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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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_조승연

세계문화전문가,tv프로그램에서 외국 언어와 역사, 문화, 예술을 쉽고 재미있게 전파했다. 현재로는 cool FM라디오<굿모닝 팝스>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시크:하다>는 저자의 20번째이란다. 검색하여 프로필을 보니 81년생이다. 1년에 한 권씩 책을 냈다고 한다면 최소한 20살?부터는 글을 쓴 것 같은데 굉장한 경력이다. 방송에서 처음 봤을 때, 장난기 어린 동안얼굴에 진지하면서 열정적으로 강연하는 모습에 이 사람 참~반전이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역시 말을 잘하는 사람은 글을 잘 쓴다는 것을 책을 보고 한번 더 느꼈다. 우리나라와 색깔이 달라도 너무 다른, 프랑스 인문학 관찰에세이에 책 장을 넘길수록 그들의 문화에 나도 모르게 몰입되었다. 프랑스인들은 지극히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고, 아름다움을 사랑하며, 삶에서 분리할 것은 철저히 배제하는 능력을 가진 주관적인 사람들이다.

행복은 경제력과 상관 없는 하나의 노하우임을 이 책에서 찾아보도록 해보자.


 

 

불편함을 즐긴다 _ 예측가능한 삶

아직도 프랑스 부동산 광고에는 자랑이라도 하듯이 18세기 건물 이라거나 16세기 건물 같은 역사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예술품이나 골동품을 광고하는 것이다. _p.19

 

편리함과 편안함에 관한 문화 차이 때문에 환상을 품고 프랑스로 여행을 했다가 크게 실망하는 외국인이 많다고 한다. 주요 관광지에도 공중화장실이 드물고 영어표기도 잘 안되어 있어 불편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인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낡은 집을 밀어내고 최신 편의시설을 갖춘 새 집을 짓기 보다 낡은 건물을 잘 고치고 다듬어서 사는 편이 훨씬 편안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랑스에는 오랜 건물이 많이 남아 있다.

젊을 때 파리에서 조그마한 추억이라도 하나 만들어둔 사람은 오랜 세월이 지나 노년이 되어 파리에 다시 간다면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이 고스란히 살아나 가슴이 촉촉해질 것이다. _p29

프랑스인 친구가 최신 자동차가 아닌 아버지가 몰던 동일한 차종을 구매했다. 지루하게 생긴 프랑스 자동차 회사의 메뉴얼의 승용차를 산 이유를 저자가 물어보니 대답은 아주 단순하게 "편하잖아."라고 했다.

수동으로 변속해야하는 기어에다가 최신 네비게이션,오디오 시스템도 없는 자동차가 뭐가 편하다는 건지 알수 없어 다시 물었다고 한다. 그러니 "차를 바꾸려면 다른 자동차를 타봐야하고, 나중에 그 차에 어떤 고장이 날지 모르고, 또 아버지에게 자동차를 판 아저씨가 믿을 만한 사람인데, 다른 브랜드 차를 사려면 그 딜러가 믿을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르잖아. 어디 그뿐이야? 어렸을 때부터 익숙한 계기판이랑 버튼 위치도 새로 익혀야 하고." 라고 했다.

20년 넘게 다녀서 아는 길이고, 도로공사를 어지간히 하지 않는 파리에서는 네비게이션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고 한다.

편리함과 편안함이 아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프랑스 친구의 대답이었다. 그래서 프랑스인은 '안 하던 것', '안 써본 물건'에 극도로 폐쇄적이다.

편리함을 무장한 제품에 익숙하기까지 학습하는 불편함보다는, 오래된 제품이 고장나면 고쳐쓰는 불편함을 즐기는 그들이다.

더 편리한 삶을 위한 개발을 끊임없이 하는 세상이다. 최신 스마트폰에 익숙하기까지 온 신경을 집중하다보면 또 다른 편리함을 세팅된 최신 스마트폰이 나오게 된다. 끊임없이 편리함을 편안함으로 끌어내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 버려진 구형모델은 쓰레기가 되어 지구를 오염시킨다.

