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를 위한 노트의 기술
이상혁 지음 / 스펙트럼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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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가 디지털에 밀리는 것이 대세라지만, 다이어리만은 예외가 아닌가 싶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11월부터, 느긋한 사람들도 적어도 1월 중반 전까지는 다이어리를 하나씩, 많게는 두세개씩 장만하는 걸 보면 말이다. 문제는 이렇게 마련한 다이어리를 끝까지 제대로 쓰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나 역시 매년 큰맘 먹고 다이어리를 장만하지만 끝까지 쓴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서 찾은 책이 메모와 생각정리 기술 전문 강사 이상혁이 쓴 <생각 정리를 위한 노트의 기술>이다. 현직 헤드헌터로 업무상 문서자료를 작성, 저장할 일이 많고, 사람을 만날 일도 많은 저자는 어떻게 하면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열심히 기록한 메모를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각고의 노력 끝에 자신만의 노트의 기술을 개발했다.


적지 않으면 암산하듯 모든 생각을 머릿속에 담아 두고 정리를 해야 합니다. 생각을 밖으로 꺼내 눈으로 보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p.13)


현재 저자가 쓰는 노트는 무려 열한 가지다. 하루 노트, 메모 패드, 업무 노트, 시간 노트, 아이디어 노트, 스케줄러, 할 일 노트, 생각 노트, 월간 스케줄러, 일기장, 틈새노트등 쓰임새도 다양하다. 이중에 겨우 서너개 쓰는 나도 벅찬데, 저자는 이 많은 노트들을 수집과 정리, 실행/확장, 응용 이렇게 4단계로 나누어 전천후로 활용하고 있다니 달인답다.


책에는 구체적인 필기 방법부터 필기하기에 좋은 노트와 필기도구를 고르는 방법, 각각의 노트를 업무와 실생활에 응용하는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만 몇 개 적어보자면, 첫째는 세로줄 긋기다. 방법은 간단하다. 수업이나 세미나를 들을 때 메모 패드를 절반으로 나눠서 왼쪽에는 들은 내용을, 오른쪽에는 그때그때 생각난 질문이나 연상된 것을 적어두는 게 전부다. 보통 필기를 할 때 들은 내용만 적는데, 세로줄 긋기를 하면 내 생각을 적으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쉽고, 배운 내용을 실제로 응용할 여지도 넓어진다. 예전에 세로줄 긋기 필기법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얼마 못 하고 그만두었다. 이참에 다시 시도해봐야겠다. 


둘째는 예상 소요 시간 적기다. 보통은 스케줄러에 할 일만 적어두는데, 스케줄러를 제대로 활용하고 싶으면 중간에 비는 시간이나 남는 시간이 없게끔 예상 소요 시간을 적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게 습관이 되면 비슷한 업무나 활동은 묶어서 처리해 소요 시간을 줄일 수도 있고, 예상 소요 시간을 따져 유연하게 스케줄을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니 실천해 봐야겠다. 


메모와 노트를 잘하는 것은 절대 모든 걸 기록하고 기억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기록하고 분류하며 보관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생각과 응용에 집중하면 메모의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p.192)


연말이나 연초에 큰맘먹고 장만한 다이어리를 끝까지 못 쓰는 건 다이어리가 안 예뻐서도 아니요, 들고다니기 귀찮거나 무거워서도 아니다. 다이어리를 제대로 활용하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았을 뿐이다. 내년에는 부디 다이어리를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제대로 활용해서 보람도 느끼고, 생활의 질도 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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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0대는 어떻게 한국을 바꾸는가
전영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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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의 이름을 들어봤거나 제품을 구입해봤을 것이다. 이케아는 내구성은 약하지만 저렴하고 디자인이 세련되어 실용성과 아름다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하는 2,30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이케아 세대란 무엇일까? 이케아 세대는 일본 게이오대학교 경제학부 방문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일본학과 특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전영수 교수가 새롭게 만든 조어로, 고학력에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 유학을 경험해 해외 문화에 익숙하고 높은 안목을 지니고 있으나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 세련됐지만 내구성 약한 스웨덴 가구브랜드 이케아로 절충해 2년마다 거처를 옮기며 살아가는, 주로 1978년 전후에 태어난 35세 가량의 사람들을 일컫는다. 처음엔 이케아 세대라고 해서 멋지고 세련된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멋은 있으나 몸값은 낮은 속성을 따온 것이라고 하니 마음이 아프다.

