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드 인 전략 - 와튼 스쿨 최고의 마케팅 명강의
조지 데이 & 크리스틴 무어먼 지음, 김현정 옮김, 이명우 감수 / 와이즈베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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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모 화장품 브랜드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제품을 대폭 할인해서 무작위로 판매하는, 이른바 럭키박스 이벤트를 했다가 제품 구성이 홍보 내용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고객들의 항의를 받고 환불을 해준 일이 있었다. 이벤트 소식을 듣자마자 구입했던 나도 환불을 받았는데, 불쾌하고 번거로운 경험이기는 했지만, 해당 기업이 고객들의 항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전보다 더 충성스러운 고객이 되었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소비자로부터 항의를 받아도 무시하지, 이렇게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일이 많지 않았다. 몇 년 사이에 왜 이렇게 바뀐 것일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한정된 수요를 잡기 위한 기업들 간의 경쟁이 심해진 탓도 있지만,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접하거나 공유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만 해도 수십, 수백 개의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화장품 시장에서 블로그나 SNS 서비스 등을 통해 해당 브랜드의 안좋은 바이럴이 형성되는 것을 두려워서 그토록 빠르게 대처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바야흐로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원 와튼스쿨 조지 데이 교수와 듀크대학교 크리스턴 무어먼 교수가 함께 쓴 <아웃사이드 인 전략>에 따르면, 이렇게 기업이 고객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추세는 전세계적으로 대세이며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한다. '아웃사이드 인 전략'이란 "고객의 입장에 서서 기업이 하는 모든 활동을 고객의 눈으로 바라보는 방식을 뜻한다." (p.17) 이는 고객 가치 리더가 되고, 고객을 위해 가치를 혁신하고, 고객을 자산으로 활용하고, 브랜드를 자산으로 활용하는 총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이 중에서 세번째 단계인 고객을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고객을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가치 있는 고객을 선택하고 육성하며, 경쟁 기업에 빼앗기지 않도록 지키고, 이 고객을 활용해 다른 고객을 확보하는 단계로 나누어진다. 구체적으로는 데이터 베이스 구축, 학습효과, 충성심 활용, 보상 부여, 커뮤니티 구축 등의 방법을 수행할 수 있다.책에는 주로 외국 기업의 사례가 나오지만 국내 기업 중에도 사례가 적지 않다. 나만 해도 의류, 화장품, 책 등 대부분의 소비재를 멤버십 회원으로 가입된 특정 기업에서 구입하며, 이벤트, 세일, 쿠폰, 마일리지, 커뮤니티 활동 등 적극적으로 혜택을 누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저렴하게, 더 똑똑하게, 더 발빠르게 소비할 수 있어서 좋고, 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충성적인 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니 좋다.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서 경영학, 마케팅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감이 없지 않지만, 아마존, 넷플릭스, 이케아, 자포스, P&G, 나이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의 사례가 다수 포함되어 있고, 글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관심과 끈기를 가지고 읽어본다면 큰 공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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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따르는가 - 스티브 잡스의 사람 경영법
제이 엘리엇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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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그에 관한 책들이 여전히 서점가에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제목에 스티브 잡스의 이름이 없어서 알기 어렵지만, 제이 앨리엇의 <왜 따르는가>도 그 중 하나다. 저자는 IBM을 거쳐 인텔에 재직하던 1980년에 당시 스물다섯 살이던 스티브 잡스를 만나 애플에 입사했으며 이후 20여 년간 함께 일했다. 애플에서 인사담당 부사장, 수석 부사장 직을 역임했던 그는 이 책에서 스티브 잡스와 애플의 리더십, 인재채용 및 제품개발에 대해 소개한다. 



먼저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명문대 출신이기는커녕 대학 졸업장도 없는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이 대학에서 배운 경영 지식이나 명문대 출신 엘리트 CEO들의 그것과는 달랐다고 회고한다. "제가 할 일은 여러 부서가 내놓은 안건들을 종합하고 핵심 프로젝트에 재원을 확보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팀이 어떤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더욱 공격적인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팀을 밀어붙이고 그들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제가 할 일입니다." (pp.22-3) 최근 유행하는 '혁신적 리더십',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삼십 년도 전인 1980년대에 스티브 잡스는 이미 구상한 셈이다. 그를 보며 저자는 "리더십은 혈통의 문제가 아니라 리더 본인의 문제"이며 "자신의 비전에 대한 신념과 개인적인 헌신의 문제"임을 깨달았다.



