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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4
오쿠보 케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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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권을 읽고 '이건 1권부터 읽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었다. 마침 전자책이 있길래 1권부터 3권까지 구입해 빠른 속도로 읽었는데, 오 마이 갓! 너무 재미있다! 딱 내 취향이다!
작화도 내용도 훌륭하고, 여성인 주인공이 사회의 편견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라는 점까지 완벽하다. 주인공이 갑자기 사랑에 빠지거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절망하면서 내용이 산으로 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4권까지는 그런 전개를 보이지 않는다. 부디 완결까지 '무사'했으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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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초 피렌체. 귀족 집안의 소녀 아르테는 어려서부터 신부가 되기 위한 수업을 철저히 받았다. 하지만 아르테의 꿈은 귀족 집안의 멋진 남자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것, 이 아니라 1인분의 몫을 하는 어엿한 화가 장인이 되는 것. 아르테는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쓴 채 혼자 집을 나와 레오라는 장인이 운영하는 공방에 들어간다. 물론 이 과정이 결코 쉽진 않았다.
당대만 하더라도 여성이 직업을 가지는 것은 물론 남성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다. 아르테는 수십 군데의 공방에 자신을 제자로 받아달라고 요청했지만 하나같이 여자는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울분에 찬 아르테는 곱게 기른 머리칼을 단칼에 자르며 이래도 받아주지 않겠느냐고 '협박'했고, 그 모습을 눈여겨본 레오가 아르테를 자신의 공방으로 부른다. 여기까지가 1권의 줄거리.
4권에서 아르테는 베네치아의 명문 귀족 페리에르 가(家)의 유리라는 남자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어린 여자애가 귀족 가문에서 호의호식하는 생활을 포기하고 화가가 되겠다고 나섰다는 얘길 들었다면서, 그런 당찬 성격으로 자신의 조카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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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는 이제 막 도제 수업을 받기 시작한 자신의 무얼 보고 그런 제안을 하는 거냐고 묻는다. 그러자 유리 왈, "아가씨가 '여자'고 '귀족'출신이기 때문이지." 아르테가 여자이고 귀족 출신인 건 사실이지만, 아르테는 그 사실이 자신을 채용하려는 이유인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자'답게 살라고, '귀족'처럼 굴라고 하는 게 답답하고 싫어서, 혼자 힘으로 살기 위해 자신 있는 그림 솜씨를 활용해 화가가 되려고 하는 건데, 자신을 여자라는 이유로, 귀족이라는 이유로 '특별' 대우하다니 참을 수 없다. 결국 아르테는 유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는데, 막상 제안을 거절하자 초급 도제 주제에 어마어마하게 좋은 제안을 '건방지게' 걷어찬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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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후 레오의 지인이 레오의 공방을 찾아오고, 그 지인이 임신까지 한 몸으로 레오를 찾아온 이유를 아르테가 알게 된다. 이때만 해도 이탈리아에는 지참금 제도가 있었다. 여자가 시집을 갈 때 친정에서 얼마 간의 돈을 딸려 보내는 건데, 남편이 사망하면 지참금을 돌려주는 게 원칙이지만 지위와 권력이 없는 여자한테 그 돈을 돌려주는 경우는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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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는 필요할 때마다 지혜로운 조언을 들려주는 코르티자나(고위층을 상대하는 창부) 베로니카에게 지참금 제도의 개념과 한계를 가르침 받는다. 그리고 레오의 지인을 도와줄 명안을 생각해낸다. 결국 남자의 도움을 받는 건 아쉽지만, 아르테가 그 대가를 지불하기로 했으니 공짜는 아닌 셈이고, 무엇보다 혼자였던 여성들이 서로 연대하고 협력해 위기에 빠진 여자를 도와주는 모습이 흐뭇하고 힘이 된다.
5권부터는 이야기의 무대가 피렌체가 아닌 다른 도시로 바뀔 예정이다. 르네상스가 한창이던 16세기 이탈리아가 배경인 점도 이 만화가 마음에 쏙 드는 요인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