 

 

이케아 세대의 특징 중 하나는 이전 세대에 비해 독신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양극화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이들은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가 고용마저 불안해 결혼, 출산, 양육, 내집마련 등 어느 것 하나 온전히 해내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불안하고 고달프게 사느니 비자발적 미혼이 아닌 자발적 비혼을 택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이 좋아서 독신으로 지내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일본에서는 몇 년 전부터 스스로 남성성을 포기하는 '초식남', 여성성을 버리고 동성, 중성화의 길을 걷는 '건어물녀' 열풍이 불고 있다. 심리학적으로 이들은 가족을 꾸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는 대신 연애, 결혼 본능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경제학적으로는 연애와 결혼이 비용 대비 효용이 낮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찌됐든 현 2,30대에게 연애와 결혼이 더 이상 필수도, 매력적인 선택지도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로 인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인구경제학 전문가 데이비드 콜먼은 "한국은 저출산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질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다."라고 예측한 바 있다. (p.114)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면 앞으로는 젊은층 대상보다 노년층 대상 업종이 유망해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촌 압구정동만 해도 10대들이 좋아하는 햄버거 가게나 짜장면 집이 줄어들고 노인층 대상의 보석가게와 의류수선점이 늘고 있는 추세다. 부동산 시장 역시 젊은층의 매물 수요가 줄어들면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젊은층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로는 큰 돈을 벌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투자 대신 소비 줄이기에 열을 올릴 것이다. 가구는 이케아, 옷은 유니클로, 화장품은 미샤나 이니스프리 같은 로드숍 제품을 애용할 것인데, '절약의 역설'로 인해 경기는 점점 악화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는 정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후 몇십 년 동안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는 거대 집단인 베이비부머의 생애주기에 발맞춰 사회 자본과 정부의 정책이 호응하는 형태로 실현되어 왔는데, 베이비부머가 대거 은퇴하고 노년층으로 편입될 경우 이들이 이익집단화됨으로써 '노인정치'가 시작될 우려가 높다. 반대로 노인정치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청년 세대의 불만을 반영하는 정치집단이 승기를 잡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몇 년 전 일본 민주당은 노년층의 관심사인 고령화에서 청년층의 관심사인 저출산으로 정책을 전환함으로써 정권교체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청년=진보"의 공식을 깬 청년 우경화 현상도 벌어질 수 있다.

 

 

나이만 봤을 때 나는 이케아 세대보다 11살 정도 어리지만, 학력과 취업 환경, 연애와 결혼, 출산, 양육에 대한 태도, 라이프 스타일, 소비 습관 등 대부분의 특징과 성향이 일치하여 읽는 내내 무척 공감이 되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아닌 이후 세대의 특징과 경향을 연구, 예측할 뿐 아니라, 문화, 경제적 영향 외에도 정치적 영향까지 다각도로 분석한 점이 좋았으며, 우리나라보다 10년 정도 앞서있다고 여겨지는 일본의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이해를 도모한 점도 좋았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모두 은퇴하고 이케아 세대가 경제의 주역으로 자리잡으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변할까? 심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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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말하는 CEO - 세계 최고의 리더들에게 배우는 성공의 비밀
제프리 J. 폭스 & 로버트 라이스 지음, 김정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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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한 사람이 기업의 성공을 좌우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처럼 CEO 자신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며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성공하는 CEO의 비결이 궁금하다면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CEO 전문가 두 사람, 제프리 J.폭스와 로버트 라이스가 공저한 <CEO가 말하는 CEO>를 추천한다. 이 책은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CEO, 이른바 '혁신적 CEO(transformative CEO)' 44인의 공통적인 성공 비결을 33가지 법칙으로 정리한 책이다.


33가지 법칙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첫째는 최고의 전략을 원한다면 최우선 순위에 문화를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뭐니뭐니 해도 이윤 추구지만, 이윤을 가져다 줄 고객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은 직원의 몫이다. 그런 직원을 끌어들여서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기업문화다. 직원들이 잠재된 능력을 이끌어내고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CEO가 해야 할 첫번째 임무다. 


둘째는 돈벌이보다 더 높은 가치를 위해 일하라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윤 추구다. 하지만 무턱대고 돈벌이만 추구하다가는 장기적으로 큰 손해를 볼 수 있으며, 당장의 돈벌이보다는 더 높은 가치를 위해 일하는 것이 단기적으로도 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가령 ING 다이렉트의 CEO 아카디 쿨만은 하루 24시간 언제라도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저축은행을 개설해 미국인 누구나 돈을 아끼고 저축하는 습관을 들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어니스트 티의 CEO 세스 골드만은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차를 구입해 살충제와 제초제의 사용을 줄이고, 설탕 섭취량이 높은 미국인들의 식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CEO의 기본적인 자질이자 임무로 떠오르고 있다.


