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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 -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격의 미스터리!
에두아르도 포터 지음, 손민중.김홍래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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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이 지갑을 열 때,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가정하기 마련이다 ... 하지만 일반 원칙인 이 가정으로 인해 우리는 미세하지만 중요한 오해를 하고 있다. 시장은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효과적인 제도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이 소비하려는 재화의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가격 결정 과정은 비용과 이익 분석에 능한 이성적인 계산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명하고 직접적인 상호 작용이 결코 아니다. 

그 이유는 시장 거래가 반드시 사람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을 제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단지 사람들에게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제공할 뿐이다. 둘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가끔 자기 의도와 관계없이 자기 욕망의 대상이라며 주어진 재화에 대해 왜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가끔은 그 재화가 왜 자신에게 바람직한 것인지도 모른다. (pp.31-2)
 


 

2011년 현재 인류문명은 참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백년, 아니 십년 전과 비교해도 발전의 정도가 상당하다. 나는 여섯살, 일곱살 꼬꼬마 시절 텔레비전에서 (당시 우리 집에는 없던) 무선 전화기 선전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여고생이 되었을 때 내 손에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휴대폰이라는 것이 들려졌고, 그 때로부터 또 10년 후에는 스마트폰 유저를 부러워하는 일반폰 유저가 되었다. ('스마트'하지 않으면 모조리 '일반'으로 치부하는 더러운 세상!)

 

하지만 여전히 인간은 모르는 것이 많다. 테크노마트가 갑자기 왜 흔들렸는지도 모르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이나 부품을 만드는 법은 알아도 그 전지를 태양열이나 풍력 같은 천연 에너지로 충전할 방법은 모르고, 가볍고 날개도 있고 한방 향까지 나는 생리대는 만들어도 쓰레기는 덜 배출하면서 여성질환은 덜 일으키는 생리대를 만드는 방법은 모른다. 아마도 그것은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가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확히는 수요와 공급, 더 정확히는 공급자의 의도. (아! 테크노마트가 흔들린 이유는 그 문제가 아닐 것 같다.)

 

에두아르도 포터는 1990년부터 파이낸셜 리포터로 활동, 2004년 <뉴욕타임스>의 금융 경제부 수석기자로 입사, 2007년 편집위원으로 위촉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쓴 책 <모든 것의 가격>은 '가격'을 테마로 생명, 행복, 여성, 노동, 문화, 신앙 등 지구촌의 온갖 문제에 대해 예리하게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신선한 시도이고, 글도 깔끔하고, 내용도 재밌다.

 

그는 많은 문제가 경제 원리로 풀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부다처제, 지참금 문화를 비롯하여 대형 커피 체인점에서 비싼 커피는 사면서 동네에 있는 허름한 카페의, 그렇지만 맛은 좋은 커피 값이 조금만 인상 되어도 펄펄 뛰는 이유까지 모든 것이 경제로 설명이 된다. 나는 이런 접근법을 참 좋아한다. 원래 전공이 있으면서 경제학을 복수전공을 한 것도, 점수가 잘 안 나오는데도 열심히 들은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모든 것이 경제 원리로 설명된다는 명쾌함이 좋고, (타전공자로서)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비뚤게 보는 것도 재밌거든. (흐흐흐)

 

앞에서 한 얘기로 돌아가면, 새로운 휴대폰을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만 친환경 생리대를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정확히는 새로운 휴대폰을 소비하려는 사람들은 부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친환경 생리대를 소비하려는 사람들은 꼭 그렇다고 할 수 없다. 기업은 더 많은 사람, 정확히는 돈을 가지고 있고 쓸 의향이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상품을 공급한다. 그렇게 시장이 형성되고 가격이 만들어진다. (친환경 생리대는 백날 가도 안 만들어질테니 직접 인터넷 뒤져서 만들어 쓰는 게 빠르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움직인다는 것이 경제학의 좋은 점이다. 친환경 생리대를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면 가격이 형성될 것이고, 그 가격이 오르면 공급자가 나타날 것이다. 애초에 생리대가 그렇게 생산되기 시작했고, 그 전에는 아예 그것조차 없지 않았던가. (조상들은 정말 대단하다!!!)

