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게 참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소위 '빛 같은 속도'로, 내 꿈을 먼저 이루신 한비야 님의 생생한 여행이야기를, 눈독 들여가면서 모두 읽어내었다.
다른 사람이 여행에서 겪은 이야기를 책으로 써내어, 그것을 읽었다고 내가 직접 여행을 간 것과 효과가 같지는 않지 않겠는가?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나중에 사람들이 여행하면서 느꼈다는 그 감동을, 나도 여행을 통해서 느껴보고 싶다. 여행을 하다가 죽어도 좋으니, 만약 내가 1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당장에 가고 싶었던 여행을 떠날 것이다. 그러면서 세상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의 기억을 안고서 다음 세상을 기약할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중남아메리카와 알래스카 여행기가 다뤄져있다. 중남아메리카는, 유럽인들의 침략으로 인한 피의 역사가 그려져 있다. 원래 마야 문명, 아즈텍 문명 등 고대의 전성기를 이루었던 그 찬란한 사람들의 역사가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검은색 옷에 머리에 깃털을 꼽고 있는, 마치 아메리카 원주민의 모습이 떠오르는 아 마야, 아즈텍 문명 사람들이 사람들의 눈에 쉽게 그려지지 않는 까닭은 아무래도 이들이 고립된 대륙의 위치상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침략자들로 인해 유럽인들은 정복자들을 영웅시하고, 이들은 멍청한 인디오 취급을 당하면서 마치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해야만 했다. 싸울 일이 없어서 변변찮은 무기도 없는 이 사람들을, 그렇게 비참하게 몰고 간 사람들이 얼마나 잔혹한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이 인디오들이 과거에만 시달렸던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물론 폭력에 시달리며 강제 노동을 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반 강제적으로 노동을 해야만 한다. 하루 일해서 우리나라 돈으로는 얼마 되지 않는 그 돈으로 다시 다이너마이트를 사고, 노동 조합비로 내고, 또 밥 먹을 돈이 없어서 허기를 잊기 위해 코카 잎을 산다고 한다. 허기를 잊기 위해선 밥을 먹어야 하는데, 코카 잎으로 부족한 영양분의 신호를 애써 무시한채 이들은 스스로의 몸을 학대해가며, 힘들게 돈 벌고 있다. 한비야가 말한 것이 강하게 다가온다. 이들은 현세의 노예들이고, 외국인 자본가들에 의해서 그들에 의해 남미가 개발되고 있다는 명목아래 착취당하고 있다.
그래도, 가난한 나라일수록 사람들이 더 순수하고 착하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페루의 이야기를 읽을 때에는 아, 여기를 여행하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그들도 하고 싶어서 그러고 있겠는가? 돈있는 여행가들은 그들의 물품을 빼앗기면 다시 보충해서 여행을 재시작하면 그만이지만, 그들에겐 그것을 빼앗지 못하면 당장에 굶어죽을 판이었으니 말이다. 또 정부의 지시 아래 관광객을 늘리려고 이 도둑들을 몰래 죽였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솟았다. 사람을 느끼기 위해 여행을 가는 관광객들을 위하여 사람을 죽이다니, 이것이 말이 되는가?
알래스카 이야기를 보면서는 아, 이곳이 바로 내가 가야할 곳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해가 진지 두 시간만에 해가 떠오른다는 것은 참 낭만적이다. 나중에 나와 함께 할 사람과 함께 그곳에서 위대한 태양이 지고 떠오르는 모습이 겨우 두 시간차인것을 보면서, 아름다운 서정을 느끼지 않을까?
한비야의 이야기는 참 읽을 내용이 많다. 다재다능한 그녀는 말도 잘 하지, 에너지도 샘 솟지, 거기다가 말 잘하면서 글조차도 재치있게 써 낼줄 알기 때문이다. 솔직히 책을 읽으면서 아, 그녀처럼 사람들에게 부탁하면 여행은 참 쉬워지겠구나, 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그녀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편하고, 사람다운 여행을 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가는, 휴식하기 위한 여행을 가고 싶지 않다. 정말 나와 같은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나와는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