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모델을 혁신하는 5가지 길 - 5 BM-innovation ways
은종성 지음 / 책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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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되어야 할 것은 모두 다 발명되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시중에는 넘치도록 많은 제품이 있고 앞으로 무엇을 만들든 새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만 같다. 하지만 이 시간에도 수많은 기업의 연구소에서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고 있고, 이중 몇몇은 아이폰이나 아이팟처럼 소비자들의 일상을 바꾸며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산업을 혁신시킨다.


비즈웹코리아 대표이사 은종성의 <비즈니스모델을 혁신하는 5가지 길>은 더 이상 혁신이라고 할 만할 것이 없어 보이는 세상에서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 5가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를 '5BM-Innovation Ways'라고 명명한다.


'5BM-Innovation Ways' 첫 번째는 '경쟁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기업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혁신은 원가우위 전략, 차별화 전략, 집중화 전략 등이다. 원가우위 전략의 대표적인 예가 코스트코다. 코스트코는 멤버십 회원제를 유지하는 대신 창고형 할인매장을 운영해 시중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물건들을 판매한다. 가격을 낮추는 대신 멤버십 회원들에게 연간 회비를 받아 비용을 보전하고, 창고형 할인매장을 운영해 비용을 절감하고, 하나의 카드사를 독점 구조로 지원함으로써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것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5BM-Innovation Ways' 두 번째는 '비경쟁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다. 비경쟁 전략은 원가우위와 차별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개념으로, 예전에 유행한 '블루오션 전략'과 유사하다. 비경쟁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의 대표적인 예로는 이케아가 있다. 이케아도 코스트와 마찬가지로 창고형 할인매장을 운영해 비용을 낮췄다. 그 대신 소비자가 매장에 차려진 쇼룸으로 와서 직접 가구를 만져보고, 사용해보고, 구입한 가구를 직접 조립하고 설치해보는 과정을 체험해보게 함으로써 경쟁 기업들이 제공하지 않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이를 이케아만의 차별화된 경쟁 전략으로 삼고 있다.


'5BM-Innovation Ways' 세 번째는 연구개발, 원가절감 등 기존 자원을 재고하는 '내부역량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다. '5BM-Innovation Ways' 네 번째는 고객 차원에서 혁신 방안을 모색하는 '고객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다. '5BM-Innovation Ways' 마지막 다섯 번째는 경쟁 관점, 비경쟁 관점, 내부역량 관점, 고객경험 관점을 모두 고려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비즈니스 모델 관점의 혁신'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기존의 택시 업계와 경쟁하면서, 기존의 택시 업계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브랜드 관리, 고객 관리, 기술 개발 등으로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는 카카오 택시 등의 서비스를 들 수 있다.


그동안 혁신 하면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차원으로 나누어 생각해보니 한결 가깝고 구체적인 개념으로 느껴졌다. 각 기업이 처한 시장 상황을 분석해 지금 당장 경쟁 시장에 있는지 아니면 비경쟁 시장에 있는지, 기업의 내부역량을 먼저 개선할지 아니면 기업 외부에 있는 고객 차원에서 개선할 사항을 찾아볼지, 그것도 아니면 아예 없었던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볼지 생각해보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히 각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보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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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이 있다 - 그래도 다시 일어서 손잡아주는, 김지은 인터뷰집
김지은 지음 / 헤이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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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 사회에서 당당히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는 일은 나에게 언제나 신선한 자극을 주고 더욱 씩씩하게 살아갈 용기를 준다. 게다가 그 여성들이, 남성들이 주도하는 사회의 온갖 폐단과 해악을 극복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라면 이보다 더 동기부여가 되는 이야기는 없다.


<한국일보> 기자 김지은의 <언니들이 있다>는 최인아, 최아룡, 이나영, 김일란, 이진순, 장혜영, 김인선, 배은심, 고민정, 김미경, 박세리, 곽정은 등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일하고 멋지게 성공한 여성들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명사들의 인터뷰집이라고 하면 자신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일러주는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명사 자신이 여성으로서 한국 사회에서 어떠한 차별이나 모순을 맞닥뜨렸는지, 그러한 차별이나 모순을 극복하고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일러주는 점이 좋았다.