셋째는 장애물은 뜻밖의 횡재를 안겨주는 기회라는 것이다. 성공하는 CEO들은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피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 도전을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능동적,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아플락은 2011년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일본에서 지진과 츠나미 사태가 벌어졌을 때 자사 광고에 출연하는 모델이 그 사태를 폄하하는 발언을 해서 위기를 겪었다. 이 때 CEO 댄 아모스는 바로 배우를 해고하고 새로운 모델을 모집했다. 그런데 이 소식이 뜻밖에 화제가 되고 무려 12,371명이 지원하는 성공을 거두면서 언론매체에 7만 건 이상 보도되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몸소 겪은 셈이다.

 
이 책에 소개된 법칙들은 교훈으로서는 식상한 편이다. 하지만 CEO들이 실제로 경험한 사례들이기 때문에 믿음이 가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읽기에 편했다. 내용 또한 권위와 카리스마를 강조해온 기존의 리더십론과 사뭇 다르며, 강한 리더십보다는 약해도 부드럽고 조화로운 리더십을 강조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읽기 쉽고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는 CEO 리더십 책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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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생각법
하노 벡 지음, 배명자 옮김 / 갤리온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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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만 들입다 파는 공부의 고수,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여자 없다는 생각으로 될 때까지 대시하는 연애의 고수들처럼, 부의 고수들에게도 그들만의 비결이 있다면 궁금하지 않은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2013년 독일 최우수 경제경영 도서상을 수상한 <부자들의 생각법>에 그 비결이 담겨 있다. 

 

 

저자 하노 벡은 독일 최고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에서 8년 동안 경제 전문 기자로 활약한 경제 전문가로, 현재는 포르츠하임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타공인 경제 전문가인 그는 기자로 활약하던 2000년대 초반에 주식 투자에 크게 실패함으로써 투자의 이론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다. 그 후 그는 인간의 합리성을 부정하고 비합리성을 전제하는 경제심리학, 행동경제학을 연구했으며, 20여 권의 책을 집필하며 경제경영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똑같은 돈을 벌어도 누구는 부자가 되고 누구는 평범하게 사는 것은 부자들만이 공유하는 심리, 즉 부자들의 생각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평범한 사람들과 구별되는 부자들의 생각법은 크게 열여덟 가지로 정리된다. 그 중 하나는 워런 버핏이 월스트리트에서 살지 않는 이유를 기억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금융 전문 잡지를 읽거나 경제 전문가의 강연을 들으며 소위 말하는 고급 정보나 대박 비법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 매체에는 결코 그러한 정보나 비법이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말을 따름으로써 버블 같은 집단광기에 휘말리기 쉽다. 워런 버핏처럼 시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이 집단 사고의 오류에 빠지는 것을 막아준다. 

 

 

