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고 싶은 기분 - 요조 산문
요조 (Yozoh) 지음 / 마음산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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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 기분은 좋아하는 친구가 보내준 편지를 읽을 때의 기분과 비슷한데, 이 책을 읽을 때의 기분이 그랬다. 그동안 잘 지냈는지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고, 새롭게 만난 사람은 누구인지, 특별히 좋았던 일은 무엇인지 시시콜콜 묻고 싶고 듣고 싶은 기분...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이후 1년 만에 출간된 이 책에는 뮤지션이자 작가, 방송인, '책방 무사'의 운영자', <아무튼, 떡볶이>를 쓴 자타 공인 떡볶이 마니아, 달리기 중독자, 채식 지향인,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는 노마드인 저자의 일상이 반영된 글들이 주로 담겨 있다. 


생각해 보면 저자는 여러 히트곡을 낸 뮤지션이고 방송에도 종종 출연하는 연예인인데, 팬에게 사인을 해줄 때 눈여겨 보는 점이나 큰 공연의 진행을 맡았던 경험 등을 읽을 때에야 비로소 '아 맞다 이 언니 유명한 사람이지'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ㅎㅎ 그동안 저자의 책을 읽거나 팟캐스트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친근감을 쌓았기 때문일까. 


채식 지향인이지만 몇몇 고기 요리는 꿈에 나올 정도로 먹고 싶고, 사주를 안 믿는다고 말하면서 종종 사주를 보러 다니고, 책을 읽고 싶은 마음과 눈 건강을 지키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는 이야기 등을 읽을 때는 (그렇게 유명한 사람인데도) 나와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 사는 평범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택시에서 안 좋은 경험을 한 적이 몇 번 있어서 택시 타는 걸 꺼렸는데, 택시 에피소드를 읽고 택시에 대한 인상이 조금 바뀌기도 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일화도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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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로 갈 바엔 젊은 만화가 테마단편집 2
재활용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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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젊은 만화가 테마 단편집 첫 번째 책 <여자력>의 뒤를 잇는 두 번째 책이다. 이번 책에는 재활용, 약국, 서글, 각종모에화, 하양지 이렇게 다섯 분의 작가님들이 참여했다. 작화와 작풍이 워낙 달라서 각각의 작품들을 연결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는데, 나중에 주제가 '일탈'과 '땡땡이'라는 걸 알고 다시 생각해 보니 정말 작품 하나하나가 '일탈' 또는 '땡땡이'의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재활용 작가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은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는 남매와 자매가 땡땡이를 치고 벌이는 연애 소동을 그린다. 약국 작가의 <명왕성의 기억>은 K-장녀가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최초의 일탈을 벌이는 일화를 선보인다. 서글 작가의 <토하시는 대로>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언니와 그런 언니를 동경하는 여동생이 그들을 억압하는 이모로부터 벗어나는 이야기이다. 


각종모에화 작가의 <언제나 인생의 밝은 면을 보세요>는 낙관을 강요하는 세상의 이면을 보여준다. 하양지 작가의 <추억의 왕>은 평범한 사무직 여성이 평소에 다니던 길 대신 새로운 길을 걸으면서 발견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러브 코미디 풍의 상큼하고 발랄한 만화부터 현실의 잘못된 부분을 비판하는 만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다섯 작가의 서로 다른 스타일로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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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교의 별 3
와야마 야마 지음, 현승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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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교의 별> 3권은 여름 감기에 걸린 호시 선생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공교롭게도 나 역시 여름 감기에 걸린 상태로 이 만화를 읽었다.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는 호시 선생님의 모습과 함께, 호시 선생님의 쾌유를 기원한다는 핑계로 놀 궁리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만화에서처럼 병가를 낸 선생님을 위해 종이학을 접은 기억은 없지만,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매일매일이 똑같고 지루해서 뭐라도 이벤트로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시 선생님이 시험 감독하는 에피소드가 은근히 웃겼다.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오히려 더 지쳐버리는 모습에 깊이 공감했다 ㅎㅎ 호시 선생님과 나카무라 선생님이 남자 교사 화장실 청소하는 에피소드를 보면서 여고 때 남자 교사 화장실은 누가 청소했나 하는 의문이 새삼 들기도 했다. 교무실 청소도 직접 안 하는 (남자) 선생님들이 설마 화장실 청소를 직접 했을까. 그렇다고 여학생들에게 시키는 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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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문화센터 1
난다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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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웹툰에서 연재 중인 난다 작가의 만화 <도토리 문화센터>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대기업 '유니버스그룹'에서도 워커홀릭으로 소문난 고두리 부장이 어느 날 사장실로부터 호출을 받는다. 그룹의 향후 핵심 사업인 대형 쇼핑몰 건설을 위해 부지 매입을 해야 하는데 그 부지에 위치한 '도토리 문화센터'의 소유주이자 수강생 네 명이 아무리 높은 금액을 제시해도 부지를 팔지 않는다며, 직접 이들을 설득해 양도 동의를 받아내라고 지시한 것이다. 


