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 해야 할 42가지
밈 아이클러 리바스.크리스 가드너 지음, 이다희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나이 스물 여섯.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일찍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면 경력이 제법 쌓였을 것이고, 대학 졸업 후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더라면 석사일 것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 들은 충격적인 사실. 아는 언니가 나보다 고작 한두살 많은데 애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외숙모가 결혼은 될수록 일찍 해야 좋다고 했는데, 작은엄마가 경력은 어릴 때부터 쌓는 게 좋다고 했는데, 어영부영 하다 보니 이제 전부 늦었구나 싶다. 

우울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차에 내 눈에 뜨인 책이 바로 <늦었다고 생각할 때 해야 할 42가지>였다. '늦었다'는 말이 어찌나 내 가슴을 후벼파든지... 게다가 저자 크리스 가드너는 바로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행복을 찾아서>의 원작이 된 실화의 주인공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행복을 찾아서>의 후속편 격인 것인데, 그렇다면 영화를 먼저 봐야겠지 싶어 지난 주말에 보았다. 영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 분)는 어렸을 때는 명석하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지금은 오늘 실적을 못 내면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세일즈맨이다.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살았으나 그의 뜻과 달리 형편이 점점 안 좋아져 아내마저 그를 떠났고, 셋집에서도 쫓겨나 홀로 하나뿐인 아들 크리스토퍼를 키우는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샌프란시스코 주식거래소 앞을 지나가다가 그는 이 곳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여곡절 끝에 딘 워터 사의 인턴 자리를 따냈다. 하지만 고생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6개월 간의 수습 기간을 거친다 해도 정직원으로 뽑히는 것은 고작 단 한 명. 고졸 학력에 아들 딸린 노숙자 신세인 그가 명문대 출신들을 따돌린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해냈다. 무료 구호소에서 밤잠을 청하고 그마저도 안 되면 지하철 화장실에서 자고, 당장 1달러가 급해서 피까지 팔아가면서 말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란 언제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리스처럼 아내가 자신을 떠났을 때, 집에서 쫓겨났을 때, 세일즈맨으로서 실패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늦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행복해지겠다는 신념, 아들과 결코 헤어지지 않겠다는 의지만 생각했다. 늦었다는 것은 남들의 판단일뿐, 한번뿐인 내 인생에 늦은 때라는 건 결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 할 수 있는 방법이 마흔두 가지나 소개되어 있지만, 영화를 보고 그의 인생 여정을 떠올리며 읽었더니 마치 에세이나 후일담을 읽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혔다. 무엇보다도 그의 굴곡 많은 인생이 남들에게 힘이 되는 뜻 깊은 경험으로, 성공의 모델로 보여진다는 것이 멋있었다. 그의 삶을 보면, 정말이지 단 하나도 나보다 나은 것이 없었는데 오로지 끈기와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을 이루었다. 이런 사람을 두고 안 된다, 늦었다고 말하는 것은 사치이고 오만이 아닐까. 

그러고보니 몇 년 전에 누가 꿈이 뭐냐고 묻기에 대답했더니 '네 까짓게 되겠냐'며 비웃음 당한 일이 있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게다가 물어보니 대답을 했을 뿐인데 비웃어서 기분이 팍 상했다. 덕분에 보란듯이 성공해주겠다고 굳게 마음먹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이기는 하지만, 아직 꿈을 이룬 것은 아니라서 그 일은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 때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 가드너의 말대로 '내 꿈은 나만의 것이고 내가 지켜야' 하는 것(p.124), 영화에 나온 대사까지 인용하면 '누구도 내 꿈을 남이 할 수 없다고 말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Don't ever let somebody tell you "You can't do something".)  

