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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과 용사와 배달부 3
그레고리우스 야마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중세 유럽과 유사한 이세계(異世界) 공간이 무대인 그레고리우스 야마다의 신작 만화 <용과 용사와 배달부> 제3권이 출간되었다. 판타지 물임에도 불구하고 황제도시 아이디치히 파발국에 근무하는 하프엘프인 배달부 요시다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분투를 그린 독특한 설정의 만화다.
<용과 용사와 배달부> 제3권에는 '통과 부업과 모험가', '나와 너와 서코트', '기사와 종자와 자력구제', '아동과 미소와 재취직', '벽과 마물과 수확제', '전사와 기타 등등과 수확제' 및 번외편이 실려 있다. 이 중에 '통과 부업과 모험가'는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에피소드다. 직장 비품인 통을 파손한 요시다는 직장에 들키기 전에 변상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부업 전선에 뛰어든다. 풀 뽑기, 짐 나르기, 산보 대행, 지하수도 청소, 신약 임상 실험 등등의 부업을 하느라 수면 시간조차 반납한 요시다는, 급기야 입만 열면 '태만박멸', '노동이란 곧 인생'이라고 외칠 만큼 미쳐(!)버린다. 일중독만큼 무서운 '악마'가 없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끄덕 ㅎㅎㅎ
작가의 토막 설명에 따르면 중세 유럽의 노동은 근현대 노동에 비해 효율성과 생산성이 떨어지는 만큼 장시간 노동했을 것 같지만, 문헌을 보면 계절, 기후, 날씨, 자재 수급 등의 사정으로 인해 쉬는 날도 많고, 밤에는 너무 어두워서 야근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한다. '대자본가에 의해 착취 당하는 노동자', '주말, 휴일도 없이 일하는 노동자'는 근현대에 들어서야 등장했다고(만화를 읽었는데 공부가 되네? ㅎㅎㅎ).
이 밖에도 현실과 비현실이 어우러진 독특한 이야기가 연이어 펼쳐진다. 이름 없고 힘없는 노동자 요시다가 하루하루 쑥쑥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장하고 기특하...지만 일만 하고 판타지는 없는 판타지 만화는 왠지 슬프다. 요시다가 푹 쉬면서 즐기는 에피소드는 안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