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돈으로 바꾸는 기술
후지이 고이치, 모리 히데키 지음, 노재명 옮김 / 북라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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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직장에 다닐 때는 공부만 했다. 자격증을 따고 영어회화 학원에 다녔다. 일찌감치 컴퓨터를 사들여 IT 기술을 익혔다. 비즈니스 서적도 1년에 300권 정도를 읽었다. MBA 유학을 목표로 학교에 다니면서 여러 공부 모임과 업종 교류 모임에 얼굴을 내밀며 인맥을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나 스스로 '유능한 비즈니스맨!'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착각이었다. 이런 자존심과 달리 나에 대한 회사의 평가는 형편없었다. 나는 회사의 감봉이나 인력구조조정 대상 1호였다. 실제로 회사의 불합리한 대우로 인해 가족을 곤경에 빠뜨렸던 적도 있다. 그런데 그 같은 시련의 시기에 '공부 달인'의 능력은 막강한 원군이 되어 주었을까? 대답은 NO! 그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나는 회사에 사표를 내기는커녕 상사에게 아무 소리도 못하고 회사의 지시에 따라야 했다. 때문에 나는 목소리를 높여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공부를 위한 공부는 그것으로 끝이다. 여기에 '+a'가 없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 (pp.7-8) 

 

 

<공부를 돈으로 바꾸는 기술>의 저자 후지이 고이치는 원래 금융회사의 사원이었다. 명문대 출신에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던 그는 학창시절부터 그래왔듯이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남들 하는 대로 노력하면  앞으로의 삶이 탄탄대로일 것이라고 믿었다. 서른두 살이 되던 해, 그의 믿음은 깨졌다. 퇴직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에 그는 회사로부터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고 사표를 쓰라는 압력까지 들어왔다. 그 때 비로소 그는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취업하는 순간부터가 독립이 아니라, 회사를 떠나서도 돈을 벌 수 있게 될 때부터가 독립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때부터 그는 돈이 되는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공부를 돈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몇 년 후 경영 컨설턴트로 멋지게 독립했다. 

 

 

저자가 말하는 '돈이 되는 공부'란 무엇인가? 취업준비생과 직장인 대다수가 휴일도 없이 바쁘게 자격증을 따고 외국어 공부를 하는 이유는 소위 말하는 '스펙'을 올리기 위해서다. 스펙을 올려야 취업도 하고 승진도 하고, 궁극적으로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컴퓨터 자격증이 있어도 엑셀 수식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사람, 토익 점수가 900점을 넘는데도 막상 영어 회화를 시키면 말문이 막히는 사람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자격증과 외국어 점수 같은 스펙이 그 사람의 실력과 능력을 증명하지는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 저자는 언젠가는 들통날 허울뿐인 공부가 아니라 실전 경험으로 확인된 '진짜 실력'을 쌓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짜 실력이 있으면 회사에 속했든 아니든 혼자서도 능히 살아갈 수 있다. 돈은 자연히 따라오게 마련이다. 나는 지금 돈이 되는 공부를 하고 있는가? 자격증 공부는 따로 하는 것이 없고, 책읽고 외국어 공부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글을 읽고나니 뜨끔하다. 장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머리로만 생각했지 실천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공부의 목적이 돈만은 아니지만, 인생에 필요하고 보탬이 되는 공부를 하지 않고, 그저 남들 다 하는데 안 하면 불안하니까, 인사고과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공부해온 지난날이 부끄럽다. 

 

 