누구에게나 살면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온다. 그리고 그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 포기할 것인가, 끝까지 계속 할 것인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크리스 가드너는 이 책을 통해, 그리고 그의 전 인생을 통해 우리에게 그것을 알려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8-3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 같은 거 꾸어도 잘 이뤄지지 않고, 회한으로 남는다..고 느끼는 게 보통 많은 사람들의 경우일 거예요. 그치만 진짜 꿈을 꾸었다면 그런 얘긴 안 할지도 모르겠어요. 꿈은 꾸는 순간 벌써 이루어진다고 하던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이만교, 그린비) 1장 내용에 설득당해 버렸기 때문이죠. (이 책, 1장만이라도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이 1장은, 누구라도 읽어보면 좋을 장이죠.)
여튼 저도 '모든 것을 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을 요즘 의식, 무의식 통틀어 줄곧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좀 생각을 바꾸자고 반성해 봅니다.

키치 2011-08-31 00:21   좋아요 0 | URL
와, 저 그 책 읽었어요. 지금 어딨는지 몰라서 살짝 민망합니다만, 글쓰기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해준 책이었어요. 반갑습니다 ^^ 좋은 꿈 꾸시고 꼭 이루세요.
 
회색 쇼크 - 고령화, 쇼크인가 축복인가
테드 피시먼 지음, 안세민 옮김 / 반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빌 클린턴이 vegan diet 중이라고 한다. vegetarian diet 이 육류 섭취만 안 하는 것이라면 vegan diet는 생선, 우유, 치즈, 계란 등도 먹지 않는 '초강력' 채식주의라고. 채식주의자가 전보다 늘었는데 뭐 별난 일인가 싶을지도 모르지만, 그는 빅맥을 즐겨먹는 모습이 여러번 찍혔을만큼 패스트푸드와 육식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2004년 심장 수술을 받은 뒤 섭식 조절을 시작했고, 작년에 있었던 딸 첼시의 결혼식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슬림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옛날 같으면 먹을 것도 없는데 식단을 조절한다는 것이 가당치도 않은 소리로 들렸겠지만, 이제는 몸에 필요한 영양소만 집중적으로 섭취할 수도 있고 식습관을 바꿀 수도 있으며, 먹고 찐 살까지 의학의 도움으로 쉽게 뺄 수 있다. 빌 클린턴처럼 일찍부터 몸을, 건강을, 그리고 수명까지도 조절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건강을 관리할 수 있고 수명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자연히 따라오는 문제는 고령화다. <회색 쇼크>는 국가를 넘어 국제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이 고령화 문제에 관한 책이다. 도서관에서 보고 일본의 사례가 재밌기에 훌훌 읽다가 잘 알아두면 좋을 내용인 것 같아서 아예 통독했다.  

고령화. 사실 아직 젊은 나이라서 몸으로 느껴지는 정도는 아니지만, 당장 부모님 정년이 가까워오고, 집안의 최고 고령자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닌 외증조모(즉 나의 어머니의 외할머니)인 것을 생각하면 먼 일도 아니다. 외증조모님 연세가 100세 가까우시다고 들었는데 나도 그 때까지 살게 될지 모른다. 

고령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책에서 보니까 전세계에 100세 이상의 인구가 현재 45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100세 이상 인구수는 1,800명 이상. 일본이나 유럽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고.) 무려 100세 이상의 인구만 45만명이니, 80세 이상, 60세 이상의 인구는 오죽 많을까.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유명 대학을 중심으로 '장수학', '노인학' 같은 강좌가 개설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고령화는 또한 산업과 문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은 고령화로 인해 노동자 평균연령과 분포가 바뀌니 생산성이 달라지고 경제가 개편된다는 것은 알 수 있겠는데, 문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읽어봤더니 내가 요즘 궁금해하던 문제가 딱 나왔다. 바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 

수전 보일의 에피소드는 용의주도하게 계획된 것일 수도 있다. 텔레비전 제작자들은 옛날부터 18~35세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돈을 어떻게 지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권력이 여전히 베이비부머와 그 부모에게 있는 고령화사회에서, 영국의 <브리튼스갓탤런트>, 미국의 <아메리칸아이돌>,<댄싱위드더스타즈> 같은 리얼리티쇼는 비록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나이 든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위력을 보여주었다. 미국에서는 베이비부머가 일주일에 39시간 동안 텔레비전을 본다고 알려져 있다. 인터넷과 핸드폰에 더 많은 시간을 뺏기는, 대학교를 갓 졸업한 세대에 비해 12시간 더 많이 본다. (p.380)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라지만 내가 TV를 많이 안 봐서 실감이 안 났는데, 이제보니 우리 부모님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광팬이셨다. '청강이, 청강이' 하시기에 누군가 했더니 '위대한 탄생'인가 하는 프로그램에 나왔던 친구라고. 요즘은 슈퍼스타K 3를 열심히 보시고, 댄싱위드더스타도 보신다고. 나가수는 재방송까지 보신다. 남자의 자격에서 하는 청춘합창단도 굉장히 좋아하시던데,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일반인이 TV출연해서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맥락은 비슷하다. 

