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해요 - 화성남자 금성여자의 직장탐구생활
존 그레이.바바라 애니스 지음, 나선숙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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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생각해보면, 우리는 지금껏 자신이 지니고 있는 천성을 억누르고 진짜 자신으로 행동하는 대신 남녀 모두 똑같이 행동하려고 애써왔다. 서로 보완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하기보다 서로 경쟁하도록 부추겨졌으며, 이것이 직장생활에서나 개인생활에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불행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여자와 남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거의 모든 일을 다르게 한다. 의사소통하는 방식도 다르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결정하는 방식, 갈등 해결방식도 다르다.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감정을 처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도 모두 다르다. (p.29)


"여성들은 일터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똑같음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 결정, 리더십에 나타나는 남녀의 차이를 똑같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을 남녀평등이라고 여긴다." (pp.47-8)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일반화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남성과 여성의 근본적인 차이를 지적함으로써 연애, 결혼 등 남녀 관계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다시 보게끔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 덕분에 지난 10년 동안 세계적으로 5,000만 명이 넘는 독자가 읽은 베스트셀러 도서가 된 것이리라.



<함께 일해요>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존 그레이와 성별이해 지능 전문가 바바라 애니스가 공저한 책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마찬가지로 남성과 여성의 근본적인 차이를 지적하면서 출발하는 이 책은 연애나 결혼이 아닌 직장, 사회생활에 초점을 맞췄다. 남자는 사회생활, 여자는 가사와 양육을 맡는 것을 당연시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여성의 사회진출은 물론 맞벌이 비율도 높다. 그러면서 남성 위주의 직장문화가 남녀 성비에 맞추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함께 일해요>의 문제제기는 시의성이 있다.



먼저 저자는 양성평등의 정의부터 다시 하자고 제안한다. 평등이라고 하면 무조건 같은 취급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정확하게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것을 뜻한다. 취업이나 연봉 등에 있어 같은 조건이라면, 같은 시간 같은 일을 했다면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 맞지만, 그 밖의 경우에 있어 남자와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아예 다른 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구별되는 존재다. 그러니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마땅한 상황에서는 다르게 대우해야 한다. 문제는 직장이 애초에 군대식 지휘통제 모델을 근간으로 하고 오랫동안 남성들만이 전유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철저히 남성 위주의 문화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는 취업을 하는 순간부터, 아니 취업 지원을 할 때부터 남성 위주의 직장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핸디캡을 가지며 이중고를 겪는다. 저자는 이 점을 지적하며 직장 차원에서 여성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총 열두 개의 챕터를 통해 남녀의 차이와 서로 직장에서 조화롭게 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그런데 문제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든 남자가, 모든 여자가 저자가 설명한 특징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감정보다는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것을 좋아하고, 인간관계를 앞세우며 지나치게 간섭하는 걸 싫어하는 나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특징에 더 많이 공감했다. 이런 나를, 그저 여자라는 이유로 여자로서만 대우한다면 그게 공평한 대우일까? 비록 성별에 국한된 감이 있지만, 모든 인간의 성격이 다 똑같지 않기 때문에 개성을 존중하고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점은 분명 의의가 있다. 그러나 직장이나 사회가 개인차를 다 봐주고 존중해줄 만큼 녹록한 곳이 아닌 것은 변하지 않는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지게 되는 핸디캡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지만, 남자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가 아닐까? 좀 더 명쾌한 해법을 제시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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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사꾼들 - 출신과 스펙은 필요없다, 바닥에서 富를 이룬 그들만의 성공비법
신동일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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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2만 4,000좌, 보험(방카슈랑스) 2,500좌의 실적을 올린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라 자부해왔지만,

어느 순간 샐러리맨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자의든 타의든 향후 직장생활은 길어야 10년, 짧으면 5년 안에 끝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슈퍼리치들을 인터뷰하며 내렸던 결론은 이거다. 샐러리맨의 운명과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


그렇다면 당장 내일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보니 답은 하나였다. 죽기 살기의 각오를 갖고 맨몸뚱이 하나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범했지만 100억 슈퍼리치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배워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마저 들었다. 

