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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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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 개념을 제시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경제학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그가 쓴 글이나 책을 읽어보면 재미있고 매력적인 사람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건 아마도 그가 학자로서는 드물게 정계와 재계, 심지어는 자신이 속한 학계에 대해서도 심심찮게 '돌직구를 날리는' 사람이라는 점과, 경제학자로만 규정짓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다방면에 학식이 풍부하고, 글까지 잘 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심지어는 운동도 많이 해서 몸도 좋다고!).



신작 <안티프래질>도 무척 재미있다. 잘못해서 떨어뜨렸다가는 발을 찧겠다 싶을 만큼 두꺼운 이 책은 알랭 드 보통, 빌 브라이슨 저리 가라 할 만큼 글이 좋고, 경제학 외에도 문학, 철학, 의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등장하여 경제경영서라기 보다는 '종합교양서'를 읽는 느낌이었다.



네로는 뉴욕 시내의 세계무역센터 터 맞은편의 거대한 건물을 바라보면서 서 있곤 했다. 

그 건물에는 은행과 중개업체들이 상주해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그들은 뉴저지와 일터를 오가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크림 치즈를 바른 베이글을 먹으면서 인슐린 저항으로 동맥 경화를 촉진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이메일을 교환하고, 보고서를 쓰면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생산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잡음이다. 

헛수고, 불협화음, 미학적이지 못한 행동, 불확실성의 증대, 

뉴욕 지구 친환경 구역의 기후 변화를 초래할 에너지 생산, 

언젠가는 증발하게 될 부에 대한 집단적인 망상을 의미한다. (pp.228-9)



안티프래질은 '취약한, 잘 부서지는' 이라는 뜻의 영단어 'fragile'의 반대 개념으로, '비온 뒤에 땅이 굳는' 것처럼 충격을 받아도 부서지지 않고 오히려 강해지는 특성을 뜻한다. 위험회피적이고 정형화되고 예측적인 것을 선호하는 프래질과 달리, 안티프래질은 위험을 선호하고, 무작위하거나 가변적인 것을 수용하며, 예측이 아닌 경험에 의존하는 특성이 있다. 



저자는 여러 장에 걸쳐 프래질과 안티프래질 개념의 차이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관료주의, 제도주의, 계획주의, 예측에 대한 선호 같은 것은 프래질, 인위적이지 않고 자유로운 상태는 안티프래질이다. 잘 다니던 회사에서 하루 아침에 잘릴 수 있는 샐러리맨은 프래질이고,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 정년도 없는 택시기사 같은 자영업자는 안티프래질이다. 병원이나 약에 의존하다 걸리는 의원성 질환은 프래질이며,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게 내버려둬서 면역력을 기르는 것은 안티프래질이다. 즉, 규칙이나 형태가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것, 개입을 하는 것보다는 안 하는 것,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낫고 더 강하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프래질한 개체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안티프래질한 개체만 적자생존하는 상태야말로 이상적이다. 그런데 과도한 정부개입과 금융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자연스럽게 도태되어야 마땅한 기업이나 개인이 살아남아 안티프래질을 위협한다. 프래질과의 경쟁 끝에 안티프래질만 남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옳은 것이 아니라 틀린 것에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혹은 이를 프래질과 강건함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면, 

부정적 지식(틀린 것, 유효하게 작용하지 않는 것)은 

긍정적 지식(옳은 것, 유효하게 작용하는 것)에 비해 오류에 더욱 강건하다.


따라서 지식은 추가가 아니라 제거에 의해 더욱 발전한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이 틀린 것으로 판명될 수 있지만, 

우리가 틀린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 옳을 수 없거나 최소한 쉽게 옳을 수 없다면 말이다. (p.467)



인위적, 의도적, 예측적인 것을 거부하는 저자의 태도는 책 후반부로 갈수록 분명해진다. 저자는 부를 위한 학문, 경제성장을 위한 교육을 거부한다. 학문은 학문 그 자체를 위한 학문이지 부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며, 높은 교육수준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인과관계도 잘못되었다. 



이런 생각은 그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학자가 되기 전 저자는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금융 회사에서 트레이더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 때 그는 회사에서 일하는 전문 트레이더 대부분이 자신처럼 아이비리그 출신이 아니라 가방끈 짧은 길거리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게다가 그들은 아이비리그 출신인 저자보다 일도 잘했다!). 동체역학을 안 배운 세 살 꼬마부터 칠십대 할아버지까지 누구나 자전거를 탈 수 있듯이, 경제 역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만의 전문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앎, 지식이라는 것에 회의적이다. 심지어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 소크라테스에게 반기를 든다. 나 자신에 대한 '앎'이 '삶'이라는 실전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경제학에도 적용된다. 경제학자, 경제전문가들은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알 수 있다고 쉽게 말하지만, 이는 착각이며 오만이다. 알 수 있는 것은 없거니와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 블랙스완처럼 인간의 예측 범위를 넘는 현상이 발생하면 예측은 아무 소용이 없다. 과거의 실패한 경험, 즉 블랙스완을 본 적이 있는가 없는가 그것만이 중요하다. 



