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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연대기 -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
대니얼 리버먼 지음, 김명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인간은 왜 아플까. 인간은 왜 병이 들까. 하버드대학교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 대니얼 리버먼이 쓴 <우리 몸 연대기>는 이제 그 답을 의학이 아니라 진화인류학에서 찾아야 한다고 설명하는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인간을 괴롭히는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아니라 인간 종이 병에 걸리는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왜 인간은 당뇨병에 걸릴까? 의학에 따르면 당뇨병은 몸의 세포들이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을 때 생긴다. 인슐린은 혈류에서 당을 꺼내 지방으로 저장하는 호르몬이다. 그런데 세포들이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으면 혈당 수치가 높아지고 당뇨병에 걸린다. 그렇다면 왜 다른 영장류에게는 생기지 않는 당뇨병이 인간에게만 생길까? 진화인류학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현대의 식생활과 활동 부족에 잘 대처하도록 적응되지 못했다.
인간의 몸은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고 끼니를 자주 걸렀던 과거를 기억한다. 그렇기 때문에 먹을 것을 보면 먹게 되고, 먹은 것은 몸에 저장한다. 인간 몸의 역사를 이해하면 당뇨병 외에도 비만, 심장병, 뇌졸중, 암, 당뇨병, 골다공증, 알레르기, 천식, 근시, 불면증, 매복 사랑니, 평발 등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이들을 '불일치 질환'이라고 부른다. 불일치 질환이란 현대의 특정 행동과 조건에 충분히 적응되어 있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적응되어 있는 구석기의 몸이 일으키는 질병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예가 매복 사랑니다. 구석기 시대에는 날고기를 뜯어서 씹어야 했기 때문에 이가 튼튼하고 강해야 했고 어금니의 사용 빈도가 높았다. 요즘은 고기를 익혀서 먹는 경우가 많고, 밥, 면, 빵 등 부드러운 음식이 주식이다 보니 강한 힘으로 씹는 일이 많지 않다. 이로 인해 턱이 작아지고 좁아지면서 사랑니가 비뚤게 나고 각종 통증과 질환을 야기한다.
과체중, 비만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몸은 들어온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향으로 적응되어 있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은 에너지 과잉이 아니라 마른 사람과 똑같이 에너지 균형인 상태다. 그러므로 살을 빼겠다고 음식을 덜먹거나 운동을 하면 쓰는 양보다 적은 열량을 섭취하는 셈이니 배가 고프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평소보다 더 먹고 싶고 덜 움직이려 하는 건 본능적인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을 빼고 싶고 건강을 되찾고 싶다면 습관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저자는 가능한 한 현대에 새로 만들어진 음식이 아닌 구석기 시대부터 먹었을 법한 음식을 먹으라고 충고한다. 과일 맛 과자보다는 과일을 먹는 편이 낫고, 과일도 개량을 통해 단맛이 강해진 과일보다는 개량을 하지 않은 듯한, 시거나 쓴맛의 과일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