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 우리 모두의 진짜 자존감을 찾는 심리학 공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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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뭔지도 모르면서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쉽게 사용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으니, 자존감이란 단순히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마음까지 포함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옆에서 사람이 아파서 죽어가는데도 "나는 괜찮아.", "나는 나를 사랑해." 이런 말을 되뇌는 사람이 건강한 자존감의 소유자일 리가 없다.


저자는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에서 자존감 쌓기가 마치 학벌이나 연봉 같은 스펙 쌓기 경쟁처럼 변질된 것 같다고 진단한다. 자존감을 쌓기 위해 힐링이나 치유 같은 단어가 들어간 책을 읽고, 요가나 명상, 드로잉 같은 활동을 해보지만, 그런다고 없던 자존감이 생겨나거나 회복될 순 없다. 자존감이란 원래 자기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존감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수록 가짜 자존감이 판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문제에만 골몰하는 이기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타인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자신을 방어하려 드는 사람들이 늘 것이다. 너는 틀리고 나만 옳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이 늘어나는 사회라니 무섭고 끔찍하다. 어쩌면 이미 그런 사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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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환 시대의 한국 외교 - 포스트 팍스 아메리카나와 우리의 미래
이백순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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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 시절 국제정치학을 배울 때만 해도 미국 주도의 국제 정세가 한동안 지속될 거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당시에도 중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었지만, 중국이 아무리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하고 하드파워를 키워도 외교, 안보 상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우위를 차지하며 문화, 예술 분야의 소프트파워를 이길 수 없다는 분석이 대다수였다. 이백순 대사의 책 <대변환 시대의 한국 외교>를 읽으니 그동안 국제 정치의 흐름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퇴조가 두드러지며, 이로 인해 국제 역학 관계가 크게 바뀌었으니 한국의 외교, 안보 전략도 수정, 보완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한국은 미국, 중국과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큰 관련을 맺고 있는 나라이므로 그 어떤 문제보다 이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책에서 '팍스 아메리카나'의 퇴조를 설명한다. 팍스 아메리카나란 과거 로마 제국이 전 세계를 호령하던 '팍스 로마나' 시대처럼, 현재 미국이 전 세계의 군사 안보 및 경제 질서까지 좌우하고 있음을 일컫는 국제정치 용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과 소련이 세계 패권을 양분했고, 소련 붕괴 이후에는 미국이 유일한 패권 국가로서 세계 질서를 주도해 왔다. 현재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약화로 인해 미국과 중국이 또다시 세계 질서를 양분하는 체제로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의 부상은 그렇다 쳐도, 미국의 상대적 약화는 어떻게 해서 일어난 현상일까. 국제정치학에서는 패권국이 패권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그동안 미국은 패권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우방국에 군대를 파견하고 재정 적자를 감수하는 등 적지 않은 비용을 치러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은 전 세계에 파견한 미군의 규모를 축소하고 무역 적자를 줄이는 등 패권국이라는 지위에 어울리지 않은 행보를 보였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미국이 패권을 잃고 다른 국가가 패권을 차지할 것이 뻔한데, 현재로서는 유럽의 재부상을 기대하기 힘드니 중국이 가장 강력한 후임자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위기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원칙이란 기존의 동맹인 미국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전략적 판단과 우리 자체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일컫는다. 국제정치에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국가의 생존이라는 외교 및 군사의 일차 목표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국가의 군사 안보 능력을 키우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또한 한국의 외교, 안보 역량의 대부분이 북한에서 오는 도전에 대응하는 데 소모되는 바람에 그 외의 분야에는 역량을 쏟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국제정치학 전공자로서 저자의 지적에 크게 공감한다. 한국에도 우수한 외교, 안보 인재가 많은데 대부분이 특정 분야의 전문가, 연구자로 육성되지 못하고 공직이나 언론 등의 분야로 유출된다. 이 밖에도 깊이 새겨들을 만한 현직 외교관의 귀한 조언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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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 인문학의 첫걸음 <천자문>을 읽는다
윤선영 편역 / 홍익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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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 공부를 해보는 건 어떨까.'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한 건, 얼마 전 <여자 둘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를 쓴 김하나 작가의 SNS에서 동거인인 황선우 작가와 함께 <천자문> 공부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한자문화권이기도 하고, 한자를 배워두면 나중에 혹시라도 중국어를 배울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천자문> 공부를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도 많다고 하셔서 나도 이참에 <천자문> 공부를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맞춤한 책이 나왔다. 단국대학교에서 한문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윤선영의 책 <다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이다. 이 책은 오래전부터 유소년들의 한자 학습과 쓰기 연습에 교본으로 사용되었던 <천자문>을 주로 다룬다. <천자문>에 담긴 1000개의 한자를 한 자 한 자 차분히 소개하고, 각각의 문장과 구절이 의미하는 바를 상세하게 해설해, 예부터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인간의 도리와 인생의 섭리, 우주의 원리 등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천자문>을 제대로 공부해본 적 없는 사람도 "하늘 천 땅지 검을 현 누를 황" 정도는 외울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하늘 천 땅 지"에서 하늘[天]은 포괄적인 자연 운행을 의미하고, 땅[地]은 인간이 거주하는 환경을 뜻한다. "검을 현 누를 황"에서 검다[黑]는 것은 우주에서 본 검은 하늘을 의미하고, 누렇다[黃]는 것은 습기를 머금은 촉촉한 진흙으로 된 땅을 뜻한다. 이를 종합적으로 풀이하면 하늘과 땅, 양과 음이 조화된 세계를 의미하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천자문>의 원문을 최대한 충실하게 다루면서 <주역>, <중용> 등 관련된 중국의 유명 고전들도 함께 다룬다. 현재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배경지식도 많이 있다. 중국을 다른 말로 '중화(中華)'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화(華)'는 중국의 황하(黃河) 유역 일대의 중원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화하(華夏)'에서 비롯된 말이다. 또한 중국의 다선 명산을 '오악(五嶽)'이라고 부르며, 오악 중 태산을 으뜸으로 친다.