블랙스완이라는 이름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 전보다 더 강해지는 것이 바로 안티프래질이다. 책의 많은 부분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지만, 저자가 몇 년 전에 제시한 블랙스완과 이번에 발표한 안티프래질이 연결되는 이 대목에서 나는 전율을 느꼈다. 블랙스완이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듯이, 안티프래질 역시 앞으로 다가올 경제 현상을 제대로 예측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것은 위기를 극복하여 더욱 강해지는, 긍정적인 것이기를 바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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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2-14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6의 물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제6의 물결 - 자원 한정 시대에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제임스 브래드필드 무디 & 비앙카 노그래디 지음, 노태복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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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zero-sum)이 아닌 윈윈(win-win)이 가능하다고 보는 경제학의 전제에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경제관계의 주체를 가계와 기업, 정부로만 한정한다면 윈윈할 수도 있다. 국가 간 무역 또한 윈윈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제의 주체를 인간뿐 아니라 자연을 포함한 생태계 전체로 상정했을 때에도 과연 윈윈이 통할까? 자원고갈과 환경오염의 예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자연이 인간을 위해 손해만 보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사실인데 말이다. 


호주연방과학원 사무총장 제임스 브래드필드 무디의 <제6의 물결>은 그동안 주류 경제학자들이 무시해온 자연에서 경제 흐름의 새로운 방향을 찾았다. 경제는 산업 기술의 변혁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는다. 지난 200년 간 다섯 번의 거대한 경제적 변동이 있었다고 보는 콘트라티에프 파동에 따르면, 제1의 물결은 산업혁명, 제2의 물결은 철도와 증기의 발명, 제3의 물결은 전기의 이용, 제4의 물결은 자동차의 발전, 제5의 물결은 정보통신기술의 향상으로부터 야기되었다. 그렇다면 제6의 물결은 어떤 기술로부터 추동될까? 저자는 '자원 효율성'을 답으로 제시한다.

 
"자원 효율성은 제6의 물결에서 핵심이다. 
우리가 풍부하고 값싼 자원을 획득하던 시기에서 
드물고 소중한 자원을 관리하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원 효율성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가령 포장을 줄여 돈을 절약하는 회사에서부터 
단열을 더 좋게 하여 전기료를 줄이는 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더 적은 자원으로 이러한 일을 할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면, 
당신은 다음에 다가올 물결의 시장 변화 요인에 동참하기 시작한 셈이다." (pp.78-9) 


자원 효율성을 테마로 한 미래산업의 예로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는 쓰레기 자원이다. "쓰레기는 결코 쓰레기가 아니며 또 다른 형태의 제품이다. 여전히 대부분 사람은 쓰레기를 수익의 사각지대라고들 여긴다. 하지만 제6의 물결이 이런 생각을 바꾸고 있으며 산업계는 차츰 쓰레기가 팔릴 수 있는 제품이라고 인식해가고 있다." (p.194) 자원이 부족해질 수록 이미 사용된 자원이나 사용되고 남은 자원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이다.


서비스업 역시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원효율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라는 재화를 판매하는 데 골몰했고, 자동차 산업의 부수적인 서비스업인 정비업이나 보험업 등은 이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도였다. 반면 카셰어링은 이동성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한정된 차량(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미래 트렌드에 걸맞다. 소유 대신 공유와 렌트의 개념이 점점 인기를 끌 것임은 <트렌드 코리아>에서도 예측된 바 있다.  


디지털과 자연의 융합 역시 활발해져 지능화된 냉장고, 스마트 가옥 등 자연을 모방한 디지털 기술이 인기를 끌 것이다.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만 먹는 로컬 푸드 운동처럼 생산물은 지역에서 생산, 소비하고, 정보만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새로운 황금 시대>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생체모방 기술 역시 각광을 받을 것이다. 자연에서 기술 발전의 아이디어를 얻는 생체모방은 단순히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 디자인 등에도 응용되어 산업생태학, 에코디자인이 주목을 받을 것이다. 주어진 자원을 누가 더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 이를 고민한다면 자원 고갈이라는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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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2-14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트렌드 코리아 2014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4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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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한 해의 마무리를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 예측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와 함께 하고 있다. 연말연초가 되면 무수히 쏟아지는 경제 예측서 중에서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돋보인다.


