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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혈맥 2
야스히코 요시카즈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11월
평점 :

<건담 디 오리진>의 작가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역작 <하늘의 혈맥> 제2권이 출간되었다.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과 내선일체론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일본에서 보기 드문 양심적인 만화가다. <하늘의 혈맥>은 동아시아 역사에 관심 많은 저자가 그동안 한국과 일본의 고대사와 근대사를 연구한 내용을 집대성한 작품으로, 일본 독자는 물론 한국 독자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때는 1904년. 고향인 규슈에서 상경해 당시 일본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로 손꼽히던 일고(一高)에 다니고 있던 아즈미 료는 일고와 동경제국대학(지금의 도쿄대)이 합동으로 실시한 '특별사적 조사대'에 참가해 만주에 다녀온다. 러일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첫사랑 하나와 헤어져 예정보다 일찍 일본으로 돌아온 료는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는 정부와 학교,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가들 사이에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때마침 료의 부모는 어릴 적부터 알던 모리야 미도리와 혼례를 치르라고 명한다. 우유부단한 성격의 료는 부모님의 명령을 거절하지 못하고 미도리와 혼례를 치른다.
알고 보니 미도리는 규슈의 이름난 신사(神社) 집안 딸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집회에 참가하고 사회주의에도 관심이 있는, 급진적인 사상을 지닌 아가씨이다. 부모와 학교와 정부로부터 보수적인 사상을 주입받으며 자라온 료는 미도리가 하는 말을 들으며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미도리는 전쟁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고, 정부가 백성들을 전쟁에 동원하는 것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천황(일왕)도 인간이며 일반 백성들과 똑같이 먹고 마시는 사람이라고 말해 료를 크게 놀라게 한다. 료는 미도리에게 절대로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지만, 한편으로는 료 또한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전쟁을 일으킨 건 정부인데 왜 죄 없는 백성들이 전쟁터에 나가 죽어야 할까. 천황(일왕)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아닐까.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쇼와 일왕이 패전을 선언했을 때, 패전 선언 자체보다 일왕이 평범한 인간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일본인들이 더욱 놀랐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일본인들에게 있어 일왕은 오랫동안 신과 같은 절대적인 존재였고, 지금도 많은 일본인들이 일왕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하는 걸 기피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상관없이, 천황제의 진실을 파헤치고 왜곡된 한일 고대사와 근대사를 파헤치려 애쓰는 저자의 노력이 가상하다(부디 이 기조 그대로 작품이 진행되기를...). 일본의 근대사는 그럭저럭 알겠는데 고대사 부분은 전혀 몰라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