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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사 - 조금씩, 다르게, 살아가기
요조 (Yozoh) 지음 / 북노마드 / 2018년 6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718/pimg_7796361641958420.jpg)
요조는 내가 믿고 읽는 몇 안 되는 국내 저자 중 하나다. 요조가 쓴 책은 몇 권 안 되지만 대체로 마음에 들었고, 신문이나 잡지 등에 기고한 글도 거의 다 좋았다('거의'라고 단서를 붙인 건, 좋지 않은 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미처 읽지 못한 글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올해는 요조가 신간을 두 권이나 냈다(오예!). 한 권은 올해 초에 낸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이고, 다른 한 권은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간 <오늘도, 무사>다.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이 요조가 6개월 동안 읽은 책에 관해 쓴 독서 일기라면, <오늘도, 무사>는 2015년부터 현재까지 '책방 무사'를 운영하고 있는 요조가 책방 주인으로서 경험한 일과 소회를 풀어쓴 '책방 경영기'이다.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책방을 시작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매일 책방 문을 열고 장사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매출이다. 대형 서점, 인터넷 서점도 매출이 부진하다고 아우성인 요즘 같은 시대에 자그마한 동네 책방이 잘 되면 얼마나 잘 되랴. 어쩌다 들어온 손님이 책을 실컷 구경하고 나서는 스마트폰 열고 정가에서 10퍼센트를 할인해주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살 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주인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책방을 운영해본 적이 없어서 겪어본 일은 없지만 알 것 같다.
연예인 봤다고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손님, 밑도 끝도 없이 시비 거는 손님, 동네에서 한가락 하는 것 같은 무서운 손님 등등 온갖 진상 손님도 많이 만났다. 이제는 CCTV도 설치하고 진상 손님에게 대응하는 기술도 늘었지만, 불편한 건 여전히 불편하고, 무서운 건 여전히 무섭다. 저자는 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면 환상부터 가지지 말고 책방 운영의 현실부터 알라고 충고한다. 책방 주인이 여성이고 혼자 일하는 경우라면 경각심을 더욱 가져야 한다.
"여자 혼자 갇혀 있는 공간에서 이상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공포스럽습니다. 호신품을 꼭 구비해두세요. CCTV를 꼭 설치하세요. 손님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례한 손님에게 억지로 웃어주지 마세요. 불쾌할 때는 꼭 분명하게 의사를 밝히셔야 합니다." (229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올해로 4년째 서울에 이어 제주에서 책방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 건, 책방을 운영하면서 얻은 나쁜 기억보다 좋은 추억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꽃과 먹을거리를 들고 찾아오는 고마운 손님들, '돈맥경화 치료 간담회'를 주최하면서 알게 된 인연들, 책방 무사처럼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 주인들, 책방을 지키는 동안 읽은 책들, 동네 사람들 등등... 제주로 옮긴 책방 무사는 아예 간판도 내걸지 않은 - 정확히는 '(한)아름 상회'라는 다른 이름의 간판이 내걸린 - 상태라는데, 그런 곳을 굳이, 일부러, 기어코 찾아가는 손님들 정말 대단하다(나는 언제 가볼까...).
책 마지막에는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에 실린 독서 일기를 연상케 하는 짤막한 독서 일기도 실려 있다. <목사 아들 게이>, <남창 일기>, <하지 않아도 나는 여자입니다>, <마이 버자이너>, <질문 있습니다>, <자갈마당>, <페미니즘을 팝니다>, <우리가 키스하게 놔둬요> 등인데 다 찾아 읽어봐야지. 이 책들을 읽으면서 요조의 다음 책을 기다려야겠다(얼른 내주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