편안함의 정체는 바로 삶이 예측가능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프랑스식 편안한 삶의 정체다._ p.25

사람은 새롭고 편리한 것을 좋아하는 한 편, 어려움을 겪을 때는 편안해지기 위해 익숙한 것을 찾는다._p31

편안함의 욕구는 프랑스인에게만 있는게 아니라 모든 사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감정일 것이다. 누구나 삶이 힘들 때 부모님을 그리워 하고 고향집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편안함을 찾고 싶은 것이다.


메멘토 모리

죽음이 필연이라면 그 중간에 벌어지는 일들은 고통스러운 것이라도 숭고한 일이 된다. 또 인생이 죽기 전까지만 주어지는 것이라면 자기 감정과 느낌을 내일이 마지막인 것처럼 항상 받아들이며 살아야 한다는 생활 태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_p42

프랑스에서는 죽음에 대한 주제가 중고등학생들이 듣기에 전혀 문제가 없고 유익한 주제다. 어렸을 때부터 철학으로 사고하고, 토론하고, 논술을 쓰는 것을 공부로 여겨온 프랑스 중고등학생들은 다른 나라 학생들과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의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 깊은 고찰은 나날이 여물어 성인이 되면 죽음과 늙음뿐 아니라 삶 자체를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통찰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사랑,분노,슬픔 등 자기의 감정을 억제하고 애써 웃어 보이는 것이 남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

삶이라는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이라면, 모든 감정은 아름다운 것이 된다. 다른 사람 앞에서 감출 이유가 없다. 언제가는 죽을 것임을 잊지 않고 사는 프랑스인의 인생관이다.

프랑스는 인간의 모든 감정과 감각을 존재의 증명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깊은 심오한 의미를 찾지 않고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조금 더 자세히, 아름답게 묘사라고 더 잘 느끼는 방법 찾기에 집중한다.

감정표현을 중요시하는 프랑스인은 자기 기분에 맞추어 치장하며 멋부리기를 좋아한다. 남에게 잘보이려는 것보다 자기 멋에 겨워 치장함으로써 독창적인 패션 스타일을 낳아 파리를 세계 패션 리더로 만든 것 같다.


두 명의 '나'가 만나 '우리'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이란 새 가족을 창조하는 중요한 의례지만, 프랑스는 이미 동거를 통해서 같이 살고 아이도 있는, 실체를 이루고 있는 집단에 '법적 가족'이라는 이름만 부여하는 일종의 명명식이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의식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하다._p.123

프랑스 가치관 중에 많은 외국인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이혼 후에도 두 남녀는 친구로 남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물며 저자의 프랑스 친구는 그들의 연인들과 다 같이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맙소사.. 상상이 도저히 안되는 그림이다. 다른 나라니까 가능한 그림이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인의 '쿨함'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가족이란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문화적 전제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배워왔기 때문에 모든 것을 희생하며 가족에게 올인한다. 인간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 당연히 그만큼의 보상을 주장하게 된다. 우리나라 부모는 자녀에게(또는 배우자)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고 어긋나지 않길 기대하고, 삶의 의미를 자녀(또는 배우자)에게 모두 부여해버려 모든 기쁨과 슬픔을 가족에게서 찾으려고 한다. 가족관계는 즐거움이 아니라 의무와 권리라는 묵직한 사슬로 옭아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가족이라는 '우리' 속에 나라는 '존재'가 묻히는 것이다.

프랑스인은 '나'와 '우리'는 철저하게 다르다. 이들에게 진정한 가족은 나를 더 나답게 해주는 존재지. '나'를 묻어버리는 존재라면 절대로 가족일 수 없다고 판단해 무서울 정도로 빨리 내다버린다. 동거중에 이별하거나 결혼 후 이혼한 친구들의 사유를 물어보면 대체로 이런 대답을 한다.

"그는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나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이었어."

'나'로 가득 차 있는 프랑스인에게 가족이 자기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쿨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꽉 차있고, 심지어 배우자나 가족일지라도 타인을 자기 중심에 두지 않는 '이기주의'철학이다. 남 신경 쓸 것 없이 자기 만족도가 높은 삶을 좋게 보는 태도의 의미로 이기주의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인생의 '상향곡선'

대부분의 프랑스 부부는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작은 방에 '크레슈'라고 부르는 더 작은 방을 만들어 아이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그 방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분리막을 쳐놓고 위급상황에만 돌보려고 방문을 열어놓는다. 스스로 제어못하는 아기는 깨지기 쉽거나 귀중한 물건이 있는 곳에 드나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은 방에서 데려나올 때는 소파나 조그마한 매트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두어 집 안의 중요한 물건을 망가뜨리거나 엄마가 하는 일에 방해되지 않도록 가르친다. '아이 방' 이외의 곳은 어른의 영역므로 아기가 어른에게 맞추어 놀아야 한다는 것이다. -p.149

 

우리나라와는 상반되는 내용에 매우 놀랐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공간을 나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모두 아이 기준으로 어디를 다니는지 엄마는 온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니 엄마는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가 없는 현실이다.