젊은 사람들이야 그렇다 치고, 우리 부모님처럼 나이 드신 분들까지 TV 앞에 붙들어매는 것을 보면 이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매력이 대단한가보다. 자식으로서는 밖에 나가서 친구분들도 만나고 취미 생활도 하셨으면 하는데, 막상 부모님 말씀을 들어보면 몸도 예전같지 않고 친구분들 만나기도 쉽지 않아서 TV로라도 대신하는 것이라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아무리 미디어가 '마사지'라고 해도 언제까지나 대리만족만 주어서는 한계가 있을텐데... 

비단 TV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개인으로서도 라이프 플랜 전체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 노동과 여가에 대한 관점도 바꿔야 할 것 같다. 더 오래 살면 평생 먹고 살 걱정도 늘어나고, 뭐 하고 놀지, 누구와 살지에 관한 고민도 더 늘어나는 게 아닌가.  

참, 사는 게 걱정인데 오래 사는 걱정도 하는 시대가 왔구나.  

빌 클린턴처럼 나도 채식을 시작해볼까? 그 걱정도 늘었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8-2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인분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한다니, 왠지 의외군요. 저희 어머니는 드라마 팬이시라.. 근데 다른 걸 할 수 없기에 TV를 더 시청한다는 건 슬픈 현실이에요. 저희 어머니도 아프시게 되면서 티비를 더 많이 보시거든요.

키치 2011-08-31 01:34   좋아요 0 | URL
저희 부모님은 tv 잘 안 보시는 편이었는데 점점 드라마에 빠지시더니 요즘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그렇게 좋아하세요. 자식으로서 걱정될 정도로요...
 
[미국이 파산하는 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미국이 파산하는 날 - 서구의 몰락과 신흥국의 반격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알다시피 몇 주 전까지 미국 뉴스 최대의 이슈는 부채협상이었다. 협상 기한을 열흘, 닷새, 사흘 앞두고도 해결을 못 보다가 결국 기한이 거의 다 되어서야 양당이 극적으로 타협하여 파산 위기는 넘겼다는 보도가 나왔고 그제서야 사태가 겨우 진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고, 미국 주가가 폭락하는 바람에 그 여파로 우리나라 주가까지 폭락하여 쓴맛을 보았다는 분들이 주변에도 많다. 더 큰 걱정은 부채 한도를 단기적으로 늘렸을 뿐이지 완전히 청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이보다 더 큰 위기에 빠질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담비사 모요의 <미국이 파산하는 날>을 읽었다. 원제는 'How the west was lost', 해석하면 '서구는 어떻게 길을 잃었나' 정도인데 구체적으로 '미국 파산'을 거론하다니, 국내판 제목을 시의성있게 잘 지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제목 덕분에 부채협상 문제와 함께 이 책이 언론에서도 많이 언급된 모양이다.  

그러나 알다시피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으로 미국이 명실상부한 패권국으로 자리잡고 마셜플랜 등 자유진영 국가에 대한 원조를 시작했을 때부터 미국 경제는 적자 지향이었다. 미국이 세계 경제의 최대 채무국이라는 부담을 감수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수출을 동력으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학계에서도 지배적인 견해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국내 사정을 지적한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경고되어 왔던 금융계의 도덕불감증, 그리고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주범인 주택시장 버블, 과도한 복지정책 등 미국내에서 바로잡아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들이 현 상황을 낳은 것이라고 비판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부상, 브릭스의 성장 등 탈냉전 이후 일극 체제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위기 요소들이 현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과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제조업의 부흥'이다. 저자는 제조업을 중국 등 신흥 공업국에 내주고 금융 등 서비스업에 비중을 두게 되면서 경제가 허약해졌다고 지적한다. 1차 산업인 농업, 2차 산업인 제조업에 이어 3차 산업인 서비스업으로 경제 중심이 이동해야 나라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웠던 것 같은데, 저자의 발언은 사뭇 신선하게 들린다. 

