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와이프
메그 월리처 지음, 심혜경 옮김 / 뮤진트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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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자는 남자의 그늘에 가려져 살아가는 게 당연시되던 시대에 관한 소설.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현모양처라는 미명 아래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살아야 했는지, 지금도 이렇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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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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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직을 박차고 일본으로 떠났던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이 돌아왔다. '노인을 위한 성인 만화'를 그리겠다는 포부를 안고 교토사가예술대학 단기대학부에 진학한 김정운이 한국에 돌아와 터 잡은 곳은 바로 여수. 이제는 노랫말로 더 익숙한 '여수 밤바다'가 보이는 해변에 작업실 겸 집을 짓고, 아침에 눈 뜨면 그림 그리고 글 쓰고 가끔은 배 타고 나가 눈먼 고기를 잡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저자가 여수에 만든 바닷가 작업실을 심리학 용어로 치환하면 '슈필라움(Spielraum)'이다. 독일어에만 존재하는 이 말은 '놀이(Spiel)'와 '공간(Raum)'이 합쳐진 단어로, 단순히 물리적으로 놀이하는 공간만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여유를 느낄 수 있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의미한다. 인간은 누구나 타인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슈필라움'이 필요하다. 인간은 '슈필라움'에서 잠시나마 사회적 가면을 내려놓고 자의식을 확인하면서 자기를 재충전하고 사회성을 회복한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압축 성장을 경험한 대한민국의 사회심리학적 문제는 대부분 이 '슈필라움'의 부재와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한국 남자들의 '슈필라움'의 부재로 인한 부작용은 매우 심각하다.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은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자동차에 집착한다. 평소엔 얌전하고 매너 좋은 사람도 자동차 운전석에만 앉으면 본성을 발휘한다. 그래서 매일 밤 '자연인'을 넋 놓고 본다. 모든 사회적 의무를 내려놓고 가족과도 떨어져 오롯이 혼자서 생활하는 자연인의 모습을 동경하듯 바라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어떤 연고도 없이 충동적으로 여수에 와서 살면서 직접 경험하고 성찰한 것들을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소개한다. 횟집 하다가 망해 창고처럼 버려진 곳을 아주 싼 월세로 얻어 화실로 바꾼 이야기, 화실에 앉아 정작 그리려고 결심한 그림은 안 그리고 바다만 바라본 이야기, 낡고 작은 배 하나를 샀다가 수리하는 데 더 큰돈을 쓴 이야기, 가족과 친구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미역 창고를 구입해 작업실로 개조한 이야기 등이 시트콤처럼 펼쳐진다. 그저 재미만 있는 게 아니라 지식도 있고 교훈도 있다. 저자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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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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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과 불만, 불안이 판치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를 서울대 교수는 어떻게 진단하고 평가할까. 서울대 교수진의 명강의를 책으로 만날 수 있는 '서가명강' 시리즈 제4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재열의 책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에 그 답이 나온다.


저자는 현재의 한국 사회를 '불신, 불만, 불안'의 '3불 사회', 국가는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선진국이 되었지만 국민 대다수는 이 모든 업적을 '남의 이야기'로 여기는 '역설의 사회'라고 진단한다. 한국이 3불 사회인 건 당연한 일이다. '불신'은 과거의 경험, 즉 제도나 시스템을 믿을 수 없는 데에서 비롯되었다. '불만'은 그동안 지속된 경제성장으로 인해 사람들의 눈은 높아진 반면 성취가 그에 미치지 못하는 데에서 발생한다. '불안'은 앞으로 닥칠 미래, 특히 노후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생긴다.


불신과 불만, 불안은 세대를 불문하고 벌어지는 현상이다. 아버지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는 '개천에서 용 나는' 계층 간 이동이 가능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경험하며 성장해 노후 대비에 고심하고 있다. 반면 아들 세대인 에코 세대는 계층 간 이동이 점점 막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외환위기의 후폭풍을 체험하며 성장해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 세대 간 이념 갈등도 심각하다. '태어나서 직접 경험한 사건 중 가장 충격을 받았던 사건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나이 든 사람들은 한국전쟁을 떠올린 반면, 젊은 사람들은 세월호 사고를 떠올렸다. 이는 나이 든 사람들이 안보 문제에 민감하고 젊은 사람들이 사회 안전망 문제에 민감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이렇게 '병든' 한국 사회에서 '나'라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저자는 네 가지 팁을 제시한다. 첫째는 몸을 잘 다스려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고 정신적으로 긴장을 놓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성공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주위의 눈보다는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정하고 내면이 만족스러운 삶을 유지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셋째는 관계를 풍요롭게 하고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웰빙을 높이는 길이다. 넷째는 삶의 의미에 대해 반추하는 것이다. 내가 죽은 후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이런 생각을 하면 영적 생활뿐 아니라 현실의 삶 또한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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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법칙 - 누구를 어떻게 믿을 것인가
데이비드 데스테노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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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왜 부자는 거짓말을 잘하고, 가난한 사람은 남을 잘 믿을까?'라고 적힌 이 책의 띠지를 본 순간 머릿속에 울려 퍼진 말이다. 당시 유력한 대권 후보였던 '그'가 이 말을 했을 때, 다수의 국민들이 이 책을 읽고 '그'의 거짓말에 속아넘어가지 않았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졌을까(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안타까운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미국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데스테노의 책 <신뢰의 법칙>을 읽으며 뻔뻔하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사람의 심리와 뻔한 거짓말에 속아넘어가는 사람의 심리에 관해 생각했다.