인터뷰 하나하나가 주옥같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2003년 서강대 교수 성폭력 사건을 고발한 최아룡의 인터뷰다. 지금처럼 미투 운동이 활발하지 않았던 16년 전, 그는 TV에 출연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고발했고, 이로 인해 가해자 동료 교수들의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고 다니던 대학에서 쫓겨나는 등 많은 피해를 입었다. 성폭력 당한 사실을 고발하지 않았다면 대학에 남아 교수가 되고 평탄한 인생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학위를 포기하고 개인 자격으로 전공 관련 국제학회를 찾아다니며 독립 학자의 삶을 살게 되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요가를 시작해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했고, 그 결과 지금은 자신과 같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비롯해 미혼모, 장애아, 알코올중독자, 노숙자 등에게 요가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정도면 '피해자는 피해자다워야 한다'는 헛소리가 판치는 세상에 펀치를 날리는 삶이라고 할 만하지 않을까.


독일에서 호스피스 일을 하는 60대 레즈비언 김인선의 인터뷰도 기억에 남는다. 레즈비언의 정체성을 자각하기 전까지 그는 자신이 이성애자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독일에서 간호사로 일하다 한인 교회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 적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처럼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결혼했던 남자와는 3년 만에 이혼하고 사랑에 빠진 여자와 살림을 차렸다. 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현재 목사 대신 호스피스가 되어 죽음을 앞둔 이민자들을 보살피는 일을 하고 있다. '동성애 퇴치'를 외치는 한국의 보수 개신교 목사들에게 그는 묻는다. "하나님이 과연 동성애자는 사랑하지 않고, 이성애자만 사랑하시는 분일까요? 예수님이 만약 (퀴어 퍼레이드에) 오셨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내 생각에는 우리(퀴어)와 함께 행진하셨을 것 같은데!" (164쪽)


한국 골프의 전성기를 연 박세리 선수의 인터뷰에선 뜻밖에도 '자매애'라는 키워드를 발견했다. 미국에 처음 갔을 때, 박세리 선수의 곁에는 가족도 없고 제대로 된 에이전트도 없었다. 그때 낸시 로페즈 선수가 박세리 선수를 보더니 마치 신인 시절의 자신 같다며 친엄마처럼 돌봐주었다. 이후 박세리 선수가 슬럼프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낼 때에도 수많은 여성 동료들이 박세리 선수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다. 남성 중심 사회는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고 말하고 실제로 그런 사례가 없지는 않겠지만, 여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친구 역시 여성이며, 여성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지 역시 여성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책에는 이 밖에도 수많은 여성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언니들'의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인터뷰 한 편 한 편이 다 좋아서 몇 개만 추려서 소개하기가 힘들었다. 부디 이 책에 실린 모든 이야기를 꼼꼼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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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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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워킹맘 세라는 착실하게 공부해 박사 학위를 따고 대학에서 강사 자리를 얻었다. 얼마 후에 있을 승진 심사만 통과하면 교수가 되어 별거 중인 남편 없이도 두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걸림돌이 생긴다. 세라가 교수로 승진해도 될지 안 될지 심사할 권한을 가진 앨런 러브록 교수가 세라에게 추근대는 것으로 모자라 잠자리를 요구한 것이다. 세라는 인사부에 신고할 생각을 해보지만, 신고를 했다가는 교수 임용에 탈락하는 것은 물론 대학에서도 쫓겨날 게 뻔하다. 세라의 고민은 깊어지고 러브록의 추근댐은 점점 더 심해지는 가운데, 세라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달콤한 제안이 들려온다. "내게 이름 하나를 주십시오. 한 사람의 이름을. 내가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해주지. 당신을 위해서."


데뷔작 <리얼 라이즈>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T. M. 로건의 신작 <29초>는 직장 내 성희롱에 시달리는 30대 워킹맘 세라가 뜻밖의 계기로 자신을 괴롭히는 인물을 없앨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스릴러 소설이다. 세라가 선의로 한 어떤 일에 대한 대가로, 세라가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을 죽여주겠다는 볼코프의 제안을 받고 의외로 세라는 오랫동안 고민한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없애서 편해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아무리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라고 해도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면 안 되고, 타인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다면 결국 그 사람과 같은 수준으로 전락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가 아무리 도덕적으로 선한 판단과 행동을 한다 해도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죄를 뉘우치고 미안해 하기는커녕, 나의 선한 판단과 행동을 약점으로 삼고 더욱 심하게 나를 괴롭힌다는 것이다. 세라만 봐도 그렇다. 세라가 볼코프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고민하는 동안, 러브록은 자신이 세라에게 한 짓을 뉘우치거나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전보다 더욱 심하게 세라를 괴롭힌다. 세라가 우물쭈물하는 동안, 세라와 러브록의 사이를 오해한 사람들이 세라의 본심을 몰라줘서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심지어 세라가 교수 자리를 얻기 위해 먼저 러브록을 유혹했다고 여기는 사람들까지 나타난다.


