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시간 관리 - 내 인생의 꼭 맞는 속도를 찾는 8가지 방법
라마 수리야 다스 지음, 안희경.이석혜 옮김 / 판미동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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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마트폰을 산 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스마트폰을 장만하니 좋은 점이 몇 가지 있다.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를 시시때때로 켜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서비스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이동하거나 운동할 때 따로 MP3 플레이어를 챙기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그런데 사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스마트폰이 없어서 못했던 일들은 아니다. 메일, 트위터, 페이스북이야 번거롭기는 해도 컴퓨터로 능히 할 수 있고, 음악을 듣는 것도 MP3플레이어와 라디오로 듣던 걸 다른 기계로 듣는 것에 불과하다. 안좋은 점이라면 책 읽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전에는 이동 중이나 자기 전에 주로 책을 읽었는데, 요즘은 그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팟캐스트를 듣는 일이 많다.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든 것만으로도 손해인데, 스마트폰으로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다른 일을 같이 하다보니(멀티태스킹을 하다보니) 집중력이 낮아지고 효율도 떨어진다. 그만해야지 하는데 몇 달 사이에 습관이 되어버려 좀처럼 그만둘 수가 없다. 스마트폰이 참 애물단지다 싶다. 지난 밤 스마트폰 때문에 대폭 줄어든 시간을 쪼개 <붓다의 시간 관리>라는 책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트위터에 뜬 140글자를 읽는 데는 몇 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산만함에 빠진 대가는 훨씬 더 오래 지속된다. 만약 우리 자신을 더 많은 일에 관여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인생은 수박 겉핥기 식이 될지도 모른다. 이런 분주함은 삶의 깊이를 잃게 만든다." (p.14) 문장을 읽자마자 저자가 나의 마음을 읽었나, 내 생활을 보기라도 했나 싶었다. 뭘 먹었느니, 어디에 왔느니 등 시덥잖은 트위터의 멘션을 읽다가 이런 진짜 '멘션(mention)'은 놓칠 뻔 하다니! 이 문장 외에도 어떤 귀한 문장들이 담겨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속도를 늦춰 천천히 읽어보았다.



