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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 마리코 1
오자와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참으로 오랜만에 만화를 읽다가 펑펑 울었다. 주인공 마리코 씨가 내 할머니 같기도 하고, 내 어머니 같기도 하고, 나 같기도 해서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촉촉했다.
마리코 씨는 올해로 80세가 된 베테랑 작가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들 부부, 손자 부부, 증손자까지 4세대가 사는 집에서 살고 있다. 여든임에도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데다가 아들 부부, 손자 부부까지 있으니 유유자적한 노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다르다. 출판사 편집부에선 은근히 은퇴를 종용하는 눈치이고, 식구들은 틈만 나면 집이 좁다면서 마리코를 뒷방 늙은이 취급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리코 씨에게 두 가지 '사건'이 벌어진다. 하나는 가족들이 자신에게 비밀로 하고 집을 재건축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마리코 씨의 동료 작가인 준코 씨가 고독사한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 살다가 잘못된 게 아니라, 마리코 씨와 마찬가지로 4세대가 함께 사는 집에서 죽은 지 며칠 후에야 발견되었다. 충격을 받은 마리코 씨는 '자신이 너무 오래 살아서' 식구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통감하고 가출을 감행한다.
직업도 있고 연금도 있으니 집에서 나와도 생활이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막상 집에서 나와보니 80세 할머니가 갈 만한 곳이 많지 않다. 호텔에 머무르자니 돈이 많이 들고,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넷카페에 머무르자니 눈치가 보인다. 이 와중에 마리코 씨는 무서운 인상의 길고양이를 냥줍해 '쿠로'라는 이름까지 붙이고 같이 살 곳을 찾으려 한다. 과연 마리코 씨는 쿠로와 단둘이 생활할 수 있는 따뜻하고 편안한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쿠로와 함께 살만한 곳을 찾던 마리코 씨는 우연히 예전에 좋아했던 야오사카 씨를 만나 얼떨결에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나이 80세에 난생처음 남편 아닌 남자와 동거를 하게 된 마리코 씨는 과연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 80이 넘어 찾아온 사랑은 대체 어떤 빛깔일까. 마냥 아름답기만 할까. 경험해본 적 없고 상상해본 적도 없는 주제의 만화라서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무척 궁금하다. 영화 또는 드라마화된다면 어떤 배우들이 캐스팅될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