(pp.5-6 프롤로그 중에서)



명문대를 나와도 샐러리맨이 되는 시대다. 그나마도 명문대나 나와서 알아주는 직장에 취직이라도 하면 다행이라고? 그래봤자 길어야 10년이나 20년, 여차하면 들어가자마자 퇴직당할 수도 있는 곳이 직장이다. 직장만 믿었다간 100세 시대에 '인생 2막'은커녕 1막도 제대로 못 여는 수가 있다.



<한국의 장사꾼들>의 저자 신동일은 KB국민은행 압구정 PB센터, 대치 PB센터 VVIP자산관리팀장을 역임한 금융인이자 자수성가한 100억대 부자들의 성공요인을 분석한 베스트셀러 <한국의 슈퍼리치> 저자다.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는 저자가 글쟁이와는 거리가 먼 금융권 출신이라서 기존의 책을 짜깁기하거나 재직 중인 은행 또는 금융상품을 선전할 목적으로 쓴 책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 게다가 강남에서, 그것도 대한민국 상위 부자들만 상대하는 일을 하는 데다가, 금융계에서 큰 상을 여러번 수상했을 만큼 실력도 인정받았다고 하니 장사에 관심이 있어봤자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막상 읽어보니 안정된 직장에서 나름 성공한 그도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한계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맨손으로 자수성가의 신화를 이룬 장사꾼들을 직접 찾아내 발로 뛰어 취재한 열정을 보니 언젠가는 직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맨몸뚱이 하나로 자기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저자의 소망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구나 싶었다.



책에는 미스터피자, 천호식품, 오케이아웃도어닷컴 등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유명 기업부터 음식점, 카페, 반찬가게, 떡가게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알고보면 금싸라기인 사업체까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다. 음식점, 카페를 비롯한 식음료 업체가 책에 소개된 업체 열일곱 곳 중 열세 곳을 차지한다. 자영업 하면 역시 '먹는 장사'인가 싶지만, 화방 같은 전통적인 업종부터 웨딩쇼핑몰, 아웃도어쇼핑몰, 전자저울 업체 등 비교적 최근에 등정한 업체까지 다양한 업종이 있다.

 


책에 소개된 장사꾼들 중에는 '청년떡볶이' 이성연 대표, '열정꼬치' 김윤규 사장, '웃어밥' 최성호 대표 등 20대라는 젊은 나이에 창업에 성공한 청년 사장들이 있는가 하면, 이들처럼 학교 졸업 후 바로 자영업에 종사하여 내공을 쌓은 뒤 자기 사업으로 성공한 사장들도 있고, 높은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가 창업으로 '인생 2막'을 연 사장들도 있다. 가령 '웨딩쇼핑몰 아야소피아' 박혜정 대표는 북경대 졸업 후 은행에 다니다가 미래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샐러리맨 생활에 환멸을 느끼고 사업을 시작했다. 오케이아웃도어닷컴 장성덕 대표 역시 대기업을 다니다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사업에 도전했으며, 은마상가의 미러손칼국수 허정창 사장은 의류회사, 한국에이엔디전자저울(주) 이재춘 사장은 한전에 다니다 퇴직했다. 날 때부터 샐러리맨, 자영업자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성공은 별개다. 직장인들 중에는 대기업, 공기업 등 잘나가는 회사에서 부장, 팀장 등 나름 높은 직급까지 해보았다는 생각에 창업을 하더라도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들에게 여의도떡방 김옥희 대표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샐러리맨들이 장사를 시작했다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음가짐 때문이에요. 퇴직하는 날부터 더 이상 잘나가던 김 부장은 없는데, '그래도 내가 왕년에......'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거지요. 완전히 새로 태어나야 해요. 직장에 처음 들어가면 어떤지 한 번 생각해봐요. 새내기가 어떻게 시작하나요?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새내기와 같아요. 밑바닥부터 온몸으로 부딪치며 하나하나 배워가야 하는 거지요." (p.191)