티베트 불교의 2세대 본토 라마이자 족첸 센터의 설립자인 저자 라마 수리야 다스는 먼저 불교와 시간 관리의 관계에 대해 설명한다. "불교는 시간과 시간의 운용을 심도하게 다루는 공부다. 마음과 정신을 잘 운용해야 시간에 더 적게 얽매이고, 자유로움 속에서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는 출발선상에 섰을 때처럼 무한대의 기회와 가능성을 갖게 된다." (p.15) 불교에 대해서는 쥐뿔만큼도 모르지만(참고로 무교임), 불교가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른 종교에 비해 영적이고 철학적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중에서도 티베트 불교는 신성한 여성 에너지와 이를 통해 남성 에너지를 보완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인데, 불교를 포함한 고대 종교와 철학은 궁극적으로 이러한 에너지의 흐름, 정신의 작용, 영혼과 기의 순환 등에 관심을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왜 현대인들은 에너지, 정신, 영혼, 기와 같은 개념들을 잊고 살게 된 것일까? "예수와 초기 기독교인들도 이런 균형에 초점을 맞췄으나, 원형의 메시지는 가부장제에 의해 검열되고 흡수되었다. 이는 <도마복음>, 빌립, 막달라 마리아와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이 등장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p.155) 즉, 기독교의 출현을 경계로 에너지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다루던 고대 종교와 철학, 연금술, 주술 등은 미신 또는 비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사장되었다는 것이다. 댄 브라운의 팬인 나는 오래전부터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러한 '어두운 역사'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소설가가 아닌 종교인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처음 들어서 신선하면서도 더욱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 특히 '기다림의 미학'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신기술은 사람들이 더욱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도와주며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든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모든 것을 전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된 대가로 사람들은 '기다림'을 잃었다. 누구를 기다리거나 무엇을 하거나 사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을 사람들은 '버리는' 시간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예상외로 인류가 이룬 일들의 상당 부분은 기다리는 동안 이루어졌다. "구소련 사람들은 칫솔에서 텔레비전까지 무언가를 사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야했다. 잔돈을 거슬러 주는 줄, 점원이 주문을 넣는 줄, 물건을 배송받기 위해 주소를 작성하는 줄이 있었다.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많은 사람이 소설이나 시, 미술사 책을 읽었다. 그 결과 러시아 사람들은 굉장히 문학적이고 독서를 즐기게 되었다. 그들은 모임을 만들고, 줄을 서서 기다리며 서로를 알아 가고, 다른 사람들이 볼일을 보는 동안 자리를 맡아 주기도 했다. 이와 똑같은 일이 미국에서도 일어났다. 사람들은 공연표를 사기 위해 24시간 진을 치고 기다리거나 추수감사절 다음 금요일 파격세일을 하는 백화점 앞에서 밤새 줄을 서거나 중요한 운동 경기 티켓을 사려고 줄을 선다. 이 기다림은 원래의 목적보다 더 모험적이고 큰 만족감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심지어 새로운 로맨스가 시작되기도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인맥을 발굴하기도 한다." (p.213) 나 역시 스마트폰이 생기기 전에는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이동하는 동안 어김없이 책을 읽었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에서 시시한 연예 기사를 읽거나 SNS를 확인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있어서 아무 데서나 인터넷을 할 수 있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을 수 있는 점은 좋지만, 그만큼 기다리는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는 방법은 잊어가고 있는 것 같다. <붓다의 시간 관리>. 몇천 년을 이어져 온 불교의 사상에서 오늘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놀랍고, 붓다의 가르침대로 시간에 덜 얽매이고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방법을 익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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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번째 왕관
예영숙 지음 / 더난출판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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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번째 왕관>의 저자 예영숙은 평범한 주부였던 서른 네 살 때 삼성생명 계약직으로 입사하여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연속 그랜드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2009년 4월에 명예전무로 승진, 2013년 또다시 전사 그랜드챔피언에 오른 보험왕 중의 왕이다. 연간수입보험료가 255억 원에 이르는 그녀가 관리하는 고객의 수는 무려 3천 명! '걸어다니는 금융기관'이라는 별명이 괜한 것이 아니다 싶다. 사실 보험업에 대해 안좋은 인상이 있는 터라 그다지 읽고 싶은 책이 아니었는데, 저자의 약력을 읽고 나서 마음이 달라졌다. 어떤 업계든 정상에 오른 사람에게는 성공한 사람 나름의 이유가 있고 비결이 있지 않겠는가? 게다가 여자 혼자 몸으로, 대단한 학력이나 스펙도 없이 오로지 자기 노력과 실력만으로 업계 최고가 되었다고 하니 그 비결이 무척 궁금했다.



궁금한 마음을 안고 책을 끝까지 읽고나니 머릿속에 딱 세 글자가 떠올랐다. '디테일'! 평범한 주부였던 저자가 계약직으로 보험업계에 뛰어들어 하루아침에 보험왕의 자리에 등극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실적이 좋지 않았던 적도 많았고, 겨우 실적을 올려도 오해로 인해 고객들의 항의와 비난을 받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저자는 금방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주 작은 것으로라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때로는 하루에 몇 번이나 옷을 갈아입는 일도 불사했다. "보험왕이 되기 전 실적이 좋지 않았을 때도 나는 최소한 하루에 한두 번은 옷을 갈아입었다.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경조사가 겹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결혼식에 갔던 옷차림으로 장례식에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조금만 더 신경 써서 격식에 맞는 옷차림을 갖춘다면 상대가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남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려면 작은 것 하나도 배려할 줄 아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다." (p.25) 이미지뿐 아니라 행동에 있어서도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고객과 대화하는 동안에도 계속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메모하는 모습을 보고 상대는 '이 사람이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를 만난 자리에서 상대가 이런 생각을 하면 대화는 더욱 매끄러워진다. 이처럼 메모하는 습관은 상대에게 신뢰와 호감을 주는 동시에 대화를 계속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p59) 고객과 대화하는 빈번한 상황에서 메모라는 디테일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얻어낸 저자의 노력이 대단하다.



