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후, 아사와 나기의 생활 1
모리노 키코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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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갑자기 종말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모리노 키코리의 만화 <종말 후, 아사와 나기의 생활>은 종말 후 마을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오두막에서 혼자 지내며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 없이 떠난 아버지를 기다리는 소녀 '나기'와 정체를 알기 힘든 생물 '아사'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그린다. 





지구가 어떻게 종말했는지, 종말 후 나기는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1권에선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나기는 다만 아침에 눈을 뜨면 1인분의 식사를 준비하고, 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먹을 만한 야채나 과일 열매를 찾아다니고, 구한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놓고 아빠를 기다릴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기는 숲속에서 마치 거미나 킹크랩처럼 생긴 이상한 생물을 만난다. 나기는 자신을 해치지 않고, 나기가 떨어뜨린 대왕 호박을 운반해주기까지 한 녀석이 꽤 마음에 든다. 아버지가 떠나고 종말이 닥치고 나서 혼자서 지내는 생활이 나쁘진 않아도 가끔 외롭고 쓸쓸했는데, 드디어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생겨서 기쁘기까지 하다. 





그렇게 낯선 생물을 혼자 사는 집 안으로 들인 나기는 거미나 킹크랩을 닮은 녀석에게 '아사'라는 이름을 붙인다. 자기가 먹고, 먹성 좋은 아사에게도 먹일 음식도 만든다. 나기가 1권에서 만드는 음식은 호박 오야키, 라따뚜이, 마키네타, 미조레지루 등이다. 마을에서 떨어진 외딴 집에서 혼자 사는 소녀가 스스로 음식 재료를 구하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자세하게 나온다는 점이 <리틀 포레스트>를 닮았다. 





음식 만드는 과정이 자세하게 나와서 요즘 유행하는 '이세계 음식 만화'인가했는데, 종말의 원인과 아버지가 사라진 이유, 나기가 혼자 살아남은 비결 등이 나오지 않아서 현재로선 미스터리 판타지의 느낌이 많이 난다. 나기와 아사의 평화로운 일상을 깨트리는 수상한 사람이 1권에서만 연달아 두 번이나 등장한 점도 미스터리 요소를 강화한다. 둘의 정체가 궁금해서라도 다음 권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얼른 2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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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양양 시바견 동구리
미야지 히마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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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존재는 찾기 힘들 것 같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사람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다. 오랫동안 한 집에서 생활하며 정 주고 마음 준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 반려인 대다수는 새로운 반려동물을 들이기를 주저한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힌다는 말도 있지만, 오랜 시간 동고동락하며 들인 정은 쉽게 잊히지도 않거니와, 잊히면 잊히는 대로 가슴 아픈 일이다. 


<의기양양 시바견 동구리>는 일본 라이브도어 블로그 개 랭킹 제1위를 기록한 인기 연재만화다. 저자 미야지 히마(블로그명 : 히마마)는 부모님과 함께 살며 만화와 일러스트를 그리는 20대 독신녀다. 저자의 집에는 한때 '페짱'이라는 개가 있었다. 페짱은 저자가 어릴 때 저자의 부모님이 들인 시바견으로, 저자와는 마치 한 자매처럼 자랐고 17세가 되는 해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페짱이 떠난 후 저자의 가족은 눈물로 하루하루를 지샜다. 페짱만큼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반려견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가 너무 우울해하자 가족들은 다시 한번 반려견을 들이기로 결심했다. 입양을 시도했다가 입양 직전에 파양이 되는 아픔을 겪으며 어렵게 만나게 된 제2대 반려견이 바로 '동구리'이다.


저자의 가족은 페짱을 떠나보내며 느낀 슬픔과 깨달음을 교훈 삼아 동구리를 정말 잘 키워보리라 결심했다. 저자의 어머니는 페짱을 처음 들였을 때 훈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엄하게 대했던 것을 후회하며, 동구리는 가능한 한 자유롭고 편하게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마음먹었다. 저자는 페짱과 함께 살 때 추억을 많이 남기지 못한 것을 반성하며, 특별한 사건은 물론 자잘한 일상까지도 블로그에 남기기로 결심했다. 






저자는 말한다. "개와 같이 사는 건 아무래도 밝고 좋은 면만 골라 소개되기 십상이지만 실제로는 돈도 들고 손이 많이 가고 고민은 끝이 없고 어떤 악천후에도 아무리 힘들어도 산책은 절대로 빠트릴 수 없고 가끔은 진심으로 짜증 날 때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죽으면 엄청나게 슬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대견 페짱을 떠나보낸 후 2대견 동구리를 들인 건, 개가 떠나는 슬픔보다 개가 없는 생활이 주는 외로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개와 같이 살면 슬픈 일도 힘든 일도 많지만, 그걸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즐겁고 행복하고 많은 웃음과 위로를 준다. 적어도 저자는 개와 함께 하는 삶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개를 키워본 적 없는 나도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찔끔 날 만큼 저자와 동구리가 함께 하는 일상은 따뜻하고 다정하다. 동구리는 페짱에 비해 장난기가 훨씬 많은 녀석이라서 체력이 금방 떨어지고 때로는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동구리 덕분에 웃는 날이 더 많고 집안에도 활기가 넘친다. 이렇게 귀엽고 다정한 개라면 나도 한 번 키워보고 싶다. 떠나보낼 때는 분명 펑펑 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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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는 조금 모자라
아베 토모미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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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츠바랑!>처럼 유쾌하고 <바라카몬>처럼 따뜻한 만화라는, 띠지에 적힌 말을 그대로 믿고 읽었다가 중간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2015년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 <베르사유의 장미>, <월간 순정 노자키 군> 등을 제치고 '이 만화가 대단하다!' 여성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제18회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만화부문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타이틀은 결코 괜히 주어진 것이 아니다. 