 

가격이 붙은 모든 것이 대단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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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현구 옮김, 남상구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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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세상이 복잡하면 수리연산을 많이 해야 합니다. 복잡하면 역사 공부를 더하고, 기억을 많이 하고, 지혜를 많이 활용하고, 연장자에게 의존하고, 연장자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통계학 교수입니다. 그래서 제가 통계학자로서 통계학자를 조롱하는 농담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끼리를 예로 들어 말씀 드리겠습니다. 코끼리는 나이 많은 할머니 코끼리들을 존중한다고 합니다. 코끼리는 모계사회여서 나이가 가장 많은 할머니 코끼리에게 많은 권위를 준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할머니 코끼리가 특별히 몸도 안 되고 새끼도 못 낳지만 코끼리들이 할머니 코끼리를 봉양하면서 모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코끼리에게 MS워드가 없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코끼리는 지식과 지혜는 있지만 연장자의 머릿 속에 담겨 있습니다.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그것이 글을 통해서 전수되지 않는 것이 코끼리 사회입니다.
그러니까 know-what이 아닌 know-how가 연장자 코끼리에게 있습니다.(pp.42-3)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소위 '블랙스완' 이론으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하여 유명해진 인물이다. 블랙스완 이론이 하도 유명하기도 하고 괴짜 같은 인물이라는 얘길 많이 들어서 그의 저작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두 달 전에 신작이 나왔다. 부제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두 번째 메시지'라고 써있기에 전작에 이은 새로운 이론이 나오는가 싶어 기대가 컸는데, 꿈도 야무졌지, 그냥 <블랙스완>을 읽는 편이 나을뻔 했다. 앞부분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에 대한 소개와 한국 방문 때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고, 뒷부분은 총 아홉 장에 걸쳐 전작에 대한 설명과 비판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전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읽으면 그나마 새로운 내용처럼 들리겠지만, 전작을 읽었다면 중언부언하는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점은 화법이 직설적이고 시원시원하다는 것. 경제학자 특유의, 쉬운 말도 어렵게 말하는 기술(?) 따위 그에게는 없다. 이를테면 '경제학 수업 듣기와 <뉴욕타임스> 읽기 등을 자제하면 나이가 들어도 뇌기능을 쉽게 잃지 않는다(p.79)'든가, '경제학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우리를 파산으로 이끌기 때문에 경제학 수업을 듣지 말라(p.80)'든가, '돌팔이들만이 긍정적 권고를 제시한다. 서점에는 성공 방법에 대한 책들이 널려 있지만, <파산을 통해 배운 것>이라든가 <인생에서 피해야 할 10가지 실수> 같은 제목이 붙은 책은 없다(p.194)' 등등... 


경제학이 쓸모없다니, 이 무슨 도발적인 주장인가 싶지만 그의 설명을 읽다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근본적으로 그는 "자료를 맹신하면 안 된다. 자료는 스스로 예측하지 못하는 법"(p.12) 이라고 말하며 주류경제학의 합리성 가정(인간은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필요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래서 나온 이론이 바로 블랙 스완이다. '모든 백조는 희다'는 '믿음'은 검은 백조의 '존재'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가. 마찬가지로 '인간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믿음도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의 존재 앞에서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모든 것을 안다는 오만한 생각은 그만 두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연을 본받아 가외성의 원칙을 지키고(가령 자연의 '창조물'인 인간의 몸은 귀가 두 개, 눈이 두 개, 다리가 두 개, 팔이 두 개, 심지어 뇌도 두 개다. 이는 언젠가 하나가 망가질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그는 설명한다. '잉여' 노동력은 바로 정리하는 신자유주의적 조직관리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힘쓰는 것이 그 대안이다. 하지말라는 것만 안 해도 삶은 얼마나 윤택해지는가! 
  

