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정원사의 노래 - Summer
루이스 캐롤 외 지음, 헤럴드 블룸 엮음, 정정호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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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편의 이야기와 열두 편의 시. 고전 문학은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고, 문장 하나하나가 매우 재미있는 구성을 띄고 있다. 고전 문학을 읽는 재미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모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열광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말그대로 이상한 것들만을 잔뜩 체험하게 된다. 말하는 토끼부터 시작해서 온갖 이야기가 난무하고, 여기서는 앨리스 연작 시리즈중에서 험프리 덤프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 그럼 옛사람들이 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어보자. 

그림 형제의 거위 치는 소녀는 대표적인 교훈적인 동화 중 하나이다. 공주는 옆 왕국의 왕자와 결혼하기 위하여 시녀 한 명을 데리고 명마 팔라다를 타고서 여정을 떠나고 있었다. 못된 시녀는 가는 길에서도 그 성격을 드러낸다. 여왕에게 고용된 한낱 시녀일 뿐인데 가는 길에 공주가 물을 떠달라고 해도 되려 야박을 준채로, 컵으로 물을 마시지도 못하도록 한다. 그러다가 여왕이 공주에게 준 피 세 방울이 있는 손수건이 공주에게서 떨어지면서, 그녀를 수호해주던 힘이 사라지고 시녀는 공주의 모든 것을 자기의 것과 바꾸도록 한다음 자신이 그 모든 것을 차지한다. 힘을 잃은 공주는 맹세를 깨트리면 시녀에게 죽임을 당할 까 두려워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조랑말에 타고 가야 했고, 왕국에서 그녀는 거위 치는 소녀가 되어 일한다. 시녀가 즐거운 나날을 보낼 때 왕은 진짜 공주의 존재를 알아채고, 공주를 매우 아릅답게 꾸민 후 시녀에게 이렇게 묻는다. 

"자, 수수께끼야. 자기 주인을 제대로 모시지 않던 하인은 주인을 지켜주던 부적을 주인이 잃어버리도록 한 다음, 힘을 잃은 주인의 모든 것을 빼앗고 주인이 가려던 곳으로 가서 주인 대신 모든 만찬과 향연을 즐겼다. 그리고 주인에게 아무것도 말하지 않도록 맹세를 시킨 다음에 그를 마굿간지기로 보내버렸다. 자, 사람들이 이 하인의 존재에 대해 알아차렸다면 그에게 무슨 벌을 주어야 할까?(이 부분은 내가 꾸며낸 이야기로, 본문 내용은 수수께기라고 하면서 자신의 주인에게 이런 저런 행동을 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면 옳은가? 라고 물었다.)" 

그러자 시녀는 "그런 사람이라면 완전히 발가 벗겨서 안쪽에 날카로운 못이 박힌 통 속에 집어넣는 것이 좋겠어요. 그런 다음 두 마리의 백마에게 그 통을 매달아 그 여자가 죽을 때까지 이 거리 저 거리로 끌고 다니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왕은 시녀를 즉시 그렇게 만들어주었다. 일부 동화는 매우 잔인한 복수로 끝난다더니, 이 책도 그렇게 그들을 죽이고 공주와 왕자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끝난다.

그 외에도 네 편의 이야기는 모두 작품 속에 깊고 흥미있는 뜻을 내제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른 지방으로 가 결혼을 해서 고향으로 돌아온 한 보안관이, 자신을 골치 아프게 만든 총잡이가 자신을 죽이려고 집 앞에 서있는 것을 발견한다. 총잡이는 대결을 요쳥하지만, 보안관이 결혼을 막 하고 왔기 때문에 총이 없다고 하자 남자는 터덜터덜 집으로 간다. 

어머니가 이 책 시리즈를 내게 사주신 것은 커다란 행운인 듯하다. 책들은 여름, 겨울, 봄, 가을 부분으로 나뉘고 여름은 그 중 제 3권에 속한다. 8권의 책들을 순서대로 읽는 것을 먼저 알았어야 했는데, 괜히 3권부터 읽은 내가 참 바보같다. 1권부터 다시 천천히 작품들을 음미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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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맨
폴 진델, 정회성 / 비룡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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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맨. 호밀 밭의 파수꾼, 초콜릿 전쟁과 더불어 미국 청소년 3대 문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책이라고 한다. 호밀 밭의 파수꾼과 초콜릿 전쟁 책도 모두 읽어보았고, 모두 3대 문제작이란 말이 언급되어 있었지만 그 중 하나인 이 책의 정체가 무척 궁금했었다. 미국 청소년들의 필독서라는 이 책을 드디어 읽어보게 되어 참 다행이었다. 