하지만 비단 저자만의 주장이 아니다. 요즘 미국 뉴스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내용이 바로 이 제조업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방송사인 ABC에서는 아예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라는 타이틀로 미국내 제조업 현황을 조명하는 코너까지 만들었다. 

나는 이 말을 미국 뉴스에서 들을 때마다 기분이 묘해진다. 만약 미국이 수출을 줄이고 자국내 제조업을 육성할 경우 우리나라 경제는, 그리고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까? 자국이 소비할 것은 자국이 생산한다는 식으로 가는 것은 이제까지 미국이 주장해온 자유무역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미국이 자유무역으로부터 등을 돌리면 유럽은, 그리고 아시아는 어떻게 될까?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 중국의 부상 등은 이제까지 많은 책에서 다루어졌으니 사실 그렇게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파산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그러들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읽어두면 좋을 책이다.

'경제활동은 단순히 잘 산다는 것뿐만 아니라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경제력은 아마 가장 중요한 힘의 원천일 것이다. 주요 국가 사이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세상에서 경제력은 국가 간의 우위를 결정하는 데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미국인들은 현재의 도전에 대해 우려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새뮤얼 헌팅턴 (p.2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경제학의 배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경제학의 배신 -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우석훈 해제 / 북돋움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워런 버핏이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야한다는, 이른바 '부자 증세론'을 역설하여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만들어진 이 책에 워런 버핏의 발언이 실려 있는 것을 보니 갑작스런 일은 아닌 모양이다.    

 

워런 버핏은 자체 내부 감사를 한 후 자신이 사무실의 비서와 사무원보다 훨씬 낮은 소득세를 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계급투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투쟁을 벌이는 쪽은 우리 부유층 쪽이며, 부유층이 투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p.145) 

 

세금은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이슈지만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이슈다. 중학교 사회 이상을 배운 사람이라면 세금 때문에 프랑스 혁명이 벌어졌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것만 보아도 경제와 정치는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상하게 우리나라는 경제와 정치가 연결되는 것에 대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정경유착'을 비롯하여 정치와 경제가 연결되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관념이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인지... 

이번에 읽은 <경제학의 배신>은 보기 드물게 경제와 정치를 연결시킨 경제학 서적이다. 경제학 신간으로 받아든 책이 궁극적으로는 정치에 대한 얘기로 끝나서 아리송했지만, 저자 라즈 파텔이 대학(옥스퍼드대)에서 정치철학과 경제학을 이중전공했다는 것을 보고 예상은 했었다.  

저자는 먼저 경제학에 대한 일반적인 믿음을 깨부수는 것으로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유명한 아담 스미스에 대한 믿음, 호모 에코노미쿠스에 대한 믿음, 가격에 대한 믿음, 기업에 대한 믿음 등등...  하지만 대부분의 학문이 그러하듯 경제학도 여러 학파의 견해를 수렴한 결과 이룩된 학문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대한 '믿음'만으로 판단해서는 결코 안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대 경제학에 대한 이해는 고전파 경제학에서 비롯된 이른바 주류 경제학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한 나라의 소득이 주택, 식량, 물, 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기본적인 수준을 일단 넘어서면, 경제가 성장한다 해도 국민의 평균적인 행복감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일정 수준을 지나면 돈이 더 많다고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더 행복해지기는커녕 오히려 '쾌락의 쳇바퀴'에 빠져들어 친구나 이웃의 수준만큼은 소비해야 행복감을 느끼게 되어버린다. (p.73) 

 

시장 이데올로기에 대해 비판하는 책은 많지만, 이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치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는 특히 서양 정치의 대표적인 특징인 공동체의 참여와 토론의 활성화를 강조한다.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또는 그렇다고 믿는 믿음)을 극복하고 탐욕스런 기업을 경계하기 위해서는 이타적인 본성을 끄집어내고 시민들이 서로 연대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답인 것도 같다. 