그렇다면 공부를 어떻게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 저자는 금융회사 마케팅 부서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경영 컨설턴트가 되었지만, 개인적인 취미나 특기를 살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한다. 저자의 지인 중에는 문방구 수집이 취미인 사람이 있는데,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통로를 통해 자신의 활동을 알리며 동호인을 늘렸고, 잡지 연재와 강연, 출판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서 지금은 백화점 매장 컨설팅 등의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지인은 야경평론가라는 특이한 취미를 살려 술집이나 호텔의 인테리어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한다. 팬시 용품 좋아하고 야경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를 취미로, 전문분야로, 직업으로 살리는 사람은 드물다. 좋아하는 일을 돈되는 일로 바꾸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전에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가 아닐까 싶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내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분야, 보통 사람은 해보지 못한 경험, 지금까지 가장 많은 돈을 쓴 대상, 아무 준비 없이 두 시간은 말할 수 있는 분야, 책꽂이에 가장 많은 책이 꽂혀있는 분야 정도만 알아봐도 충분하다. 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많은 돈을 쓰는 대상은 책이고, 아무 준비 없이 두 시간은 말할 수 있는 분야 역시 책이다. 문제는 책꽂이에 한 분야의 책만 집중적으로 꽂혀있지 않고, 소설, 에세이, 인문, 사회과학, 경제경영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꽂혀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용, 다이어트 서적도!) 이 잡다한 취향을 어떻게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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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데보라 잭 지음, 이수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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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간관계와 관련된 책들은 특별한 사람들, 즉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도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성격의 소유자들을 위해 집필되었다. 하지만 이런 성격은 전체 인구 중 겨우 30~50퍼센트밖에 안 된다. 그럼에도 이제껏 그런 성격이 대다수인 양 다뤄진 것은, 틀림없이 저자들이 그 나머지 사람들을 외면했기 때문이리라." (p.8) 



힘들고 피곤하고 속이 상하면 나는 방에 홀로 앉아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술도 마셔보고, 친구도 만나보고, 노래도 불러보고, 춤도 춰보았지만 나에게는 이게 최고다. 데보라 잭의 <혼자가 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은 나처럼 다른 사람과 어울릴 때보다 혼자 있을 때 활력을 얻는 '내향형' 인간을 위한 인간관계 매뉴얼이다. 이제까지 사회는 감정을 드러내길 좋아하고, 말이 많고, 행동이 큰 외향형 인간을 우대했다. 인간관계에 대한 담론과 자기계발서 역시 외향형 인간 위주였다. 자기계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틈날 때마다 자기자랑을 하라', '식사는 절대로 혼자 하지 말라' 같은 경구들만 떠올려보아도 세상이 얼마나 외향형 인간 위주인지를 알 수 있다. <콰이어트> 를 비롯해 내향형 인간 대상의 자기계발서가 최근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런 경향의 반동이라고 볼 수 있다. 



말이 없다, 소극적이다, 소심하다, 우유부단하다, 비밀스럽다 등등의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내향형 인간에게도 물론(!) 장점은 있다. 말을 신중하게 하기 때문에 실수가 없고, 집중력이 뛰어나며, 일의 끝맺음도 확실하다. 사람을 사귈 때에는 소수의 사람과 끈끈한 우정을 나누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믿을 수 있고 정이 깊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나서기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고, 실수가 많고, 한번에 여러 사람에게 정을 주다보니 깊이있는 관계를 유지하기 힘든 것과 비교하면 내향형 인간의 장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말이 좀 없더라도 진실하고, 잘 나서지는 않지만 약속은 꼭 지키는 친구, 연인이 더 좋은 것처럼 말이다. 인간관계뿐 아니라 취업이나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적극적이고 활발한 외향형 인간이 주목받기는 쉽지만, 시간이 갈수록 꾸준히 성실하게 일을 하는 내향형 인간이 빛난다. 자신이 내향적인 성격이라면 억지로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꾸려고 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내향적인 성격의 장점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그래도 인맥 쌓기가 어렵고 두렵다면 어떻게 할까? 저자는 여러가지 팁을 제시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한꺼번에 많은 감각적 자극이 쏟아지는 것에 취약하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거나 큰 일을 앞두고 있어서 긴장이 되면 주변을 한 바퀴 돌거나,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에 들러서 기분을 전환하자. 모임이나 공적인 자리에 나서는 게 두렵다면 자원봉사를 해보자. 내향형 인간은 총무나 회계, 사회 등 어떤 역할이 주어지면 열심히 하는 성향이 있다. (멍석이 깔려야 빛을 보는 성격이라고나 할까?) 일부러라도 역할을 맡아서 적극적으로 임해보자. 일행 없이는 못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혼자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말을 걸기 쉽고, 그만큼 인맥을 넓힐 기회도 늘어난다.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대화가 두렵다면 질문을 해라. 직업이나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거창한 질문이 아니어도 좋다. 옷이 예쁜데 어디서 샀는지, 머리는 어디서 했는지, 오늘 나온 음식 중 무엇이 제일 좋았는지 등 별 중요하지 않은 질문도 괜찮다. 이렇게 자신의 성격을 받아들이고 부담스러운 상황을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부딪친다면 내향적인 사람도 외향적인 사람 못지 않은 '인간관계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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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콤플렉스 - 내 인생의 치명적인 약점
전경원 지음 / 아주좋은날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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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두뇌는 처음에 새롭게 보이는 활동이라도 며칠 지나면 그것을 곧 지루해하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른 지루하지 않은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창의력은 필수 요소이다. 창의력을 키운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몸속의 창의력을 깨우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p.7)