보험업의 특성상 저자는 고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거절당한 경험이 수없이 많다고 한다. 거절당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저자는 거절하는 사람의 본심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고객으로 확보했다. "설득에 실패한 것은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더 많이 들여다보라는 뜻이다. 거절의 이유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보험은 들고 싶지만 당장 여유가 없을 수도 있고, 보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서 거부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세일즈맨의 본분은 설득에 있고, 고객은 일단 거절부터 한다. 설득에 저항하는 것은 고객의 자연스러운 심리다." (p.45) 말이 쉽지, 거절하는 사람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알아낸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거절당하면 바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 고객 리스트에 올려놓고 기회가 오기를, 때가 되기를 기다리는 지혜. 이것 역시 저자만의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형적인 성공 스토리, 자기계발서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후반부로 갈수록 개인적인 경험이나 스스로 터득한 삶의 지혜보다는 이미 여러번 다른 책이나 매체를 통해 다뤄진 바 있는 사례가 인용된 경우가 많아서 아쉬움이 남지만, 보험업뿐 아니라 영업, 세일즈 등 판매직 전반에 적용할 수 있고, 여성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새겨들으면 좋을 만한 내용이 많으니 인생 선배, 직장 선배에게 한 수 배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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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그들이 절대 하지 않는..]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스마트한 그들이 절대 하지 않는 것들
나쓰가와 가오 지음, 고정아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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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자신과 관계가 있음직한 성공 노하우 책에 정보나 아이디어가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오히려 얼핏 보기에는 평소 하는 일과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곳에 산재해 있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낭비라고 생각하여 효율화 과정에서 없애버리는 그 시간에 진짜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 온 일 안에는 새로운 것이 없으니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다시 말해 요즈음의 효율화는 새로운 일의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아이디어를 없애고 여느 때의 업무를 좀 더 빨리 처리해내는 기술에 지나지 않게 되어 버렸다. 이제 우리는 효율화 그 자체의 의미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p.22)

"단순히 영업직이라고 해서 물건만 팔면 되고 사무직이라고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면 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를 쌓는 시간, 동기부여를 위한 시간, 장래에 대해 이것저것을 생각하는 시간, 하물며 화를 삭이는 시간까지 모든 요소가 어떠한 형태로든 일과 관련이 있다." (p.34)


나쓰가와 가오의 <스마트한 그들이 절대 하지 않는 것들>은 일본 자기계발서의 특징들을 그대로 계승하는 책이다. 제목부터 그렇다. 스마트한 그들이 '하는 것들'이 아니라 '절대 하지 않는 것들'이라니! 대체 뭘까? 독자로 하여금 절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본문 구성도 체계적이다. 본문이 크게 여섯 장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목차만 보아도 어떤 내용인지 대강 알 수 있게 되고, 각 장마다 열 개 안팎의 글이 실려 있어서 틈틈이 읽기에 좋다. 문장 또한 난해한 것이 없다. 책의 형식이 전형적인 데 반해 내용은 개성적인 것이 많다. 먼저 저자는 스마트한 사람들이 '절대 하지 않는 것들'에 주목하게 된 계기부터 설명한다. "잘나가는 한 경영자와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나는 비즈니스서 작가로서 앞으로 도움이 될까 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지금까지 읽으신 책 중에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내 질문에 그 경영자가 시원스레 대답했다. '책 말인가요? 소설은 자주 읽는데 경제경영서나 자기계발서 같은 건 전혀 안 읽습니다. 딱히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고.'"(pp.5-6) 저자는 이 대화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 중에 자기계발서의 지시를 그대로 따라서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고, 자기계발서에 의존하는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개성과 강점으로 성공한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에는 시간 관리를 잘하라, 정리 습관을 들이라, 업무 시스템을 갖추라 등 '효율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많다. 그러나 저자는 효율성만 추구하다보면 획기적인 발견이나 보물 같은 아이디어를 놓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효율성을 지나치게 추구하다보면 업무 외의 만남이나 취미, 여가 등을 소홀히 하게 되는데, 저자는 여기에 대해서도 '허비되는 시간은 없다'며 일갈한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내키지 않는 일 속에 기회가 있다, 정보는 정리하지 말고 버려라, 스마트한 리더는 "내게 맡겨!"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우라가 아닌 빈틈을 보여라, 성공한 회사에 반드시 성공에 대한 목표가 있던 것은 아니다 등 상식을 전환하게 만드는 내용이 많다. 자기계발서, 그 중에서도 일본 자기계발서를 꾸준히 읽어온 독자로서 파격적이다, 획기적이다 싶은 내용이 많아서 좋았고, 효율적이지 못하고 스마트하지도 않은 나를 굳이 바꾸지 않아도 성공의 가능성,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기존의 자기계발서에 질려 있던, 지쳐있던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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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09-1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존의 자기계발서와는 다르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서평 잘 봤습니다 ^^
 