고객이 원하는 확실한 아이템을 잡는 것도 중요하고, 다른 가게와 차별화하며, 고객의 반응에 예민하게 대응하고, 단골 관리, 브랜드 관리, 직원 관리에 열심인 것도 중요하지만, 장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장사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진지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지런해야 한다. 책에 소개된 장사꾼들만 보아도 새벽 4시부터 일을 시작하는 '여의도떡방' 김옥희 대표, 하루 15시간 이상 일하는 '영철버거' 이영철 대표 등 웬만한 직장인보다 훨씬 부지런히, 바쁘게 일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심지어 올림픽 상가의 엄마손반찬 주범수&강금례 사장 부부는 1년 365일 중 설날과 추석, 딱 이틀만 쉬고 363일을 일하기도 했다(심지어 추석날 오후에도 가게를 열었다고). 그만큼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이 처해있는 경쟁 상황이 치열한 것도 있겠지만, 쉴 틈 없이 헌신할 정도로 장사에 열정이 있고 최선을 다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장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고대앞 명물 영철버거의 이영철 사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하루 15시간 일할 수 있는 끈기를 갖고, 1만 개의 버거를 만들 수 있는 집중력을 키우고, 

하루 4번 물청소를 할 정도로 한결같은 마음을 가지면 됩니다. 

그리고 항상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거지요. 그게 장사의 전부예요." (p.253)



이걸 못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장사를 접는 전국의 수많은 사장님, 대표님들을 생각하니 이 쉬운 조언이 결코 쉽지 않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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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드보일드 라이프 스토리
임경선 지음 / 뜨인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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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좋아하는 저자의, 그것도 저자와 내가 공통으로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글을 읽는 건 참으로 귀하면서도 특별한 경험이다. 임경선이 쓴 무라카미 하루키 평전 <하루키와 노르웨이 숲을 걷다>가 나에게는 바로 그런 책이다. 그야 무라카미 하루키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매년 거론될 만큼 명성이 높고, 우리나라에서도 대중들은 물론 심지어는 (콧대가 높기로 유명한) 작가들마저도 하루키 팬임을 '커밍아웃'하는 실정이다보니 드문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하지만 임경선만큼 하루키에 대한 '팬심' 내지는 '덕후심'이 넘치는 작가를 나는 아직까지 본 일이 없다. 잘 모른다면 몇 달 전에 공개된 민음사 팟캐스트 <하루키 라디오>를 들어보시길. 하루키의 광팬임을 자처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녀는 존재감을 빛냈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팬이라면 누구나 떠들 수 있는 평범한 정보와 소설에 대한 감상으로 일관한 반면, 임경선은 절판 또는 국내 미출간 등의 이유로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책들에 대한 정보, 하루키의 지인들을 수소문하여 얻은 'A급 정보', '욘사마'의 흔적을 찾아 한국에 오는 일본 아줌마들처럼 하루키의 고향을 비롯하여 그의 발길이 닿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직접 들렀던 경험까지 '깨알같이' 소개해주었다. 하루키 책에서 좋아하는 대목이라며 유유히 원서를 낭독하던 그녀의 자태란! (팟캐스트라서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면, 최근에 하루키에 대해 쓴 다른 작가의 평전 비스무리한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은 작가의 애정과 정보 면에서 수준이 확연히 다르다. 책 자체는 두껍지 않지만 하루키의 성장기와 작가로서 데뷔하고 성공하기까지의 이력, 문학관, 라이프스타일 등 중요한 내용들이 알차게 담겨 있다. 가정 환경과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 읽는 것이 많았고, 데뷔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일본 문단과 출판계에 대한 불신감, 외국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받은 영향 등은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던 내용이라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았다. 

 

 

하루키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하루 몇 시간씩 운동하는 시간으로 떼어놓고, 마라톤으로도 모자라 트라이애슬론에도 도전할만큼 운동에 열심인 것으로 유명하다. 전에는 그저 건강 때문에 운동에 열심인 줄 알았는데, 저자의 해석은 다르다. "운동이 가져다준 몸의 긍정적인 변화는 작가로서의 삶도 놀라울 정도로 바꿔 놓았다. ... 덕분에 문장의 호흡도 길어지고 문체에는 힘이 붙게 되었다.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경우 호흡이 딱딱 끊어질 만큼 짧고 가파랐다면 <태엽감는 새>의 호흡은 훨씬 길어지고 깊어졌다." (pp.172-3) 작가의 체력이 작품에도 영향을 준다니!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체력에도 신경을 써야겠다. 



