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루X키요 1
오자키 아키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내 키는 171cm이다. 매우 큰 키는 아니지만 키 크다는 소리를 적지 않게 듣고 살았다. 부모님은 키 큰 딸을 자랑스러워하셨고, 학교에서도 키가 커서 불리한 점이 거의 없었다(있다면 앞자리에 못 앉는다는 정도?). 그런데 성인이 되어 남자를 만나고 사회에 나와보니 '키 큰 여자'는 유리한 점이 별로 없다. 일단 남자를 만날 수 있는 폭이 좁다. 남자 상사나 동료 중에는 나 때문에 키가 작아 보이는 게 싫다고 떨어져 있으라는, 농담으로 믿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이힐을 신으면 더 커 보이고 싶냐는 비아냥을 듣고, 플랫슈즈나 운동화를 신으면 성의 없어 보인다는 핀잔을 들었다.
<하루X키요>의 주인공 미야모토 코하루는 180cm나 되는 큰 키 때문에 키다리, 거인, 괴물 소리를 듣는 여학생이다. 큰 키가 콤플렉스라서 가족 이외의 남자와 제대로 대화해본 적 없는 코하루는 학교 킹카 히가와에게 고백하고 뜻밖에도 사귀게 된다. 하지만 첫사랑이 순조롭게 이어질 리 없다. 괴로워하는 코하루에게 신장 15?cm의 안경남 미네타 키요시로가 다가와 충고를 하고, 그것을 계기로 코하루와 키요시로는 연애인 듯 연애 아닌 연애 같은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키 큰 여자와 키 작은 남자가 커플인 이야기는 나카하라 아야의 <러브 콤플렉스>가 이미 다룬 바 있다. <하루X키요>가 다른 점은 여주인공 코하루의 키가 더 크고(<러브 콤플렉스>의 여주인공의 키는 172cm. 이 정도는 이제 일본에서도 연애를 하기 힘들 정도로 큰 키가 아니다), 남주인공의 캐릭터가 무척 쿨하며(<바라카몬>, <한다 군>의 한다 세이를 연상케도 한다),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원래부터 서로를 의식하던 사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네거티브계 러브 코미디를 표방하지만 러브 코미디보다 네거티브계쪽이 더 세서 <러브 콤플렉스>가 풍겼던 달콤 상큼한 분위기는 느끼기 어렵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키보다 성격상의 문제(?)가 더 크다. 코하루는 자존감이 낮고 겁이 많으며, 키요시로는 거만함이 지나쳐 타인과 벽을 쌓고 지낸다. 그런 두 사람이 마치 이인삼각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서로를 보완하고 의지하며 '험난한' 학교생활을 헤쳐나가는 것이야말로 이 만화의 진정한 볼거리가 아닐는지. 코하루가 키요시로와 만나며 자기만의 매력을 찾아가는 모습이 예뻐서 계속 지켜보고 싶다.
*** 위 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