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재를 기르고 있다 1
나나오 미오 지음, 송수영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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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1도 짐작 못했는데 읽어보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떠올리게 하는 위험한 사랑 이야기였다... ('기르고 있다'라는 표현에 주목했어야 했어!)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이치노세 코노카는 일본을 대표하는 초유명 IT기업 사장의 딸이자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완벽한 여대생이다. 이런 코노카를 주위 남자들이 가만둘 리 없지만 코노카에게는 남자친구가 없다. 코노카의 곁에는 항상 코노카의 소꿉친구이자 '펫'으로 소문난 꽃미남 천재 카이리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경제력으로 보나 지성으로 보나 우위인 코노카가 카이리를 펫으로 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코노카의 아버지가 경영하는 IT 기업이 일본 유수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건 카이리가 '어렸을 때' 만든 프로그램 덕분이며, 코노카가 명문대에 들어온 것도 세계 최고 수준의 천재인 카이리가 공부를 도와줬기 때문이다. 


카이리가 코노카와 코노카의 아버지를 도와주는 대가로 원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반드시 코노카가 카이리에게 (귀엽게) 부탁하며 조를 것. 둘째, 카이리의 재능은 코노카네 아버지와 코노카 외의 사람에게는 비밀로 할 것. 셋째, 보수로 코노카는 카이리가 하는 말을 뭐든 하나 들어줄 것. 





코노카 역시 어처구니없는 조건이라는 걸 알고 자신이 이 관계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이리와의 계약 관계를 청산하지 않는 건 코노카 또한 이 관계를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제야 이 만화의 도입부에 작가가 이런 문장을 적은 이유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가 잘 따른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의 사정. 내가 찾은 게 아니라 상대가 날 찾은, 지배하는 게 아니라 지배받고 있는 느낌." 


작가는 피학자가 가학자에게 스스로 복종하고 비뚤어진 관계로부터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심리를 그리고 싶은 걸까. 내 예상이 맞는지는 앞으로의 전개를 더 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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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장의 삼각형 1
노기리 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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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여고생의 일상을 그린 <도쿄 셔터 걸>이라는 만화가 있다. 유메지 아유미라는 예쁜 이름의 여고생이 무거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도쿄의 이곳저곳을 누비다가 마음에 드는 장면을 발견하면 행여 그 장면이 환상일까 봐 조심스럽게 셔터를 누르는,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사랑스러운 만화다. 


<렌즈장의 삼각형>의 주인공 모치즈키 마코도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여고생이다. 어릴 적 할아버지의 권유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마코는 어느새 성인들도 참가하는 대회에서 대상을 탈 만큼 수준급의 실력을 쌓았다. 마코는 어려서부터 남매처럼 자란 동네 오빠 아카호시 케이의 추천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아닌, 사진부로 유명한 다른 지역의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정든 동네를 떠나 새로운 동네, 새로운 하숙집으로 가는 첫날. 길치인 마코는 길을 잃고 헤매다 한 남자를 발견한다.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고 앞머리를 길게 기른 남자는 차가운 분위기와 다르게 따뜻하고 다정하기 그지없는 눈으로 강아지를 바라보고 있다. 마코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자기도 모르게 목에 걸려 있던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른다. 셔터 소리가 들린 걸까. 남자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마코는 정신없이 도망친다. 





그 남자가 나를 봤을까. 나한테 화가 났을까. 당황한 마코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카호시 케이. 마코에게 '렌즈 하숙집'을 소개해준 게 바로 케이다. 렌즈 하숙집의 원래 이름은 하스미 하숙집인데, 사진부원들이 많이 산다는 이유로 렌즈 하숙집으로 통한다. 케이는 마코에게 하숙집 생활을 안내해 주고 앞으로 같이 지낼 하숙집 식구들을 소개해준다. 하지만 마코는 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보다 눈앞에 있는 한 남자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아까 길에서 보고 첫눈에 반해 자기도 모르게 셔터를 누른 그 남자가 바로 앞으로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생활하게 될 아메미야 미츠루이기 때문이다...! 