인재채용 면에서 스티브 잡스는 보수적이고 획일화된 방식보다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방식을 선호했다. 이력서는 신경쓰지 않았고, 면접자가 하는 말보다는 질문에 대한 반응을 우선적으로 보았으며, 그동안의 성과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심지어 면접에서 "내 시계 디자인이 어떻다고 생각하죠?" 같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질문을 묻기도 했다(운좋은 면접자는 몇 천 달러짜리 시계를 선물로 받기도 했다!). 처음부터 이런 방식을 택한 건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도 명문대 졸업자를 선호한 적이 있고,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 덕분에 현재의 애플은 그 어떤 회사보다 개방적이면서도 신중하고 효율적인 인재채용 시스템을 갖추었다.



제품개발 면에서는 철저히 소비자 중심의 사고를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업이 연이어 히트 상품을 만들고 시장을 선도하는 입장에 서면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만 치중하느라 소비자의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상황을 철저히 경계하고 "이 제품은 사용자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를 물으며 '최고의 소비자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힘을 쏟았다. 그 덕분에 지금 이 시간에도 전세계 수억명의 사용자들이 애플의 제품을 즐겁고 행복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의 공헌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원제가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이끌며(Leading Apple with Stebe Jobs)"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스티브 잡스에 대한 객관적인 평전이나 전문적인 연구, 분석서라기보다는 개인의 회고록 같은 성격이 짙다. 저자도 서문에서 "현장에서 스티브가 애플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을 직접 지켜본 사람으로서 수많은 이야기를 소개할 것"이라며 운을 뗐다. 그러니 <왜 따르는가>라는, 다소 함축적인 제목만 보고 이 책을 택한 독자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에 대해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독자라면 그를 수십 년 간 가까이에서 본 측근의 이야기가 너무 사적이고 허풍스럽게 느껴지기 보다는, 새롭게 알게되는 면도 있고 다시 보게 되는 부분도 있어서 반갑고 그리울 것이다.



나는 특히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식 연설문의 일부분을 인용한 마지막 장을 읽으며 마음이 뭉클했다. 이 글은 언제 읽어도 가슴이 벅차다. 처음 이 글을 읽었을 때만 해도 그가 정정히 살아 있었는데 이제는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연설 이후 그는 수많은 일을 해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도 아쉽다. 언제쯤 나는 그동안 찍어온 수많은 점들을 하나의 선으로 이을 수 있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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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1-18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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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차이나 - 중국 소비DNA와 소비트렌드 집중 해부
김난도.전미영.김서영 지음 / 오우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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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등의 저자인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는 매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출간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9월에는 <트렌드 차이나>라는 책을 선보였다. <트렌드 코리아>가 일년 단위로 나오는 소비트렌드 예측서라면, <트렌드 차이나>는 최근 몇 년 동안 연구원들이 중국에 주재하면서 연구하고 분석한 내용을 정리하여 보고하는 성격의 책이다. 그래서인지 매년 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보다는 내용의 깊이가 있고, 예측보다는 연구, 분석, 정리의 성격이 강하다. 중국 경제, 중국 소비시장에 관심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중국 사회의 변화상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만하다.



저자는 먼저 중국시장에 대한 '한국식의 안이한 전제', 즉 신화 혹은 오해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중국 하면 13억 5000만 소비자를 보유한 '하나'의 시장이다, 현재의 중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다, 중국인은 명품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한류 열풍이면 다 된다는 식의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런 편견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했다가는 큰코다친다고 경고한다. "다양하고 까다로울 뿐 아니라 급변하는 중국 소비자의 특성과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 소비 DNA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철저히 현지화된 제품 개발, 마케팅, 유통 전략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 (p.41)



