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진 - 초일류들의 뇌 사용법
조나 레러 지음, 김미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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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더 지니어스>라는 TV 프로그램을 봤다. 하버드대 출신의 정치인, 멘사 회원, 명문대생 등 소위 말하는 똑똑한 사람들과 프로게이머, 갬블러, 아나운서, 당구선수 등 각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사람들이 모여서 두뇌 게임으로 승부를 겨루는 내용이었다. 나는 처음에 하버드대 출신이나 멘사 회원 같은 사람들이 높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학력이 좋거나 IQ가 높은 사람은 일찍 떨어졌고(무려 하버드대 출신은 첫번째 탈락자였다), 얼마 못 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이들이 의외로 높은 성적을 거두며 오래 남았다. 물론 대본이 있었을 수도 있고, 게임 방식과 능력치 차이에 따른 한계도 있겠지만, 소위 말하는 천재성, 똑똑함이라는 게 단순히 학력이나 IQ같은 단일한 척도로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사회성, 리더십, 집중력,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 다른 능력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으며, 이런 능력들을 통합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진짜 천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매진>의 저자 조나 레너도 학력이나 IQ가 높은 '가방 끈 긴' 사람들이 천재가 아니며, 창의성이나 상상력, 집중력, 끈기 같은 다른 재능이나 노력으로도 충분히 천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셰익스피어, 아인슈타인, 에디슨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천재들만 봐도 학력과 IQ가 높지 않았다. 그보다는 기존의 것과 다른 것을 창조하는 창의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몰입하는 집중력, 아무리 실패해도 굴하지 않는 끈기가 그들을 천재로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제이콥스, 요요마 같은 현대의 천재들은 어떤가? 스티브 잡스는 대학교 중퇴 학력이지만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신기술을 개발했고, 마크 제이콥스 역시 어려서부터 패션 분야에서 일을 해 지적인 훈련은 부족했지만 멀티 컬러 모노그램, 체리 모노그램 등 파격적인 콜렉션을 선보이며 21세기 패션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사람들만 천재는 아니다. 아서 프라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그가 발명한 '포스트잇'은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되었고, 밀턴 글레이저 역시 이름은 덜 유명해도 그가 만든 'I ♥ NY'는 디자인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 되었다. 스스로 천재가 되든 천재적인 발명품이나 작품을 만들든 간에, 누구든지 천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천재가 되기 위해 어떤 식으로 노력을 하면 좋을까? 저자는 천재의 관건은 창의성이며, 창의성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우뇌를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좌뇌가 나무를 보는 뇌라면, 우뇌는 숲을 보는 뇌다. 숲을 본다는 건 여러 개념이나 지식, 정보를 통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희대의 천재들은 결국 통합의 천재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셰익스피어는 당대 최고의 문필가가 아니었다. 그러나 대중이 원하는 글이 무엇인지 포착하는 능력이 있었고, 고전과 이탈리아의 풍속 소설, 당시의 역사적인 상황 등을 적절하게 통합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따라올 자가 없었다. 스티브 잡스보다 기계를 잘 다루거나 디자인에 해박하거나 경영을 잘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기술과 디자인, 경영을 통합하여 새로운 경영자상을 제시한 건 그가 유일하다. 이렇게 하나의 지식에 천착하기보다는 여러 분야의 지식을 결합하고 해부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달되고 천재적인 작품이나 발명품이 탄생한다. 그리고 이는 우뇌가 담당하는 영역이다.