지금 당장 브랜딩 공부하라 지금 당장 경제 시리즈
엄성필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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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백화점에서 몇십만 원에 파는 유명 해외 브랜드 화장품의 통관 가격이 고작 몇 백원, 몇 천원 밖에 하지 않는다는 텔레비전 보도를 보았다. 가격에 거품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몇배, 몇십배 수준이 아니라 몇백배, 몇천배 수준이라니...... 거품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거품이 생기는 이유로는 유통구조의 문제라든가 임대료, 인건비, 홍보비, 모델 출연료 등을 들 수 있지만, 소위 말하는 '브랜드 값'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비싼 줄 알면서, 거품인 줄 알면서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일까? '낙인'이라는 브랜드의 뜻처럼, 명품을 쓰면 마치 나한테 명품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 같아서일까? 비싼 제품을 쓰면 내 몸값도 비싸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일까? 



<지금 당장 브랜딩 공부하라>의 저자 엄성필 역시 유명 해외 브랜드 화장품의 사례처럼 브랜드의 힘이 부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경계한다. 그러면서도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힘이 제대로 쓰일 때의 무한한 가능성은 부정하지 않는다. "필자는 브랜딩을 좋게 말하면 '마법', 나쁘게 표현하면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예를 든 에비앙도 솔직히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브랜딩을 사기가 아닌 마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강점은 부각하고, 약점은 감추며, 소비자에게 감정적 애착을 끌어내는 것이 브랜딩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어내는 것처럼 대단한 마법이 어디에 있을까요?" (서문 중에서) 사실 값비싼 명품 브랜드만 브랜드의 힘을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유니클로, 자라 같은 SPA브랜드 제품이나 로드샵 화장품 등 명품에 비해 훨씬 저렴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인데, 이들은 저렴하지만 품질 좋고 유행에도 뒤떨어지지 않은 제품을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자의 이미지를 함께 구매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비싼 제품은 비싼 대로, 싼 제품은 싼 대로, 소비자는 제품을 구입할 때 제품 그 자체만이 아니라 브랜드까지 함께 구입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브랜드를 마냥 사기다, 거품이다 비난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정적 욕구를 충족하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진 것으로 너그럽게 보아도 좋겠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에르메스, 구찌, 프라다, 루이비통 등 유명 패션 브랜드에 대한 설명에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잘 구축하여 성공한 브랜드 중 하나로 에르메스를 들 수 있다. 그레이스 켈리가 들어서 화제가 된 '켈리백'과 영국 출신 프랑스 여배우 제인 버킨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서 만든 '버킨백'은 지금도 사려면 적어도 2년은 대기해야 하는 명품 중의 명품, 브랜드 중의 브랜드다. (막상 버킨백의 뮤즈인 제인 버킨은 무거워서 버킨백을 안 쓴다고 하니 아이러니다.) 몇 년 사이에 새롭게 떠오른 명품 브랜드로는 멀버리가 있다. 멀버리는 오랫동안 품질은 좋지만 인기가 없어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영국 출신 모델 알렉사 청이 들어서 일약 화제가 되었고, 최근에는 영국의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가 애용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주가가 급등했다. 패션 브랜드 대부분이 유명한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거나 그들을 통해 강력한 홍보 효과를 누린 것을 보면 브랜드 이미지의 형성에 스타 마케팅의 몫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최근에는 출판계에서도 어떤 연예인이 읽었다더라, TV에서 애독서로 소개했더라 하는 것이 그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한 홍보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는데, 홍보가 되어서 좋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좋기만 한 일일지는 모르겠다.  