한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과 관련된 고사나 해설도 실려 있다.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를 가리켜 흔히 '배산임수(背山臨水)'라고 한다. 배산임수와 유사한 단어로 '배망면락(背邙面洛)'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동경인 낙양이 망산을 등지고 낙양을 바라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조강지처(糟糠之妻)'에서 '조강(糟糠)'은 술지게미와 겨를 의미한다. 가난해서 쌀조차 구할 수 없을 때 형편없는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고락을 함께한 아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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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영웅 조조 - 책 읽어드립니다, 삼국지에서 유비를 압도한 용병술과 리더십
장야신 지음, 장윤철 편역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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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영웅 하면 유비나 제갈량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만약 당신이 그중 하나라면, 이 책 <삼국지의 영웅 조조>를 읽고 새로운 관점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저자에 따르면 조조는 유비가 갖추지 못한 장점과 미덕들을 두루 지닌 유능한 리더였다. 조조에 대한 평가가 갈리는 이유는 조조를 리더로서의 능력이나 업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이나 선악을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조조의 재능과 업적을 재평가하고 그로부터 배울 것이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이 책에서 발견한 조조의 장점 중 하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간혹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다는 것이다. 조조는 복양의 전투에서 패하고 죽을 위험에 빠졌을 때 낙담하고 군사를 물리기는커녕 자신이 죽었다고 거짓말을 퍼트렸다. 그 결과 자신만만해진 적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고, 조조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최종적으로 승기를 거머쥐었다. 저자는 이렇게 크고 작은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큰 그림을 보면서 승리를 도모한 점이 조조의 미덕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조조의 또 다른 장점은 인재를 등용할 때 인맥이나 의리가 아니라 재주나 능력을 중시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혈연이나 지연처럼 개인이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요소 또는 도덕적 품성이나 의리 같은 애매한 요소를 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조조는 출신보다 효율을 중시했고, 품성보다 실력을 더 높이 샀다. 예를 들어 진평이나 소진처럼 집안이 좋지 않고 도덕적으로 많은 흠이 있더라도 일을 잘하면 적극적으로 등용했다. 도덕적 흠결이 있는 사람에게 공직을 맡기는 것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으나, 개인의 출신이나 배경이 아니라 실질적인 일 처리 능력을 눈여겨봤다는 점은 훌륭해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조조의 가장 큰 장점은 호방함과 단호함이다. 조조는 원래 환관 집안의 양아들로, 당시 실질적으로 국가의 최고 권력자였던 동탁의 수하에서 일하다가 동탁이 정치적으로 무능하고 성격이 잔인한 것을 알고 동탁을 암살하려고 했다가 실패해 스스로 세상에 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동탁처럼 무능하고 성격이 좋지 않은 사람을 윗사람으로 모시는 사람은 많이 있다. 하지만 그들 중에 윗사람의 부정을 세상에 알리거나 자기 몸을 던져서까지 단죄할 마음을 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윗사람이 나눠주는 콩고물을 받아먹으면서 사는 편이 훨씬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조조가 달리 보이고, 저자가 조조를 극찬하는 이유를 잘 알겠다. 중국 근현대 문학의 최고 작가로 손꼽히는 루쉰이 조조를 영웅으로 평가한 것도 납득이 된다. 루쉰은 조조를 가리켜 "세상의 어떤 잣대로 평가해도 최소한 영웅"이라고 했다. 언젠가 유비가 아닌 조조를 주인공으로 한 <삼국지>가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그 책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 조조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다 보면 <삼국지>가 달리 보이고 <삼국지>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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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안음 - 외로움.상처.두려움과 당당히 마주하기
타라 브랙 지음, 추선희 옮김 / 불광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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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은 뭘까?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것? 돈을 더 많이 벌지 못한 것? 미국의 저명한 위빠사나 명상가이자 임상심리학자인 타라 브랙의 신간 <끌어안음>에 따르면,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용기"가 없었던 것이라고 한다. 이건 어쩌면 죽음을 앞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타라 브랙은 이 책에서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용기"를 내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치유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에 대한 증오, 실패에 대한 두려움, 지독한 자기 연민, 외로움에 대한 공포 같은 감정들을 해소해야만 자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고, 누구와도 다른 나 자신으로서 세상에 맞설 수 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마음챙김 훈련을 해야 한다.


