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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외국어 - 모든 나라에는 철수와 영희가 있다 ㅣ 아무튼 시리즈 12
조지영 지음 / 위고 / 2018년 5월
평점 :

<아무튼, 외국어>의 저자 조지영은 스스로를 '외국어 방랑자'라고 부른다. 외국어 배워보기라는 취미 생활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주말에 끝내는 스페인어 첫걸음> 같은 교재를 사다가 출퇴근 길에 들여다보면서 혼자 흐뭇해한다. 저자의 방랑은 대학 시절 전공이었던 프랑스어를 비롯해 독일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로 이어진다. 저자의 오빠는 '그 시간에 영어를 배웠으면...'이라고 혀를 끌끌 차기도 하지만,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과 흥분은 한 가지 언어에 천착하며 느끼는 즐거움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외국어 배워보기라는 취미 생활을 가지고 있다. 시작은 아마도 일본어였다. 초등학교 시절, 어머니가 시청 또는 주민센터에서 한 달 남짓 배우고 내팽개친 일본어 교재를 동생과 함께 열심히 독학했다. 그 덕분에 몇 년 후 동생은 혼자서 일본 만화책을 읽고 NHK 애니메이션을 찾아볼 정도가 되었고, 나는 좋아하는 일본 아이돌이 나오는 잡지를 사서 읽고 일본 드라마를 찾아보는 경지에 이르렀다.
일본어에 이어 두 번째로 손을 댄 외국어는 중국어였다. 일본어와 달리, 중국어는 반강제적으로 배웠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제2외국어로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중국어와 프랑스어뿐이었다.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우고 싶었던 나는, 선택지에 없는 일본어 대신 일본어와 그나마 비슷한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택했다. 그때는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한 과목이라서 마음에 썩 들지 않았는데, 이후 <꽃보다 남자>를 비롯한 대만 드라마에 빠지고, <랑야방>, <보보경심> 같은 중국 드라마에 빠지면서 이때의 선택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그 후 한동안 다른 외국어에는 손대지 않다가 최근 몇 년 동안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같은 유럽 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봤자 인터넷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교재를 구입해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들여다보고 유튜브로 해당 외국어의 동영상을 찾아보는 정도이지만, 티끌만 한 노력이라도 오 년이 지나고 십 년이 지나면 태산만큼 쌓여서 통역 없이 해당 국가를 여행할 수 있는 수준은 되지 않을까 하고 멋대로 기대하고 있다. 이따금 이 기대가 무너지려 할 때면 이 책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다잡을 생각이다. 외국어를 얕고 넓게 배워도 괜찮다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이 책이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