우뇌를 개발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공상이나 백일몽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미친듯이 몰입하는 방법도 있고, 어린아이나 아웃사이더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문제를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가 뒷받쳐주지 않으면 100%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개인의 창의성, 천재성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장려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천재를 인정하는 정치, 경제, 문화적인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학교는 창의성을 장려하지 않고, 사회는 천재를 좋아하지 않는다. "스키드모어 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이 수십 명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의 설문 조사를 보자. 아이들이 교실에서 창의적이기를 원하느냐고 질문하자, 모든 교사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자신의 학생들을 다양한 인성 척도로 평가하라고 하자, 똑같은 교사들이 창의적 사고와 가장 가깝게 일치하는 특성들, 즉 '스스럼없이 표현한다'와 같은 특성을 동시에 '가장 덜 좋아하는' 학생과 밀접하게 연관시켰다. 공상을 하고 즉흥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했는지는 모르지만, 가르치기가 더 힘들었고 표준화된 시험에서 낮은 성적을 받았다." (pp.288-9) 나는 창의적인가? 타인의 창의성을 포용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물음에 모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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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글쓰기의 모든 것 - 이메일, 기획서, 소셜 미디어까지 문서작성의 49가지 법칙
내털리 커내버 & 클레어 메이로위츠 지음, 박정준 옮김 / 다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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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방식의 이메일은 보다 장황하고, 어조가 수동적이며, 읽는 데도 쓰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게다가 미팅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따분한 지난날을 떠올리게 만들어 버린다. 요즘 방식은 실제로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에 훨씬 더 가깝다. 명료하고, 자발적으로 들리며, 열성적인 느낌을 준다. 또한 쉽게 쓰여, 읽는 이가 글 자체가 아닌, 글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하기 용이하다." (pp.27-8) 

 

"먼저, 불필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부분과 핵심에서 벗어난 부분을 모두 삭제하라. 그리고 명료성, 편이성, 간결성을 높일 수 있게 어휘를 바꾸어 본다. 필요에 따라 접속어를 적절히 사용해 문장이나 문단을 분리하고, 구문도 단순하게 수정하라. 글의 길이가 원본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때까지 이런 방식으로 글을 줄여 나가라. 이제 원본과 줄여 쓰기를 끝낸 버전을 비교해 보자. 어떤 버전이 더 나은가? 이번엔 당신이 줄여 쓰기한 버전에 삭제한 부분 중 일부를 다시 추가하여 25% 정도 분량을 늘려 보자. 만약 당신이 제대로 줄여 쓰기를 했다면, 처음에 잘라낼 때보다 다시 붙여 넣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p.138) 


 

종이로 된 서류나 편지 같은 아날로그 매체보다는 이메일,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 디지털 매체를 이용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늘었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하다. 종이에 글을 쓰는 경우 (연필로 쓰거나 수정액, 수정테이프를 쓰지 않는 한) 한번 작성하면 고치기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하게 쓰게 되지만, 디지털 매체에 글을 쓰는 경우 쉽게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교정이나 퇴고 과정을 거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매체의 경우 글을 한번 등록하면 나중에 수정하거나 삭제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그 전에 볼 수 있고, 이미 다른 컴퓨터에 기록이 된 경우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종이에서 기계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매체와 기술이 바뀌어도 글쓰는 사람은 늘 조심하고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비즈니스 글쓰기 전문가 내컬리 커내버와 클레어 메이로위츠가 쓴 <비즈니스 글쓰기의 모든 것>은 바로 이런 디지털 시대에 비즈니스를 하는 자영업자,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글쓰기 기술을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먼저 예전 방식의 비즈니스 글쓰기와 요즘 방식의 비즈니스 글쓰기를 비교하며, 비즈니스 글쓰기에도 트렌드가 있고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저자가 주장하는 요즘 방식의 비즈니스 글쓰기의 핵심은 '구어체 글쓰기'다. 구어체 글쓰기, 즉 말하는 대로 글을 쓰는 방식은 글을 쓰는 사람도 쉽고 읽는 사람도 쉽다. 단, '말하는 대로 글을 쓴다'고 해서 '헐', '멘붕' 같은 평소에 쓰는 말을 그대로 쓰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글은 어조나 몸짓 같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도울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비판을 삼가며, 유머를 아껴야 한다.

  

 

말하는 대로 쓰되 말하는 대로 쓰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새롭고 어려운 것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친숙하고 쉽다. 글을 쓰는 목적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라, 핵심은 맨 앞에서 강조하고 마지막에 다시 강조하라, 첫머리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고쳐 쓰고 또 고쳐 쓰라 등등 이미 다 아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핵심은 하나다. 이메일, 블로그, SNS, 파워포인트 등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비즈니스 글쓰기의 트렌드가 바뀌어도, 비즈니스 글쓰기의 목적은 글쓰기가 아니라 비즈니스다. 비즈니스는 효율성을 중시하며, 효율성이란 최소의 비용(노력)으로 최대의 효용을 얻는 것이다. 그러니 비즈니스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결국 글을 최대한 심플하게 써서 최대한의 효용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최대한 심플하게, 최대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그것을 유념하면서 책에 소개된 세부적인 내용을 연습한다면 비즈니스 글쓰기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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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 대화법 - 할 말 다하며 제대로 이기는
이정숙 지음 / 더난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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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논쟁에서 실속을 챙기려면 상대방보다 더 논리를 잘 세워 말해 말싸움에서 이기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공식적인 논쟁은 항상 두 사람의 말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문제를 둘러싼 관계자들이 결정한다. 발언자가 아닌 관전하는 관계자들의 동조를 더 많이 얻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누구도 어느 의견이 맞는지 틀린지를 정확하게 밝힐 수 없다." (p.33) 