타인의 말을 믿을지 말지 결정하는 일은 일종의 내기와도 같다. 신뢰의 밑바닥에는 종종 상반되는 두 가지 요소, 즉 자신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 저녁 피자를 만들어줄 것이라는 엄마의 약속을 신뢰하기 위해, 아이는 부모가 갑작스러운 야근에도 불구하고 마트에 들러 재료를 사 와서 피자를 만들어 줄 것인지를 신경 쓴다. 똑같은 논리가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문제에도 해당된다. 20년짜리 장기 저축에 가입할 때, 우리는 최신형 아이패드가 출시되거나 기막히게 저렴한 여행 상품이 나왔을 때 저축을 깨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신뢰가 자신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는 일종의 내기라는 명제는, 부자 또는 권력자의 말을 믿을지 말지 결정하는 일에도 적용된다. 돈이나 권력이 많은 사람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방의 협력이나 선의에 의존할 필요성이 적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행동경제학자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는 현금을 많이 보유한 사람일수록 단기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집중한 나머지 타인의 신뢰를 배신하는 행동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가용 자원이 풍부할수록 타인에 대한 의존도가 필연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터넷 또는 SNS 상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물건을 거래하거나 숙소를 예약할 때 발생하는 정보 비대칭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평가나 리뷰 같은 서비스가 실시되고 있지만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온라인 상거래로 이익을 보는 거대 기업이나 단체, 인플루언서 등은 가짜 이메일 주소나 아이디로 자신의 신뢰성 점수를 부풀리거나, 혹은 악의적인 목적으로 다른 이들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활동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신뢰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직관 메커니즘 키우기'를 제시한다. 발표된 모든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직관이 이성보다 더 나은 조언을 들려준다고 한다. 비록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특정 상황에서 상대방이 신뢰할 만한 행동을 보일지 예측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상대방의 의도를 읽고 속임수를 간파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유 없이 싫거나 두려운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을 만나거나,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쌔한 느낌이 드는 상황에 처했을 때 일단 피하고 보는 게 현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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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올게 : 바닷마을 다이어리 9 - 완결 바닷마을 다이어리 9
요시다 아키미 지음,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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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개봉을 계기로 요시다 아키미의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알게 되었다. 뒤늦게 1권부터 읽기 시작해 신간이 나올 때마다 구입해 읽었는데 이제 더는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9권을 끝으로 완결을 맞았기 때문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도쿄에서 전철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바닷마을 '가마쿠라'가 배경이다. 부모 없이 스스로 생계를 꾸리며 씩씩하게 살고 있는 '코다' 가의 세 자매 '사치', '요시노', '치카'는 어릴 적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한 세 자매는 아버지가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하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매들에게는 배다른 동생이 되는 소녀의 이름은 '스즈'. 중학생 답지 않게 차분하고 성숙한 스즈를 보다 못한 세 자매는 스즈에게 같이 살자고 제안하고, 스즈는 언니들을 따라나선다.


어느덧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스즈는 몇 년 전 장례식장에서 보았던 어두운 표정의 소녀가 아니다. 방과 후 친구들과 단 것을 먹으며 수다 떨고, 남자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공을 차고, 임신한 언니에게 식단 조절하라고 야단칠 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언니들과도 친해졌다. 스즈가 시즈오카에 있는 축구 명문고에 진학하게 되어 집을 떠나도 자매들은 눈물짓거나 마음 아파하지 않는다. 이제 스즈에게 '집'이 있고 '가족'이 있으니 어딜 가도 잘 지낼 것이고, 언제라도 돌아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본편이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결말을 맺었다면, 번외편 <소나기가 그치고 난 뒤>는 본편에 나오지 않은 자매들의 다음 이야기를 독자가 자유롭게 상상하게 해준다. 축구 명문고에 진학한 스즈는 축구 선수가 되었을까. 풋풋한 첫사랑을 나누던 스즈와 후타는 연인 관계로 발전했을까. 코다 가의 자매들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사이좋게 지냈을까. 여전히 궁금한 게 많고 완결이 아쉬운 걸 보면, 내가 그동안 이 만화를 꽤나 좋아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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