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 사용법 - 불안을 낮추고 멘탈을 강화하는
조경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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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심장내과 진료실을 찾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가슴이 아프거나,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숨쉬기조차 힘들다고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의 원인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가 심장병의 원인이라고 하면 과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 혈관이 수축하며 쪼그라들고, 스트레스가 만성이 되면 염증이 생기고 동맥의 내피가 손상되어 심장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는 생활 또한 심장에 무리를 줘서 심장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심장내과 전문의 조경임이 정신적 스트레스와 심장병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고 심장병을 예방하기 위한 바른 습관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스트레스에 의한 심장병은 심장을 희생시킨 채 오직 뇌를 중심으로 살아온 삶의 결과다. 뇌 중심의 삶을 사는 사람은 이성적인 사고를 주로 하고, 비교와 분석을 통해 세상을 보고 해석한다. 반면 심장 중심의 삶을 사는 사람은 감정을 존중하고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감정을 무시하고 이성으로만 살아가는 사람은 심장이 병들 가능성이 높다.


심장병이라고 하면 으레 남성을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여성의 심장병 발병 증가율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심근경색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은 우리나라 여성 사망 원인 중 암에 이어 2위다. 여성은 남성보다 심장도 작고 혈관도 가늘어 심근경색이 일어날 경우 악화 속도가 빠르다. 남성과 여성은 심장병의 전조증상도 다르다. 남성은 대부분 가슴을 쥐어짜는 듯 찌릿찌릿한 전조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여성은 소화불량이나 전신에 힘이 없고 피로가 몰려오며 숨이 심하게 차는 듯한 전조증상을 보인다. 가슴이나 배에는 이상이 없지만 등이나 팔 쪽이 아픈 경우도 있다. 남성보다 여성이 일상생활에서 불안을 많이 느끼고, 불편이나 분노를 많이 참는 것도 심장병 발병을 높이는 이유다.


심장병은 내 심장을 함부로 대하고 혹사시키는 데에서 시작한다.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심장이 아프다면 이는 삶의 균형이 깨지면서 심장에 위험이 오고 있다는 신호다. 저자의 연구에 의하면 만성화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그 자체로 심장에 무리를 준다. 다시 말해 나쁜 생각만으로도 심장은 상처받을 수 있다. 반대로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심장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멍든 심장도 다시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 매일 아침 출근길이 행복한 일을 해야 하는 이유,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만 곁에 두고 살아야 하는 의학적인 근거다.


책에는 고장 난 심장을 튼튼하게 만드는 10계명이 나온다. 남을 의식하기보다 가장 소중한 내 심장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자, 심장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실패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직접 부딪쳐 해결해보자, 내 가치를 높이기 위해 심리적 독립심을 유지하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내가 가진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자, 익숙하지 않은 미래의 가치를 위해 조금씩 여러 번 도약하면서 심장이 뛰게 하자 등이다. 죽는 순간까지 1분 1초도 쉬지 않는 심장을 더욱 튼튼하게 하기 위해 정신 건강과 삶의 자세부터 돌아보라는 조언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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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나의 빈센트 - 정여울의 반 고흐 에세이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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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빈센트를 통해 깨달았다. 가혹한 불운에 대한 가장 멋진 복수, 그것은 예술의 창조임을."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정여울은 신작 <빈센트 나의 빈센트>에서 불세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오랜 동경과 깊은 애정을 가감 없이 표현한다.


사춘기 시절 고흐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 저자는 한 해도 쉬지 않고 고흐를 아끼고 사랑해왔다. 고흐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곳에는 무조건 달려갔다. 고흐가 태어난 네덜란드의 준데르트, 고흐의 그림이 가장 많이 소장된 암스테르담 반고흐미술관, 고흐가 <밤의 카페테라스>를 그린 프랑스의 아를, 고흐가 사랑하는 동생 테오와 함께 묻힌 오베르쉬르우아즈에 이르기까지 고흐의 삶과 관련된 장소들을 찾아 매해 부지런히 여행을 떠났다. 저자는 고흐의 삶의 자취를 따라간 이 책이 저자가 사랑하는 문학과 심리학, 여행이 만나는 가슴 떨리는 접점이라고 설명한다.