친정도 조카들이 놀러간다고 하면 이불빨래부터 새로 다 하고 최대한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조카들이 지내다 갈 수 있게 어머니는 최선을 다하신다.

그런데 프랑스 아가들은 어른들의 눈치를 본다는게 당연시 여긴다는 것!

어느 부부는 둘 만의 기념일을 축하하고자 아이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데 심심해하던 아이가 칭얼대니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랑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다면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해. 엄마와 아빠가 서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너는 태어나지 않았을 거야. 만약 혼자 놀기 싫으면 저 오빠한테 가서 서빙이라도 좀 배우렴." 라고 말했다.

저 오빠란 단골가게 레스토랑 주인의 아들로 레스토랑일을 도와 주고 있는 아이였다.

이처럼 어른의 영역에 함께 있다면 아이는 어른에게 맞춰 행동을 해야한다는 게 프랑스식 육아이다. 건강한 가족을 유지한다는 것은 부모 둘 사이의 육체적·정신적 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고, 아이는 부모의 라이프스타일과 삶의 규율과 관계를 방해하고 흔들면 안 되며, 있는 그대로 배우면서 어른이 되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아이가 작은 아기 방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어른의 식탁으로, 어른의 식탁에서 회사의 임원 회의실로 점점 강한 발언권을 획득하는 과정을 밟아가게 되므로 어른이 아이보다 얼굴이 밝은 것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자랄수록 하향곡선을 그리게 되는 것 같다. 유아기 시절 마음껏 누리던 자유와 권한을 평생 다시는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살아야 하는 인생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_p151

프랑스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은 괴로운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는 여정이 아니라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기대되는 일이 되는 것이다.


과시소비가 없는 사회_지독한 물질 주의자

프랑스의 극단적인 개인주의 문화는 남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 남의 눈을 의식한 무리한 소비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프랑스는 제도적으로 빚을 내기 몹시 까다로워서 생각조차 어렵다. 또 대분분이 신용카드가 없다. 우리나라의 체크카드와 같은 은행카드라는 것을 쓴다. 그러니 수입이 끊기면 돌아올 카드결제일이 공포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돈에 대해서 덜 집착하고 돈을 성공의 척도로 보지 않는 여유를 만들어 주는지도 모른다.

 

사실 프랑스인은 지독한 물질주의자이다. 사회적 시선이나 기호보다 물질 자체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것이다. 돈이 생기면 주로 아름답거나, 촉감이 좋거나, 향기로운 물건을 사는 것에 쓴다. 그래서 최상의 품질인 이불 시트, 행기 좋은 아프리카 몰약, 향초 비누 등의 소비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다.

프랑스인의 소비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은 사회적 소비가 아니라 개인의 물질적 소비라고 할 수 있다. 남에게 과시할 수 없는 물건 자체의 촉감과 향이 주는 즐거움이다. 프랑스인은 '센스. 즉 오감에 돈을 많이 지출한다.

미국이나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는 성취가 성공의 척도라면 프랑스인에게는 노동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자기가 즐기는 레저 스포트나 식사 같은 이벤트에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는지를 성공의 척도로 본다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_p.189

프랑스인이 돈을 벌 때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노동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서이다. 영국인은 프랑스인에 대해 '한 달의 휴가를 위해 1년을 산다'라고 말하곤 한다. 프랑스는 미테랑 대통령 시대부터 주 35시간 노동제를 도입했고, 기업도 학교처럼 여름방학이 있다라고 한다. 이게 가능한가? 기업이 방학이라 신통방통하다. 어떻게 유지가 되는 걸까. 한 달의 휴가를 위해 11개월을 열심히 일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만약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도입한다면 외국에서 한달 살아보기를, 결원없이 온 가족이 갈 수 있을 것이고 삶에 대한 만족도도 매우 높아 질 것 같다.