그는 일상생활도 금욕적이다 싶을 만큼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TV도 안 보고 빨리 자고 빨리 일어납니다. 운동도 하고 되도록이면 바람도 안 피죠. 이런 건 결국 형식일 뿐이지만 이 형식이야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p.178) 하루키가 소설에서 흔히 그러듯 마지막 문장의 글자마다 점을 찍고 싶은 기분이다. 작가의 체력이 작품에 영향을 주는 것처럼, 이런 스토익한 생활 역시 하루키의 작품을 그토록 담백하면서도 짜임새있게 만들어주는 게 아닌가 싶다. 2007년에 나온 책이니 그 후 6년 동안 업데이트된 정보로 개정판 또는 후속판을 내실 생각은 없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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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황금시대 - 비즈니스 정글의 미래를 뒤흔들 생체모방 혁명
제이 하먼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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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뗏목이나 카누 제작이 강에 떠내려오는 통나무 위에 새나 동물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본 데에서 비롯되었으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도예 기술에 있어서 호리병벌보다 나은 스승은 없다. 그들의 기법과 디자인은 초기 인류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 죽은 나무의 섬유에 침을 섞는 1100종의 종이 말벌은 인류의 제지 기술에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중략) 건축 기둥은 확실히 연 줄기의 구조를 모사하고 있다. 파라오의 무덤에서 발견된 갑옷 조각은 옷감 위에 금속으로 된 물고기 비늘을 덧대 꿰멘 모습을 하고 있다. 이집트 무덤의 비율은 나무의 생장률과 일치한다. (pp.41-2)



경제경영서인 데다가 제목이 <새로운 황금시대>라서 금투자나 금본위제에 대한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서문을 읽고서야 자연을 모방한 기술을 비즈니스에 응용하는, 듣도보도 못한 생체모방 비즈니스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문과 출신의 사회과학도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요원한 분야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책 두께도 상당한데, 끝까지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읽기도 전에 한숨부터 나왔다(휴우우).



다행히도, 책의 내용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과학 용어나 전문 지식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맥락으로 알 수는 있었다. 게다가 생체모방이라는 기술이 생각외로 일상 생활에 많이 들어와있고 쉽게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새롭게 알게된 것이 많았다. 가령 아무 생각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비행기나 배의 형태라든가 건축 디자인이 사실은 자연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는 점이 신기했다. 인간의 기술이라든가 아이디어라는 게 의외로 별것 아니다 싶기도 하지만, 자연의 상태가 최적임을 깨닫고 거기서 힌트를 얻어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인류가 얼마나 고생했을지를 생각하면 대단하다 싶었다. 지금도 자연에서 힌트를 얻지 못해서, 또는 힌트는 얻었으나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기술,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겠는가? 생체모방 비즈니스 시장이 괜히 '새로운 황금시대'라고 불리는 게 아니리라. 



이 책은 생체모방 비즈니스의 개념과 사례, 현황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생체모방 기술을 개발하여 비즈니스, 즉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한다(그래서 경제경영서로 분류된 것이리라). (과학과 마찬가지로) 사업 역시 문외한인지라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환경 오염이나 에너지 위기 같은 말을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고, 친환경 마케팅, 친환경 기술이 대세인 현 시점에서 생체모방 비즈니스 또한 환경 관련 기업이든 일반 기업이든 채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용과 응용할 방법이 많을 것이다. 경제 상황이 어떻든 간에 새롭고 가장 나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 산업을 주도한다는 진리에는 변함이 없다. 신성장 산업 개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체모방 비즈니스에서 활로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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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0-2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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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씽 The One Thing -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단순함의 힘
게리 켈러 & 제이 파파산 지음, 구세희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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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성공에 관한 잘못된 여섯 가지 믿음

1. 모든 일이 다 중요하다.