 

"운동도 힘을 뺄수록 잘할 수 있듯, 화가 날수록 목소리에 힘을 빼고 조용히 말해야 말싸움을 잘할 수 있다. 목소리가 차분해야 상대방의 분노와 적개심을 차단하고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가 나거나 억울할 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속을 차리고 나를 보호하려면 급박한 상황일수록 목소리를 낮춰 오히려 상대방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p.63) 

    

 

남보다 더 많이 말하려고 하고, 심지어는 남의 목소리를 다 잡아먹을 태세로 악을 쓰는 연예인들 사이에서 김C나 조정치처럼 목소리가 크지 않고 말이 어눌한 연예인들을 보면 괜히 마음이 놓이고 더 정이 간다. 게다가 그런 사람들이 어쩌다 한 번 말을 던지면 어쩜 그리 재미있고 울림이 있는지...... 눌변일수록 달변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싶다. 그러나 TV와 다르게 현실에서는 말수가 적고, 말이 어눌한 사람보다는 말이 많고, 달변이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익을 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다보니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참고, 말을 하더라도 제대로 못해서 손해보는 사람이 많다. 

 

 

KBS 아나운서 출신, 대한민국 1호 대화전문가 이정숙의 <실속 대화법>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한 대화 전략서다. 괜히 '실속' 대화법이 아닌게, 직장에서 상사, 동료, 부하 등 다른 사람들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시어머니를 비롯한 시댁 식구(남자의 경우 처가 식구)나 남편(아내)과의 의견 차이로 속을 끓이고 있는 경우, 심지어는 주차 문제로 처음 보는 사람과 다툼이 생기거나 백화점에서 제품 교환을 하는 경우처럼 평소 심심찮게 벌어지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일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사례와 방법 위주로 되어 있다. 일일이 말해서 뭐가 바뀌겠느냐는 생각에 포기하고 체념할 수도 있고, 때로는 그러는 편이 낫기도 하지만, 이런 일상적이고 시시콜콜한 일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이면 홧병이 되고 나중에는 신체적인 병으로까지 커진다. 나를 위해서라도 너무 참거나 속끓이고 살 필요는 없다.  

 

 

저자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은 이미 옛말이다'라며 할 말이 있어도 참거나 말을 잘 못해서 속끓이는 독자들을 위로한다. 말이 많고 목소리 큰 사람이 얼핏 보기에는 말싸움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말싸움이 끝나고 나면 주변 사람들이 이긴 사람은 비난하고 진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경우를 더러 본다. 말싸움을 한 당사자들은 감정이 격해져서 잘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은 안다. 누가 진짜 옳고 그른지.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일단 말하는 상황을 피하지 않는다. 말하고 난 뒤의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고 지레 짐작하고 포기하면 나중에 더 큰 화를 부른다. 용기를 내어 말을 하게 되면 먼저 저자세로 나가지 않는다.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는 버릇도 버린다.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 흥분하거나 울면 진짜 지는 거다. 그렇다고 너무 논리나 옳고 그름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이고 차가운 말투로 내 주장을 관철한다. 말싸움을 하게 되면 이길 것만 생각하지 말고, 이를 통해 어떤 실속을 챙길 것인지를 생각하며 여유있게 대응한다. 할 말은 꼭 하되 할 말만 하면서 실속은 챙기는 것. 그것이 진정한 달변가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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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자본 - 매력을 무기로 성공을 이룬 사람들
캐서린 하킴 지음, 이현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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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 여성의 비장의 무기인 매력 자본과 출산은 사실상 짓밟히고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쓸모없을 뿐 아니라 불충하고 어리석은 짓이라고 선언된다. 그 결과로 여성은 더욱 더 나약해진다. 희생자 페미니즘은 여성의 무력함을 키운다. 자신이 겪는 모든 어려움이 사회나 문화, 남자들 때문이라고 탓하는 행위는 여성을 수동적인 상태로 살게 하고 자신의 삶과 결과, 변화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도록 조장한다." (p.120)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섹슈얼리티에서도 모든 것의 가치를 결정한다. 남성의 섹슈얼리티는 공급이 지나쳐 가치가 전혀 없다. 오늘날에도 대부분의 여성은 성욕에 의해 그렇게까지 내몰리지 않기 때문에 남성의 에로틱 파워는 여성의 매력 자본보다 가치가 낮다. (중략) 여성의 성적 관심이 적다는 일반적인 사실은 성적 협상과 사적인 관계에서 여성에게 유리한 입장을 제공한다. 남성은 대부분 결혼이 자신의 섹스 결핍에 영구적이고 완벽한 해결책을 제공해 주리라고 생각하지만 결혼 뒤에도 협상은 오래도록 계속된다." (pp.284-5) 