존과 로레인은 이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이야기하는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어쩌다가 사람들에게 장난 전화를 해서 가장 오랫동안 통화를 유도하는 사람이 이기는 장난을 치다가, 로레인이 안젤로 피그나티 씨와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제이앤앨 기금에서 모금을 한다고 속이고선 존의 꼬드김으로 함께 그에게 돈을 받으로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존과 로레인은 이 외로운 피그나티 씨에게서 아주 중요한 선물을 받게 된다. 

존과 로레인의 삶은 참으로 괴로웠다. 우선 존의 아버지는 그의 형만을 자랑스러워하고, 그의 집에서는 그가 맥주를 마시든 담배를 피우든 별로 상관하지 않을 정도였다. 로레인은 어떤가? 아버지는 이혼했고, 바람피다가 걸린 아버지에게서 커다란 충격을 받은 어머니는 로레인에게 항상 어떤 남자든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강조했고, 막상 딸에게 그녀가 못생겼다는 사실을 자각시키면서도 동시에 걱정한다. 

이러한 아이들은 집에서 부모에게 '널 사랑한다.'라는 말을 듣기가 얼마나 힘들까? 그들은 집에서 단지 귀찮은 존재였을 뿐이었고, 피그나티 씨처럼 '제발 자기 집처럼 편히 있어주세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말씀하세요. 제발 제가 사드리도록 해주세요.'라는 말을 과연 해 줄 수 있을까? 

그가 병원에 갖다온 후에, 존과 로레인의 예상치 못한 파티 행위로 인해 그가 아끼는 보물들이 모두 산산조각나고 만다. 물론 존과 로레인이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그들의 가장 소중한 친구 중의 한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충격을 주었던 것 자체가 잘못 아니었을까?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안젤로 피그나티 씨의 가장 소중했던 친구 중 한 명 아니었을까? 안젤로 씨의 이야기가 가슴에 깊이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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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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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감동적인 책이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인 필독도서로 꼽힌 책일까? 필독도서로 뽑히려면,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우선 책을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흥미를 유도할 만한 재미있는 구성의 책이어야 하고, 또 단순히 재미만 있어선 안된다. 교훈과 배울만한 점을 함유하고 있어야 한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은 필독도서로써 내가 두 번째로 읽은 책이었으며, 이 책을 가장 오래, 감명깊게 읽었던 만큼 읽은지는 오래되어서 지금 글을 쓰고 있더라도 그 내용과 감동이 생생히 떠오른다. 

이름이 언급된적이 없던가? 어쨌든 이 책의 중심 인물은  이 책의 화자와 그녀의 아들에게 박사라 불리는, 사고로 인하여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한 박사이다. 우리나라에도 '내 머리 속에 지우개'라는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그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다. 그녀의 애인과 나눴던 즐거운 사랑을 그녀는 기억하지 못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그녀 대신에 기억해주겠다며 곧 지워질 사랑의 나날을 보낸다.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기억은 80분이 지나면 다시 녹화가 되고, 그 전의 내용은 지워지는 테이프와 같았다. 

이 책의 화자이자 파출부인 여자와 그 아들 루트(루트는 박사가 붙여준 이름이다.)는 기억하지도 못할 박사와 함께 즐거운 나날들을 보낸다. 오직 신문의 야구 중계만을 보고서 한신 타이거스의 팬이 된 박사를 야구장으로 데려가기도 하고, 병이 난 그를 정성껏 간호하기도 하며 그가 꼭 가지고 싶어했던 야구 카드도 어렵게 모아서 전해준다. 그는 그의 몸에 붙은 노란 종이를 보고서 그가 잃어버린 기억들을 되찾아야 했지만, 그는 야구카드를 보면서 그에겐 루트라는 아이가 있었구나, 라면서 항상 기억할 것이다. 