돈을 버는 것은 일하지 않고 노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행위임을 기억하는 나라는 오히려 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나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도 프랑스인에게 성공한 인생이란 휴가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잘 보내는지 여부에 달여 있다고 하는 것이다._p.190

프랑스인은 진짜 성공한 인생이란 성공하려고 발버둥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이고, 진짜 행복한 인생은 행복이란 것을 믿지 않고 주어진 순간에 충실한 인생일 수 있다._p.193

성공과 행복에 정의를 내리도록 허용하지 않는 '나는 나'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자인 프랑스인에 대해 일부 살펴보았다. 프랑스인들의 문화는 외국인이 아닌 외계인인가 싶을 정도로 이질감이 들었지만 책으로 접해보니 나쁘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쓸데없는 것에 에너지를 쓰지 않는 주관적인 가치관이 멋져보이기까지 했다. 프랑스의 육아법은 높이 산다. 아직 내가 아이가 없어서 일지도 모른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혹여 삼신할머니가 아이를 점지해주신다면 프랑스식으로 키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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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영어 대박패턴 234 - 패턴 영어의 대가 백선엽의 진짜 여행 영어
백선엽 지음 / 로그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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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공부가 아니다.

다른 학문들처럼 분석적인 공부법으로 학습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꾸준한 습관을 통해 익힐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를 학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부하지 않고 흡수하는 것이다.

〈라틴어 수업〉 중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외국인이 길을 묻자 몹시 당황해서 본인도 모르게 우리나라 말로 알려주는 해프닝이 가끔 나온다. 어디서 많이 본 장면.. 아니면 경험했을 것 같은.. 진심 남 일 같지가 않다.

성격상 당황하면 입이 붙어버리는 나로서는 외국인이 보이면 눈 마주칠까 봐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그런데 점점 더 외국인이 많아지고 있다. 관광지가 아닌 장소에도, 하물며 우리 아파트 같은 층에 외국인 선교사들이 살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그들은 서슴없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우어어어어.. ㅠㅠ

다행이다. 영어로 말 걸지 않아서 ㅋㅋ

이웃 선교사가 한국어를 엉성하게 구사해도 그들이 한국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편해졌다. 예능에서도 언제부터인가 한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예전 비정상회담은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그리고 지금은 최애 프로그램 '대한 외국인'은 너무나 재밌게 보고 있다. 언어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 예술까지도 그들은 한국을 너무 잘 알고 너무 사랑하는 모습에 뿌듯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그들의 언어를 구사하는 한국인에게도 '정'이 더 갈 것이고 한 개 받을 것을 두 개 받을 수 있는 특혜를, 또 잘하면 외국인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인생의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영어는 공부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교재들이 집에 쌓여있다. 열자마자 문법이 나오는. 열정을 가지고 시작은 한다, 특히 매년 1월 1일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습했던 교재 째려보고, 연습장에 줄기차게 빽빽이 쓰며 암기했던 공부법은 며칠도 안 되어 포기하게 만들었다.

나의 공부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 언어는 꾸준한 습관을 통해 익혀야 하는데 딱 봐도 부담감 백배인 교재를 붙잡고 낑낑댔으니 자꾸만 안 해도 된다는, 번역 어플 쓰면 되지 하며 자기합리만 만들고 고이 서재에 꼽아두어 공간만 차지하는 꼴이 돼버렸던 것 같다.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한 두 단어면 소통이 되는 생활 회화를 먼저 흡수하고 그다음은 세 마디 그리고 네 마디.. 이렇게 천천히 꾸준히 흡수하고 있다. 최근까지 미드 대본으로 공부하다가 《여행영어 대박패턴 234》도 함께 보고 있다. 기존에 대본은 드라마다 보니 생활영어 패턴이었고, 이번 추가된 여행 영어책은 여행영어 패턴이었다.

 

 


 


설레는 여행의 시작 공항에서부터 문제 해결과 도움 요청까지 철저하게 실용적인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최대한 짧고 정확한 전달을 하는 회화가 수록되어있다.