첫째, 소비 중심이다. 대부분의 경제 예측서는 경기의 흐름뿐 아니라 재정, 무역, 금융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데 반해 이 시리즈는 소비자의 소비 트렌드와 기업의 마케팅 사례에만 집중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에 문외한인 독자들도 어려움 없이 지난해의 트렌드를 회고하고 다가오는 해의 유행을 예측하는 재미로 읽을 수 있다. 둘째, '10대 키워드'를 제시한다. 이 시리즈는 주된 트렌드로 자리잡을 키워드들을 10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단어로 정리하여 '10대 키워드'라는 형식으로 매년 제시한다. 2013년에는 진사년 뱀의 해라는 점에 착안해 '코브라 트위스트(COBRA TWIST)'를, 2014년에는 갑오년 말의 해를 기념하여 '다크 호스(DARK HORSES)'를 10대 키워드로 제시했다. 말장난 같지만 신간이 나올 때마다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다.


2014년의 트렌드를 살펴보기에 앞서 지난해에 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13>의 예측이 얼마나 맞았는지부터 살펴보자. 올해에는 독설, 돌직구, 직설화법 같은 단어들이 크게 유행했으며, SNL 코리아, 디스전 등이 화제였고, 드라마에서는 악역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날 선 사람들의 도시). 자상하고 친근한 부모상이 떠오르며, 친구처럼 편한 아버지상을 제시한 '아빠 어디가'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스칸디맘'이 몰려온다). 또한 먹방, 먹송 등이 TV, 인터넷 할 것 없이 화제를 모았다(미각의 제국). 이밖에도 여러가지 예측이 맞았다.


그렇다면 2014년에는 어떤 소비트렌드가 뜰까? 먼저 무겁거나 고상한 표현은 거부하고 경박하거나 노골적인 것을 선호하는 '스웨그(swag)' 열풍이 거셀 것이다(참을 수 있는 '스웨그의 가벼움). 직접 몸으로 만지고, 느끼고, 몸을 움직이고 싶은 열망이 더욱 거세져 마라톤, 목공, 농사, 춤 등의 여가 활동이 인기를 끌 것이다(몸이 답이다). 1990년대에 X세대로 불렸던 이들이 40대가 되면서 이들의 놀이본능을 자극하는 장난감, 로봇, 피규어 등의 매출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어른아이' 40대). '응답하라 1994'의 높은 인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복고 열풍 또한 계속될 것이다(시간의 재해석). 


대체로 생계형 소비보다는 여가, 취미 위주의 소비가 늘 것으로 보이고, 기존의 문화 주체인 10대, 20대뿐만 아니라 30대부터 4,50대 같은 중장년층도 소비의 주류로, 주요 타겟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2014년도 올해만큼이나 재미있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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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품위있게 -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김봉국 지음 / 센추리원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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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학교 숙제로 아버지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시골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는 읍내에서, 고등학교 때는 시내에서, 대학교 때는 서울에서 자취한 아버지는 자수성가하기 위해 쉬지 않고 애쓰셨다.  젊은 시절에는  이런저런 꿈도 있었지만 아내와 두 딸을 부양하기 위해 전부 포기하고 회사 일에만 매달리셨다.  입사 30년째를 앞두고 계신 아버지를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가장 크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고단하셨을까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멋있게 품위있게>의 저자 김봉국은 우리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58년 개띠, 베이비붐 세대다. 시골에서 태어나 명석한 머리와 성실함 하나만 믿고  오십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편히 쉬지도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것까지 똑같다. 저자는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삼성에 입사했으나 언론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퇴사, 매일경제신문에 재직하다 온라인 경제신문 이데일리를 창간했다. 기 쁨도 잠시, 갑작스런 퇴직과 암 투병, 어머니의 타계를 겪은 한꺼번에 겪은 저자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는  현재 <행복한기업연구소>를 통해 리더십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동시에 아주경제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명품 시니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자는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4,50대 베이비붐 세대를 위해 이 책을 썼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다수는  학창시절에는 어른들이 하라는 공부를 하고, 입사 후에는 상사가 시키는 일만 하며 타율적으로 살아왔다. 그러다가 퇴직 후에는 모든 것을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해야 하니 당황스러울 것이다.  갑자기 늘어나버린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답답하고, 망 망대해에 떨어진 듯 무력하고 허무한 기분에 사로잡힐 것이다.  저자는 지금이야말로 혼자 노는 법을 배워야 할 때라며 체면을 버리고, 까짓것 안식년이라는 생각으로 느긋하게 즐기라고 조언한다.  이제부터라도 가족, 부모, 선후배, 친구 눈치 보지 말고 오로지 나를 위해 살아보라고 충고한다.


