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이야기 9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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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카오루는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작가다. 대표작 <엠마>를 보면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와 풍습을 충실히 반영할 뿐 아니라, 의상은 물론 건축과 실내 장식, 자잘한 소품까지도 세밀하게 표현하는 등 놀라운 완성도를 보인다. 모리 카오루의 최신작이자 2014년 일본 만화대상 대상 수상작인 <신부 이야기>도 예외는 아니다. 


<신부 이야기>는 19세기 후반의 중앙아시아의 결혼 풍습을 다룬 만화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문화를 다루는 만큼 고증에 신경을 쓴 흔적이 뚜렷하게 보인다. 여인들이 옷이나 모자를 직접 만들고, 공동 화덕에서 각종 문양을 새긴 빵을 굽고,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생활하는 풍습이 자세히 나온다. <신부 이야기>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된다. 


신간 9권의 주인공은 '파리야'다. 선머슴 같고 쑥스러움도 많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순박하고 진실한 파리야에게 혼담이 들어온다. 상대는 얼굴도 잘 생기고 성격도 좋은 우마르. 파리야는 혼인 상대가 우마르라서 몹시 기쁘지만 막상 우마르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도 평소보다 더듬어서 우마르의 오해를 산다(우마르가 없을 때 선머슴 같은 모습과 우마르가 있을 때 수줍어하는 모습의 차이를 보면 오해할 만하다 ^^). 


우마르의 걱정과 달리 파리야는 우마르를 좋아하다 못해 우마르에 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찬 상태다. 각종 문양을 새겨 직접 구운 빵을 우마르한테 잔뜩 전해주지 않나, 우마르가 쓰고 다닐 모자를 만드느라 밤을 꼴딱 새우지 않나, 우마르가 수차를 좋아한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듣고 와서는 어떻게든 우마르와 함께 수차를 보러 가려고 하지 않나. 귀엽다 못해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파리야는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먼 마을까지 가게 된다. 갔다가 돌아오는 데 한나절은 걸리는 먼 거리. 가기 싫은 마음을 억누르며 발을 뗐더니 마을 입구에서 우마르가 파리야를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갈 때는 멀기만 했던 길이 우마르와 함께 가니 어찌나 짧은지. 심지어 두 사람은 길 위에 쓰러져 있는 여인과 아이를 구하느라 시간이 늦어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먼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우마르를 좋아하는 파리야의 마음은 부풀기만 하는데... ^^ 


모리 카오루의 大팬인 동생이 전부터 재미있다고 여러 번 말했던 작품답게 직접 읽어보니 역시 재미있었다. 파리야의 어리숙하지만 순박한 모습이 마음에 쏙 들었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직접 문양을 새긴 빵을 준다든가, 직접 만든 모자를 선물한다든가 하는 풍습도 신기했다. 혼수를 마련하기 위해 신부가 혼인하기 훨씬 전부터 옷이나 이부자리, 소품 등을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놀라웠다(그에 비해 뭐든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요즘이 더 나아진 건지 더 나빠진 건지...). 


<신부 이야기> 9권 초판에는 특별한 선물이 들어있다. 바로 모리 카오루 작가의 러프 스케치 집이다. 러프 스케치 집이란 작가가 평소에 자주 생각하고 스케치 해왔던 실사 그림들을 담고 있는 책자로, 작가의 연습장을 그대로 옮겨왔다고 보면 된다. <엠마>, <셜리>, <신부 이야기> 등을 통해 모리 카오루가 이미 선보인 그림 외에도 다양한 인물과 의상을 볼 수 있어서 모리 카오루의 팬은 물론, 만화를 좋아하는 분들과 그림을 연습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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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고양이 2
네코마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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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고양이>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부부 '네코마키'는 그림도 귀엽게 잘 그리지만 이야기도 잘 짓는다. 네코마키의 최신간 <동물원 고양이> 2권을 읽으면서 절실하게 느꼈다. 


이곳은 시영 '토쿠가와 히가시 동물원'. 직원 대신 고양이 두 마리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배웅해주는 특이한 동물원이다. 직원들이 고양이 두 마리조차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동물원은 직원들이 동물을 철저히 격리시키지 않고 자유롭게 내버려 두기 때문에 동물원을 찾은 손님들이 동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고 직접 만질 수도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시민들의 클레임 전화가 걸려오고, 시장은 고민 끝에 새로운 원장을 임명한다. 새 원장의 이름은 칸다 아이코. 동물들이 원내를 제멋대로 활보하는 바람에 손님들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파악한 칸다는 이전 원장과 부원장을 직원급으로 강등하고, 동물들이 사육장에서 탈주하는 일이 절대 생기지 않도록 직원들을 철저히 단속한다. 원내는 순식간에 엄숙하고 살벌한 분위기로 바뀐다. 


