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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알아야 경제가 보인다 - 경제멘토 조윤정의 파워경제교육
조윤정 지음 / 푸른영토 / 2013년 1월
평점 :
가만 보면 하루에도 남이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듣는다. 신문에서든, TV에서든, 인터넷에서든 말이다. 세계 몇 대 부자가 누구이며 그 순위가 어떻게 바뀌는지, 어떤 재벌이 재산이 얼마고 누구에게 상속을 하며, 어떤 연예인이 얼마를 벌었고 무슨 명품을 샀는지 등등...... 굳이 멀리 보지 않아도 된다.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얼마를 벌고, 비정규직 친구의 연봉보다 많은 보너스로 어떤 명품을 샀는지, 동창 누구가 벌써 집을 샀다느니,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다니 등등... 궁금하지 않은데 귀에 들어오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는 잘 알고 있는 걸까? 월급쟁이야 매달 통장 입금 내역을 보면 알겠지만, 요즘은 주식이나 부동산 등 '다른 주머니'가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러니 정확히 내가 한 달에, 또는 일 년에 얼마를 버는지 알기가 어렵다. 얼마를 쓰는지는 더 모른다. 그야 가계부를 쓰고, 매달 날아오는 카드 내역서를 보면 알지만, 가계부를 쓰지 않는 사람도 많고, 대출 이자에 마이너스 통장 같은, 다른 지출원까지 고려하면 지출 내역을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게다가 내 지출 내역이 내 소득 수준에 비추어 적당한 것인지, 덜 쓰고 더 아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챙기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
성인도 이럴진대, 경제 관념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은 어떨까? 친구나 연예인들이 소비하는 모습에 영향을 많이 받기가 더욱 쉬울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 또한 어린 시절 친구가 새 옷을 입거나 새 신발을 신으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고 내 것이 초라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내 것도 아직 쓸만하고 좋은 제품인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새 것을 사달라고 부모님을 조른 적은 없지만...) 그래서 나중에 돈을 벌게 되었을 때는 어릴 때 사고 싶었던 옷이나 신발을 먼저 사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은데.
내가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 제대로 알고 현명하게 벌고 쓰는 습관은 어릴 때 들일수록 좋은 것 같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경제교육. 그래서 나는 이 책 <가치를 알아야 경제가 보인다>를 읽었다.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저자 조윤정은 고등학교 졸업 후 한화투자증권(구 푸르덴셜투자증권)에 입사하여 18년을 재직했고, 재직 중 경기대학교에서 청소년학을 공부하며 교육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다. 현재 저자는 경제와 교육, 두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경제교육 전문가로 변신, '파워경제교육센터' 대표직을 역임하며 초등학생, 청소년 대상 경제교육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총 다섯 챕터로 되어 있지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첫 부분에는 경제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요즘 아이들은(사실 어른들도 마찬가지) '커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스스럼 없이 하지만, 정작 돈을 벌고 부자가 되서 하고 싶은 일은 없다. 그저 돈을 벌기만 하면 되는 줄 안다.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사람이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건강하게 살고, 가족,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이웃들과 나누기 위해서이다. 이런 '진짜' 목적을 모르는 채로 무작정 돈만 벌면 어떻게 될까? 불행한 구두쇠, 우울한 월급쟁이로 고독한 인생을 살뿐이다.
그 다음에는 경제교육을 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일기 쓰기, 용돈기입장 쓰기 같은 고전적인 방법도 있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활용하여 저축, 투자, 경매 등 경제의 중요한 개념 몇 가지를 배우는 방법은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흥미로웠다. 경제교육을 통해 그저 돈을 잘 벌고 잘 쓰는 방법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께 효도하고, 친구와 잘 지내고, 이웃과 나누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까지 배우니 교육적인 효과도 클 것 같다.
마지막 부분은 저자의 이야기다. 저자는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정의 막내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때로는 왜 친구들처럼 걱정 없이 용돈을 쓰고 원하는 것을 살 수 없는지 고민하다가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명한 어머니로부터 돈의 진정한 의미를 배웠고, 이제는 저자 자신이 알뜰하게 살면서 학생들에게 경제교육을 하고 있다. 마치 어머니가 어린 시절 저자에게 가르쳐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어떤 책에서 보니 아껴 쓰는 것은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진 돈을 더욱 가치있게 쓰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라고 한다. 남이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든, 그것은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시간에 내가 가진 돈을 어떻게 하면 더욱 가치있게 쓸 수 있을까 궁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부모 자신의 경제 생활도 돌아보고, 내 아이도 돈만 아는 아이가 아닌, 돈의 가치를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