치이는 중학교 2학년인데 말투나 행동이 어린아이 같고 기본적인 나눗셈도 잘 못한다. 처음에는 제목처럼 '조금 모자란' 아이인 줄 알았는데, 보다 보니 지적장애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책에는 치이한테 지적장애가 있다는 언급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다행히 치이의 주변에는 치이를 잘 대해주는 나츠, 아사히 같은 친구들이 있다. 나츠와 아사히는 치이가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하고 학습능력이 많이 뒤처져도 타박하거나 무리에서 소외시키지 않는다. 때로는 언니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치이를 돌봐주고 가르쳐준다. 덕분에 치이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소외되는 일 없이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치이의 소꿉친구이자 같은 아파트 이웃이기도 한 나츠에게 '이변'이 생긴다. 항상 웃는 얼굴로 다정하게 치이를 대하는 나츠의 속마음은 사실 열등감으로 가득 차 있다. 나츠는 항상 친구들보다 성적도 낮고, 친구도 많지 않고, 외모도 예쁘지 않고, 가족 관계도 좋지 않고, 돈도 없고... 등등의 생각을 하며 자기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고 자신을 비하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급기야 나츠는 치이를 보면서 '그나저나 우린 왜 같이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또래에 비해 학습능력도 낮고 언제까지나 어린아이인 채로 있을 것만 같은 치이. 그런 치이와 단짝 친구로 지내는 것은 나츠에게 '조금 모자란 치이를 잘 돌보는 착한 아이'라는 명예를 부여한다. 하지만 사실은 다들 나츠와 치이를 비슷한 수준이라고 여기는 건 아닐까. '치이와 비슷한 수준'이란 건 대체 뭘까. 나츠는 고민에 휩싸인다. 이 와중에 '문제의 사건'이 발생하며 나츠의 열등감과 죄의식은 폭발 직전에 다다른다. 





나츠가 친구들이 하나둘 어른스러워지거나, 이성 교제를 하거나, 장래 계획을 세워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초조함을 느끼고 급기야 열등감을 가지는 모습이 남 같지 않았다. 나도 중학교 2학년 때쯤에 그런 감정을 많이 느꼈다. 아니 그전에도, 그 후에도, 지금도 시시때때로 남들과 나 자신을 비교한다. 내가 남보다 못하면 괴롭고, 내가 남보다 나으면 우월감을 느끼는 한편 우월감을 느낀 것에 대해 죄악감을 가진다. 


작가는 중학생들의 이야기로 풀었지만, 이 만화는 세상에 태어나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껴보고 경험해봤을, 가장 원초적이고 통제하기 힘든 감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못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내리는 나츠의 모습이,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하고 어른으로 점점 더 성장해가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과 대비되어 더 큰 슬픔과 고통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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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2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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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물론 작가에 대한 정보도 없이 무작정 책을 샀다. 첫 장을 펼치자마자 정신없이 빠져들 줄도 모르고. 일본에는 좋은 작가, 좋은 소설이 참 많구나. 새삼 느꼈다(물론 한국에도 많습니다).


1982년, 건축학을 전공한 사카니시는 졸업 직전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라는 주변의 권유를 물리치고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건축가인 무라이 선생의 건축 설계사무소에 취직한다. 무라이 선생의 사무소는 업계 내에서 평판이 좋고 세간의 명성 또한 대단하지만, 무라이 선생이 벌써 일흔 남짓한 나이인 데다가 몇 년째 신입을 받지 않은 터라서 다들 사카니시의 취직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카니시는 채용하기로 결정했다는 통보를 받고 무사히 건축가로서의 첫 경력을 시작한다. 


무라이 설계사무소는 도쿄에 있지만, 매년 7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도쿄에서 한참 떨어진 기타아사마에 있는 오래된 별장지, 통칭 아오쿠리 마을에 있는 '여름 별장'으로 사무소 기능을 옮긴다. 이제 막 사무소에 입사한 사카니시 또한 선생님과 선배들을 따라 아오쿠리 마을에서 한여름을 보내게 된다. 알고 보니 사카니시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무라이 설계사무소에 채용된 것은 국립현대도서관 프로젝트 준비를 앞두고 인력을 보충하기 위함이었고, 사카니시는 입사 첫해부터 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잔뜩 기대한다. 