저자가 개발한 마음챙김 훈련법의 이름은 RAIN이다. 인지하기(Recognize), 인정하기(Allow), 살펴보기(Investigate), 보살피기(Nurture)의 약자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일단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불안한 생각과 죄책감을 인지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호흡하기와 내버려두기를 하면서 불안감이나 죄책감을 판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정해야 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인정한 후에는 감정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믿음을 확인해야 한다. 마음이 불안하다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성공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가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괜찮아. 다 잘 될 거야."같은 말로 마음을 다독인다.


마음챙김이 필요한 상태를 전문 용어로 '트랜스'라고 일컫는다. 트랜스 상태에 있는 사람은 사물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본능이나 무의식에 의해 조종당한다. 가까운 예로, 과자나 초콜릿 같은 당도 높은 간식을 자기도 모르게 마구 먹어치우는 경우, 유명 인사는 물론 주변 사람들의 온갖 사생활에 간섭을 하는 경우,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고 우위에 서고 싶어 하는 경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빠지면 한두 시간은 기본으로 흘려보내는 경우 등이 있다.


트랜스의 반대 상태는 '현존감'이라고 부른다. 현존감은 말 그대로 현재, 현실에 존재하는 감각이다. 현존감을 확보한 사람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이나 마음을 들썩이는 감정에 좌우되지 않고 실제적인 이 순간의 경험에 집중한다. 책에는 트랜스 상태를 줄이고 현존감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명상법과 그 효과에 대해 자세히 나온다. 이 책에 나온 명상법을 꾸준히 훈련하면서 나도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용기"를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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