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마저도 코니 윌리스 걸작선 2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외 옮김 / 아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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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놓고 읽지 않은 이 책을 읽으려고 마음먹은 건, 얼마 전 김보람 감독이 영화 <피의 연대기>에 코니 윌리스 인터뷰를 집어넣으려 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김보람 감독이 코니 윌리스에게 관심을 가진 건 코니 윌리스가 역대 최다 휴고상 및 네뷸러상 수상 작가이자 그랜드 마스터라는 칭호를 부여받은 SF 문학의 거장이라서가 아니다. <여왕마저도>를 비롯한 걸출한 페미니즘 소설을 쓴 작가라서다. 인터뷰는 성사되지 못했지만, 코니 윌리스를 SF 작가로만 알고 있던 나는 덕분에 그가 페미니스트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오랫동안 책장에 처박혀 있었던 이 책 <여왕마저도>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코니 윌리스 걸작선을 분권한 책 중 두 번째 책이다(첫 번째 책은 <화재감시원>).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동시 수상한 <여왕마저도>를 비롯해 <영혼은 자신의 사회를 선택한다>, <마블아치에 부는 바람>, <모두가 땅에 앉아 있었는데>, <마지막 위네바고> 등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 <여왕마저도>는 생리가 사라진 미래사회의 모습을 그린다. 생리를 경험한 여성 대부분이 생리가 사라진 사회를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생리는 자연의 순리이며 여성의 기쁨이라고 주장하는 일군의 과격 단체가 나타나 사회의 혼란을 빚는다(물론 이들은 생리를 해본 적이 없는 여자들이다. 생리가 기쁨이라니. 자궁벽이 허물어져서 달마다 몇백 밀리리터의 피를 쏟아내는 게 기쁨이라니!). 


<영혼은 자신의 사회를 선택한다>는 에밀리 디킨슨의 은둔자적인 삶의 비밀을 파헤친 논문 형식의 소설이다. 작가는 H.G.웰즈의 소설 <우주 전쟁>에서 영감을 얻어 1897년 미국 앰허스트에 착륙한 화성인들이 에밀리 디킨슨을 만났을 거라는 상상의 나래를 편다. 작가의 상상이 실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재미있고 풍자적이며 매우 똑똑했던 에밀리 디킨슨이 빵 굽기와 코바늘뜨기가 최고 관심사였던 작은 마을 생활에 쉬이 적응하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작가는 후기에 "내가 에밀리 디킨슨이었다 하더라도 방 안에서만 지냈을 것이다."라고 썼는데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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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니즈 봉봉클럽 1 - 서울
조경규 지음 / 송송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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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서울에 있는 중식당이 나온다는 점이 좋습니다.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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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니즈 봉봉클럽 1 - 서울
조경규 지음 / 송송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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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요리 하면 짜장면, 짬뽕, 탕수육밖에 모르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오무라이스 잼잼>을 그린 조경규 작가의 <차이니즈 봉봉 클럽>이다. 2008년에 나온 초판을 10년만에 개정한 이 책은, 중화요리를 먹으러 다니는 고교생 비밀 동아리 '차이니즈 봉봉 클럽'의 일상을 그린다. 


맛있는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여고생 은영은 우연히 교내에 차이니즈 봉봉 클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정식 부원으로 가입한다. 차이니즈 봉봉 클럽 부원들이 하는 일은 서울(교통편이 있다면 경기, 인천 지역까지)에 있는 중식당을 방문해 맛있는 중화요리를 직접 먹어보는 것. 이 책에 나오는 중식당은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중식당이며, 짜장면, 탕수육은 물론 대만 돈가스, 동파육, 족발찜, 가지볶음, 훠궈, 북경요리 등 다양한 중화요리를 선보인다. 


제1권에는 연남동 향미, 연희동 오향만두를 비롯한 11곳의 중식당이 나온다. 이중에 내가 가본 곳은 중국 전통 월병을 파는 명동 도향촌뿐. 기회가 된다면 북경오리구이를 체험할 수 있는 연희동 진북경과 해산물이 그득하게 담긴 럭셔리 잡탕밥을 맛볼 수 있는 여의도 서궁, 거대한 완자를 깨면 해물이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팔보환자를 선보이는 동대문 동화반점에 가보고 싶다. 중화요리 3총사 짜장면, 군만두, 탕수육으로 유명한 70년 전통의 을지로 오구반점도 궁금하다. 