대박패턴 1번을 소개하자면

Is it a long~?(오래 ~하나요?) 을 모르면 How long does it take ~?으로 길게 구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니 오래 기다려야 하나요?를 Is it a long wait?으로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신박한 사실을 이 책에서 알 수 있었다.

완전 좋아~ ^0^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여행에 대한 명언이 짠~하고 등장하는데 아주 좋은 글이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가지는 데 있다."

 p49

나는 해외여행을 자주 가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누군가에게 의지한 채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소극적인 시간은 새로운 풍경만 보는 여행이었 던 것 같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저 명언대로 새로운 시야를 가지는 진정한 여행을 하려면 떠나기 전 그 나라의 언어, 역사, 문화 정도는 배우고 가자.

완벽하게 구사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입다물고 있는 건 실수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제일 크다. 언어는 무조건 입을 열어야 한다. 한 마디라도 그들의 언어를 쓰려는 당신에게서 고마움을 느낄 것이고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영어에 대한 진입장벽은 내가 만드는 것이라서 내가 허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다. 내가 해야 한다.

자신 있게 여행의 즐거움을 이 책에서 리허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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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체력 -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이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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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나 놀이를 통해서 경험해보는 실패는 일종의 가상현실과 같다. 스트레스 지수는 비슷하지만, 매우 안전하면서 얼마든지 다시 도전해 볼 가능성이 열려 있다. 자주 두드려 맞고도 내일은 더 잘해 보겠다는 마음의 맷집이 강해진다.

그래서 평탄하고 무난한 삶을 살아온 사람일수록 다양한 운동을 통해 좌절과 실패를 연습해 보길 권한다. 혹여 진짜 인생길에서 자빠지는 일을 당했을 때, 그렇게 실패를 극복해 본 경험과 요령은 심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녀체력 p124~125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마녀체력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은 30대 초반부터 했었다. 20대의 몸과 상당히 달랐다. 20대는 밤을 꼴딱 세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말짱하게 일을 했다. 물론 퇴근 후 집에 와서는 긴장감이 풀려 저녁이고 뭐고 단잠에 빠졌다.

30대가 되면서 일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강박감으로는 내 몸이 버티지 못했다. 밤새 놀았다오~라고 엄청 티가 났다.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오고 좀비처럼 일했다. 회복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다시 에너지가 채워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고 어느새인가 내 자리에는 각종 영양제 친구들이 즐비했다.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밤새 놀았다. 노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다음날부터 힘들기 하지만 ㅋ

이렇게 살다가는 어느 날 뒷목잡고 쓰러지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내 몸은 무쇠가 아니므로 건강하게 놀려면 체력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작심삼일이라고 꾸준히가 제일 어려웠다. 그 꾸준함을 책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자극을 받아보기로 했다.


운동을 통해서 체력에 자신감이 생긴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특별한 아우라를 내뿜는다. 그 어떤 고급 화장품을 바르고 비싼 옷을 입어도 만들어지지 않는 생기와 건강함이다. 코트를 휘젓고 다니는 운동선수들한테서 느끼는 매력과 비슷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런 생기와 강함 역시, 젊음처럼 세월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밥 먹는 태도 같은 사소한 버릇에서부터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행동처럼 중요한 에티켓까지 나이 들수록 우아한 태도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고 싶다.

선천적으로 갖고 태어난 얼굴과 몸매는 절대적이거나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외모는 절대로 인성과 태도를 앞지르지 못한다. 젊음 하나로 모든 약점을 가리던 휘장이 하나하나 벗겨질 때, 꾸준히 연마해 온 강함과 우아함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할 것이다.

마흔 살은 흔히 생각하듯 인생의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기가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세상이 잔혹한 시그널을 보내도 절대로 주눅 들면 안 된다. 더 나아지는 걸 주저하지 말고, 더 도전할 수 있는 걸 포기하지 말자.

p176~177


운동은 단순히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고 심장 기능을 강화하는 데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노력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나이 듦이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넋 놓고 않아 있는 것이 아니다. 분발하며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그런 자부심과 자신감을 발산하는데, 어찌 내가 예전에 알던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겠는가.

p. 250



이 책은 평범한 40대 여성도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15회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체력이 강해질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저자는 말합니다.

"천천히, 조금씩, 그러니 꾸준히."