'무엇을 하라'고 하기보다는 '하지 말라'는 부정적 조언을 명료하게 던지는 것이 낫다.
'담배를 끊으라'는 말 한마디가 의료 기술 관련 자료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p.13)

  

재미있는 책인데, 역시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 역시 전작만한 후속작 없고, 보충서는 보충서일뿐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연달아 출간된 <블랙스완과 함께 가라>는 읽어볼만한 책일까 아닐까? 이거 궁금해서 미치고 팔짝 뛰겠네! 일단 2008년에 나온 <블랙스완>부터 정독하고 도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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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무한 혁신의 비밀 - 스티브 잡스를 움직이는 7가지 특별한 원칙
카민 갤로 지음, 박세연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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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겨우 3%의 사람들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가령 사람들은 대부분 미래를 꿈꾸기보다 장바구니 물가에 더 신경을 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금융 위기 상황을 또다시 겪지 않으려면 우리는 현실이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의 미래를 똑똑한 몇몇 엘리트에게만 맡겨 두면 안 된다는 것, 또한 자기 인생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젊은이가 스티브 잡스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다. 주니어 어치브먼트(비영리 청소년 교육기관)는 2009년 12~17세의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기업가'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스티브 잡스가 전체의 35%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오프라 윈프리, 스케이트보드 선수 토니 호크, 할리우드의 패셔니스타 올슨 자매 그리고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가 뒤를 이었다. 스티브 잡스를 뽑은 사람들 중 61%는 그가 '차별화를 이뤘기 때문에', '우리 삶을 변화시켜서', '세상을 더 좋게 만들어서'라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잡스의 부와 명예를 선정 이유로 꼽은 사람은 4%에 불과했다. 이는 어른들과 달리 젊은이들은 잡스가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를 존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잡스는 우리 사회에, 특히 10대 청소년의 마음속에 진정한 혁신의 의미를 심어주고 있는 셈이다. (p.30)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을 많이 끼치고, 그야말로 가장 HOT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스티브 잡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서점가에서도 그의 인기는 독보적이다. 경제경영, 리더십, 혁신, 창의성, 자기계발 등 서점 어느 코너에서나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고, 그가 직접 쓰지 않아도 그에 대한 책이 꾸준히 나오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대의 아이콘으로서뿐만 아니라, 기업가, 발명가, IT 구루, 그리고 배신과 병환 등 실패를 딛고 성공을 거둔 한 인간으로서 등등 여러 방면으로 연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기 때문인 것 같다.

 

<스티브 잡스 무한 혁신의 비밀>은 카민 갤로가 스티브 잡스의 성공 비결을 일곱 가지 원칙에 따라 분석한 내용이 담긴 책이다. '원칙'이라는 말에서 짐작이 가겠지만, 잡스에 대해 알려진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에 나온 내용이 그리 새롭지 않을 것이다. (요즘 내가 읽는 책이 다 이렇다. 알려진 얘기를 이렇게 우리고 저렇게 우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덮지 않고 끝까지 읽은 것은 작가 카민 갤로의 이야기 구성력 때문이었다. 이 책에는 스티브 잡스 말고도 오프라 윈프리, 레이첼 레이, 빌 스트릭랜드 등 다른 명사들의 에피소드가 여러번 등장한다. 가령 스티브 잡스가 한 유명한 말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스타 요리 강사 레이첼 레이의 성공 스토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잡스의 원칙이 '잡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니므로, 다른 사람들도 능히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전반부에서는 스티브 잡스의 인생과 성공 비결을 본받아 자기계발을 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면, 후반부에는 그의 리더십과 조직 관리, 상품 개발, 프레젠테이션 비법 등 기업가, 경영인 측면에서 배울만한 내용이 나온다. 다만 함축적이고 개괄적인 내용이 대부분이고, 각각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을 참고해야 할 것 같지만, 잡스에 대해 아직 잘 모르거나, 그에 대해 포괄적으로(?) 알고 싶다면 읽어볼 만하다.