어째서일까? 이 이야기를 다 읽고서 눈시울이 뜨거웠다. 우리 주변에는 남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이 참 많다. 박사를 돌보는 미망인은 파출부를 '자신은 박사가 기억을 잃기 전의 사람이기에 박사가 죽을 때까지 기억되겠지만, 당신들은 기억속에 없는 존재'라면서 쫓아냈을지라도 파출부는 끝까지 박사를 위한다. 사람들은 말할 것이다. 쓸데 없는 짓이라고, 전혀 이익이 없는 짓이라고. 기억에 남아야 그것이 내게 도움이 되지, 조금이라도 유용하냐고? 그건 단정지을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그래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의 모습속에서 나는 감동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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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 비밀과 거짓말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0
김진영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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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의 이 응어리는 무엇일까? 중 1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커졌던 이 응어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를 울부짖게 만들고, 사람을 변하게 만들고, 결국엔 미치게 만드는 이 것은 무엇인가? 

어른들은 항상 말했다. 중 1때가 제일 괴로운 법이라고. 나는 어린이날만 되면 다른 모든 이의 슬픔을 이해한다. 물론 나는 약간의 저항덕분에 어린이날엔 조금 편하게 쇨 수 있는 권리를 흭득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네가 무슨 어린이냐면서 어린이날을 챙겨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19세가 되기 전까지 제한하는 것도 참 많다. 괴로운 때다. 아이처럼 어리광부릴 수도 없고, 어른처럼 자유롭지도 못하다. 사고가 발달하지 못했단 이유로, 몸은 다 성숙했으니까 아이는 아니라면서 이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기쁨의 권리를 빼앗겨버린 셈이다. 자,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 문제를 과연 '지금 우리의 세대들만이 겪은 문제일까?'라고 생각해 보게 한다는 것이다. 분명 조선시대에도 아이에게 일찍 어른처럼 행동하기를 바라는 면이 있었을 것이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소리도 분명 들었을 것이다. 주변인이란 말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어느 한쪽 편도 서지 못해 마치 박쥐처럼 울고싶은 심정이다. 누구에게 토로하지? 솔직히 이런 책을 읽을 때면, 왜 이런 책들이 자주 나올까? 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또, 책을 읽으면서 아이의 심정을 이렇게 잘 묘사한 모습을 보며 '어? 우리 세대의 심정을 이렇게 잘 이해하고, 또 똑같이 묘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들도 우리와 같은 심정이었을 때가 있었기에 이 글을 쓰는 게 가능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 네 살의 고통을 주인공 하리는 도벽광 엄마와, 배우지 못해 매우 낮은 자리에서 일하는 아버지 밑에서 매우 좁은 집속의 힘든 발악을 하고 있다. 그녀가 예주를 따라서 도둑질을 하다가 걸려서 어머니를 모시고 왔을 때에도, 어머니는 예주를 크게 혼내지 않고 그냥 울기만 한다. 왜 그랬을까? 나중에 도벽을 일삼는 자신이 딸이 도둑질을 했다고 나무랄 입장이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러하단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부유해도, 가난해도 사는 게 힘들긴 마찬가지다. 부유하다고 해서 모든 게 채워지는 건 아니니 도둑질을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예주를 보면서, 도둑질이란 그냥 자신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주는 느낌을 누군가에겐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는 게 힘들어도,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도록, 어른과 아이가 함께 노력해 보는 사회가 되면 어떨까,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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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장난 마음이 자라는 나무 22
브리기테 블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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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병원에 있는 게 참 좋다. 의사와 간호사 모두 무척 친절하다. 갑자기 문이 열려도 전혀 무섭지 않다. 여기는 모든 병실의 문이 잠겨 있어서 간호사와 의사들이 늘 커다란 열쇠 뭉치를 들고 다닌다. 이곳에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다. 나를 상대로 못된 장난을 쳤던 우리 반 아이들도``````.-10~11쪽

나는 온몸이 촉수로 변한 듯 신경이 곤두섰다. 펠리키타스가 또 내 옷을 가지고서 모욕을 주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발걸음을 느주던 일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몸에 경련이라도 난 것처럼 뻣뻣해지는 느낌이었다.-93쪽

"내가 너무 순진했다. 에를레호프 김나지움 학생들은 잘못된 길로 들어서다가도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되돌아 나올 수 있을 정도의 판단력은 가지고 있을 줄 알았다. 내가 착각을 했구나. 정말 유감스럽다."-213쪽

또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네." 나는 나지막이 말했다. "봤어." 라비였다. "응,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내 목소리는 내 귀에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구역질 난다." 라비가 말했다.-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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