 

"인터넷에 이런 이야기가 떠돈다. '80년을 산 스위스의 한 노인이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계산을 해봤더니, 잠자는 데 26년, 일하는 데 21년, 먹는 데 6년, 차나 사람을 기다리는 데 5년, 담배 피우는 데 3년을 보냈는데, 행복했던 시간을 헤아려보니 불과 46시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괴테는 일생에서 정말 행복했던 시간은 15분이 채 되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천하를 호령했던 나폴레옹 역시 진정으로 행복했던 시간은 일주일도 안 된다고 했다.' 자, 당신의 인생을 돌아보자. 지금까지 살면서 행복했던 시간은 모두 몇 시간이나 되는가?" (p.48) 

 

 

아침에 뭘 입을지 고민하는 게 귀찮아서 매일 똑같은 옷을 입거나,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게 귀찮아서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을 때가 있다. 모처럼만의 휴일에도 뭘 할지 정하는 게 귀찮아서 다른 일 안 하고 방에 쳐박혀 멍하니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할 때가 종종 있다. 귀찮아서,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 

 

 

<창의력 콤플렉스>의 저자 전경원은 '창의력'이 문제라고 말한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이라도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과, 이렇게 향상된 창의력을 업무, 인간관계, 일상생활 등에 적용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흔히 창의력 하면 미술이나 음악 등 예술 창작 영역에서 주로 필요한 능력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학생, 직장인, 전업주부 등 평범한 사람에게도 창의력이 필요하며, 누구나 창의력을 가질 수 있고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전에는 창의력이 예술가나 디자이너, 기획자에게나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창의력은 적극성, 진취성, 도전, 아이디어 등과 치환될 수 있고, 일상이 지루하거나 주어진 일에 안주하고, 점점 평범하고 무기력한 사람으로 전락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딱 이런 상태인 내가 꼭 필요한 책을 만난 셈이다.

 

 

창의력을 향상시키고 일상에 적용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서도 특히 시간관리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바쁘다, 시간없다는 말을 하는데, 오며가며 버려지는 시간이나, 스마트폰으로 SNS서비스 체크하고 인터넷 서핑하고, 다른 생각하는 시간을 모두 더하면 시간이 없기는커녕 남아돈다. 창의적인 사람은 이렇게 버려지는 시간, 남아도는 시간도 지혜롭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줄 안다. 당장은 빡빡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나중에 늙어서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았는데 바빠서 못했다'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머리 굴려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게 좋지 않을까?  이밖에도 메모하기, 어제까지의 습관 버리기, 하루에 하나씩 새로운 일 하기, 아마추어 예술가 되기, 운동하기, 휴식하기 등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여러가지 조언들이 나와있다. 창의력 하면 예술가에게나 필요한 능력인 줄 알았는데 나같은 사람에게도 필요한 능력이라는 걸 깨달은 게 첫번째 수확이요, 운동이나 휴식, 습관 바꾸기 같은 아주 쉬운 노력을 통해서도 쉽게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걸 알았다는 게 두번째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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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팔리는가 - 뇌과학이 들려주는 소비자 행동의 3가지 비밀
조현준 지음 / 아템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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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불완전하고, 심지어 왜곡된다는 것은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기억도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미국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교의 연구팀은 <소비자연구저널>에 '팝콘 실험'에 대해 발표했다. 연구진은 피실험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신제품 팝콘 광고만 보게 했다. 한 쪽은 생생한 이미지 광고였으며, 다른 쪽은 이미지가 없는 텍스트형 광고였다. 1주일 뒤 진행된 신제품에 관한 태도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생생한 이미지 광고를 본 집단은 자신들이 팝콘을 먹었으며 이는 확실하다고 대답했다(실제로 먹지 않았다). 이들은 실제 제품을 먹어본 집단과 동일한 정도의 확신과 호감을 보여주었다." (pp.133-4)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해야만 했던 여성은 빠른 판단이 중요하지 않았다. 대신 우수한 자손을 낳기 위해서 훌륭한 남성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했다. 여성의 뇌는 정확한 판단을 위해 느리지만 좌뇌와 우뇌를 모두 사용해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한 마디로 듀얼 코어다). 양쪽 뇌를 모두 사용한다는 것은 감정 정보가 어느 뇌에 전달되든 감정 관련 정보를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높은 감정 정보 처리능력으로 여성은 남성들이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많은 것을 인지할 수 있다. 이러한 인지능력으로 인해 여성은 남성들이 전혀 보지 못하는 상품, 매장, 판매원 등의 세밀한 부분(디테일)까지 느낄 수 있으며, 이러한 디테일에 대해  여성의 감정의 뇌는 더 많은 자극을 받고 즐거워한다. 여성이 쇼핑 자체를 즐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p.282-3) 