 

스티브 잡스의 혁신을 이끈 일곱 가지 원칙

 

1. 좋아하는 일을 하라

2. 세상을 바꿔라

3. 창의성을 일깨워라

4. 제품이 아닌 꿈을 팔아라

5. No라고 1,000번 외쳐라

6.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라

7. 스토리텔링의 대가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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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생각을 훔치다 - 박경철 김창완 최범석 용이… 생각의 멘토 18인
동아일보 파워인터뷰팀 지음 / 글담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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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공부했느냐?"는 평범한 질문에 그는 현학적으로 대답했다. "니체가 이렇게 말했죠. '네게 닿지 않는 것에 선의를 갖고 대하면 언젠가 그것이 네 것이 된다.' 고요. 이를테면 교향곡은 처음 듣는 사람에겐 불협화음으로 들리는 것이 당연해요. 하지만 선의를 갖고 대하면 어느 순간 소음에 불과하던 소리들이 협화음으로 들리고, 언젠가 기쁨을 준다는 거죠. 모든 공부의 원리가 이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의 입에선 프리드리히 니체의 경구가 흘러나왔다. (p.16)

 

 

<그들의 생각을 훔치다>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1년 이상 동아일보에서 연재한 '파워인터뷰'라는 코너의 뒷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동아일보 독자가 아니라서 그런 코너가 있는 줄은 몰랐지만, 박경철, 김창완, 최범석, 용이, 안성기, 김수정 등 인터뷰이 면면이 화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권의 책으로서 완성도가 높지 않고 '묶음집' 수준에 그쳤다. 박경철, 한경희, 한일, 김가성, 전현경 등은 관심있는 인물들이라서 저작이나 인터뷰를 찾아 읽고 직접 강연을 들은 적도 있는데, '내가 들어서 아는 이야기에 비하면' 책에 실린 내용이 너무 부족했다. 인터뷰에 실리고 남은 취재 뒷이야기를 '묶은 책'이니 어쩔 수 없는 걸까.

 

 

그래도 첫 장에 실린 시골의사 박경철 편은 좋았다. (이분 얘기는 들은 얘긴데도 좋아...) 알려져있다시피 박경철은 외과의사, 경제분석가, 칼럼니스트, 저자, 라디오 진행자, 강연가 등으로 활동하며 이 시대의 멘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정작 자신에 대해서 '특별한 분야에 일가를 이루지 못한, 80점짜리 제너럴리스트'라는 겸손한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정작 그가 '제너럴'한 수준이라며 몸을 낮춘 분야들을 보면 하나하나 장난이 아니다. 의학, 경제학, 철학, 인문학... 하나하나 7,80점 받기도 어려운 학문이거니와, 공부를 할 마음조차 못 먹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학문뿐만이 아니다. 그는 취미 하나에도 전문가 수준의 열정을 쏟으며 끝장을 볼 때까지 파고든다. 잉어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낚시 이론소 10여 권을 사고 전문지를 독파하며 매일 퇴근만 하면 낚시터로 향했다. 그리고 5개월 후 잉어를 낚았다. 한번은 트로트나 김광석 노래만 듣다가 클래식을 '극복한다'고 마음을 먹고 그날부로 클래식 CD 100장을 구입하여 하루 스무 시간을 들었다. 그 결과 지금은 모차르트의 <레퀴엠>만으로 감정을 정화하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혹자는 타고나지 않은 것을 억지로, 일부러 하는 것은 본성을 거스르는 것이므로 좋지 않다고도 말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안 좋은 본성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과 학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런 노력을 게을리 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탓이다. 타고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한 것 자체가 그의 재능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이야말로 노력이다. 세상에는 그런 인식조차 없이 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는 더 많다.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아무런 노력도 없이 타고난 재주만으로 산다는 생각 자체가 도둑놈 심보다. 나도 이렇게 단 몇 장 분량의 이야기만으로 누군가에게 자극이 되고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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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 최고the Best가 아니라, 유일함the Only으로 승부하라!
김정태 지음 / 갤리온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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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드러내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다. 스펙은 '지식'에 관한 것으로 '행동'을 보여주진 못한다. 그 사람이 진정 어떠한 사람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저는 어디를 졸업했고, 현재 하는 일은 무엇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일 뿐이다. 여기에 감정을 덧입히면 다음과 같을 수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장면을 영화 보듯 소파에 앉아 지켜봤던 적이 있어요. 그때 난민의 어려움을 처음으로 접했고, 난민을 돕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롤 모델을 찾기가 힘들고, 이해해주는 사람도 찾기 힘들었죠. 난민 NGO에서 난민과 관련된 강좌를 들었고, 졸업하고 현재는 경험을 쌓기 위해서 중동 지역에 중고 제품을 수출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처음과 같은 방법으로 소개하거나, 면접에서 답변을 한다면 십중팔구 문전박대를 당할 것이다. 하지만 '영웅의 사이클'과 '거룩한 불만족' 그리고 흐름을 이어가는 일련의 '행동'을 포함한 스토리로 다가갈 때, 집으로 초대받을 확률은 높아진다. (p.39)