고흐가 남긴 편지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문학 작품이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즐겼던 고흐는 셰익스피어, 디킨스, 졸라, 위고 같은 작가들의 문학 작품을 탐독했고, 동생 테오에게도 읽어보라고 권했다.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고흐는 성인이 된 후에도 누군가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고, 열망이 실망으로 바뀔 때마다 크게 좌절했다. 하지만 고흐는 고통 앞에 무릎 꿇는 대신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트라우마를 치유하고자 했다. 저자는 고흐의 그림이 '아픔을 재료로' 해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아픔에 맞서기 위한 불굴의 용기'로 창조되었다고 설명한다.


오랫동안 고흐의 화집을 모으고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다녔던 저자는 이제 화가 또는 예술가 고흐가 아닌 인간 '빈센트'를 만나고 싶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하나인 고흐가 생전에는 가족에게 버림받고, 연인에게 외면당하고, 미술계로부터 무시당하는 아픔을 겪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모델을 구하지 못하고 물감을 살 돈이 없어서 괴로워했다는 문장을 읽을 때마다 머지않아 좋은 평가를 듣게 될 거라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


책에는 고흐가 남긴 멋진 그림들과 사진작가 이승원이 찍은 근사한 사진들도 실려 있다. 홀린 듯한 눈으로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고흐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고흐가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평생에 걸쳐 고흐를 후원하고 지지했던 동생 테오는 얼마나 뿌듯해할까. 상상만 해도 마음이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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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잉글리시 - 비틀즈 노래 제목으로 영어 공부하기
나가시마 미가와 지음, 한경식 옮김 / 안나푸르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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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하는 록 그룹 비틀즈의 노래 제목을 살펴보면서 덤으로 영어 공부까지 하는 독특한 콘셉트의 책이다. 비틀즈의 1962년 데뷔 싱글 <Love me do>를 시작으로 마지막 앨범 <Let it be>에 실린 곡 하나하나까지 총 213곡의 제목을 철저히 분석하면서 동시에 단어의 다양한 쓰임이나 꼭 알아야 할 문법까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예를 들면 <I Feel Fine>을 통해 Feel+형용사로 감정 표현을 익히고, <Tell Me What You See>를 통해 관계대명사의 용법을 배우는 식이다.


민망하게도 나는 영어 공부보다도 저자가 들려주는 비틀즈와 그들의 음악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웠다. 비틀즈의 새 싱글 또는 앨범이 발표될 때마다 일본에서의 반응은 어땠는지, 비틀즈의 원래 노래 제목과 일본어로 번안한 제목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에 관한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었다(<Norwegian wood>가 대표적. 여기서 wood는 숲일까요, 가구일까요?). 비틀즈(beatles)라는 그룹명도 딱정벌레(beetle)에서 따온 줄 알았는데 음악의 박자를 뜻하는 비트(beat)의 의미도 있는 건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당시 유행하던 비트 세대에서 따왔다는 의견도 있던데 과연 어떨까. 이것도 틀리진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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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 걸었다 - 뮌스터 걸어본다 5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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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에 이어 읽은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로, 1992년 유학을 떠난 허수경 시인이 20년 넘게 생활한 독일의 도시 뮌스터를 무대로 그곳의 역사와 문화, 그곳에서 활동한 시인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려준다.