그 사례로 브라질의 포르투알레그레(p.282), 멕시코의 사파티스타(p.276) 등이 제시되는데, 대학교 2학년 때 배운 내용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날 줄이야! 비싸다고만 느꼈던 등록금이 제 값을 한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 때 이후로 참신하고 획기적인 사례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뜻도 된다. 사회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기대는 늘 존재하지만, 그것을 주류로 끌어올리기는 아직 역부족인 모양이다.     

 

좀 더 공정하고 온정적인 사회로 가는 과정에는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소수의 사람과 경제 주체의 손에 자원과 권력이 집중되면 민주주의의 성공이 가로막힌다. 우리에게는 좀 더 '유연한' 재산권 개념이 필요하다. 재산권과 시장을 항상 공정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민주적 고려의 아래에 두어야 한다. (p.289)

 

요즘 대학생 10명 중 4명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하는데 전공자로서 마음이 무겁다. 경제든 경영이든 모두 정치라는 바탕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정치에 대한 관심 없이 과연 경제를, 나아가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망가진 시장을 되살려내려면 우리 모두 그 정치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저자의 부르짖음이 지금 당장은 공허하게 들릴지라도, 언젠가는, 결국은 그렇게 되리라고 그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크릿 실천법 : 부의 비밀 - ‘시크릿’으로 부를 끌어당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 시크릿 실천
퍼거스 오코넬 지음, 임지은 옮김 / 길벗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권수가 팔렸다는 <시크릿>과 그 추종작(?)들은 싫다. (웬만하면 책에 대해 '싫다'는 말 안 하고 싶은데, 싫다.) 그저 '생생하게 꿈만 꿔도 꿈이 이루어진다'니, 그 말을 믿으라는 건 독자에 대한 기만이고 피땀 흘려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건, 그래도 이 책 제목에 '실천법'이라는 세 글자가 들어가 있으니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분명 다른 점은 있다. 일단 시크릿의 목적이 분명하다. '부', 즉 부자가 되는 것, 돈을 버는 것으로 목표를 한정했다. (부를 추구한다고 해서 속물이라고 비웃지 말자. 부모가 엄청난 재산을 물려주지 않은 한, 우리 모두 하루 세 끼 먹기 위해 공부하고 돈 버는 똑같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다양한 실천 도구들이 등장한다. '내가 원하는 것 10가지 알아보기', '현 상태 파악하기', '마인드맵 그리기', '돈 버는 습관 만들기' 등 제목만 보아도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읽으면서 하나하나 적어보고 따라하는 과정은 할만 했다. 또한 이 책을 미리 읽은 베타테스터들의 실천 사례가 소개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꿈이 있나, 어떤 생각을 하고 사나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궁극적인 메시지는 <시크릿>, 그리고 그 추종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부를 얻기 위한 세 단계(원하라, 행동하라, 믿어라)를 제시하는데, 저자 본인의 사례에 따르면 그가 원한 것은 '15억'원이었고,  이를 위해 1년 동안 '네 권의 책'을 집필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겼으며, 이를 간절히 믿었다고 한다. 15억은 몰라도, 단기간에 네 권의 책을 집필한다는 것은 그가 전업작가이기 때문에 행동으로 옮기기가 가능한 일이었지 보통 사람한테는 아니다.  

차라리 그가 어떻게 해서 전업작가가 될 수 있었으며, 전업작가로서 시간관리는 어떻게 하며 글쓰기를 잘 하는 자신만의 비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썼다면 읽는이의 '자기계발'에 더욱 도움이 되고 감동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결국 이번에도 또 속았다.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시크릿'은 책 안에 있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진짜 비밀이라면 이렇게 대중에게 공개된 책에 적혀서 나올리도 없다. 그저 우직하게 파고들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절절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더 굳게 믿을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