적극적이고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세라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세라를 그렇게 만든 건 세라 자신이 아니라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세라에게 안정적인 직장이 있었다면, 성희롱을 당했다고 신고를 하면 정상적인 처리가 이루어질 거라고 믿을 수 있는 직장이었다면, 당장 직장을 잃어도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있고, 금방 다시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면 세라는 맨처음 러브록에게 성희롱을 당했을 때 바로 신고하고 이후에 벌어진 나쁜 일들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작가는 법과 제도가 나를 구해주지 않으면 나 스스로 나를 구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모든 여성들이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 범법자가 되고 반체제 인사가 되어야 한다는 건 바람직하지도 않거니와 지나치게 불공평하다. 남자들은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법과 제도에 맞서 싸우기는커녕 법과 제도의 덕을 보고 사는데, 왜 여자들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법과 제도에 맞서 싸우고 법과 제도를 뜯어고쳐야 하는 입장에 서야 하는가. 애초에 러브록이 세라를 여자가 아니라 자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같은 대학에서 일하는 학자로 대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왜 나쁜 남자들은 바뀌지 않고 착한 여자들이 스스로 바뀌는 수고를 해야 하는 걸까. 피곤하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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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6 - 여명의 쓰나미 본격 한중일 세계사 6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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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일본사를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마땅한 교재를 찾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책들이 일본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읽기에는 너무 어려운 수준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에 굽시니스트의 역사 만화 시리즈 <본격 한중일 세계사> 6권을 만났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시리즈는 서양 세력이 동아시아에 들어온 19세기에 한국과 중국, 일본의 상황은 어땠는지를 만화로 풀어낸 역사 만화다. 2009년부터 <시사IN>에서 역사 만화를 연재해온 굽시니스트의 만화답게 내용의 정확성과 깊이는 말할 것도 없고, 만화로서의 재미도 대단하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이나 짤방, 게임 용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진지하게 읽다가도 피식피식 웃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6권은 금문의 변 이후 막부와 조슈 번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조슈 번은 현재의 야마구치현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에도 시대 당시 전국 4,5위 정도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1854년 조정이 미국의 개항 조건을 받아들이자 조슈 번과 사츠마 번이 존왕양이를 외치며 반발했고, 이로 인해 조정과 조슈 번, 사츠마 번이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슈 번이 조정 세력을 진압하려 군사를 일으켰다가 패한 사건이 바로 금문의 변이다.


금문의 변으로부터 1년 후, 조슈 번은 다섯 청년을 영국으로 유학 보낸다. 이 중에는 이토 히로부미, 이노우에 가오루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유신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이 유학 가 있는 동안, 영국과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이 참여한 4개국 연합 함대가 조슈를 봉쇄하는 일이 발생한다. 조슈 번은 끝까지 싸우려 했지만, 위기를 감지한 유학파가 급히 귀국해 화친을 종용하면서 사태는 해소된다. 이후 1,2차 조슈 정벌과 일왕 서거에 이르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다.


일본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시점은 다시 1860년대 영국으로 돌아간다. 1865년, 영국의 제37대 수상 헨리 존 템플 파머스턴 자작이 사망한다. 파머스턴 자작은 미국의 남북 전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평생 동안 '아이리시 음모론'을 철석같이 믿었던 파머스턴 자작은 신생국 미국의 성장을 크게 경계했고, 공업 지대인 북부보다는 농업 지대인 남부가 전쟁에 이겨서 영국의 면직물 수출 산업에도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 달리 전쟁의 승자는 북부가 되었고, 이후 미국은 공업화에 박차를 가하며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세계가 이렇게 변하는 동안 조선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저자는 이 시기에 살았던 박규수라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 박규수 하면 연암 박지원의 손자이자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이런 배경을 등에 업은 인물답게 머리가 명석하고 박학다식했으며 행정 능력 또한 뛰어났다. 조정에서도 그를 높게 평가해 문안사의 부사로 발탁해 중국에 보냈다. 이때 그는 아편전쟁에 진 중국이 태평천국 운동, 홍수전의 난 같은 환난을 겪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두 귀로 듣지만, 그 자세한 정황이나 그러한 사건들이 조선에 미칠 영향 등에 관해서는 자세히 보고하지 않았다. 알린다 한들 바뀔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중일 세계사 책이라고 해서 세계사 중심일 줄 알았는데 한국사에 관해서도 자세히 나와서 놀랐다. 한국사에서 배운 내용을 세계사의 맥락에서 설명해주니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일본사 부분은 앞의 내용과 연결해서 읽으면 이해가 더 잘 될 것 같아서 5권을 주문했다. 5권 읽으면 4권 내용이 궁금하고, 4권 읽으면 3권 내용이 궁금하고, 그렇게 2권, 1권으로 역주행하며 완독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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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5 - 열도의 게임 본격 한중일 세계사 5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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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시니스트의 역사 만화 시리즈 <본격 한중일 세계사> 5권은 태평천국 운동의 결말과 메이지유신 직전의 일본의 정세를 다룬다. 태평천국 운동은 아편전쟁과 함께 청나라 멸망의 신호탄이 된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평천국 운동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천만~3천만에 달하며, 중국 대륙의 곡식과 각종 물자를 운반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인 장강이 태평천국 전쟁으로 인해 쓸 수 없게 되어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그중 일부는 동남아시아, 하와이, 미국 등으로 이민을 갔다. 이 와중에 함풍제가 사망해 황실의 주인이 바뀌고, 베이징 조약 체결로 서구 열강의 중국 대륙 침탈이 본격화되며 청나라 멸망은 시간문제가 되었다.