2. 멀티태스킹은 곧 능력이다.

3. 성공은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온다.

4. 의지만 있다면 못할 일은 없다.

5. 일과 삶에 균형이 필요하다.

6. 크게 벌이는 일은 위험하다.

  

  

"오늘의 흔들림 없는 성공과 과거의 들쭉날쭉한 성공에는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내가 큰 성공을 거뒀을 때에는 단 하나의 일에만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나 성공이 들쭉날쭉했을 때는 나의 집중력도 여러 군데에 퍼져 있었던 것이다." (pp.17-8) 

 

 

멀티태스킹은 내 오랜 습관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집안일, 운동을 할 때는 반드시 라디오를 듣거나 팟캐스트를 듣고, 밥 먹는 시간에 맞춰 VOD로 보고 싶었던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 책을 읽을 때도 그냥 가만히 앉아서 읽지 않고 요가나 마사지를 하면서 읽는다. 하다못해 양치질을 하러 화장실에 들어갈 때도 이 닦는 동안 메일이라도 확인해야지 하는 생각에 스마트폰을 꼭 챙긴다. 그래서 내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졌냐고? 대답은 노(NO)다.

 

 

<원씽>을 읽은 후로 나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습관을 끊기로 결심했다. 며칠 안 되기는 했지만 꽤 잘 하고 있다. 오늘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폰 없이 바로 이닦고 세수했다. 밥을 먹을 때에는 뭘 보거나 읽지 않고 밥만 먹었다.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예전 같으면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켜고 산만한 정신으로 썼을텐데, 아무 것도 듣지 않고 오롯이 글 쓰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뭔가 심심하고 허전한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한 가지에 집중하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자니 이건 이것대로 짜릿하다.

 

 

<원씽>의 저자 게리 켈러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투자개발 회사 중 하나인 켈러 윌리엄스 투자개발 회사의 공동 창립자이자 대표이사이며 저명한 사업 코치이자 트레이너,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경영 위기에 부딪혔다가 기적적으로 회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구상했다. 저자는 중요한 한 가지 일(One thing)에만 파고들라고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가 하고싶은 일, 해야하는 일의 목록을 알아야 하고 그것들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일을 파악하고 나머지 일은 모두 버린다. 멀티태스킹의 노예였던 나를 예로 들면, 이를 닦을 때는 이를 잘 닦는 게 우선순위다. 서평을 쓸 때는 글을 쓰는 게 우선순위다. 하나의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도 원씽이리라.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확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직장인이라면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일, 자영업자라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확대해서 보는 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 

 

 

하나만 하라니. 수십 가지 일을 동시에 해도 성공할까 말까인 세상에서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한다는 게 미덥지 않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들을 위해 저자는 그 유명한 파레토 법칙, 80대 20 법칙을 근거로 든다. "성공의 세상에서 평등한 것 없다는 말이다. 몇몇 소수의 원인이 대부분의 결과를 만든다. 제대로 된 인풋(input) 하나가 대다수의 아웃풋(output)을 만들어 낸다. 선택적 노력이 거의 모든 성과를 창조한다." (p.51) 즉, 자기에게 중요한 한 가지 일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방법 또는 습관을 찾아내어 거기에 '선택적 집중'을 하는 것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 간헐적 단식?  내가 원하는 목적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습관이라면 몰라도 필요하지 않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성공은 옳은 일을 해야 얻는 것이지, 모든 일을 다 제대로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75) 

 


이것저것 다 하라고 조언하던 기존의 자기계발서와 달리 이 책은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라, 그 밖의 것은 버리라고 조언한 점이 신선하고 특이했다. 지금 내 생활에 무엇이 부족한 게 아니라 넘친다니, 대체 무엇을 남기고 버려야 할까? 앞으로 나의 자기계발 화두는 아무래도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나의 원씽을 찾는 일이 될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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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0-2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감사드립니다 ^^

키치 2013-10-20 12:1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