   

녹차보다는 아메리카노 커피가, 아메리카노 커피보다는 프림이나 설탕이 잔뜩 든 인스턴트 커피가 몸에 훨씬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마시는 이유는 뭘까? 그것도 모자라 커피전문점에서는 밥 한 끼 값에 달하는 커피를 사서, 거기에 크림과 시럽을 듬뿍 넣어 마시는 이유는 뭘까? 원가가 몇백 원, 몇천 원 밖에 하지 않는 외국 화장품을 몇만 원, 몇십만 원 주고 사는 이유는 뭘까? 결코 수지나 김태희처럼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들이 광고하는 제품을 사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SK 마케팅앤컴퍼니 틸리언 컨설팅 그룹 사업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조현준이 쓴 <왜 팔리는가>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비합리, 비이성적인 소비 행위에 주목하는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마케팅에 관해 수많은 연구와 저술 활동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소비를 결정하는 근본적인 동기, 이유에 관한 설명이 부족함을 지적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뉴로마케팅'이다. 뉴로마케팅은 뇌과학을 이용하여 기존 마케팅 법칙들이 설명하지 못했던 소비자 행동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는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이다. 뉴로마케팅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소비자가 의식을 이용해 합리적, 이성적으로 소비를 결정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이 소비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그동안 소비자를 합리적인 소비 주체, '호모 이코노미쿠스'로 전제하고 마케팅을 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맥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황당한 건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피땀흘려 번 돈을 꼼꼼히 따져보고 알뜰하게 써도 모자랄 판에,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무의식이라는 녀석이 제멋대로 지갑을 열고 있다니!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를 사마실 때, 큰맘 먹고 큰 돈 들여 화장품 살 때마다 챙겨야 할 것이 지갑만은 아닌 셈이다. (내 의식부터 챙기자!)



좋다면서 사지 않는 소비자, 방금 보고도 어느 제품의 광고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소비자, 비싼데도 더 싸다고 말하는 소비자, 브랜드가 곧 차이라고 믿는 소비자, 제품은 사지 않으면서 프로모션, 이벤트 혜택만 누리려고 하는 소비자 등등 수많은 유형의 소비자들을 상대하느라 마케터들도 참 힘들 것이다. 오죽하면 애플은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할까? (p.26) 그러나 이러한 비합리, 비이성적 소비 행위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사람은 소비자들 자신이다. 먹어본 적도 없는데 광고의 이미지를 본 것만으로도 먹어봤다고 착각하는 소비자들. 왜곡된 기억으로 인해 지갑을 여는 그네들이 애처롭다. 뭐, 나라고 다르겠는가? 광고에서 신제품 맥주를 들이키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먹어본 적도 없는 맥주맛이 입에서 맴돌고, 수지가 방긋방긋 웃으며 살랑살랑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본 적도 없는 화장품의 향과 촉감이 느껴지고...... 지갑이 안 열리는 게 이상할 정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업은 소비자들보다 한발 앞서 소비 행태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각 소비자 그룹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여러가지 전략 중에서 나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노린 마케팅 전략이 인상적이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감정 정보 처리능력이 높아서 한꺼번에 많은 자극에 노출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고 즐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여성이 남성보다 쇼핑이라는 행위 자체를 더 즐기고, 물건을 구입할 때도 물건 자체의 기능 외에도 브랜드, 패키지, 매장, 서비스, 스토리텔링 등 부가적인 요소, 즉 디테일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고 한다. 기업들이 여성들의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여성으로서는 즐거운 일이지만, 이로 인해 소비의 노예로 전락하고, 과소비의 그물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일이다. '팔리는' 물건에 정신은 물론 인생마저 '팔리면' 곤란할테니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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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書 - 부를 경영하는 전략적 책읽기
이채윤 지음 / 큰나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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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성공 비결은 독서, '책 읽기는 나의 힘'이랍니다." 