요즘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보면 하나같이 예쁘고 잘생겼다. 한창 공부할 나이에 직업 전선에 뛰어든 그네들이 마냥 좋아보이는 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똑똑한 아이가 열심히 공부해서 지식을 팔아 돈을 벌고, 발빠른 아이가 운동선수가 되어 돈을 버는 게 당연한 것처럼, 또래보다 월등히 예쁘고 잘생긴 외모를 일찌감치 재능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팔아 돈을 버는 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매력자본>을 쓴 영국의 사회학자 캐서린 하킴 역시 비슷한 주장을 한다. 저자는 경제 자본,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매력 역시 '매력 자본'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인간의 매력을 자본화한다는 것이 언뜻 듣기에는 비인간적이고 외모지상주의적인 느낌이 들지만,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니 대체로 수긍이 되었다. 개인의 가치가 매력자본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학 시절, 한창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있던 모 레스토랑 겸 카페는 외모만 보고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돈보다도 자신의 외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아보기 위해 그곳의 아르바이트생으로 지원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었는데, 대부분이 떨어지고 아나운서 지망생이던 여자 후배 한 명이 당당히(!) 합격해서 한동안 어깨를 쭉 펴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지원했다면 떨어졌을 게 분명한 나는 이런 관행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불쾌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외모도 하나의 자본이라면 외모가 준수한 사람에게는 외모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차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우스운 건 내가 받는 외모차별은 비난하면서 다른 사람은 외모로 차별하는 사람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연기나 노래를 빼어나게 잘하는데 무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연예인이 다수인데, 실력은 없으면서 아름다운 외모를 무기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리고 사는 연예인은 영웅시되는 세태가 그렇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저자가 매력자본을 담론화한 것은 페미니즘과 관계가 깊다. 저자는 페미니즘 중에서도 급진적인 성향의 페미니즘이 여성 고유의 매력을 비하하고 여성성을 부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가부장제와 다를 것이 없어졌다고 비판한다. "내가 보기에 급진적인 페미니즘은 여성의 매력을 하찮게 여기는, 가부장제와 비슷한 생각을 채택함으로써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p.12) 급진적인 페미니즘의 문제점 중 하나는 '아름다움 아니면 두뇌 중에 선택해야 하고 그 모두를 가질 수는 없다'는 식의 제로섬 게임식 사고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가 꼬집었듯이, 지금까지도 사회에는 예쁜 여자는 멍청하다, 똑똑한 여자는 못생겼다는 식의 편견이 있다. 이런 편견은 여자들로 하여금 예쁜 여자를 멍청하다고 멸시하면서 자신은 멍청해 보이지 않기 위해 아름다운 외모를 포기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여성의 매력자본이 여성이 남성에게 예속되어있다는 증거라는 주장 역시 문제다. 저자는 여성이 매력자본을 개발하는 것은 그저 남자에게 잘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부나 독서, 운동, 자기계발 등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여성만 매력자본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역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으로서 매력자본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높다.