미츠루밖에 보이지 않는 마코와 사랑 따위 관심 없다는 태도의 미츠루, 그런 두 사람(주로 마코)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케이의 삼각관계가 앞으로 펼쳐질 듯하다. 무뚝뚝하지만 속은 여리고 다정한 미츠루도 좋지만, 마코를 바라보는 눈에서 다정함이 뚝뚝 떨어지는 케이도 매력적. 이 둘과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될 마코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요... (이 만화는 픽션입니다) 


보고만 있어도 훈훈한 세 남녀의 삼각관계도 꿀잼이지만, 사진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기억, 다른 열정을 지니고 있는 세 사람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사진 찍는 걸 그 무엇보다 좋아하는 마코와 사진에 찍히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미츠루 사이의 줄다리기는 과연 어떻게 될까. 레모네이드처럼 상큼하고 카페라테처럼 달콤한 러브 스토리를 보고 싶은 독자에게 이 만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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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에 대하여 - 용서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강남순 지음 / 동녘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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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이 내 발을 밟으면 아프기는 해도 화를 내지는 않는다.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려니, 여기서 화를 내면 나만 속 좁은 사람이 되는 거려니 하고 가볍게 넘어간다. 아는 사람이 내 발을 밟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라도 있나 싶고 대갚음해주고 싶다. 모르는 사람이 내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졌을 때에도 얘기가 달라진다. 발을 밟힌 것만큼 아프지는 않아도 기분이 더럽다. 고의로 그랬든 아니든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 아는 사람이 내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지면 상황이 복잡하다. 만약 그가 내 상사라면? 아버지나 오빠, 남동생이라면? 가볍게 넘길 수도 없지만 넘기지 않을 수도 없다.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강남순 교수의 <용서에 대하여>를 읽으며 용서란 참 어려운 개념이라는 생각을 새삼 했다. 저자는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책을 읽다가 용서에 관한 구절을 읽고 용서라는 개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구절은 이렇다. "만약 용서할 만한 것만 용서하겠다고 한다면, 용서라는 바로 그 개념 자체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다." 용서란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이라니. 이 모순적인 문장은 그 자체로 용서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행위인지를 드러낸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용서에 관한 여섯 가지 질문에 답한다. 누가, 누구를 용서할 수 있는가? 왜 용서해야 하는가? 무엇을 용서해야 하는가? 어떻게 하는 것이 용서인가? 언제 용서해야 하는가? 용서에 전제조건이 있는가? 물론 저자의 답은 그 자체로 완결된 답이 아니며, 유일한 답도 아니다. 용서란 지극히 개인적이고 다층적이며 복잡한 행위이기 때문에, 백 명의 사람이 용서를 할 때에는 백 개의 경우와 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용서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용서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용서와 대인 관계적 용서, 정치적 용서, 형이상학적 용서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용서의 주체와 객체가 동일한 경우도 있고, 용서의 주체와 객체가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집단, 집단 대 집단인 경우가 있고, 이를 분명히 나눌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용서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다. 용서의 전제는 가해자의 뉘우침이 아니다. 가해자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진심으로 사죄하는 행위 자체는 옳지만, 가해자가 뉘우치지 않아도 피해자가 먼저 용서하는 경우가 엄연히 존재한다. 피해자의 용서와 가해자의 법적, 도덕적 제재 및 처벌은 별개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면서도 가해자의 법적 처벌을 원하는 경우 역시 엄연히 존재한다. 용서는 화내지 않고 좋게 좋게 넘어가는 것과 다르다. 좋게 좋게 넘어갈 수 있는 정도의 문제는 애초부터 용서의 대상 축에도 들지 않는다. 피해자가 화내지 않고 좋게 좋게 넘어가는 경우는 용서가 아니라 체념이며, 제3자가 피해자에게 화내지 말고 좋게 좋게 넘어가라고 하는 것은 충고가 아니라 묵인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의 죄를 사하는 것은 용서가 아니라 사면이다. 


