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가진 저자와 정신과 전문의의 대화를 녹취해 풀어쓴 책이다. 이 책이 화제가 되자 환자와 의사의 대화를 녹취해 풀어쓴 것이 책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 인터넷상에서 상당한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출판까지 된 걸 보면 법적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고 윤리적 문제가 남을 순 있겠지만 환자 본인이 공개한 거라서 괜찮은가 보다.
책의 내용에 관해서도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데, 내가 보기엔 별점 테러를 받을 정도의 책은 아닌 것 같다. 저자는 12주에 걸쳐 자신의 증상들을 의사에게 호소한다. 그냥 좀 우울해요, 저 혹시 허언증인가요, 내가 나를 감시해요, 특별해지고 싶어요, 자존감이 낮아요, 제가 예뻐 보이지 않아요 등등 누구나 겪어봤거나 또는 주변에서 겪는 것을 보았을 법한 증상들이 연이어 나온다.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고민이나 자기 내면의 못난 부분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서 저자가 참 용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말하는 증상을 찬찬히 귀담아들은 의사는 이런저런 설명과 처방을 들려준다. 끝없는 우울과 불안을 호소할 때면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며 더 나아진 점을 찾아보라고 조언하기도 하고, 직장 생활과 인간관계에서 크고 작은 좌절을 경험할 때면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일에 도전해보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의사의 조언과 충고를 하나씩 받아들이면서 저자는 느리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치료를 잘 받다가 이따금 고꾸라지는 모습까지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저자의 증상이 나와 백 퍼센트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라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저자와 비슷한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 적어도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할 - 것 같다. 같은 형식으로 저자의 다른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상담 내용을 담은 책이 나온다면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