저자는 중국의 소비자를 소득 수준과 소비의 자기, 타인 지향성 등을 기준으로 총 여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첫번째 VIP형 소비자는 소득 차원에서 최상위계층으로 인구수로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중국 소비 전체의 90%를 담당한다. 이들은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선호하고 구매할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중국 소비자가 아닌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시장의 글로벌 소비자로 보고 다가가야 한다. 두번째 자기만족형 소비자는 유행이나 브랜드, 다른 사람의 평가보다는 내 마음에 드는 것을 우선적으로 소비한다. VIP형 소비자처럼 일용품까지 모두 해외 브랜드 제품으로 사지는 않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나 카메라, 음악 등의 취미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므로 기념일이나 이벤트 등 지갑을 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전략이 유효하다. 세번째 트렌디형 소비자는 남들에게 과시할 목적으로 소비를 한다. 이들은 자신이 특별한 사람으로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친절마케팅을 사용하면 좋다. 



이런 식으로 총 여섯 가지 유형의 소비자를 분석한 다음에는 유형에 상관없이 중국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소개된다. 인상적이었던 점 몇 가지를 들자면, 첫째, 중국인들은 낙천적이고 자기만족적이다. 쇼핑 환경도 좋고 구매력도 높은 한국인들은 더 많이 가지지 못해서 불행해하는 반면, 각종 안전문제와 소비자문제에 시달리고 구매력도 아직까지는 한국인에 비해 낮은 중국의 소비자들은 현재의 소비생활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는 중국인 특유의 낙천성과 느긋함 때문인데, 최근에는 아무리 열심히 돈을 벌어도 계층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분별한 소비에 천착하는 이들도 있다고 해서 안타까웠다. 둘째, 여가와 가족, 정신적인 경험을 중시한다. 한국과 달리 중국은 정시 출퇴근 문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취미 생활과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대한 소비 비중이 높다. 소비생활에 대한 높은 만족도는 여기에서도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셋째,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이다. 개인주의라고 하면 일본인이 떠오르는데 의외로 중국인이 개인주의적 성향이 높다고 해서 놀랐다. 명품도 그냥 명품이 아니라 한정판,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호하는 것이 그 예다. 공산국가니까 집단주의 의식이 강할 것이라고 어설프게 짐작하고 중국시장에 진출한다면 큰 손해를 볼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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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1-18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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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착한 기업 시작했습니다 - 젊은 사회적기업가 12인의 아름다운 반란
이회수.이재영.조성일 지음 / 부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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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책임, 노블레스 오블리주 운운해도 기업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이윤 추구다. 그렇다면 사회적 기업은 어떨까? 사회적 기업은 '사회 혁신 마인드를 가진 기업가들이 빈곤, 실업, 환경, 교육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비지니스 방식으로 해결하는 혁신적인 기업 조직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과 의존의 삶이 아닌 자활과 자립의 길을 열어 주는 등 사회를 혁신하고 공동체의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을 한다.' (p.5) 일반 기업과 달리 사회적 기업의 최우선적인 목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만, 기업인 이상 어느 정도의 이윤 창출이 안 되면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청춘, 착한 사업 시작했습니다>에 소개된 열두 곳의 사회적 기업을 보면 대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는 열정과 도전 정신으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 12인의 사회적 기업가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에이컴퍼니 정지연 대표는 아티스트 팬클럽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기획하여 재능 있는 신인 작가를 육성하는 동시에 수요는 높으나 공급이 부족한 대중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유명 작가에게만 후원이 몰리고 신인 작가의 진입장벽은 높은 불합리한 구조는 미술뿐 아니라 예술계 전반의 관행이라면 관행인데, 만화, 소설, 음악 등 다른 장르에서도 이런 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연극계에는 있다. 바로 김동하 대표가 이끄는 토크앤플레이다. 연극배우 출신인 김 대표 역시 인기 배우, 유명 작품에만 자본이 몰리는 풍토에 회의를 느끼고, 노인이나 학생 등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대중들도 참여할 수 있는 신개념 연극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아직 일반 기업의 수익 구조를 갖추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기대해볼 만 하다.

