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의 황태자와 남쪽의 물고기
이마 이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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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보고 십이국기 시리즈가 떠올랐다. <북쪽의 황태자와 남쪽의 물고기>라는 제목도 십이국기 시리즈를 연상케 했다. 이마 이치코의 작품을 전에 본 적도 없고 정보도 없지만 신비롭고도 환상적인 작품을 그리는 분이 아닐까 짐작했다. 짐작대로 작품 분위기가 신비롭고 환상적이지만 어딘가 현실을 떠올리게 만드는 면이 있다. 대놓고 풍자를 하지는 않지만, 다 보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어쩐지 아렸다. 


<북쪽의 황태자와 남쪽의 물고기>는 두 편의 만화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나오는 <선인의 거울>은 미래를 비추는 거울을 지키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들여다보면 괴물로 변한다는 소문이 있는 거울. 그 거울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아버지가 어느 날 끔찍한 죽임을 당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거울을 들여다보는 임무를 지게 된 아들은 자신 또한 괴물로 변할까 두려워 거울 근처에도 가지 않다가 마을의 재앙이 닥치자 임무를 다하기 위해 발을 옮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거울의 비밀과 사람들이 숨기고 있던 진실은 어쩐지 자신의 능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권력자와 외면 너머의 추악한 내면을 보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의 속성을 비추는 듯하다.


표제작 <북쪽의 황태자와 남쪽의 물고기>는 사막에 둘러싸인 왕국 카타나가 배경이다. 대대로 궁중에서 서기로 일하는 가문의 둘째 아들인 안젤은 자신의 출생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되고 뜬금없이 차기 총독 자리에 오르게 된다. 불편한 다리 탓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안젤은 매일 꼼짝없이 침상에 누워 자기 방에 있는 수수께끼의 상자를 바라본다. 상자의 정체는 바로 머나먼 남쪽 섬에서 들여온 ‘물고기’. 사막에 살기 때문에 바다를 헤엄치는 물고기를 본 일이 없는 안젤은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에서 물고기를 떠올리며 용기를 낸다. 안젤에게 절망적이었던 상황이 도리어 전화위복이 된 건 물고기를 생각하며 용기를 낸 그 순간 덕분이다.


<북쪽의 황태자와 남쪽의 물고기>를 읽고 작품 분위기가 워낙 특이해 작가에 대해 알아보니 <백귀야행>이라는 유명한 만화를 그린 작가라고 한다. 만화를 즐겨 보는 편도 아니고 판타지물은 더더욱 취향이 아니지만 <북쪽의 황태자와 남쪽의 물고기>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대표작 <백귀야행>도 궁금하다. 



*** 위 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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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1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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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로 유명한 니노미야 토모코의 신작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가 나왔다. 배경은 도쿄 번화가에 자리한 전당포 쿠라타야. 이 집의 손녀이자 고등학교 2학년인 시노부에게는 할아버지가 멋대로 정한 약혼자가 있다. 그는 바로 어릴 때 쿠라타야에 맡겨진 키타가미 아키사다. 시노부는 준수한 외모와 세련된 매너, 보석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아키사다를 남자로 보지 않고, 아키사다 또한 '좋은 기운이 있는 아이', '지구의 숨결' 운운하며 천부적인 재능으로 보석을 감정하는 시노부를 미덥지 않게 여긴다.  