뜨는 브랜드가 있으면 지는 브랜드도 있는 법. 저자는 신규 브랜드에 밀려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진 브랜드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노키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노키아는 휴대폰 시장 수위를 점하는 브랜드였다. 그러나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업계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노키아가 여기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브랜드 이미지 하락은 물론 기업의 존속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다. 어디 노키아뿐이랴. 식품, 화장품 같은 저가의 일용품도 인기 브랜드가 몇 년 사이에 휙휙 바뀐다. 경영, 브랜드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한 브랜드에 애착을 가지면 오랫동안 충성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점점 그 추세가 빨라지니 아쉬움이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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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과의 대화 - 세계 정상의 조직에서 코리안 스타일로 일한다는 것에 대하여 아시아의 거인들 2
톰 플레이트 지음, 이은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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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좋아하고 존경하는데도 그에 대한 책을 이제까지 한 권도 읽어본 적이 없다. 대부분이 아동, 청소년용 도서인 탓도 있지만, 한국인의 정서상 그를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분석한 책보다는 영웅시하고 미화하는 책이 많을 것 같다는 걱정이 들어서다. 그런 점에서 <반기문과의 대화>는 읽기에 적절했다. 일단 저자가 톰 플레이트라는 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인의 정서에 물들지 않고 제 3자의 시선으로 반기문의 공과 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했으리라는 믿음을 준다. 또한 그는 <타임>, <뉴스데이>, <뉴욕> 등에서 활동한 바 있는 전문 언론인이자 미국 언론계에서 가장 유력한 '아시아 정보통'으로 손꼽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반기문이 유엔사무총장으로 선출되기 전부터 만남을 가져온 사이라서 오랫동안 그의 경력과 업적을 지켜봐 왔다는 점도 좋았다. 또한 반기문도 지난 2년 동안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 십여 차례 이상 저자와 만남을 가지며 책의 인터뷰이로서 성실하게 참여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공식 인정한 유일한 책'이라는 광고 문구가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저자는 먼저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직책에 대해 설명한다. 국내에서는 유엔사무총장을 '세계의 대통령'이라느니 '대통령 중의 대통령'이라느니 하는 말로 찬양하지만, 미국인인 저자의 눈에는 "정신에 이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일을 하고 싶어할 리도 없지만 할 수도 없"는 일에 불과하다. "이 세상에 유엔 사무총장 같은 직업은 없다. 독특하다는 말이 딱 맞는 직업이다. 사무총장이 되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르지만, 동시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할 때가 많은 관료들에게 둘러싸여 살아야 한다. 유엔 회원국 수를 감안하면 200여 명의 보스가 있는 셈이다. 게다가 몇 분 안에 음식을 요리해내는 전자레인지처럼 바로바로 성과를 내놓길 바라는 서구 언론들까지 그를 주시하고 있다. 그뿐이랴. 유엔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고 복잡하게 얽힌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국제적인 규모로 움직이는 폭력단들 간의 싸움도 그중 하나다." (p.23) 일반인들은 신경도 안쓰고 사는 재해와 테러, 전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루 24시간 내내 전세계를 누비는 것도 모자라, 일을 잘 못하면 전세계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여가, 취미는커녕 하루에 몇십 분 쉬지도 못한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처럼 엄청난 부를 실컷 누리고 사는 것을 성공이라고 부르는 미국인들의 눈에는 반기문처럼 똑똑하고 능력있고 야심도 있는 사람이 고작 20만 달러의 연봉과 관저만 받고 이런 힘든 일을 하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관료를 우대하는 문화가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국가공무원으로서나 외교공무원으로서나 최고위직에 오른 반기문을 가장 성공한 한국인 중 하나로 여기는데, 외국인들에게는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돈만 잘 벌면 장땡'이라는 식의 미국식 사고방식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직책이 높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기만 하면 됐지 일의 본질이나 실체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우리나라의 정서도 문제인 것 같다. 그렇다면 유엔사무총장이 하는 일의 실체는 무엇일까? 궁금한 마음을 안고 계속 읽어보았다.