저자는 나이들수록 매력있는  존경받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시니어 범생이'가 되는 것이 꿈이다.  '시니어 범생이'란 젊게 살도록 노력하고, 주위사람들에게 잘 베풀며, 솔직하고 인상이 밝고, 독립적이며, 다른 사람 일에 참견하지 않는 삶의 태도를 이른다.  평생을 주변 사람들과 사회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가 나이 들어서까지 남에게 인정받는 '범생이'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이런 긍정적이고 성실한 자세야말로 회의적이고 자유분방한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 잊고 있는 정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상 깊은 구절


남자의 인생이란 이십 대는 자기 자랑, 삼십 대는 아내 자랑, 사십 대는 회사 자랑, 오십 대는 자식 자랑, 육십 대는 돈 자랑, 칠십 대는 건강 자랑이라고 한다. 누구나 자랑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굴곡진 길을 피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가 있다.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고 해도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누구에게나 새벽은 다시 찾아온다. (p.25)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하자면 '사춘기'와 '사추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춘기는 청소년기의 질풍노도 시기라면, 사추기는 중장년기의 공허의 시기라 할 수 있다.  100세 시대의 반환점인 오십 대에 접어들면 가을의 쓸쓸한 고독처럼 밀려드는 허전함과 허무감에 휩싸이게 된다. 인생에 있어서 봄의 부푼 꿈과 여름의 화려함이 가시고 가을의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시기다.  사람에 따라서는 인생의 황금기이자 정점일 수도 있고,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때일 수도 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는 시점인 만큼 누구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변화를 겪게 된다. 사춘기는 반항이라는 이름으로 청춘을 불사르는 것이지만 사추기는 갱년기와 함께 우울증에 시달릴 수 있다. (pp.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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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은 왜 장지갑을 쓸까 - 돈이 굴러들어오는 지갑 사용 설명서
카메다 준이치로 지음, 박현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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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보고 제목이 솔깃하여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세무사인 저자는 직업상 수많은 경영인, 사장들을 만나는데 그들의 지갑을 살펴보니 대부분이 명품 장지갑이었다.  비싸고 좋은 지갑을 깨끗하게 쓰는 사람일수록 돈도 잘 벌고 하는 일도 잘 된다는 것을 깨달은 저자는 어느날 아내로부터 명품 장지갑을 선물받았다. 그 역시 장지갑을 쓰고부터 사업이 번창했고 돈도 잘 벌었다. 그 때부터 저자는 돈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만이 부자가 될 자격이 있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그저 비싼 장지갑을 쓰는 것만으로는 부자가 되지 못한다. 장지갑을 깨끗하게 잘 써야 한다. 저자는 수시로  '지갑 다이어트'를 한다. 지갑에는 현금만 넣고, 영수증, 카드, 동전 등은 따로 보관한다. 포인트 카드는 아예 만들지 않는다.  '지갑 원데이 클리어링'이라고 해서 아예 하루에 한 번씩 지갑을 정돈하고, 동전은 '500엔 동전 전용 저금통', '100엔 동전 전용 저금통' 등에 넣어 모은다. 이렇게 해서 저금통이 차면 가지고 싶은 것을 구입하거나 여행을 하는 등 자기 마음대로 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거스름돈을 받고 생긴 동전을 함부로 쓰지 않고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습관이 들 수밖에 없다. 카드만 쓰는 사람은 모르는 즐거움이다.



물건을 살 때도 그냥 소비가 아닌 투자가 되는 소비를 한다. 가령 문구류를 사더라도 쓰다 버려도 아깝지 않은 싸구려 펜을 사면 그냥 소비지만, 글씨 교정에 도움이 되거나 필기하기에 편하고 글씨체가 아름답게 보이는 펜을 사면 투자가 되는 소비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로부터 글씨를 잘 쓴다는 칭찬을 듣는다든가, 공부나 일을 잘 하게 된다면 펜 값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가방이나 음반 등을 살 때는 살 때 낸 가격의 7할을 받고 되팔 수 있는 것을 산다. 무조건 싼 것을 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책 읽기 역시 투자다. 책을 읽는다고 당장 똑똑해진다거나 지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읽어나가면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저자 역시 어린 시절에 재미로 읽은 <삼국지>가 위기의 순간에 큰 힘을 발휘했다고 한다.

 


저자는 아예 지갑 주인은 지갑의 가격의 200배를 연봉으로 번다는 '연봉 200배 법칙'까지 만들었다. 정말 그럴지 의심스럽지만, 밑져야 본전!  그동안 쭉 반지갑만 사용했는데(그래서 부자가 못됐나?) 곧 있으면 새해를 맞이하는 기념으로 장지갑을 하나 장만해야겠다. 저자의 말대로 돈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보다야 좋은 장지갑에 보관하며 깨끗하게 사용하는 편이 확실히 부자답고 지갑 주인을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겠는가. 마침 오늘 저녁에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니 부자들은 돈을 Like하는 게 아니라 Love한다고 한다. 그 정도로 돈을 아끼고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돈이 붙는다는 게 아니겠는가. 미신같지만, 믿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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