저자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가는 많은 여성들이 남성에게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분노하며 그 상황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그 상황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성의 폭력과 억압, 차별을 당연한 일, 마땅한 일로 받아들이고 참으며 사는 것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용서가 아니라 체념이며 묵인이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조직의 질서를 위해, 사회의 안정을 위해 한 사람이라도 자긍심과 평화를 빼앗기는 대가를 치른다면 그것은 '거짓 평화'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피해자가 이런 상황을 모르거나, 알고도 모른 척하면서 '자기 기만'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한다. 명백히 잘못되고 부당한 행위를 당하고도 그렇지 않다고, 내 탓이라고 자책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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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경제 - 소비자의 틈새시간을 파고드는 모바일 전략
이선 터시 지음, 문세원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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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우리의 '틈새 시간'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미국 조지아 주립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 이선 터시가 쓴 <틈새 경제>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틈새 시간 활용법과 이를 노린 비즈니스 전략을 정리한 책이다. 틈새 경제는 모바일 사용자들의 자투리 시간, 즉 틈새 시간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 또는 아이템을 일컫는다. 저자는 틈새 경제가 발생하는 공간으로 직장, 출퇴근길, 대기실, 인터넷이 연결된 거실, 이렇게 4가지 공간에 주목한다.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업무 외 용도로 모바일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로는 점심시간이나 휴식 시간에 다 같이 동영상을 보면서 수다를 떠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예전에는 그 전날 방영된 인기 드라마나 스포츠 경기를 보지 못하면 동료들의 수다에 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주요 장면 클립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화제를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다. 업무에 집중이 잘 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상사에게 들키지 않는 채팅 프로그램 등도 직장인 수요가 상당한 틈새시장이다. 


오늘날 출퇴근길에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지금은 대부분의 출퇴근족들이 출퇴근을 할 때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팟캐스트를 듣는다. 팟캐스트는 사용자가 관심 있는 주제, 사용자가 원하는 채널이 수천, 수만 개 이상 존재한다는 점에서 라디오, 텔레비전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조사에 따르면 출퇴근족들이 출퇴근할 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활동은 사랑하는 이들과 안부를 묻는 일이다. 연인이나 가족, 친구와 짧은 통화를 하거나 SNS 등으로 소식을 공유하는 일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 밖에도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업무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가 앞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예측한다. 


병원이나 은행, 공공기관에서 대기를 하는 시간은 보통 '버리는 시간'으로 여겨졌다. 요즘은 다르다.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대기 시간에 주로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때 하는 게임은 몇 시간에 걸쳐서 하는 콘솔 게임이 아니다. 짧게는 몇십 초, 길게는 몇 분 동안 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의 보급을 비롯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발전과 이로 인한 일상생활의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모바일 미디어 및 디지털 산업에 관한 인사이트를 얻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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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의 목욕탕과 술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우오노메 산타 그림, 서현아 옮김 / 애니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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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 구스미 마사유키의 동명 에세이를 만화화한 책이다. 제목이 같아서 내용도 같을 줄 알았는데(실은 그래서 안 읽으려고 했는데) 화자도 내용도 일부 다르다(읽기를 잘 했다). 


주인공은 광고 회사 영업사원 우쓰미 다카유키. 상사의 압박과 거래처의 냉대에 시달리며 근근이 살아가는 평범한 샐러리맨이다. 그런 우쓰미의 삶의 낙은 영업을 빌미로 외근을 나와 처음 가본 동네의 처음 본 대중목욕탕에서 피로를 푸는 것(a.k.a. 땡땡이). 시원하게 목욕을 한 다음 인근 맛집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켜고 꿀보다 맛있는 안주를 먹다 보면 어느덧 하루가 저문다(그리고 상사에게 전화가 온다. "지금 어디야!!!").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좋아하는 무언가를 포상으로 제공하는 내용이라는 점은 <고독한 미식가>와 동일하다. 그 '무언가'가 목욕과 (이노가시라 고로는 즐기지 않는) 술과 안주라는 점은 구별된다. 이노가시라 고로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상사에게 '쪼일' 걱정이 없는 반면, 우쓰미 다카유키는 샐러리맨이기 때문에 시종일관 상사에게 쪼이거나 쪼일 걱정에 시달린다는 점도 다르다. 


직장인이라면 우쓰미 다카유키 쪽이 훨씬 공감되고, 상사가 뭐라든 실적이 어떻든 땡땡이부터 치고 본다는 점에서 부러울 듯(나는 왜 이런 담력이 없을까) ㅎㅎㅎ <고독한 미식가>와 마찬가지로 TV 도쿄에서 드라마화했다고 하니 언제 한 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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