저자는 반기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이력과 업무 스타일, 유엔이라는 조직 내에서의 문제, 여성 문제, 북한과 일본, 중국 등을 아우르는 동아시아 정치 문제에 대한 생각 등을 낱낱이 밝혔다. 그의 이력이야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고, 지독한 워커홀릭에, 스스로를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전형적인 '외교가'라는 업무 스타일 또한 유명하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유엔이라는 조직 내에서 그가 어떤 어려움을 겪었으며, 대외적인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유엔의 수장으로서 어떤 고충이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바로 유엔사무총장이 하는 일의 실체다) 먼저 유엔이라는 조직은 전세계 백여 개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나 일반 사조직과는 시스템과 문화가 매우 다르다. 반기문은 사무총장이기에 앞서 유엔이라는 조직의 리더로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일하기 좋은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동안의 관행이 무너지는 것이 싫어서 저항했던 직원들도 차츰 그의 노력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는 유엔이라는 조직의 틀과 속을 모두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전형적인 '외교가'인 그는 그것을 자신의 덕으로 돌리지 않고 한국 문화의 공으로 돌렸다. "유엔은 각양 각색의 문화를 모두 접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문화를 존중해야 합니다. 한국 문화도 중요한 문화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문화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한국의 성공신화만큼은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인은 훌륭한 관리방식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저는 그런 좋은 관행을 유엔에 도입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그 부분에서 몇 가지 진전이 있었고, 그래서 지금은 사람들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p.127) 한국의 조직관리방식이 '훌륭한'지는 모르겠지만 효율적이라는 점은 공감한다. 그것이 자신의 덕이 아닌 한국 문화의 공으로 돌린 점도 인상적이다.



대외적인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그가 느낀 고충은 더욱 컸다. 임기 초반부터 선진국의 수장과 언론들은 그의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 출신이라는 것과 카리스마와 언어 실력 부족을 대놓고 조롱하며 무시했다. 재해, 전쟁, 테러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에서는 그의 개입을 주권 간섭이라며 거부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전세계 리더들의 관계를 조율하는 일이었다. 외교, 정치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아무리 잘나고 대단한 리더라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관계를 조율하는 일이 무척 어려웠다. 그 중에는 수천, 수만 명의 목숨을 걸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유엔사무총장도 사람인지라 그런 사람을 대할 때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멸사봉공의 자세로 개인적인 감정을 누르고 공적인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런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약점으로 지적한)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제가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면 사람들은 놀랍니다. 이런 사무총장을 본 적이 없다면서요. (전 이집트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에게 물러나라고 처음 말한 사람이 바로 접니다. '이제 그만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죠." (p.183)



이밖에도 여성 문제, 북한과 일본, 중국과 미국 등 동아시아 정치 문제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많은 내용이 다뤄져 있고,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반기문의 하버드 케네디 스쿨 재학 당시의 일화도 소개한다(무려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과 조지프 나이의 회고록이 담겨 있다!). 여러 차례 부부 동반 모임을 가졌기 때문인지 저자는 반기문의 부인 유순택 여사에 대해서도 여러 번, 그것도 매우 자세히 언급한다. 유명 인사의 평전에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미국인인 저자의 눈에는 지극히 가부장적인 교육을 받고 자란 부인의 모습과 행동이 신선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첫만남에서 부인의 다소곳하고 조신한 몸가짐을 묘사하는 대목이라든가, 사서로서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밖으로만 도는 남편을 위해 헌신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느낌을 서술한 대목에서 놀라워하는 작가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남편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부인이나 가족이 그림자처럼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정서로 보면 낯설지 않을 이야기가 외국인에게는 이런 식으로 보인다는 것이 신기했다. 만약 이 책을 한국인 작가가 썼다면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현모양처다 라는 식으로 일축했을텐데...... 그런 부인을 둔 반기문이 유엔 안팎에서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저자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직접적인 평가를 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힐러리 클린턴 같은 여성 정치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런 것은 아닌지 캐물은 것을 보면 그저 곱게만 보지는 않은 것 같다.  



어느 곳 하나 반기문을 찬양하거나 영웅시하는 부분이 없다는 점에서 이 책은 '쿨'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의 눈에는 반기문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비치는지, 아울러 미국인에게는 한국인 관료의 업무 스타일이나 정치적인 행보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핫'하다. 또한 (대부분의 책이 그렇듯) '위대한 한국인' 반기문으로서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커리어를 설계하고 자신의 일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는 외교 전문가, 일과 개인적인 생활 사이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하고 주변과 타협하는 사회인, 한 인간으로서의 반기문을 만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치외교학 전공자로서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공부, 진로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될 때마다 이 책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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