중화요리를 사랑하는 고교생들의 먹부림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인공 은영이 샤워하는 장면이 뜬금없이 나온다든가 속옷을 노출하는 장면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나오는 점은 불편했다. 초판이 나온 2008년과 개정판이 나온 2018년 사이에 사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고 이를 개정판에 반영할 수 없었던 사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저자의 실제 딸 이름이 은영이라는 사실을 알고 크리피하다 느낀 건 나뿐일까(은영이라는 이름만 아니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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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8-05-10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무라이스 잼잼을 재밌게 읽고 있어서 차이니즈 봉봉클럽 광고를 한번씩 보거든요. 아 예전에 쓰신 책이구나 제목만 알고 있었는데 역시 먹음직스럽군요. 군만두 먹고싶어라. ㅠㅠ 헐. 근데 음식만화 보시다가 샤워장면, 속옷노출 장면이라.. 진짜 뜬금없으셨겠어요. ^^;; 저는 그냥 오무라이스 잼잼만 계속 사보는걸로. 아. 그나저나 작가님 성함 조경구 -> 조경규 입니다. 😄

키치 2018-05-10 17:30   좋아요 1 | URL
아이쿠 제가 중요한 걸 틀렸네요 ^^;;; 꼼꼼히 읽어주시고 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년 만화인 걸 감안하면 노출씬, 샤워씬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닌데 하필 그 인물 이름이 작가님 딸 이름과 똑같은 건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네요 ㅠㅠ 오무라이스 잼잼만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ㅠㅠ
 
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1 (A형) - 포틀랜드, 2017 나우 매거진 Nau Magazine Vol.1
로우 프레스 편집부 지음 / 로우프레스(부엌매거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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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드물다는 도시, 포틀랜드. 좋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아는 건 적어서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마침 브랜드 나우(NAU)와 콘텐츠 그룹 로우프레스가 만드는 로컬 다큐멘터리 매거진 <나우 매거진 Vol. 1 : PORTLAND>를 읽게 되었는데 상상한 것만큼, 아니 상상한 것보다 훨씬 좋은 곳일 것 같다. 조용하고 평화롭고. 





포틀랜드는 미국 오리건주 북서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인구는 6만 6,456명으로 내가 사는 송파구 인구(67만 명)의 10분의 1도 안 된다. 포틀랜드는 자유로운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도시다. 타투가 성행하고 동성애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며, 반골 정신, 비주류 정신을 수용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푸르른 자연에 둘러싸여 일과 삶의 조화롭게 균형 잡힌 삶, 로컬 채소를 즐기며 지역 아티스트의 제품을 사용하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 역시 주류다. 이런 사람들이 소수, 비주류인 사회에 살고 있는 나로선 포틀랜드가 퍽 매력적인 도시로 보인다. 





이 책에는 포틀랜드를 이루는 수많은 요소가 사람, 회사, 숍, 문화 등 6개의 큰 라이프 스타일로 분류, 소개되어 있다. 포틀랜드 사람들을 소개하는 챕터에는 두 딸의 엄마이자 여성의 활동을 지원하는 애나 마거릿, 환경미화원에서 기타 메이커가 된 게이지 홀랜드, 포스터 복원 아티스트 제이슨 레너드 등 포틀랜드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예술가, 활동가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들의 인터뷰만 읽어도 포틀랜드가 얼마나 자유롭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도시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포틀랜드의 지역 명소들을 소개하는 챕터에는 식물을 사랑하는 괴짜들이 모인 식물 보육원 '피스틸스 너서리', 비건을 위한 유기농 주스를 맛볼 수 있는 '쿠레 주스 바', 더 건강한 식탁을 위한 샐러드 레스토랑 '가든 바', 소외된 이들을 위한 아트 숍 '프로젝트 오브젝트' 등이 소개되어 있다. 요즘은 지역민들이 애용하는 명소를 체험하며 그들의 문화를 즐기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 아이디어를 얻는 여행을 하는 사람도 많다. 포틀랜드는 친환경, 로컬, 다양성 등의 콘셉트를 지닌 새로운 숍이나 레스토랑이 많아서 사업화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포틀랜드의 맥주다. 맥주 애호가들의 도시로 유명한 포틀랜드는 거리 곳곳마다 브루어리가 즐비하다. 이 책에는 포틀랜드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브루어리로 유명한 '디슈츠 브루어리'를 비롯해 '10배럴 브루잉 컴퍼니', '더 커먼스 브루어리', '이클립틱 브루잉', '베얼릭 브루잉 컴퍼니' 등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다. 양조장 특유의 고즈넉하고 빈티지한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갓 제조한 신선한 맥주를 현장에서 맛볼 수 있다고 하니 맥주 좋아하는 분은 꼭 들러보시길. 