그날부로 고두리는 사장실 직속 비서 오소운과 함께 도토리 문화센터의 신입 수강생으로 위장해 그곳으로 출퇴근하며 소유주들에게 접근한다. 먼저 고두리는 여성 병원 원장이자 사군자 교실의 고인물인 정중순에게 다가간다. 정중순은 쉬는 시간에 쉬지 않고 연습에 몰두할 정도로 시간도 마음도 함부로 쓰지 않는 캐릭터다. 고두리는 그런 정중순이 병원에서 두 시간을 달려서 이곳으로 와 사군자를 배울 정도면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짐작하고 뒷조사를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고두리와 오소운이 소유주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력을 알게 되면서 직장인으로서의 책임과 야망, 인간으로서의 연민과 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가 앞으로 이어질 것 같다. 개별 에피소드가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이고, 등장 인물들이 매력적이고 (좋은 의미로) 기상천외해서 앞으로 쭉 따라 읽게 될 것 같다. 약간의 미스터리와 스릴이 있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힐링 그 자체인 휴먼 드라마 풍의 만화를 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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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일의 보고서 문학동네 청소년 60
조우리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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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랑>을 쓴 조우리 작가가 2022년에 발표한 소설이다. 처음에는 <오! 사랑>을 쓴 조우리 작가가 사랑 아닌 다른 주제에 대해 쓰다니 신선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오! 사랑>과 비슷한 면이 없지 않고, 돌이켜 보면 <오! 사랑>도 그저 로맨틱한 소녀들의 사랑 이야기였던 것이 아니라 각자의 원가족에서 상처를 받은 소녀들이 서로를 만나 상처를 딛고 자기 자신의 힘으로 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 현수는 '센터'에 다닌다. 아버지는 일 때문에 바쁘시고 어머니는 몸이 안 좋아서 현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수네 가족이 이렇게 된 건 5년 전의 어떤 사건 때문이다. 여름 휴가로 찾은 호텔에서 여섯 살 여동생 혜진이 실종되었다. 현수의 부모는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미아를 찾는 방송에도 출연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딸을 찾았지만 여태 찾지 못했다. 그 여파로 아버지는 직장을 잃고 어머니는 정신을 잃고 현수는 가정을 잃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현수네 가족을 가난하다고 무시하고,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혹시라도 불행이 옮을까 봐 피한다. 현수 또한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지 오래였다. 입만 열면 <서프라이즈> 내용을 읊는 센터장 선생님도, 자꾸만 따라 다니는 같은 반 여학생 수민에게도 절대 곁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런 현수에게 어느 날 아버지가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한다. 더 이상 혜진을 찾지 않을 생각이니 현수 너도 그만 혜진을 잊으라고. 


아버지의 말에 '버튼'이 눌린 현수는 그 날부로 혜진 찾기를 다시 시작한다. 혜진이 다녔던 유치원 원장 선생님과도 만나고, 혜진이 실종된 호텔 매니저에게도 연락한다. 혜진의 친구와 친구 엄마와도 만난다. 그런다고 5년 동안 못 찾은 혜진을 바로 찾게 되는 건 아니지만, 덕분에 현수는 5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혜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고, 아직도 혜진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선생님과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상실과 애도에 대한 책이나 영화가 많지만, 이 책만큼 나에게 위로를 준 책을 만나지 못했다. 제목이 너무 길고 외우기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일부러 이런 제목을 지은 의미가 있구나(특히 1831이라는 숫자)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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