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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플러터 1
오쿠라 지음, 하시이 코마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간밤에 한 만화책을 읽다가 느닷없이 '심쿵 어택'을 당해버렸다. 범인(?)은 바로 하늘색 표지가 시원하고 상큼한 만화 <하늘색 플러터>. 원작자 오쿠라(Okura)가 개인 웹사이트를 통해 연재한 만화를 하시이 코마의 작화로 리메이크해 단행본으로 만들었다.
주인공 '노시로 다이'는 올해로 열일곱 살이 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다. 야마가타에서 전학 온 노시로는 유도부 출신답게 덩치가 크고 성격이 시원시원해 전학 첫날부터 반 아이들의 주목을 받고 금세 친구를 사귄다. 그런 노시로의 눈에 같은 반 남학생 '사나다'가 들어온다. 노시로는 언제 봐도 무표정한 얼굴이고, 친구 한 명 없이 혼자 지내는 사나다를 자신의 그룹에 집어넣으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리고 얼마 후 노시로가 우연히 들은 충격적인 말. "5반 사나다한테 물어보지그래? 그 녀석, 호모라는 소문이 있잖아." 노시로는 학교 아이들이 노시로를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사나다가 자신을 멀리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괴롭다.
노시로는 이때까지 동성애는 물론 이성애에 대해서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을 만큼 순수한 소년이다. 남친이니 여친이니 그런 건 잘 모르지만, 친구를 따돌리는 건 옳지 않고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당사자의 뒤에서 쑥덕거리는 건 안 된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사나다가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고 이런저런 소문의 주인공이 되는 게 불편하다. 노시로는 사나다가 친구들과 잘 어울렸으면 좋겠고 마음껏 웃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노시로가 사나다를 신경 쓰는 마음의 '정체'가 그저 같은 반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든다. 순진해 빠진 노시로의 생각은 아니고,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다. 사나다 역시 자신과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노시로가 점점 좋아진다. 하지만 노시로가 친구로서 좋은 건지, 친구 이상으로서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친구는 무엇이고 친구 이상은 무엇인지, 친구 이상이 애인이면 친구는 애인 이하인지도 잘 모르겠다.
노시로와 사나다를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노시로가 사나다를 걱정하는 것처럼 나를 걱정해본 적 없는 친구는 과연 '친구'일까. 반대로 노시로가 사나다를 걱정하는 것처럼 걱정해본 적 없는 친구가 내게 '친구'일까. 친구와 애인은 어떻게 다른 걸까. 누구를 '좋아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은 어떻게 구분되는 걸까.
사람의 관계에 대해 친구니 연인이니, 우정이니 사랑이니, 이성애니 동성애니 같은 규정은 누가 어떻게 짓는 걸까. 사람이 전부 다른 것처럼, 사람과 사람이 자아내는 관계에는 다양한 무늬가 있고 빛깔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이와 다양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규정짓는 건 옳지 않거니와 폭력적이다.
비록 느리고 어설프기는 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노시로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나는 과연 내 감정에 저렇게 솔직해본 적이 있었던가. 주변의 시선이나 세상의 편견에 내 생각을 맞춘 적은 없었나.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