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에 대하여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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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의 제목은 <나주에 대하여>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마음'이었다. 그럴 만큼 이 소설집에 나오는 인물들은 인간의 다양한 마음을 보여준다. 동경하는 마음, 걱정하는 마음, 비교하는 마음, 집착하는 마음 등등. 때로는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때로는 짠하고 때로는 징그럽고 극악하게도 느껴지는 다양한 마음들을 섬세하고도 예리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솜씨가 탁월하다고 느꼈다. 


어쩌면 마음이야 말로 인간을 인간 아닌 존재들과 구별하는 요소다. 인간은 A라는 변수 때문에 B라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A라는 변수 때문에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되어서 B라는 선택을 하는 존재 아닌가.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실연을 하지만, 실연한 사람들 모두가 헤어진 연인의 새로운 연인을 스토킹하는 건 아니다. 실연에서 스토킹으로 이어지는 사이에 개입된 마음. 그러한 마음에 대해 쓸 때 '이상하게 행복하다'는 작가의 다음 소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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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탑의 살인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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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소설은 크게 본격 미스터리와 사회파 미스터리로 나뉜다고 알고 있다. 이 중에 나는 사회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데(마츠모토 세이초, 미야베 미유키 등), 치넨 미키토의 <유리탑의 살인>은 본격 미스터리 소설로서는 드물게 재미있다고 느낀 작품이다. (괜히 2022년 서점대상 후보작, 15만 부 넘게 팔린 화제의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이 소설은 구성부터 특이하다. 프롤로그에 이치조 유마가 범인이라고 나와 있어서, 나는 처음에 이 소설이 범인의 시점으로 범행 과정을 설명하는 구성을 취하는 줄 알았다. 이어지는 본편에서 눈보라치는 산 속에 유리탑 모양의 고립된 저택이 있고, 이곳에 명탐정, 추리소설 작가, 잡지 편집장, 영능력자 등 개성 강한 손님들이 모이고, 이들을 모은 저택의 주인이 (프롤로그에 적힌 대로) 이치조 유마에 의해 살해되는 장면을 볼 때에도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튿날 또 다른 인물이 살해된 채 발견되고, 또 이튿날 또 다른 인물이 살해된 채 발견되는 것을 보면서, 이치조 유마 외에 또 다른 범인을 찾는 것이 작가가 부여한 독자의 할 일임을 알았고, 문제의 또 다른 범인을 찾은 후에도 소설이 계속 이어지고 또 다른 트릭이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이 작가 보통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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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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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제노사이드> 등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의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최신작이다. 소설 배경이 1990년대 중반이라서 당시 사회상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일본 버블 붕괴 이후 + 세기말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나)라면 향수를 많이 느낄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이라서 등장 인물들이 사건 해결을 위해 직접 발로 뛰거나 전화로 정보를 수집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 또한 오랫동안 이 장르를 읽어온 독자들에게는 반가움을, 새로 유입된 독자들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할 것 같다. 


잘나가는 전국 일간지 사회부 기자였던 마쓰다는 아내와 사별한 후 일을 그만두었다가 현재는 주부 대상 월간지 계약 기자로 일하는 상태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좀처럼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그에게 어느 날 상사가 도시 괴담 취재를 제안한다. 카메라맨과 함께 다양한 괴담의 진위 여부를 조사하던 그는, 다른 괴담들과 달리 '시모키타자와 3호 건널목 유령' 괴담만큼은 '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취재를 하고부터 새벽 1시 3분에 괴전화가 걸려올 리도, 수화기 너머로 듣기만 해도 괴로운 여성의 신음 소리가 들릴 리도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시모키타자와 3호 건널목은 '사망사고 발생 지점'이라고 쓰인 표지판이 있는 만큼 '사고'가 빈번한 곳이라고, 마쓰다는 처음에 생각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이곳에서 가장 최근에 인명사고가 일어난 건 15년 전이었고, 사고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사람이 죽은 건 1년 전이었다. 건널목 근처 건물에서 한 남성이 휘두른 칼에 찔린 것으로 보이는 여자가 건널목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사건인데, 피해자가 매춘에 종사하는 젊은 여성이라는 것 외에 신원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피의자는 기소되고 사건은 종료 처리되었다. 


피해자의 원한을 풀어주고 싶다는 마음과 유령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다는 마음(유령으로라도 아내와 재회하고 싶은 마음)으로 마쓰다는 밤낮 없이 사건에 매달리는데, 매달릴수록 흔하디 흔한 도시 괴담 정도로만 여겼던 사건이 엄청난 규모의 범죄와 비리에 연루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소설의 배경은 분명 1994년 일본인데, 연루된 범죄자들의 초상이나 범죄의 내용이 2023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쓰렸다. 이것이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인가. 악한 놈들은 여기나 저기나, 거기서 거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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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하루 수학 3-1 (2024년용) - 혼자 공부하는 4주 완성 개념서 똑똑한 하루 수학 (2024년)
최용준.해법수학연구회 지음 / 천재교육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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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 동안 혼자서 공부할 수 있게 구성이 잘 되어 있어서 공부하는 어린이에게도 편하고 보호자도 가르치기 편합니다.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기에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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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야옹이를 사랑해
주노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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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여행하는 야옹이'들의 사랑스러운 일러스트가 가득 담겨 있는 책이다. 털 색깔이 서로 다른 고양이 네 마리가 여행 계획을 세우는 장면부터 짐 싸는 장면, 기차를 타고 여행지로 출발하는 장면, 아쿠아리움을 구경하는 장면, 자연에서 녹음을 즐기는 장면, 바다에서 휴식을 취하는 장면, 각지의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장면 등등이 귀여운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파트는 '그 지역의 야옹이들'로, 일본 책인 만큼 일본 전국 방방곡곡의 귀여운 고양이 패션이 실려 있다. 도쿄는 도쿄타워, 오사카는 다코야키, 교토는 야츠하시.. 이런 식으로 일본 각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나 특산물을 모티프로 한 의상을 고양이가 입고 있는 것인데, 기획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고 다양한 차림을 한 고양이들이 귀엽다. 


이어지는 '맛있는 음식들'에는 마찬가지로 일본 전국 방방곡곡의 맛있는 음식들을 먹는 고양이들의 일러스트가 담겨 있다. 홋카이도는 수프카레, 아오모리는 사과로 만든 디저트, 야마나시는 호우토우(수제비와 비슷한 일본 향토 음식), 시즈오카는 장어 덮밥.. 맛있는 음식과 귀여운 고양이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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