다른 하나는 푼돈의 무서움을 기억하는 것이다. 한 번에 100만 원을 쓰기는 어렵지만, 휴대폰 요금을 한 달에 3만 원씩 3년(3x36개월=108만 원), 4만 원씩 2년(4x24개월=96만 원), 8만 원씩 1년(8x12개월=96만 원) 동안 내는 것은 예사로 여겨지듯이, 목돈은 쓰기 어렵지만 푼돈은 쓰기 쉽다. 이런 심리를 역으로 이용하면 낭비를 줄이고 부자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휴대폰 요금, 신문이나 잡지 구독료, 담뱃값처럼 적은 액수의 지출을 일년치 또는 십년치로 계산하는 것이다. 음원 서비스 이용료로 한 달에 7천 원 정도를 내왔던 나는 며칠 전 3천 원대의 가장 저렴한 서비스로 바꿨다. 한 달로 따지면 커피 한 잔 값 정도인 4천 원 차이지만, 1년이면 약 5만 원, 10년이면 50만 원 정도의 목돈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비용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심리학에서는 이자율이 더 높은 은행이 있어도 바꾸지 않고, 더 큰 혜택을 주는 통신사로 바꾸지 않고, 읽지도 않는 신문이나 잡지의 정기 구독을 끊지 않는 것처럼 변화를 시도하지 않고 기존의 상태에 머무르려고 하는 심리를 '현상 유지 편향'이라고 한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에 돈이 안 드는 것 같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음을 선택함으로써 잃게 되는 비용, 즉 기회비용을 따지는 경제학의 차원에서 보자면 이것도 낭비다. 눈에 보이는 비용뿐 아니라 기회비용까지 부지런히 따지는 사람이 더 쉽게,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투자 세계에 언제나 통하는 법칙은 없다, 본전 생각을 버려라, 말의 핵심을 파악하라, 돈을 쓰기 전에 며칠만 기다려라, 투자를 기록하라, 계좌에 이름을 붙여라, 자동 이체 자동 주문을 활용하라 등 유용한 조언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제까지 학문 영역에서 주로 다뤄진 경제심리학, 행동경제학과 자기계발 분야에서 주로 다뤄진 재테크를 연결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초보자들이 읽기에 난해한 전문적인 설명은 최대한 자제하고 누구나 당장이라도 따라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들을 제시했다는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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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 창의성을 깨우는 열두 잔의 대화
김하나 지음 / 씨네21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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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광고하다>에서 저자 박웅현은 똑똑하고 창의적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만 모인 광고계에서 최고가 된 비결로 주저없이 '책읽기'를 들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같은 재치있고 기발한 카피들이 딱딱한 인문학 책을 읽고 만들어진 거라니, 허탈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나같은 사람도 노력만 하면 충분히 창의적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제일기획, TBWA 코리아 등을 거친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김하나 역시 창의성의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에서 저자는 창의성이 교과서처럼 규격화되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천재들의 전유물도 아니며, 통통 튀는 감각을 지닌 젊은 사람들만이 가지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보다는 오히려 성실함과 진지함이 창의성을 가지는 데 필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박웅현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그것도 원서로 읽으며 우직하게 내공을 기른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천재의 삶에서 배워야 할 점은 사과가 떨어지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사과의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 자기 일의 기본을 성실하게 배워온 당신 같은 사람이라면 이제 창의성의 자세도 훌륭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창의성은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특별한 소수만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에요. 말했죠? 창의성은 하나의 태도라고요. (p.28)


두 남녀가 서울 모처의 바에서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방식으로 쓰인 이 책에서 저자는 아예 창의성이라는 단어 대신 아이디어라는 단어를 쓰자고 제안한다. 창의성이라고 하면 보통사람이 가지기 힘든 거창하고 대단한 재능 같지만, 아이디어는 누구나 일상 속에서 떠올릴 수 있는 기발한 생각이나 센스 같은 느낌이 든다.


아이디어는 출출하던 차에 찾은 분식집 테이블, 퇴근길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 자동차 유리창에 붙은 중고차 딜러의 전단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하다못해 늘 가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새로운 맛에 도전해보는 식으로도 찾을 수 있다. 나와 동생은 진작부터 하던 것이 있다. 어쩌다 단둘이 외식을 하게 되면 우리는 늘 먹는 평범한 음식 대신 안 먹어본 외국 음식이나 처음 보는 디저트에 도전한다. 이름하여 '어제와 다른 나' 프로젝트! 별것 아닌데 머리회전에 도움이 된다니 뿌듯하다.
 

아이디어 하면 보통 광고나 영화, 음악, 패션 등 창의성을 요하는 미디어, 예술 분야에서나 쓰이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양성평등, 민주주의 같은 이념도 실은 누군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태어난 발명의 소산이다. 높이뛰기 경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면뛰기, 이른바 '포스베리 플랍' 기술 역시 1968년 멕시코 올림픽에서 딕 포스베리라는 선수가 처음 시도하여 만들어진 발명품(?)이다. 달리기를 할 때 바닥에 손을 대고 몸을 숙인 채 출발 준비를 하는 '크라우치 스타트' 자세도 지금은 초등학생도 알지만 1896년 아테네 올림픽 때까지 시도되지 않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처음에 어떻게 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어딘가 유연해집니다. 옛것도 앞뒤의 맥락을 살펴보면 벽을 깨고 나온 신선함으로 여전히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경우가 많지요. 실패했다 하더라도 그 용감한 시행착오에 박수를 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p.173)


연말 탓인지 유난히 피로하던 몸과 마음이 이 책 한 권으로 활기를 되찾은 것 같은 느낌이다. 
글도 좋고, 내용도 좋고, 만듦새까지 좋은 별 다섯 개 짜리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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