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편 3
CLAMP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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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만화 <카드캡터 사쿠라>가 새로운 시리즈로 돌아왔다. 토모에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된 사쿠라는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바쁘지만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투명한 카드가 공중에 떠있다 깨지는 꿈을 꾼 사쿠라는 카드북에 잘 간직해 두었던 카드가 전부 투명한 상태로 변해 있는 걸 발견한다. 이건 대체 누구의 짓일까. 투명한 카드는 기존 카드와 무엇이 다른 걸까. 


<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 제3권에서 사쿠라는 시노모토 아키호라는 새 친구의 집으로 놀러 간다. 놀랍게도 아키호가 살고 있는 집은 히이라기자와 에리얼이 살았던 집이다. 뿐만 아니라 아키호의 집에는 유나 D 카이토라는 이름의 미소년 집사와 어마어마한 양의 책이 보관된 도서관이 있다. 아키호는 자신의 일족 모두가 책을 좋아하는 애서가이며 자신도 책을 무척 좋아해서 '꼭 갖고 싶은 책'을 가지기 위해 일본에 왔다고 말한다. 과연 아키호가 꼭 갖고 싶다는 그 책의 정체는 무엇일까. 


사쿠라와 샤오랑의 가슴 설레는 첫 데이트 에피소드도 나온다. 애니메이션과 달리 원작 만화에서 사쿠라와 샤오랑이 첫 데이트 장소로 고른 곳은 수족관이 아니라 식물원이다. 토모에다 식물원으로 향한 사쿠라와 샤오랑은 꽃구경도 하고 사쿠라가 직접 만든 도시락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사쿠라가 계란말이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안다면 샤오랑이 엄청 감동할 텐데 ㅠㅠ). 


지난 일요일에 <카드캡터 사쿠라 클리어카드> 애니메이션 방영이 끝나서 서운했는데 이렇게 만화로 여운을 곱씹을 수 있어서 그나마 위로가 된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같지만 세부 내용이 조금씩 달라서 차이점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전 작화와는 다소 다르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환상적인 작화를 감상하는 기쁨도 상당하다. 어서 4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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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시간여행 -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베를린까지 횡단 열차에 탄 사람들
박흥수 지음 / 후마니타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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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입했을 때만 해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려면 비행기를 타고 중국이나 러시아로 가야만 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잘하면 조만간 서울역에서 기차 타고 평양을 지나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모스크바를 거쳐 베를린, 파리, 런던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수 년 안에. 어쩌면 내년이라도. 


이 책의 저자 박흥수는 현직 철도기관사이다. 철도를 사랑해서 철도를 업(業)으로 삼은 성공한 덕후인 저자는 틈날 때마다 국내외의 기차를 타보고 철도를 답사한다. 그런 저자에게도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감히 도전할 수 없는 로망이었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었다. 양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비행기로 이동해서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베를린까지 가는 18박 19일의 일정은 체력적, 정신적으로 무리가 있어 보였다. 치밀한 준비 끝에 마침내 여행에 도전한 저자는 상상하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들을 많이 했다.


가장 특별한 경험은 북한 사람들과 만난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처음 열차에 탔을 때 저자는 객실 안에 북한 노동자 24명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놀란 건 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서로 멀뚱멀뚱 눈만 쳐다보다가 음식을 나눠먹고 대화를 섞으면서 금세 친해졌다. 나중에는 형님, 동생하고, 물건을 교환하거나 선물을 나누기도 했다. 


외국인이 다수인 외국 땅에서 우리 말이 통하는 우리 동포를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비록 정치적 상황과 사상의 차이 때문에 서로 완전히 마음을 터놓고 사귈 수는 없었지만, 고국에선 결코 해볼 수 없는 경험을 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의미 있는 추억으로 남지 않았을까. 일생에 단 한 번은 시베리아 기차여행을 해보고 싶은 나에게도 이 책은 큰 자극을 주었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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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 서울편 1 -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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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전 4권을 읽으며 좋았던 점 하나는 저자 유홍준의 식견과 문장을 통해 일본의 고도(古都) 교토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또한 부러운 점이기도 했다. 외국의 옛 수도인 교토에 관해 이 정도의 '썰'을 풀 수 있는 분이라면 우리나라의 현재 수도 서울에 관해서는 얼마나 풍성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기대 섞인 소망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전 2권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서울 토박이 집안에서 태어나 종로구 일대에서 자랐다. 그만큼 어떤 도시, 어떤 지역보다도 아는 것이 많고 가지고 있는 추억도 많다. 1권에 나오는 종묘, 창덕궁, 창덕궁 후원, 창경궁, 2권에 나오는 서울 한양도성, 자문밖, 덕수궁, 동관왕묘, 성균관 모두 저자의 개인적 체험과 깊은 관련이 있는 공간들이다. 덕분에 한국인이라면 국사 시간에 배워서 누구나 알고 있는 서울의 역사, 서울의 문화, 서울의 유적 이야기가 훨씬 친근하고 재미있게 읽힌다. 