한동안 스펙이 화제였다가 작년까지만 해도 스토리, 스토리텔링 얘기를 어디가도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쏙 들어갔다. 그렇다면 요즘 최고의 화두는 무엇인가? 내 생각엔 '멘토'인 것 같다.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서도 많이 듣고, 출판계에서는 유독 자기계발서 제목 중에 '멘토'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책이 자주 눈에 띈다. 스펙, 스토리만으로도 부족해서 이젠 타인의 힘을 빌려야 할 때가 온 모양이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어쩌면 이제는 너무 식상해져버린 제목이 붙은 책을 읽었다. 내용도 식상하냐고? 음... 스펙을 원하는 사람이 보면 새로울지 모르지만, 스토리를 원하는 사람이 보기엔 속은 기분이었다. '스토리는 기회를 부른다', '업이 직을 가져다 준다', '다수가 선택한 길이라고 안전하란 법은 없다' 등등 메시지는 멋지다. 하지만 문장을 곱씹어 읽어보자. 스토리는 수단일뿐이고, 기회, 직(職), 안전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스펙을 쌓는 것과 다를 게 뭔가.

 

저자가 진정으로 스토리가 스펙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면, 나는 다른 방법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성공 사례가 여러번 나온다. 저자는 이렇다할 자격증이나 소위 '빽'도 없이 오로지 실력만으로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국제기구(유엔 산하기구 유엔 거버넌스 센터)에 취업했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청년역량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와 워크샵을 진행하고 사회적 활동도 하며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가 겪은 경험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뭔지 고백한 대목들은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내 주변에 이런 선배, 이런 멘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말이다. (저자는 '멘토'를 테마로 다시 책을 내는 것도 좋을듯...)

 

이런 저자의 '스토리'를 그대로, 여실히 전달하기만 했더라도 저자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그저 '사례'로 처리했기 때문에 여느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책이 되어버렸다. 감동도, 자극도 덜하다. 그러다보니 외부에서 기회를 찾지말고 내면을 관찰하여 자신만의 체험과 관심사를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는 귀한 메시지도 빛을 잃고, 결국 스펙을 '스토리'라는 말로 바꾼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만 낳은 것 같다.
 
  

스토리는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스토리를 수단으로 보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스토리텔러로서의 자격을 잃은 것이다. 사랑도, 청춘도, 그리고 이제는 스토리마저도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시대에 나는 스토리를 목적으로 사랑하니 외롭고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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