하지만 새 원장에게 의외의 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원장이 엄청난 고양이 덕후, 즉 '냥덕'이라는 것이다. 책상 주변을 고양이 관련 문구로 꾸미는 것은 물론, 고양이 신발, 고양이 우산을 애용하는 원장은 이 동물원의 마스코트인 고양이 '원장'과 '부원장'에게 푹 빠지고, 조금식 조금씩 고양이가 아닌 다른 동물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원장이 특별히 애정하는 동물은 일본원숭이 스모모다. 원장은 처음에 탈주 상습범인 스모모를 탐탁지 않게 여기지만, 스모모가 어릴 적 인간에게 붙잡혀 부모와 강제로 헤어졌으며 이후로 깊은 인간 불신에 빠져 반항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스모모를 이해하게 된다. 그날 이후로 원장과 스모모는 러브러브♡ 덕분에 나까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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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그대에게 2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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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의 원작자 오이마 요시토키의 최신작 <불멸의 그대에게> 2권이 출간되었다. 1권만 읽어서는 무슨 내용이고 어떤 식으로 전개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는데, 2권을 읽으니 비로소 감이 잡힌다. 간단히 말해, 자극으로 인해 정보를 획득하는 불사의 존재, 즉 '불사'가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며 획득하게 된 존재의 모습으로 화(化) 하면서 점점 더 강해지는 이야기인 듯하다. 


이야기는 '나'로 지칭되는 존재에 의해 지상에 구체가 던져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구체는 돌, 이끼, 그리고 늑대로 변하면서 불사의 존재가 되고, 가장 최근에는 외로운 소년의 모습을 획득했다. 불사는 니난나 지역의 안녕과 번영을 내려주는 신 '오니구마'에게 바쳐질 제물로 선택된 니난나 인 소녀 '마치'를 만난다. 제물이 된 마치가 죽기 직전에 마치의 언니뻘인 존재 '파로나'가 나타나 마치를 구출하고, 마치와 파로나, 늑대의 모습을 한 구체는 야노메를 향해 떠난다. 야노메에 도착한 마치와 파로나는 야노메인들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알고 보니 야노메인들이 마치와 파로마를 극진하게 대접한 것은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계략이었고, 진짜 목적은 오니구마를 물리치고 마치를 지킨 소년, 즉 구체를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임이 드러난다. 소년이 칼로 찌르거나 활을 쏘아도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임을 알게 된 야노메인들은 소년을 잡아두기 위한 미끼로 마치와 파로나를 이용한다. 


불사도 불사지만, 불사를 따라서 야노메까지 온 마치와 파로나의 이야기가 나를 울렸다. 파로나가 언니라면 마치는 여동생. 세상에 대한 의심이나 불안 따위는 한 점도 가지고 있지 않은 순수한 마치를 보면서 파로나는 자신이 마치를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로나에게도 언젠가 자신을 지켜줬던 언니 같은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파로나의 결심이 무색하게도 두 사람은 같이 있을 수 없게 되고, 마치의 영혼은 구체가 획득해 늑대 또는 소년의 영혼과 함께 불사의 존재가 된다. 


가장 약하고 여린 존재의 영혼만을 획득하고 또 획득해서 가장 강하고 단단한 존재가 되어가는 불사를 보며 연대(連帶)의 힘을 떠올린 것은 지나칠까. 슬픔과 외로움이 또 다른 슬픔과 외로움을 만나 불멸의 힘을 얻게 되는 이야기ㅡ. 이 이야기의 다음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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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쇼 소녀 전래동화 1
키리오카 사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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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빚 때문에 곤경에 처한 부모가 딸을 팔기도 했다. 키리오카 사나의 <다이쇼 소녀 전래동화>는 바로 그런 시대가 배경이지만, 만화의 내용이나 분위기는 밝고 따뜻하다. 때는 다이쇼 10년(1921). 부유한 가문에서 애정 외엔 아무 부족함 없이 자란 타마히코는 교통사고를 당해 어머니를 잃고 오른손을 못 쓰게 된다. 


집안에서는 타마히코를 위로하기는커녕 시골에 있는 별장으로 쫓아내 혼자서 요양하는 신세로 만든다. 타마히코의 아버지는 급기야 타마히코를 가리켜 무용지물이라고 하고, 형제들의 장래에 방해가 된다며 멀쩡히 살아있는 타마히코를 죽은 사람 취급한다(불쌍한 타마히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타마히코는 살아갈 의욕을 잃고, 염세주의에 젖어 죽을 날만을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타마히코에게 아리따운 소녀가 찾아온다. 소녀의 이름은 유즈키. 부모가 타마히코의 아버지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여학교를 그만두고 타마히코의 신붓감으로 팔려 왔다. 열네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신붓감으로 팔려왔으면 신세를 한탄할 법한데도 유즈키는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타마히코를 극진히 보살핀다. 음식도 빨래도 청소도 잘 하는 유즈키 덕분에 집안은 사람 사는 꼴을 갖추고, 타마히코 역시 웃는 날이 많아진다(나도 이런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 시니컬한 태도를 보일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유즈키가 타마히코를 따뜻한 손으로 붙잡아준다. 