이 책에는 故 노무현 대통령에 얽힌 일화도 여러 번 나온다. 참여 정부 당시 문화재청장을 역임했던 저자는 어느 일요일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북악산에 올랐다. 정상에 오르고 하산하는 길에 노 대통령이 저자에게 말했다. "유 청장님은 언론에서 지면을 얻어낼 수 있죠? 어느 신문에든 이 좋은 산을 대통령이 독차지하면 되냐고 호되게 비판하는 글을 좀 기고해 주십시오." 이후 저자는 북악산 개방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고, 정부 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저항에 부딪히자 서울성곽을 개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조선시대 고궁을 다룬 1권보다는 한양도성과 자문밖, 동관왕묘, 성균관 등을 다룬 2권이 내용이 훨씬 풍성하고 다채롭다. 지금도 옛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세검정과 홍제천, 부암동 부근의 역사와 문화, 동관왕묘의 관왕이 삼국지의 관우라는 사실도 새롭다. 지금의 성균관 대학교 자리에 위치했던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가을날 성균관 대학교의 은행잎 지는 풍경은 저자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보러 갈 만큼 장관이라는데 정말 그렇게 장관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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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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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인류학자 김현경의 저서 <사람, 장소, 환대>에 따르면 사람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자격이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리/장소가 필요하고, 사람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즉 환대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러한 개념 정의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마땅히 제공되어야 할 자리/장소를 제공받지 못한 존재들을 하나씩 거명한다. 


그중에는 여성도 있다. 가부장제가 여전히 만연해 있는 한국 사회 내에서 여성은 독립적으로 자기만의 자리/장소를 가지지 못하며, 오로지 아버지의 딸, 남편의 아내, 아들의 어머니로서만 존재한다. 여성이 자기만의 자리/장소를 가지지 못하는 것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억압, 남편의 통제, 아들의 부양에서 벗어난 여성은 제아무리 자기 힘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노는 여자, 난잡한 여자, 불쌍한 여자 취급을 받는다. 


"가부장 제도 하에서 여성은 사회 안에 어떤 적법한 자리도 가지고 있지 않다. 여성은 단지 스스로를 비가시화한다는 조건으로, 물리적인 의미에서 사회 안에 머무르는 것을 허락받고 있을 뿐이다." (78쪽)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의 지배에 굴복해 노예가 되거나, 남성의 지배에서 벗어난 아웃카스트가 될 수 있을 뿐이다. 노예가 된다는 것은 주인의 소유물(物)이 된다는 것이다. 노예는 자신의 이름을 가지지 못한다. 호주제가 철폐된 지금도 아버지의 성씨를 따르는 자식이 어머니의 성씨를 따르는 자식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 - 또는 (<82년생 김지영>이 지적한 것처럼) 갓 태어난 아이의 성씨를 정할 때 어머니의 성씨를 택할 수 있음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버지의 성씨를 택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부부 사이에서, 가정 내에서, 사회 내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열등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페미니스트들은 남성에게 복종하고 길들여진 노예가 되느니 남성에게 저항하고 자기만의 살 길을 찾는 아웃카스트가 되는 편을 택한다. 이런 여성들에게 남성(및 페미니스트가 아닌 일부 여성)들은 '더러운 년'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더럽다'는 수식어 또한 지배 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표현이다. 지배 계급에게 있어 더럽다는 것은 깨끗하지 않다, 정결하지 않다, 신성하지 않다는 뜻이다. 지배 계급은 자신들을 더럽지 않은, 정결하고 신성한 존재로 여기기 때문에 자신들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거나 벗어나려고 하는 이들을 더럽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더러운 년'이라는 비난을 명예 또는 훈장처럼 여긴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환대는 여전히 조건적이다.


여성은 어디서나 모욕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으며, 멋진 옷과 가방도, 자격증도, 명패와 직함도 완전한 보호막이 되어주지 못한다. 여성은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이등시민이다. 흑인 변호사나 흑인 교수 심지어 흑인 대통령의 존재가 전체 흑인의 지위를 판단하는 데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듯이, 몇몇 성공한 여성이 있다고 해서 이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성은 자리를 위한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 환대의 권리 - 환대 받을 권리와 환대할 권리 -는 그러므로 당분간 우리의 어젠다를 구성할 것이다. (294쪽) 


부모들은 재산을 직접 물려주는 대신에, 자녀의 몸에 그것을 투자하고 그 몸을 물려주기로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아이들은 상속자이면서 동시에 투자 대상, 즉 재산 자체가 된다. (중략) 상속이 특정한 시점이 아니라 양육 기간 전체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족은 만성적인 갈등상태에 놓인다. 부모의 상속 프로젝트에 동의하지만, 물건 취급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아이들, 재산관리인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엄마, 가장이면서도 이 프로젝트에서 소외되어 있다고 느끼는 아빠가 갈등의 세 주역이다. (187쪽) 