순진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여자아이와 어딘가 어두운 구석이 있어 보이는 냉미남의 조합은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메와 치아키 센빠이 커플을 연상시킨다. 일반인들에게 낯선 보석에 관한 지식이 만화 곳곳에 나오는 것은 <노다메 칸타빌레>에 클래식에 관한 지식이 나왔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이 만화는 <노다메 칸타빌레>를 배경만 바꾼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그렇지 않은 구석도 있긴 하다. 일단 시노부가 노다메보다 야무지고 똑부러지다. 아키사다를 맹목적으로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그와 대결할 정도다. 감정을 머리로 하는 아키사다와 느낌으로 하는 시노부의 대결이 어떻게 진행될지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아키사다에 얽힌 비밀이다. 아키사다는 원래 명문가 출신인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어릴 때 쿠라타야에 맡겨졌다. 그는 과연 어떤 사정으로 쿠라타야에 맡겨진 것일까. 시노부의 할아버지는 왜 시노부를 키타가미 가(家)의 며느리로 이름을 올리기를 원하는 것일까. 치아키 센빠이가 어릴 적 사고로 인해 비행공포증을 가지게 된 것처럼, 아키사다에게도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가 있는 것일까? 유쾌함 속에 진지함을 녹여내는 작가 니노미야 토모코의 신작 <전당포 시노부의 보석상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 위 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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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X키요 1
오자키 아키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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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키는 171cm이다. 매우 큰 키는 아니지만 키 크다는 소리를 적지 않게 듣고 살았다. 부모님은 키 큰 딸을 자랑스러워하셨고, 학교에서도 키가 커서 불리한 점이 거의 없었다(있다면 앞자리에 못 앉는다는 정도?). 그런데 성인이 되어 남자를 만나고 사회에 나와보니 '키 큰 여자'는 유리한 점이 별로 없다. 일단 남자를 만날 수 있는 폭이 좁다. 남자 상사나 동료 중에는 나 때문에 키가 작아 보이는 게 싫다고 떨어져 있으라는, 농담으로 믿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이힐을 신으면 더 커 보이고 싶냐는 비아냥을 듣고, 플랫슈즈나 운동화를 신으면 성의 없어 보인다는 핀잔을 들었다. 


<하루X키요>의 주인공 미야모토 코하루는 180cm나 되는 큰 키 때문에 키다리, 거인, 괴물 소리를 듣는 여학생이다. 큰 키가 콤플렉스라서 가족 이외의 남자와 제대로 대화해본 적 없는 코하루는 학교 킹카 히가와에게 고백하고 뜻밖에도 사귀게 된다. 하지만 첫사랑이 순조롭게 이어질 리 없다. 괴로워하는 코하루에게 신장 15?cm의 안경남 미네타 키요시로가 다가와 충고를 하고, 그것을 계기로 코하루와 키요시로는 연애인 듯 연애 아닌 연애 같은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키 큰 여자와 키 작은 남자가 커플인 이야기는 나카하라 아야의 <러브 콤플렉스>가 이미 다룬 바 있다. <하루X키요>가 다른 점은 여주인공 코하루의 키가 더 크고(<러브 콤플렉스>의 여주인공의 키는 172cm. 이 정도는 이제 일본에서도 연애를 하기 힘들 정도로 큰 키가 아니다), 남주인공의 캐릭터가 무척 쿨하며(<바라카몬>, <한다 군>의 한다 세이를 연상케도 한다),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원래부터 서로를 의식하던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네거티브계 러브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러브 코미디보다 네거티브계쪽이 더 세서 <러브 콤플렉스>가 풍겼던 달콤 상큼한 분위기는 느끼기 어렵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키보다 성격상의 문제(?)가 더 크다. 코하루는 자존감이 낮고 겁이 많으며, 키요시로는 거만함이 지나쳐 타인과 벽을 쌓고 지낸다. 그런 두 사람이 마치 이인삼각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서로를 보완하고 의지하며 '험난한' 학교생활을 헤쳐나가는 것이야말로 이 만화의 진정한 볼거리가 아닐는지. 코하루가 키요시로와 만나며 자기만의 매력을 찾아가는 모습이 예뻐서 계속 지켜보고 싶다.



*** 위 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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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이지만 어린애는 아냐 1
미나미 카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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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순정만화를 즐겨 보지 않는다. 영화든 드라마든 순정, 연애, 로맨스 같은 단어가 들어있는 것은 좋아하는 남자 배우가 나오면 모를까 잘 보지 않는다. 작품 속 사랑이 현실의 사랑과 다르다는 걸 잘 알기에 굳이 없는 환상을 만들고 싶지 않다.


<미성년이지만 어린애는 아냐>도 제목을 보나 표지를 보나 내가 결코 보지 않았을 장르의 만화다. 미성년은 진작에 지났고, 웨딩드레스도 부케도 버진 로드를 걸을 때 잠깐 누리는 행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다 보고 덮을 때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다음 권이 궁금하다'였다. <미성년이지만 어린애는 아냐>는 없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그저 그런 순정만화가 아니었다.