"성공을 준비하는 사람은 늘 도서관을 끼고 다닌다. (중략) 늘 책과 신문을 지니고 다닌다면 도서관을 끼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게 되면 당신은 항상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고, 성공을 향해 훨씬 빨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p.229) - 오프라 윈프리 (p.228)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다 보면 '빌 게이츠가 추천한 책',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즐겨 읽은 책', '마크 주커버그가 감명 깊게 읽은 책' 등등 유명한 사람이 읽었다는 내용의 광고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전부 거짓은 아니겠지만, 그런 책들이 하도 많다보니 참인지 아닌지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유명한 사람들이 즐겨 읽은 책을 소개한 책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 책 <부자의 서>만큼은 그런 걱정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에 소개된 명사들이 자신의 저서나 매체를 통해 수없이 많이 밝힌 '내 인생의 책'만 콕 집어 소개한 책이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만 해도 그렇다. "나를 만든 건 우리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라는 말을 남겼을 만큼 어린 시절부터 소문난 독서광이었던 그는 전공 분야인 컴퓨터와 경영 외에도 정치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탐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그는 하버드대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의 <빈곤의 종말>을 '강추'했는데, 이 책이 그에게 얼마나 깊은 영향을 끼쳤는지,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경영자을 사임한 후 자선재단을 세워 지구촌 곳곳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유도 다 그 책 덕분이라고 한다. 일본기업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저서와 강연을 통해 여러번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를 추천한 바 있다. 재일교포 3세로서 온갖 차별과 괴롭힘을 당하며 살던 그가 사카모토 료마의 호쾌한 인생 여정을 보고 어떤 영감을 받았을지 짐작이 간다. 아시아의 최고 부자 리자청은 <무경칠서>라는 중국의 병법서를 탐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제대로 교육을 받지도 못한 그는 오랫동안 책을 읽으며 배움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고 하는데, 그가 읽은 수없이 많은 책들 중에서 고르고 고른 책이 <무경칠서>라고 하니 얼마나 위대한 책일지 짐작이 간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워런 버핏,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프리, 야나이 다다시, 이건희, 마크 주커버그 등 총 아홉 명의 세계적인 부자, 명사들의 애독서와 인생 여정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특히 오프라 윈프리의 애독서가 인상적이었다. 오프라 윈프리는 세계적인 방송인이자 기업가, 명사, 부자이면서, 자신의 쇼에 '오프라 북클럽'이라는 코너를 마련, 수많은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출판계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책을 좋아하는 그녀는 어떤 책을 '내 인생의 책'으로 언급했을까? 바로 마크 네포의 <고요함이 들려주는 것들>이라는 잠언집이다.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말이 있을 만큼 대중문화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진 그녀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 읽는 책이 잠언집이라니, 사실 처음엔 놀라웠다. 그런데 이 책이 고요함에 관한 책이고, 물질적인 것에 비해 영적인 것, 영적인 세계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관한 책이라는 것을 알고 '역시 오프라 윈프리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들이 보이는 것, 물질적인 것만 추구하며 정치, 경제, 경영, 역사 같은 책을 읽을 때, 오프라 윈프리는 그보다 높은 차원의 세계에 눈을 돌렸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안목을 키웠다. 그것이 그녀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 아닐까? 

 

 

더 놀라운 것은 이 책이 그저 명사들의 애독서와 인생 여정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다름아닌 큰나무 아카데미가 주최하는 '독서경영 조찬 세미나'의 강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라는 것이다. 무려 7년 동안, 기업 CEO와 임원, 공직자, 교수, 의사, 변호사 등 3,000명이 넘는 국내 명사들이 이 세미나에 모여 주기적으로 명사들이 읽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며, 그들의 삶의 여정을 통해 자신의 삶의 방향을 모색했다는 점이 흥미롭고 또 자극이 된다. 세계 최고의 부자들뿐 아니라 국내 최고의 명사들이 어떤 책을 읽었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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