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0
안톤 파블로비치 체홉 지음, 박현섭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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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을 읽고 싶은데 읽기가 힘들면 일단 두께가 얇은 책부터 읽으라. 고전문학이 어렵다는 독자에게 모 독서 팟캐스트 출연자가 해준 조언이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주말이 되자마자 도서관으로 달려가 고전문학 코너에서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책 중에 가장 얇은 책을 골랐다. 236쪽. 이게 내가 <체호프 단편선>을 읽게 된 경위다. 


책에는 <관리의 죽음>, <공포>, <베짱이>, <드라마>, <베로치카>, <미녀>, <거울>, <내기>, <티푸스>, <주교> 등 10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1883년에서 1902년 사이에 발표된 작품들인데도 주제나 내용이 현대의 독자가 읽기에 고루하거나 식상하지 않다. 지나칠 정도로 소심한 사내, 결혼 생활이 지겨운 아내, 사랑이 식었지만 이별을 고하지 못하는 연인, 어처구니없는 내기를 하는 남자들, 상상만으로 결혼을 단념하는 처녀,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 군상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오래 살아남는 작품은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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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 런던에서 아테네까지, 셰익스피어의 450년 자취를 찾아 클래식 클라우드 1
황광수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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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아테네까지 셰익스피어의 자취를 좇으며 여행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저자인 문학평론가 황광수의 필력과 식견이 돋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읽었으며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해설할 뿐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생애와 생존 당시 영국의 사회상까지 유창하게 설명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로 진입하는 입문서로도 좋고,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다 읽은 다음에 정리하는 용도로도 손색이 없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제1부 '영국, 소란스러운 나라의 영광스러운 이야기'에는 셰익스피어가 생가가 있는 영국 스트랫퍼드 여행기와 함께 셰익스피어의 생애가 소개된다. 셰익스피어는 명성과 업적에 비해 생애에 관한 정보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1564년에 태어나 일곱 살에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열다섯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전에 학업을 중단했으며, 열여덟 살에 결혼했다. 스물여섯 살에 런던의 극장가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사이 8년 정도의 공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전무하다. 이 때문에 셰익스피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셰익스피어는 여자다, 셰익스피어는 개인이 아니라 단체다 등등의 추측이 난무하지만, 저자는 이 모든 것을 부정하며 알려진 것으로만 그의 생애를 추정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제2부 '파리에서 빈까지, 영원과 사랑을 향한 발걸음'과 제3부 '지중해, 끝없는 이야기의 바다'에선 각각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각국이 배경이 된 작품들을 소개한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인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오셀로>, <한여름 밤의 꿈> 등은 물론, <페리클레스>,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 <아테네의 티몬>, <티투스 안드로니쿠스> 등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에 대한 해설도 실려 있다(개인적으로는 <코리올라누스>에 대한 해설이 실려 있어 반가웠고, 분량이 적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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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의 시대 - 일, 사람, 언어의 기록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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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교훈이니 사훈이니 하는 것을 수두룩하게 접했어도 크게 신경 쓰고 살지는 않았다. 그런데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등을 쓴 김민섭 작가의 신간 <훈의 시대>를 읽으니 나 또한 의식 또는 무의식중에 수많은 '훈(訓)'에 노출되고 영향받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훈'이란 집단에 소속된 개인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의 언어이자, 지배계급이 생산, 해석, 유통하는 권력의 언어이자, 한 시대의 욕망이 집약된 욕망의 언어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회사에서는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국가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단어로, 문장으로, 서사로 훈을 전달하며 '-해야 한다'는 지침을 끊임없이 교육하고 강요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같은 수사들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제1장에서 훈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한 다음, 제2장에서 학교의 훈, 제3장에서 회사의 훈, 제4장에서 개인의 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학교의 훈으로는 교훈과 교가가 있다. 저자는 공립여자고등학교와 공립남자고등학교의 사례를 중심으로 교훈과 교가라는 학교의 훈들이 어떻게 개인의 몸과 언어를 통제해 왔는지 살펴본다. 저자의 조사에 따르면 여자고등학교의 교훈과 교가 중에는 순결, 정숙, 딸, 어머니 같은 단어가 유난히 많이 들어 있다. "순결함은 우리의 자랑", "어여쁜 겨레의 딸", "겨레의 참된 어머니", "알뜰히 부덕을 닦아" 같은 표현이 그 예다. 저자는 남자고등학교나 남녀 공학인 고등학교의 교훈이나 가사에는 이런 표현이 전무하며, 이런 표현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 학교와 교사로부터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지 염려한다. 


여기에는 교훈 개정의 어려움이 한몫하기도 한다. 강원도 원주여자고등학교의 교훈은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이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교훈이 마뜩잖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학교 측은 설문 조사를 실시했고, 절반이 훨씬 넘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개정에 찬성해 사실상 개정이 결정되었다. 문제는 원주여고 총동문회였다. 교훈이 개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총동문회는 만장일치로 반대 의사를 전했고 결국 개정이 무산되었다. 총동문회의 명분은 "시대가 변해도 교훈은 변하지 않는 학교의 긍지이며 전통"이라고 했다. 저자는 팔순이 넘는 초기 졸업생들이 교훈에 따라 참된 일꾼, 착한 딸, 어진 어머니로서 살아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 언어에 동일시되었고, 그 결과 교훈이 바뀌는 것을 자신의 존재, 정체성이 바뀌는 것처럼 여기게 된 것은 아닌가 분석한다. 