딸바보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부잣집에서 고생 모르고 자란 카린은 16살 생일에 아버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결혼을 하게 된다. 상대는 다름 아닌 첫사랑 츠루기 선배. 카린은 츠루기 선배도 나를 좋아했다는 말에 마음이 부풀어 결혼을 승낙한다. 하지만 신혼 생활은 첫날부터 호락호락하지 않다.


16살에 첫사랑 선배와 정략결혼한다는 설정만 보면 지극히 만화적이고 비현실적이지만, 고생 모르고 자란 카린이 결혼 첫날부터 '개고생'을 하는 모습은 의외로 현실적이다. 꿈꾸었던 것과 다른 낡고 허름한 집에서 익숙지 않은 살림을 해야 하고, 살림은 살림대로 하면서 일이든 공부든 자기 관리는 자기가 스스로 해야 한다. 게다가 남편은 결혼 전과 다른 얼굴로 나를 대한다. 이거야말로 결혼의 실체가 아닌가.

  

순정 만화가 남자와 결혼에 대한 거짓된 환상을 키우는 줄만 알았는데 <미성년이지만 어린애는 아냐>는 (적어도 1권만 보면) 다르다. 다음 권이 궁금하다.



*** 위 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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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시카시 1
코토야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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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내서 책 읽기가 어려울 만큼 바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자기 전에 책을 펼쳐도 열 쪽을 채 읽기 전에 잠들기 일쑤다. 이럴 때는 가볍게 읽고 시원하게 웃을 수 있는 만화책이 제격이다. 마침 그 만화책이 어릴 적 동네 문방구에서 보았을 법한 불량식품 '막과자(다가시)'를 둘러싼 코미디물이라면 옛 추억을 떠올리며 자연히 힐링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에서 80만 부 넘게 팔린 인기작이자 2016년 1월 현재 TV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 중인(한국은 애니맥스에서 방영) <다가시카시>는 우마이봉, 베이비스타, 라무네 등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일본의 막과자를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다. 

  막과자 가게 '시카다 막과자'의 외아들 시카다 코코노츠는 만화가가 되고 싶지만 아버지의 성화로 막과자 가게를 이어받게 생겼다. 그러던 어느 날 대형 제과회사 시다레 컴퍼니 사장의 딸 시다레 호타루가 찾아와 시카다의 아버지를 스카우트한다. 시카다의 아버지는 아들 코코노츠가 가게를 이어받으면 스카우트에 응하겠다고 답하고, 그날부터 신비로운 미소녀 호타루는 하루 종일 코코노츠의 곁에 머물며 막과자의 매력을 설파한다. 

  수입과자 매장이나 드러그 스토어에서 일부러 사서 먹을 만큼 좋아하는 일본 막과자를 소재로 한 만화라는 사실이 우선 반가웠다. 즐겨 먹으면서도 몰랐던 막과자의 유래와 먹는 방법 등을 자세히 알 수 있어 좋았다. 한국에서는 학교 앞 문방구나 슈퍼마켓에서 파는 불량식품 정도로 취급하는 간식거리를 소재로 이런 만화를 만들다니. 과연 만화 강국이다.

  요구르트풍 막과자 '모로코 후르츠 요굴'은 몇 년 전 일본에 여행 갔을 때 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풀네임이 '모로코 후르츠 요굴'인지도 몰랐거니와 이름 앞에 '모로코'가 붙은 사연은 더욱 몰랐다. 이름 안에 있는 '후르츠'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만드는 비밀도 몰랐고. 일식당에 가면 종종 사 먹는 '라무네'의 이름도 설마 그것에서 비롯되었을 줄 몰랐다(그것이 무엇인지는 만화를 참고하시길!). 일본의 국민 간식 '우마이봉'을 더욱 맛있게 먹는 방법은 꼭 시도해보고 싶고, '나마이키 맥주'나 '코코아 시가렛' 같은 막과자는 먹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 나중에 일본에 가게 되면 꼭 찾아봐야지.

  만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과 대대로 이어내려온 가업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책임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코코노츠의 미래도 궁금하다. 자신의 꿈과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의무 사이에서 고민하는 상황이 지극히 일본스럽다. 그런 코코노츠가 가업을 물려받아 막과자 가게 주인이 되어도 좋지 않을까 하고 흔들리게 된 계기가 미소녀 호타루라는 것도 그 나이 때 남자아이다워서 재미있다. 과연 코코노츠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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