제가 다니는 요가 선생님은 첫 수업에 들어오는 회원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어요. '여러분의 의욕은 알지만 첫날부터 죽을힘을 다해 무리하지 말아요. 그러면 우리의 몸은 저항력이 생깁니다. 70% 정도만 힘을 쓴다고 생각하고 수업해주세요. 저는 앞으로 쭉~ 여러분의 성장을 보고 싶습니다.'

운동이란 걸 하는 전문인도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우리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해 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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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스파 -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게 되는 그 곳
김수영 지음 / 꿈꾸는지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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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많은 고통들은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공평해야한다는 착각, 모든 게 내 뜻대로 흘러가야 한다는 착각, 남들이 내 마음을 알아줘야 한다는 착각, 영원히 건강하게 살 거라는 착각, 그 착각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면 이것들이 일종의 마음감옥이 되어 나를 가두는 것입니다. " 왜 나만 이렇게 아프지?, ' 왜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지?, ' 나는 최선을 다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지? 라는 생각들로 내 마음만 괴로워 지죠.

불행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다행입니다. '당연히' 이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고 인생이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그럴 수도 있다 ' 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지금은 건강하지만 아플 때도 있고, 나만큼이나 부모님도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고, 이 세상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해보세요. 몸이 아프면 아픈대로 건강관리에 힘쓰고, 돈이 없어 힘들다면 열심히 돈을 벌고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가 많다면 적어도 내 자식은 잘 키울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치유하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더 정성을 쏟으면 되겠지요. 즉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때 나는 마음감옥을 없애고 내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스파, 세 번째 방 내 운명의 주인되기 중에서>





거칠어진 마음결을 맑고 보들보들하게 치유하는 마음스파를 읽어보았습니다. 김수영저자는 어린 시절 가정불화로 중학교를 중퇴했었데요. 그치만 꿈을 찾아 독학을 시작했고 연세대학교를 합격하고, 그녀의 꿈목록이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리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12년간 80개국에서 70개의 꿈에 도전했고 전 세계를 돌며 500명의 삶을 인터뷰를 했지만 정작 자신은 깊게 들여다 보지 못해 정신분석을 통해 자신이라는 하나의 우주를 해체하고 다시 쌓아 올렸다고 해요. 우연하게 페루에서 영혼의 씻김굿을 받고 사주명리, 타로, 별자리 등을 공부하며 운명 앞에 겸손해졌다고 합니다. 또 심리학, 양자역학, 뇌과학, 철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독파했다고 해요. 결정적인 것은 좋은 스승과 도반들을 만나 마음 수행하고 금강경을 공부하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마음 스파에는 4개의 방이 있어요.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방, 내 마음의 주인이 되는 방, 내 운명의 주인이 되는 방 그리고 지금 이순간의 주인이 되는 방입니다. 4개의 방은 수시로 들락날락 가능하고 순서를 지킬 필요도 없어요. 하지만 저는 순서대로 읽었습니다. 명상하는 느낌이었어요. 불편하게 욱신거리는 마음근육통을 부드럽게 마사지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녀와 저의 공통점은 어린시절 가정불화 경험이에요. 더구나 장녀라는 이유로 어머니의 한어린 눈물을 고스란히 제 마음바구니를 채워야 했습니다. 어릴적에는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어머니가 한심했어요. 어린 아이가 뭘 안다고 하소연을 하며 오열하며 눈물을 보일까? 이해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저는 '자식이 생기면 절대 어머니처럼 하지않을테야'라고 다짐했었답니다. 그런데 그 당시의 어머니 나이가 된 저는 깨달았어요. 어머니는 하소연 할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을.. 그래도 맏딸인 나만큼은 이해해줬으면 하는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완전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어요. 부모님이라 할지라도 모든 게 처음이었을 겁니다. 남자도, 결혼도, 자식도, 인생도 처음 겪는 거에요. 이제라도 이해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나는 유달리 불행한 아이였다는 생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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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
미아키 스가루 지음, 이기웅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90년생이라는게 정말 놀랍습니다.

가볍게 읽을 수가 없고 생각을 가득차게 하는 작가님의

표현력이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습니다.

환타지소설은 선호하지 않지만 이런 철학적인 내용이 가미된 책이라면 앞으로 얼마든지 환영할 것 같습니다.