 

 

이들이 명문대 졸업장이 없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사회적 기업을 창업한 것은 결코 아니다. 모두커뮤니케이션즈 권태훈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의 엘리트다. 우연히 외교통상부에서 군 생활을 하게 된 그는 어려운 외무고시를 패스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가지고도 삶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을 보며 진로를 재고했다.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얻은 정보를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청소년 진로 잡지 'MODU'다. 명랑에너지발전소 안연정 대표는 원래 방송국 PD가 되고 싶었는데, 서울과학기술대 2학년 때 모 방송국 연수에 참가했다가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기계적으로 방송을 만드는 방송국 조직의 한계를 깨닫고 사회적 기업으로 방향을 돌렸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회적 기업에 뛰어든 이도 적지 않다. 한국판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라 할 수 있는 직장인, 대학생, 다문화 청소년 멘토링 시스템을 개발한 점프의 이의헌 대표는 한국일보 기자 출신이다. 저신용자부터 정치인까지 '착한 금융'을 지원하는 신현욱 팝펀딩 대표는 삼성그룹과 네이버를 거쳤다. 이들이 높은 연봉과 편안한 생활을 뒤로 하고 사회적 기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배가 부르고 통장에 돈이 쌓이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르그닷이 그 예다. 패스트 패션에 반기를 들고 윤리적 패션을 주도하는 패션 벤처 오르그닷에는 유명 대기업 출신 디자이너들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다. 대기업에서 소비 지상주의, 대기업의 과도한 마진, 중소 하청업체에 대한 착취, 건전한 업무 관행의 말살 등을 목도하다 못 견디고 나온 그들은 사회적 기업에서 해법을 찾았단다. 과도한 스펙 경쟁, 의미없는 삶에 지친 이들에게 이런 청춘, 이런 기업은 어떤지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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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 애인, 아내, 엄마딸 그리고 나의 이야기
김진희 지음 / 이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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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적령기라서 그런가. 알콩달콩 예쁘게 사는 신혼부부나 귀여운 아이들을 보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결혼한 친척이나 친구, 선배들에게 결혼을 할까 말까 진지하게 물어보면 의외로 하지 말라는 경우가 태반이다. 왜냐고 물으면 다들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사랑이 좋아도 같이 살기 시작하면 사랑만으로 살 수가 없다. 결혼 때문에 일을 포기하고, 살림이나 아이 때문에 또래들처럼 자유롭게 살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네가 감당할 수 있겠냐.....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의 저자에게 물어도 똑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 같다. 저자 김진희는 1975년 안동에서 태어나 경희대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영국의 명문 디자인 스쿨 세인트마틴에서 유학했다. 졸업 후 삼성전자에서 영어 통번역사로 일했으며, 결혼 후에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있다. 학벌이면 학벌, 직장이면 직장, 결혼이면 결혼..... 어느 하나 부족할 것 없이 화려한 그녀의 이력만 봐서는 결핍이나 아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결혼은 화려한 하이힐이 아니라 막상 신으면 '발이 아픈 신발'이고, 남편이라는 사람은 내 곁에서 먹고 자는 '이방인'이라고.



어린 시절과 영국에서의 추억, 결혼 후 시작된 가사노동과 육아 스트레스,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 남편의 무관심과 오해로 인한 고통 등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쓴 저자의 글은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아팠다. 남편은 물론 가족, 친구 그 누구에게도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던 저자가 우연히 동네 친구 하나를 사귀었는데 그 친구가 이사를 가면서 헤어지게 되는 대목에서는 나까지도 눈물이 났다. 이별은 늘 슬프지만, 가까운 곳에게서 사랑을 찾지 못하고 먼 곳에서 사랑을 구해야 하는 저자의 아픔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동네에서 종종 유치원생, 초등학생 또래의 아이를 둔 어머니들이 카페나 공원에 앉아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는데, 이제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흐뭇하면서도 마음 한 켠이 아릴 것 같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영국 유학 시절 미술관에서 사모은 엽서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게 또 슬펐다. 미래에 대한 이런저런 꿈을 꾸며 엽서를 사던 이십대 초반에는 행여 이런 경험을 하고 이런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리라. 다행인 건, 저자의 어머니 세대만 해도 힘든 걸 힘들다고 아픈 걸 아프다고 말할 수도 없었지만, 저자 세대에 이르러서는 마음 속 이야기를 소리 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 잘된 일은 저자가 이 책을 쓰면서 작가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비록 멀리 돌아왔지만,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디자인 수업을 받은 저자가 글과 미술이 어우러진 이런 근사한 책을 만든 것은 우연이 아니다. 멋진 작가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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