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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루기 - 6만 시간, 6천 명이 동참한 미루기 탈출 프로젝트
제프리 콤 지음, 이지영 옮김 / 가디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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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해의 시작인 1월을 맞이하여 새해 계획을 세웠다. 흰 종이에 생각나는 대로 적다보니 어느새 스무 가지를 훌쩍 넘겼다. 맨위에는 야심차게 '박경리의 <토지> 읽기'라고 썼고, 다이어트, 저축, 외국어 배우기, 자격증 취득 등이 뒤를 잇는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거이거 작년, 재작년 새해 계획과 똑같잖아?
야심차게 세운 새해 계획이 매번 '작심삼일'로 끝나는 이유는 아마도 고질적인 '미루기 습관' 때문일 것이다. 청소도 빨래도 잘 하고, 살면서 숙제나 과제물 한 번 밀려본 적 없는 나도 미루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면 치과 예약. 오랫동안 교정을 했기 때문에 치과 드나드는 데 무서움은 없지만, 정기검사 예약을 할 때마다 차일피일 미루다 끝내는 한두달 늦게 가는 적이 많다.
<굿바이 미루기>의 저자 제프리 콤 역시 미루기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 역시 치과에 가는 일을 무서워해서 자그마치 12년 동안 검사를 미뤘으며, 결국 5,000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치료를 받았다. 미적거린 치과 치료 때문에 오랫동안 부은 적금을 깨고 임플란트를 했다니, 얼마나 돈 아깝고 안타까웠을까.
저자는 책에서 미루기 습관의 원인과 해결책을 동시에 제시한다. 미루기 습관을 가진 사람은 완벽주의자, 빅딜 추종자, 만성적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 반항적으로 일을 미루는 사람, 극적인 것에 중독된 사람, 무조건 퍼주는 사람 등 총 여섯 가지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나는 만성적으로 걱정이 많은 사람 타입에 속하는데, '만일 ~~ 하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때문에 실천을 잘 못하는 것이다.
이런 미루기 습관을 고치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을 몇 가지 꼽자면, 첫째는 자기 자신에게 긍정적인 메시지 보내는 것이다. 스스로 '나는 게으르다', '내가 늘 그렇지 뭐', '나는 바보같다' 등등 부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면 고칠 것도 못 고친다. '나는 부지런하다', '나는 잘 할 수 있다', '나는 미루지 않는다' 등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면 자신감이 생기고 미루기 습관을 고치기 쉽다.
둘째는 크고 허황된 꿈 대신 작고 실천하기 쉬운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백만장자 되기, 노벨 문학상 수상하기 같은 꿈은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미루기 쉽다. 일단은 통장 만들기, 적금 가입하기, 문화센터에서 글쓰기 강좌 수강하기 같은 작은 꿈에 도전해보자. 작은 성공을 즐기고 꾸준히 하다 보면 이전에 꾼 큰 꿈이 허황되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셋째는 15분 단위로 생활하는 것이다. 계획을 하루 단위, 1시간 단위로 세우는 사람이 많은데, 인간의 집중력은 1시간을 넘기기 어렵다. 이제부터는 15분 단위로 계획을 세워보자. 15분은 방청소를 후딱 해치울 수도 있고, 간단하게 요리를 할 수도 있고, 문제집에서 문제 몇 개를 풀 수도 있고, 책의 한 챕터를 읽을 수도 있는 시간이다. 이런 식으로 15분 단위로 계획을 세우면 하루만 해도 성취하는 일이 꽤 될 것이며, 그러다보면 미루기 습관도 남일처럼 느껴질 것이다.