그렇다면 적(敵)을 환대하는 것은 가능할까. 저자에 따르면 사회란 본디 절대적 환대를 통해 성립된다. 어떤 사람은 환대 받고 어떤 사람은 환대 받지 못하는 기준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환대를 제공할 지위 또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오용 또는 남용하고 있을 뿐이다. 가족 내에 권력의 차등이 존재하지 않고, 국가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이라면, 가장이 다른 가족 구성원들보다 우위에 있고 국가가 국민과 외국인을 차별하는(또는 국민이 외국인을 차별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환대하거나 또는 환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곧 권력이라는 사실은 일부 정치인 또는 연예인이 봉사 활동을 하는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 동료에게 '봉사'하지 않는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돈이나 선물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웬만해선 가까이 다가가 끌어안지 않고, 몸을 씻겨주지도 않는다. 봉사를 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봉사를 하지 않아도 별다른 비난을 받지 않지만, 봉사 받을 입장에 있는 사람이 봉사 받을 것을 거부할 경우 무례하거나 주제넘는다는 비난을 받는다. 


페미니즘도 마찬가지다. 남성은 페미니즘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거부해도 별다른 사회적 제재를 받지 않지만, 여성은 페미니즘을 연상시키는 사진을 찍거나 SNS 글을 리트윗하기만 해도 악플 세례를 받거나 직장에서 해고된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 장소와 환대라면, 한국 사회는 장소도 환대도 제공하지 않은 채 여성이 사람 되길 바라는(혹은 바라지 않는) 무정하고 부당한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 버티고 있는 모든 약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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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
제프리 클루거 지음, 제효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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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리. 지구가 정말 작게 보여." 

"그렇죠. 앞으로 더 작아질 거예요." (343쪽) 



한 번의 성공이 있기까지 수백, 수천 번의 도전과 실패가 있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잊거나 간과한다. <인류의 가장 위대한 모험 아폴로 8>은 그런 사람들의 머릿속에 경종을 울릴 만한 책이다. 이 책은 1969년 3명의 우주인을 태운 아폴로 11호가 미국 최초로 달에 착륙하기 이전에 달 궤도를 돌며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대비한 임무를 수행했던 아폴로 8호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폴로 11호가 달 궤도에 진입하기 이전에 기술적 문제와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은 아폴로 11호의 성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아폴로 1호는 발사 테스트 중에 우주선 화재로 우주인 3명이 사망하는 사고를 겪었다. 아폴로 5호는 로켓이 추락했고, 아폴로 6호의 로켓도 엔진 이상을 보였다. 미소 냉전이 절정에 달했던 시대였으므로 기술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프로젝트가 난항을 겪거나 아예 없어질 위기에 처했던 적도 있었다. 아폴로 8호는 바로 이런 악재 속에서 달 궤도 진입이라는 무거운 임무를 지고 우주로 떠났다. 


아폴로 11호의 우주 비행사이자 인류 최초로 달의 표면을 밟은 닐 암스트롱의 이름은 알아도 아폴로 8호에 탑승했던 우주 비행사의 이름을 아는 이름은 적을 것이다. 아폴로 8호에 탑승해 인류 최초로 달 궤도에 진입한 이들은 모두 세 명이다. 프랭크 보먼, 제임스 러벨 주니어, 윌리엄 앤더스. 이 책은 마치 소설처럼 세 명의 우주 비행사가 아폴로 8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사정과 아폴로 8호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 그 이후의 삶 등을 자세하게 그린다. 


아폴로 8호의 여정은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덕분에 아폴로 8호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들은 전 지구인을 위해 우주선 창밖으로 보이는 달과 지구의 모습을 '최대한 시적으로' 설명하는 역할도 맡았다. 보먼과 러벨, 앤더스는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수차례 월면도와 달 지형도를 공부했지만 막상 육안으로 달의 표면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는 '거대한 우주에 떠 있는 위대한 오아시스'처럼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 아시아, 심지어는 냉전 중인 소련까지도 아폴로 8호의 방송을 시청했고 아폴로 8호가 보내는 소식에 열광했지만, 이들의 방송을 결코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아폴로 8호에 탑승한 우주 비행사들의 가족들이다. 보먼과 러벨, 앤더스의 가족들은 아폴로 8호가 달 궤도에 진입했을 때가 아니라 아폴로 8호가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을 때 비로소 마음 편히 아폴로 8호의 성공을 축하하고 기뻐할 수 있었다. 아폴로 8호가 우주를 비행하는 내내 마음 졸였던 가족들의 모습도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지금이야 인류가 달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폴로 8호 프로젝트가 준비 중이던 당시만 해도 인류가 달에 간다는 발상 자체가 무모하고 허황된 것으로 여겨졌다. 보먼과 러벨, 앤더스는 죽음을 각오하고 아폴로 8호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지구로 귀환하는 순간까지 조금도 마음을 놓지 않았다. 실패가 당연시되고 죽음까지 각오해야 했던 임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결국 훌륭하게 완수해낸 이들의 도전과 헌신이 경이롭고 숭고하게 느껴진다. 아폴로 11호의 성공만큼 아폴로 8호의 성공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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