1권에서 최대 위기는 타마히코의 여동생 타마코의 등장이다. 유즈키보다 두 살 어리지만 키도 크고 어른스러운 타마코는 첫 만남부터 유즈키를 무시하고 오빠인 타마히코에게도 버릇없이 군다. 타마히코의 아버지를 보면 타마히코의 형제들 모두 성격이 더러울 것 같고 사이도 좋지 않은 듯하다(불쌍한 타마히코222).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타마코는 유즈키의 인품에 반하고 두 사람의 강력한 아군이 된다. 다음 권부터 타마히코의 가족이 차례로 등장해 두 사람을 괴롭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ㅎㅎ 


유즈키가 이렇게 귀여운데 나라도 반할 듯 ㅎㅎ 그림이 귀여워서 보고만 있어도 눈이 환해지고, 내용이 따뜻해서 읽는 내내 힐링되는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대된다. 일본에서 현재 4권까지 나왔으니 빠른 속도로 정발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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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의 소중한 이야기 2
로비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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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는 이성애를 주로 그리는데도 정작 이성 간의 차이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다. 이런 아쉬움을 한 번이라도 느낀 적이 있다면 <옆자리 괴물 군>으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 로비코의 신작<나와 너의 소중한 이야기>를 읽어보길 권한다. 


주인공은 고교 2학년 아이자와 노조미. 상당한 미인이지만(젊은 시절의 미야자와 리에 또는 키타가와 케이코를 닮았다) 본인은 자각이 없다. 자신에게 대시하는 남자를 기다리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에게 대시하기를 원하는 당찬 성격이기도 하다. 그런 아이자와가 짝사랑하는 상대는 같은 학년 남학생 아즈마 시로. <사카모토입니다만>의 주인공 사카모토를 닮았다. 단정한 외모만 보면 성적이 우수하고 매너도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낙제점을 받기 일쑤이고 (그런 주제에) 입만 열면 괴상한 논리를 끝없이 펼치는 설명충. 게다가 여자한테 맨스플레인 작렬하는 최악(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아이자와에 비하면 한참 떨어지는 수준)의 남자다. 


아이자와는 용기를 내어 아즈마에게 고백을 하지만, 아즈마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아이자와의 고백을 거절한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대화를 시도하는 아이자와 덕분에 둘 사이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마침내 점심시간에 학교 안뜰에서 같이 밥을 먹는 사이가 된다. 당연히 친구들은 전교에서 유명한 미인인 아이자와가 재수 없기로 소문난 아즈마와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고 한다. 아이자와를 처음 본 순간 예쁘장한 외모에 반해버려서 아이자와가 아즈마를 왜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둘 사이를 방해하는 친구들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특히 아이자와를 '노조밍'이라고 부르며 특별히 아끼는 하마링의 마음에 깊이 공감했다. 나라도 아이자와 같은 친구가 아즈마 같은 놈을 좋아하면 가만두지 않을지도. 조금씩 가까워지는 아이자와와 아즈마, 두 사람을 방해하는 친구들 간의 트러블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들이 연애에 대해 갑론을박을 펼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논쟁은 이것이다. 데이트 중에 여친이 "예쁜 경체를 보고 싶어"라고 해서 서프라이즈로 산에 데려갔더니 여친이 엄청 불만을 늘어놓고서는 찼다. 남친의 무엇이 문제였을까? 정답은 '여친에게 먼저 물어보지 않은 것'이다. 여친이 예쁜 경치를 보고 싶다고 했을 때 남친은 "예쁜 경치 = 산"이라고 제멋대로 생각하지 말고 여친에게 먼저 물어봐야 했다. 정보도 없이 다짜고짜 남친이 끌고 가는 데로 가는 건 여자에게 고역이라고. 특히 아즈마 같은 남자가 자신의 영역 안에서 이리저리 끌고 다니고, 급기야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지식까지 뽐내는 건 데이트가 아니라 자위라는 말에 깊이 공감했다(끄덕끄덕). 


문제는 당사자이자 논쟁의 원흉(?)인 아이자와는 아즈마가 어디로 데려가든 따라갈 게 분명하다는 것. 아즈마와 함께 보충수업을 받을 수만 있다면 낙제점을 받는 수모도 감수하겠다는 아이자와를 보며, 사랑에 빠진 여자한테는 연애의 기술 따위 상관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끄덕끄덕). 어디로 데려가든 따라가고 싶을 때는 사랑, 그렇지 않을 때는 사랑이 아닌 것... 이랄까. 뭔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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