청나라가 국제 정세에 둔감해 망조에 접어든 반면, 일본은 16세기부터 국제 정세의 중요성을 깨닫고 네덜란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해 비교적 서양 열강에 맞설 여력이 있는 상태로 19세기 중반을 맞이하게 되었다. 문제는 일본의 복잡한 정치 구조다. 중앙 정치 제도를 보면, 한국과 중국은 왕이 전국을 직접 통치하는 강력한 중앙 집권 체제인 반면, 일본은 예부터 상징적 권력에 불과한 왕을 대리해 실질적 권력에 해당하는 쇼군이 통치하는 이원적 체제를 유지해 왔다. 지방 정치 제도를 보면, 한국과 중국은 왕이 임명한 관리가 각 지방을 통치하는 방식이지만, 일본은 각 지방마다 다이묘(일종의 영주)가 존재해 중앙 권력과는 별개의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의 19세기 중반은 왕이 이끄는 조정, 쇼군이 이끄는 막부, 각 지방의 다이묘가 서로의 명분과 이익을 위해 대거 충돌한 혼란의 시대였다. 일단 현재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막부는 흑선을 끌고 들어온 서양 세력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그동안 막부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세력들이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가깝게는 국학의 다른 이름인 '미토학'을 만든 미토 번의 탈번 낭인들과 텐구당, 멀게는 세키가하라 전투에 패한 이후부터 도쿠가와 막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조슈 번과 도사 번, 사츠마 번 등이다.


이들이 공통으로 내세운 기치는 '존왕양이', 즉 왕실을 높이고 외세를 물리치는 것이었다. 일본의 왕실은 에도(지금의 도쿄)에 있는 막부가 아닌 교토에 있는 일왕 조정. 고로 이들은 막부가 아닌 일왕의 편에 섰고, 이는 막부를 타도하려는 '도막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 와중에 영국군이 조슈 번으로 쳐들어왔고, 전부터 조슈 번과 적대적인 관계였던 막부에선 지원군을 보내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전국의 양이 세력이 점점 더 조슈 번을 지지하게 되었고, 급기야 조슈 번이 교토로 쳐들어오는 금문의 변이 발발하며 정국은 극도의 혼란 상태가 된다.


이러한 일본의 역사가 한국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었는데, '굽씨의 오만잡상'이라는 코너 속 이야기를 읽고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수많은 도공들이 일본으로 끌려가 일부는 조선에 돌아오고 일부는 일본에 남아 계속 도자기를 만들었다. 이들 대부분이 지금의 규슈의 일부인 사츠마 번에 터전을 잡았는데, 사츠마 정부는 심수관 가문으로 대표되는 조선 출신 도공들이 만든 도자기를 유럽에 팔아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서양식 무기와 기계 등을 수입하거나 제작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의 도공들 덕분에 일본의 도자기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조선 출신의 도공들이 만든 도자기를 외국에 팔아서 그 돈으로 서양식 무기와 기계를 사들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체적으로 서양을 본뜬 무기를 만들고 산업화를 시도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역사에 만약(if)이란 없다고 하지만, 만약 그때 사츠마 번이 아닌 조선 정부가 조선 도공들이 만든 아름다운 도자기들을 외국에 수출했다면 역사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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