건축과 건축가에 관한 이야기가 소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직업물이 분명한데도, 대자연으로 둘러싸인 여름 별장이 무대이고, 낮에는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일하고 논쟁했던 사람들이 밤에는 함께 요리를 만들고 휴식을 취하며 여유를 부리는 모습을 같이 봐서인지 덜 딱딱하고 덜 팍팍하게 느껴졌다.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 때문에 등장하리라고 예상치 못했던 로맨스가 몇 번이나(그것도 삼각, 아니 사각 관계) 등장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사카니시의 시선으로 소설을 바라보면 햇병아리 건축가가 노장 건축가의 설계사무소에 입사해 그의 문하에서 철학과 기술을 사사하는 과정이 도드라진다. 반면 무라이 선생의 시선으로 소설을 바라보면 건축가로서 높은 경지에 올랐고 남부럽지 않은 부와 명예도 누렸지만, 말년에는 일도 사랑도 뜻대로 이루지 못하고 허무하게 눈을 감은 한 남자의 생애가 떠오른다. 만약 무라이 선생이 소설의 화자였다면 결말이 허망하고 씁쓸했을 텐데, 사카니시의 시선으로 무라이 선생의 생애를 보니 그의 생애가 꼭 허망하지도, 그의 마지막이 씁쓸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사람이 살면서 '형태 있는' 어떤 것을 남길 수도 있지만 '형태 없는' 어떤 것을 다른 사람의 마음에 남길 수도 있다. 누군가가 누군가의 마음에 남긴 '그것'은 그 어떤 건축물보다도 사람을 단단하게 받치고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이 아닐까. <화산의 기슭에서(火山のふもとで)>라는 다소 밋밋한 원제를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멋진 제목으로 번역한 역자의 센스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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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드래곤즈 2
쿠와바라 타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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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잡는 포경선, 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용을 잡는 포룡선 '퀸 자자호'의 모험을 그린 판타지 (먹방) 만화 <공정 드래곤즈> 2권이 출간되었다. 퀸 자자호는 하늘을 날다가 정박해도 좋다는 마을이 있으면 그곳에 정박해 며칠을 머물며 지상에서의 여유를 만끽한다. 





이번 2권에서 퀸 자자호가 정박한 마을은 포룡기지로서 번창한 유수의 항구 마을 퀀 시다. 퀸 자자호의 선원들은 들뜬 마음으로 배에서 내려 오랜만에 마음껏 음식도 먹고 술도 마시고 옛 지인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원양어선이 정박하는 항구 도시의 풍경이 이럴 듯 ㅎㅎㅎ). 





퀸 자자호의 신참 선원 타키타는 먹성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미카를 따라간다. 타키타는 웬일로 옷까지 갈아입고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음식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미카가 타키타의 변화를 알아챈 걸 보면 타키타한테 관심이 있는지도 모르겠다(잘 됐으면 좋겠다 ㅎㅎㅎ). 


미카가 향한 곳은 예부터 용을 해체 가공하며 살아온 일족의 족장 할아버지다. 타키타의 눈에는 그저 여자를 밝히는 음흉한 할아버지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이 할아버지가 직접 용 가죽을 잘라 붙여 만든 태피스트리는 누구나 인정하는 값진 보물이다. 타키타는 자신이 처음으로 해체한 용의 가죽도 태피스트리로 만들어 달라고 간청하는데 과연 할아버지가 타키타의 청을 들어줄까.





한편, 퀸 자자호의 선원 바니는 술집에서 여성 동료들과 술을 마시다가 질 나쁜 사내들한테 걸려 술 마시기 내기를 하게 된다. 내기에서 진 족은 이 가게에 있는 사람들의 술값을 몽땅 내는 조건으로. 사내들은 바니가 여자라고 우습게 보고 자신만만해 하는데, 과연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있을 수 있을까(쎈 언니 캐릭터 넘 좋다 ㅎㅎㅎ).





그 옆에 있는 술집에선 퀸 자자호의 막내 격인 지로가 시비에 휘말린다. 여기서도 질 나쁜 사내들이 아리따운 아가씨를 괴롭히는 중(대체 남자들은 왜...!!!). 지로가 용기 하나 믿고 사내들에게 덤비는 바람에 술집은 아수라장이 되고, (자칭) 평화주의자인 지로는 아가씨를 데리고 술집 밖으로 뛰쳐나와 멀리 도망친다. 


아가씨의 이름은 카차. 어릴 때 술집에 팔려온 후로 이 마을에서 나가본 적이 없는 카차는 포룡선을 타고 하늘을 날며 끊임 없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지로가 부럽다고 한다. 지로는 카차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데, 이 선물이 꽤나 감동적이다(지로 좀 하는데? ㅎㅎㅎ). 개인적으로 최근 읽고 있는 만화 중에 베스트 3 안에 들 만큼 재미있으니 관심 있으면 주저 말고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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