훈이 중요하고 무서운 건 이 지점이다. 집단은 집단의 자기 보전을 위해 구성원의 욕망을 억압하고 집단의 욕망을 강제한다. 집단 내부에 있는 구성원은 개별적인 욕망을 거세당하고 집단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인 양 받아들이게 된다. 저자는 이를 "'갑'을 위한 대리전쟁을 수행하는 '을'"이라고 표현한다. 원주여고의 사례에서 총동문회가 주장하는 가치는 사실상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의 이익이다. 수많은 회사들이 임직원들에게 강요하는 사훈도 마찬가지다. '고객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남들보다 두 배 더 일하라' 같은 사훈이나 슬로건, 표어를 내세우며 상사가 부하를, 선배가 후배를,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채근하거나 닦달하는 일이 왕왕 벌어지지만, 그래봤자 다들 회사라는 갑에 속한 을들에 불과하며, 갑의 논리를 대신 펼치는 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 


나아가 저자는 광고 문구나 베스트셀러 책 제목에 드러나는 한국인의 욕망을 분석한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증명합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고, 그것이 곧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다고 여기는 일부 한국인들의 속물근성을 파고들었고 잘 통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곰돌이 푸 :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법> 등의 베스트셀러 책 제목은 오늘날 한국인들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저자는 앞으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서울 살던 사람이 이혼하거나 직장을 잃으면 부천으로 가고, 거기서 더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로 옮긴다" 등의 막말도 연구해볼 생각이라는데 무척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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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의 책 생각
Team BLACK 지음 / 책과강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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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일주일에도 몇 번씩 서점을 찾는다. 어떤 책은 잘 팔려서 몇 달씩 매대 위에 놓여 있는데, 어떤 책은 안 팔려서 매대에 올려지지도 못한 채 사라진다. 오랫동안 매대 위에 놓이는 책과 놓이지 못하는 책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기왕이면 잘 팔리는 책, 꾸준히 팔리는 책, 많은 사람들이 찾는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콘텐츠 기획자 이정훈과 김태한이 공저한 <기획자의 책 생각>은 저자가 지난 15년간 500여 기업의 위기관리 컨설팅을 담당하며 체득한 기획의 원리를 책 쓰기에 적용해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출판 시장이 오랫동안 불황인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책을 읽는 독자들이 소멸하고 작가들에게 기회가 아주 없어진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오히려 출판 시장이 불황에 빠지고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바뀌면서 경력과 명성이 일천한 신인 작가도 기획만 잘하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책을 쓰거나 만들기에 앞서 유념해야 할 조언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책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다음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내보자. 이 책은 누가 읽어야 하는가? (독자) 왜 읽어야 하는가? (기획 배경) 이 책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가? (주제) 책은 작가가 쓰지만, 책을 쓰는 이유가 작가여선 안 된다. 이유는 항상 독자여야 하며, 작가는 독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끊임없이 되물으며 문제를 확인해야 한다. 출판 시장의 트렌드와 독자층의 변화, 독자의 수요, 피드백에 작가가 민감해야 하는 이유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작가에게 해로울 수도 있지만 이로울 수도 있다. 전자책 시장의 발전이 그렇다.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저가이기 때문에 작가에게 불리할 것 같지만, 종이책의 경우 저자 인세가 10% 내외인 반면, 아마존에서 발행하는 전자책의 경우 최고 70%까지 인세를 보장한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브런치, 카카오페이지, 스팀잇 등의 플랫폼을 통해 작가로 데뷔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1인 출판을 통해 스스로 작가가 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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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칼 대지 않고 수술합니다 - 절개.적출.출혈이 없는, 여성을 위한 비수술적 하이푸 치료
김태희 지음 / 라온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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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면 누구나 자신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자궁 또는 유방 관련 질환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십여 년 전에 어머니가 자궁근종 진단을 받으셨고, 얼마 전에는 동생이 오른쪽 유방에 물혹이 잡힌다고 해서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고 조직 검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다행히 나는 아직까지 여성 질환을 겪은 적이 없지만, 가족력이 있고 출산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성 질환에 관한 책이나 영상을 틈틈이 찾아보며 공부하고 있다. 


<자궁 칼 대지 않고 수술합니다>의 저자 김태희는 초음파 고강도 집속 기술인 하이푸 시술을 2,500회 이상 실시한 종양외과 전문의이자 서울하이케어의원 원장이다. 강남베드로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처음으로 하이푸를 접했던 그는 국내 최초로 하이푸 시술을 한 외과의사이기도 하다. 하이푸 시술은 고강도의 초음파를 한 초점에 모았을 때 생기는 열로 근종을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정밀한 초점을 자유롭게 움직여 자궁근종 전체를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자궁동맥 색전술보다 정밀하게 자궁근종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가 하이푸 시술에 주목한 것은 생각보다 많은 수의 여성들이 자궁근종이나 선근증의 치료를 위해 자궁 적출을 권유받는 현실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여성의 자궁과 난소는 가능한 손상시키지 않고 보전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소중한 장기다. 남성의 경우 고환을 제거하는 적출술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불가피한 경우에만 행해진다. 반면 여성의 경우 자궁이나 난소를 제거하는 시술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실시된다. 자궁 또한 인체 내의 소중한 장기이기 때문에 적출할 경우 신체에 큰 무리를 줄 수 있고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 같은 심리 질환도 야기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5장에 걸쳐 절개 없이 자궁을 치료하는 하이푸 시술의 원리와 효과, 자궁근종의 사례와 치료법, 여성질환을 예방하는 필수 건강법 등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설명이 간결하고 명쾌하여 의학을 전혀 모르는 나 같은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절개, 적출, 출혈 없이 자궁, 유방, 난소를 보호하면서 치료하는 방법이 있다니 반갑다. 그리고 부디 여성 관련 질환으로 고통받는 많은 분들이 하루 빨리 쾌차하셔서 걱정 없이 일상 생활을 영위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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