 

 

남녀 모두 매력자본을 활용할 수 있지만 매력자본을 활용했을 때의 이득은 남성보다 여성의 경우가 훨씬 더 크다. 이는 남녀간 성적 욕구의 불균형, 구체적으로는 남성의 성 활동에 대한 수요가 여성의 성 활동의 공급을 크게 웃돌기 때문인데, 이를 활용하면 여성은 자신의 가치(몸값?)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문제는 매력자본 그 자체라기보다는 매력자본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 산업을 비롯해 연예, 패션 산업 등 섹슈얼리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는 여성의 매력자본이 큰 가치를 가질 수 있으리라고 보았지만, 그외의 분야에서는 활용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책에 소개된 예로는 법조계에 진출하기 위해 이미 이 분야에서 성공한 연상의 남성을 이용한 여성과 독소 전쟁 중 러시아 군인에게 몸을 팔아 먹을 것을 구한 독일 여인들의 이야기 정도가 고작인데, 과연 이것이 옳은 행동인가 하는, 도의적인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매력 자본의 존재와 그 가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리고 매력자본이 성평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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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생활의 법칙 -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은 당신을 위한
박종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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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먹고살기가 힘든 것도 아닌데 끊임없이 돈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다. 분명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고 아이들 학교도 제대로 보내고 있다. 공과금이나 핸드폰요금을 연체하지도 않는다. 오늘 써야 할 일에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당장 어디 가서 돈을 꿔야 하는 상황도 아니다. 그럼에도 돈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온종일 돈, 돈거리고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보다 잘 멀고 못 벌고의 문제는 아니다. 남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 사람도 돈 걱정에 시달리면서 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한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게 돈 걱정을 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는 따져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략의 소득은 알고 있지만 매월 얼마가 자신의 통장으로 들어오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지출도 머릿속에 있는 지출과 실제 지출이 다르다. 심지어 100만 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pp.209-10)

  

 

웬만큼 돈을 잘 벌고 잘 쓰는데도 돈이 없다는 둥, 돈 때문에 걱정이라는 둥, 돈 좀 빌려달라는 둥 늘상 돈, 돈 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흑자생활의 법칙>의 저자 박종호는 그 이유를 '자신이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를 모르는 데에서 오는 불안감으로 본다. 얼마를 버는지 모르는 이유는 고정된 수입보다 부동산, 주식, 펀드 등 재테크의 탓이 크다. 많은 사람들이 금리가 낮은 예금과 적금보다는 부동산, 주식, 펀드 같은 재테크 수단으로 수입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들은 알려진대로 수익률이 높은 만큼 리스크도 크고 변동성이 높아 당장 어느 정도의 수입이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벌이보다 많은 돈을 쓰고 고생하거나, 벌이보다 훨씬 덜 쓰다가 스트레스를 받는, 비합리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편, 얼마를 쓰는지 잘 모르는 이유는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의 탓이 크다. 급하게 목돈이 필요한 서민들에게는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이 큰 도움이 되지만, 과소비의 수단으로 쓰일 때에는 문제가 심각하다. 벌이가 아직 많지 않은 사회초년생들이 신용카드나 마이너스 통장으로 비싼 명품이나 외제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저자는 얼마를 벌고 쓰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소비, 신용카드, 저축, 보험, 투자, 돈관리 총 여섯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자신의 자산 상태를 점검해볼 것을 권한다. 소비 편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후불제 전략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대목이다. 후불제 서비스 하니까 모 음원 서비스에 월정액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월 5천원 안팎의 적은 돈으로 최신 음악도 듣고 어학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고 이용해왔는데, 이 돈을 1년치로 계산하면 약 6만원, 5년 동안 가입하는 경우 약 30만원이라는 거금이 나간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음악 감상과 어학 공부 모두 라디오로 해결하면 장기적으로 큰 돈을 절약할 수 있겠다. (라디오 방송 시간에 맞춰서 생활하느라) 몸은 좀 피곤하겠지만. 저축 편에서는 6개월 만기 적금을 수시로 가입해서 목돈이 필요할 때 신용카드 대신 쓰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재테크 책이나 경제 기사를 읽으면서 통장 나누기, 예금풍차 돌리기 등의 조언을 자주 접했는데 당장 실천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돈관리 편을 읽고나서는 이번달부터 가계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는 월말에 영수증 체크하고 수입과 지출 총액만 확인하는 정도였는데, 앞으로는 식비, 의류비 등 항목을 나눠서 예산을 세우고 그에 맞춰서 생활해야겠다. 가계부 쓰기야말로 '얼마나 벌고 얼마나 쓰는지' 알기 위한 기본적인 습관이니 앞으로는 성실하게 작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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