♧ 너의 이야기를 읽기 위한 용어 설명

의억 : 나노로봇에 의해 기억 개조 기술이 만들어낸 가공의 기억

의자 : 의억 속 가공의 등장 인물

의억가공사 : 의뢰인의 '이력서'를 토대로 가공된 기억을 만들어내는 전문적인 이력

이력서 : 의억 구매 희망자와 카운셀링을 통해 취득항 정보를 프로그램이 분석하여 계통적으로 정리한 도큐멘트

그린그린 : 가공의 청춘 시절을 제공하는 나노로봇

레테 : 특정 시기의 기억을 제거해주는 나노로봇

메멘토 : 삭제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나노로봇

엔젤 : 가공의 자녀를 제공하는 나노로봇

허니문 : 가공의 결혼 생활을 제공하는 나노로봇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거짓말

《 너의 이야기 》


boy_아마가이 치히로

허구만 사랑하는 일그러진 가족

'허니문'을 복수 구입한 아버지는 전처가 다섯 명이다. 걸핏하면 어머니의 이름을 잘 못 부른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이름을 잘 못 부른 적이 없지만 걸핏하면 내 이름을 잘 못 불렀다. 나는 분명 외동아들이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엔젤'로 만들어진 또 다른 세 명의 자식이 있다.

가공된 과거 속에서 살아가는 부모님은 현실의 가족과는 연결고리를 피해 생활한다. 대화는 최소한, 식사는 제각각, 매일 일찍 나가서 밤늦게 귀가한다. 휴일에는 각자 여행을 한다. 부모님을 집을 비우는 동안 나는 방치되었다.

그러다 열다섯 살에 부모님은 이혼하셨다. 친권은 아버지가 가지게 되었고 어머니는 '레테'로 어머니의 인생에서 나의 존재를 삭제했다.


어느덧 치히로는 성인이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하며 비용을 마련하고 '레테'로 불행했던 소년 시절을 지우려고 합니다.

가루약을 털어 물과 함께 복용한 나노로봇은 '레테'가 아는 '그린그린'었어요.

7살부터 소꿉친구 나쓰나기 도카, 그녀가 치히로의 의억으로 자리 잡히게 됩니다.

클리닉 실수를 사과받으며 그린그린을 지울 레테와 소년 시절을 지울 레테, 두 봉지를 다시 제공받지요. 그러나 쉽게 복용하지 못하는 치히로,, 걸핏하면 도카가 회상이 됩니다. 클리닉에서 장시간 이력서를 작성하여 치히로를 연구하며 만든 그린그린이었기에 도카는 완벽한 궁극의 여인이었어요. 레테 복용을 하루 이틀 미루고 지내다 지역불꽃 축제에서 의자인 도카를 닮은 그녀를 보게 됩니다. 한 번도 보지 않았지만 의식적으로 느꼈지요. 그녀가 도카라는걸.. 마찬가지로 그녀의 눈동자도 흔들리며 치히로를 알아보는 듯하지요.. 그렇게 둘은 마주합니다. 절대 그럴리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을 의자로 만드는 것은 불법이니깐요. 의억의 인물은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도카가 치히로의 눈앞에 있었습니다. 치히로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또 그녀는 바로 옆집에서 지낸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최근 신종 사기 관련을 들어봤기 때문에 클리닉을 매수하여 정보를 빼내어 불순한 의도로 자신에게 접근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카는 지속적으로 소꿉친구라고 하며 적극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치히로는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정말 동창이었는지.. 혹시라도 레테로 인해 지워진 진짜 소꿉친구일까?




girl_마쓰나기 도카





천식으로 예고 없이 찾아올 숨결의 공포에 떨며 과보호 속에서 자라 그녀의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집 밖으로 나가질 못하니 친구도 없고 추억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름이 없는 소꿉친구가 있습니다. 잠들지 못하는 기나긴 밤에 산소 부족으로 흐릿해진 뇌가 만들어낸 환상이죠. 이 환상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가 됩니다.

어린 시절 숨 막힌 세계의 유일한 숨통은 몽상하기였습니다.