포틀랜드에는 대기업 체인점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업체가 운영하는 독립 카페도 많이 있다. 이 책에는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 '바리스타', '코야바 커피 로스터스', '굿 커피' 등 다양하고 개성 있는 독립 카페 네 곳이 소개되어 있다. 이 밖에도 포틀랜드의 현지 문화와 현지인들의 생활, 철학, 가치관 등을 알 수 있는 다양한 기사가 실려 있다. 한 폭의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매력적인 사진들이 실려 있어 눈까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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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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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를 모르는 사람도 없지만 아는 사람도 없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이름, 추사 김정희. 추사가 남긴 추사체와 세한도는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정작 추사의 생애와 철학, 작품 세계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제 추사를 만나고 싶으면 유홍준 교수가 쓴 추사 김정희의 전기 <추사 김정희>를 읽으면 된다. 2002년에 나온 <완당평전>을 개고한 이 책에는 유홍준이 오랫동안 연구하고 정리한 추사의 삶과 학문과 예술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는 추사의 탄생부터 만년을 일대기 순으로 소개한다. 추사는 1786년 정조 10년에 충청도 예산에서 태어났으며, 증조부 김한신이 영조의 사위였기에 집안 남자 대다수가 영조의 비호를 받으며 출세를 거듭했다. 추사의 탄생과 관련해서는 천재의 탄생다운 신기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완당선생전집> 머리글로 실려 있는 <완당 김공 소전>에는 어머니 유씨가 회임한 지 24개월 만에 추사를 낳았다는 말이 적혀 있고, 추사가 태어날 무렵 집 뒤편 우물물이 줄어들고 뒷산 나무들이 시들시들해졌다는 말도 전해진다. 


추사는 어린 시절부터 서예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일곱 살 때 입춘첩(입춘대길)을 써서 대문에 붙였는데, 당시 남인의 재상인 번암 채제공이 이것을 보고 집 안으로 들어와 대문에 붙인 글씨는 누가 쓴 것이냐고 물었다. 추사의 아버지 김노경이 우리 집 아이의 글씨라고 답하자, 채제공은 "이 아이는 필시 명필로 세상에 이름을 떨칠 것이오. 그러나 만약 글씨를 잘 쓰게 되면 반드시 운명이 기구할 것이니 절대로 붓을 잡게 하지 마시오. 그러나 만약 문장으로 세상을 울리게 하면 크게 귀하게 되리라." 했다고 한다. 실제로 추사는 명필로 이름을 떨쳤고 두 차례 귀양살이를 했으니 채제공의 예언은 들어맞은 셈이다.


명문가의 자제로 남부럽지 않게 보낸 어린 시절은 금방 끝이 나고, 추사는 가족과 아내, 일가친척을 병마로 모두 잃고 혼자서 집안을 추슬러야 하는 입장이 된다. 24세의 나이에 생원시에 합격한 추사는 어려서 스승으로 모셨던 박제가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연경 이야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동지사의 부사로 선임되어 연경에 가게 된 아버지를 따라갈 자격을 얻은 것이다. 이때부터 추사는 여러 번 연경을 오가며 연경의 학예인들과 교류했다. 이 과정에서 청나라의 최신 서예 사조를 습득하고, 자신의 글씨를 청나라 사람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추사는 성격이 워낙 대쪽 같아서 좋아하는 사람은 더없이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무척 싫어했다. 이로 인해 오해나 원한을 사는 일도 있었고 이 때문에 억울한 귀양살이를 두 번이나 했다. 추사와 그의 일가에게는 불행한 일이었겠지만, 그 덕분에 그의 학문 세계가 더욱 깊어지고 예술 세계가 더욱 다채로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만약 추사가 처세에 능하고 공무에만 매진했다면 우리는 추사로부터 그 뛰어난 글씨도 그림도 얻지 못했을지 모른다. 혹은 이런 인물이 공무에 매진했다면(당시 왕들이 추사의 진가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등용했다면) 조선 말기의 환난을 막을 수 있었을까. 


이 책에는 280여 점의 도판이 실려 있어 추사 예술의 흐름을 알 수 있다. 이제 막 글씨를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답게 또박또박 반듯하게 쓴 글씨부터, 온 세상의 모든 글씨를 연구하고 습득한 대가다운 풍모가 느껴지는 말년의 글씨까지, 추사가 남긴 글씨를 쭉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느껴지고 감동이 샘솟는다. 여기에 추사가 당시 어떤 상황, 어떤 조건 속에서 어떤 생각으로 이 글씨를 썼는지 짐작하게 해주는 이야기가 더해져 있어 흥미롭다. 과천에 추사 박물관이 있다고 하니 조만간 시간을 내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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