뮌스터는 독일 북서쪽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중소규모의 도시이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약 열 시간 거리를 날아오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한다. 공항에서 기차로 약 세 시간 반에서 네 시간을 달리면 뮌스터에 도착한다. 인구는 30만 명 정도인데, 그 가운데 학생의 숫자만 5만 명이 넘는다. 전통적으로 대학과 행정을 담당하는 건물이 많고, 교회와 성당의 수는 백여 개를 넘는다. 라인강이 가로질러서 도시의 풍경이 매우 아름답고 사람들의 일상생활도 여유로운 편이다. 뮌스터 출신의 시인이 많은 것은 어느 때나 하염없이 흐르는 저 강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하이네, 트라클, 벤, 작스, 괴테, 릴케 같은 이름난 시인이나 그베르다, 아이징어, 호프만슈탈, 드로스테휠스호프 같은 덜 유명한 시인이나 사려 깊고 꼼꼼하게 소개한다. 그 유명한 <로렐라이>를 쓴 독일의 대표 시인 하이네는 생전에 당대의 시인이었던 아우구스트 그라프 폰 플라텐과 크게 다퉜다. 하이네는 플라텐이 동성애자라고 비난했고, 플라텐은 하이네가 유대인이라고 조롱했다. 19세기 중반에 살았던 두 사람은 불과 몇십 년 후에 자신들의 조국에서 동성애자와 유대인을 모두 혐오하는 정치 세력이 나타나 처참한 살상을 일으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 책에는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와 마찬가지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저자의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세계의 노예'가 되기 싫어서 자의로 택한 이방인의 삶이지만, 아직 입에 선 외국어와 익숙지 않은 외국 음식,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의 사람들 때문에 지치고 힘든 날도 많았다. 그때마다 저자는 낯선 거리를 정신이 들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걷다 보면 낯설기만 한 이 도시도 누군가는 사랑을 하다가 헤어지고 그럼에도 사랑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흐뭇해졌다. 현지인이나 나나 결국 여기에 계속 있는 존재가 아니라, 얼마든 살다가 언젠가 떠날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저자는 이따금 뮌스터의 중심가를 둥글게 품은 푸른 구역의 구석에 있는 칠기 박물관에 들르기도 했다. 옛 부유한 이의 빌라를 박물관으로 개조한 이곳에는 한국, 중국, 일본과 이슬람 세계의 칠공예품이 진열되어 있다. 저자는 우울할 때마다 이곳에 와 한국에서 온 칠공예품과 나전칠기 등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 조개들도 내 고향의 해안에서 혹은 바다에서 자랐으리'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고향에 다녀온 듯이 마음이 든든해졌다. ​ 이 외에도 낯선 독일의 도시 뮌스터를 정겹게 느끼게 해주는 잔잔하고 단단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독일어를 열심히 배우고 돈도 열심히 모아서, 언젠가 저자의 행선지를 따라 뮌스터를 여행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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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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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완독한 일본 만화 <마스터 키튼>의 주인공 '히라가 키튼 타이치'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학자로 설정되어 있다. 현재는 보험조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장래에는 고고학자가 되는 것이 꿈인 그는 틈만 나면 각국의 발굴지를 찾아가 유물을 채취하거나 유적을 탐사하며 시간을 보낸다.


허수경 시인이 1992년 돌연 독일 유학을 떠난 것도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의 편안하고 익숙한 삶을 버리고 독일로 떠난 시인은 기숙사 아니면 셋방을 전전하며 공부에 몰두했다. 여름방학이면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그곳에는 기숙사나 셋방만 한 숙소조차 없어서 여러 명이 임시로 지은 텐트에서 생활해야 했다. 서울의 빽빽한 빌딩 숲을 벗어나면 오히려 답답함을 느끼는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환경이다. 대체 시인은 거기서 무엇을 찾고 싶었던 걸까.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는 2003년 2월에 나온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의 개정판이다. 이 책은 저자가 쓴 139개의 짧은 산문과 9통의 긴 편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저자가 독일 유학 중에 경험한 일들이나 만난 사람들, 고향에 대한 그리움, 발굴을 하면서 겪은 일들에 관한 단상을 담고 있다.


저자는 서양의 고급 식당에 앉아서 소리를 내면서 수프를 들이키는 고향 선배를 보며 창피함을 느낀다. 민박을 하는 독일인에게 한국인들은 왜 그렇게 쌍둥이칼을 많이 사느냐, 너희 민족은 닌자냐는 말을 들으며 민망해한다. 한국을 무시하거나 비난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저자가 얼굴을 붉힌 건 조국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넘쳐서다. 저자는 대학 시절 동기들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 나누어 마셨던 막걸리의 맛을 그리워한다. 중국 식당이나 베트남 쌀국숫집에서 먹는 음식으로는 한국 음식에 대한 갈증을 대신할 수 없어 괴로워한다. 진주 유등축제, 시골 오일장, 강변, 골목길, 주점 등등 한국에만 있는 풍경, 한국에만 있는 특별한 정서를 낯선 이국에선 찾을 길이 없다.


저자가 낯선 이국땅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발굴지를 탐사하며 찾고 싶었던 건 새롭고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 익숙하고 보편적인 무언가이지 않았을까 싶다. 오랫동안 폐허로 남아 있는 땅에도 한때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았다는 걸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수천 년에 죽고 사라진 사람들도 지금의 우리처럼 사랑하고 미워하고 싸우고 화해하며 살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과거와 현재가 다른 것 같지만 다르지 않듯이, 여기와 저기가 다른 것 같지만 다르지 않고, 너와 내가 다른 것 같지만 다르지 않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부디 하늘에선 편히 쉬고,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더는 외롭지 않으시기를. 너무 일찍 세상을 등진 이의 글을 읽을 때면 언제나 마음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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