열다섯 살 때 진로희망 조사의 빈칸을 채우려다 직업 열람표에 의억기공사를 발견하고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학력 경력이 필요하지 않은 이 직업은 공모전에 당선되면 채용되는 형식이었습니다. 도카는 단숨에 최연소 천재의억가공사로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이런 그녀에게 신종 알츠하이머병이 찾아옵니다. 일반적인 알츠하이머에 비해 신종은 가장 멀었던 기억부터 소멸되기 시작하여 최근 기억까지 잡아먹고 그다음은 생명까지도 앗아가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 비슷한 공허감을 갖고 있는 소년의 이력서를 봅니다.

궁극의 남자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름 한자리만 다르게 나쓰나기 도카로 완벽하게 '그린그린'을 만듭니다. 인생 최고의  걸작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꿈꿔온 그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자신도 아마가이 치히로의 '그린그린'을 만들어 복용합니다.



허구 알러지 VS 허구 러버


소꿉친구와 재회하여 인생의 한 순간이라도 사랑받고자 했던 도카는 그만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자신을 위한 작업을 하다보니 신중하게 치히로의 이력서를 살펴보지 못한거죠. 허구를 사랑한 부모님 아래 자란 치히로에게는 거짓말이란 단어자체가 알러지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의억을 이식해 실제하는 세상에서 나타나 아름다운 인연을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가능성이 낮았음을...

도카는 거부하는 치히로에게 매일 마음의 상처를 받으며 차라리 혼자 죽음을 기다릴 것을 후회하게 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에 좋은 추억이라도 만들고자하는 도카는 그릇된 방법을 자책하며 죽음을 향해 높은 건물에 올라가게 되어요. 이제 죽음을 기다리지 않겠어. 내가 찾아가면 되지.. 몸을 던지려는 찰나에 진동을 느껴 전화기를 보니 치히로가 건 것을 보고 놀라게 되는데..

이 날 치히로는 태풍이 부는 날씨에 천식 발작이 자주 일어났던 도카를 생각하며 왠지모를 불안감에 그동안 거부하고 외면하던 도카를 찾아갑니다. 문을 두드려도 소식이 없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 상황,, 치히로는 도카가 쓰러졌을까봐 가슴이 터질것 같습니다...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집에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문앞에서 젖은 채로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고 있는데..



구원자 히로인 VS 히어로


도카는 치히로를 통해 구원을 받고자 했습니다. 그가 받아준다면 남은 시간을 온전하게 받칠 생각이었죠. 한 사람의 여자로 사랑받으며 죽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자 마음을 먹었습니다. 짧은 여름동안 함께 했던 둘 만의 시간을 간직한 채 도카는 입원 준비를 하고 9월 말 치히로에게 본인의 이력서를 보냅니다. 신형 알츠하이머 환자라는 고백과 함께 사과의 편지를 동봉해서 말이죠. 치히로는 뼈저리게 후회합니다. 그리고 남은 그녀의 시간을 히어로가 되기 위해 매일매일 병실을 찾아가 잊혀져가는 7살부터의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부분에서는 '첫 키스만 50번째 '라는 영화가 떠올랐어요. 매일 아침 그들의 스토리를 들려준다는 부분이 비슷했지요. 하지만 너의 이야기의 여주는 예정대로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죠.

그녀의 의지대로 묘소도 없는 장례가 아닌 장례가 치러졌고, 그녀의 부모님들에게 레테복용으로 그녀의 존재를 잊게 하여. 마치 그녀의 존재는 처음부터 없던 것 처럼,,그녀의 존재는 치히로에게만 간직한채로 끝이 납니다.

마지막까지 도카에게 좋은 기억을 들려주고 돌봐줬던 구원자, 히어로는 아마가이 치히로였습니다.

도카가 없는 세상에서도 치히로는 도카가 신경써서 식사를 만들어줬던 기억으로 건강에도 신경쓰고 , 도카와 함께 들었던 음악도 여전히 들으며, 급정거시 도카가 뒤에서 안아줬던 자전거를 여전히 타며 그녀를 잊지 않고 지냅니다. 훌륭한 의억기공사가 되어 '히로인'을 발명하여 누구에게나 단 한명의 히로인 히어로는 있다는 것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도카는 치히로의 구원자이며 히로인이었습니다.

아련한 러브스토리에 가슴이 뛰었고 , 인생에 대한, 죽음에 대한 생각까지 하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소설이었으며 당분간은 계속 생각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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